LUMIN
루민이 네트워크 플레이어로 업계에 첫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 2013년의 일이다. 벌써 11년이 지났다. 흥미로운 점은 그러면서도 항상 제품은 네트워크 플레이어/스트리머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았다. 달리 말하면 DAC 나 프리앰프 같은 제품은 거의 없었고, 유일한 번외 모델이라면 직결하여 사용 가능한 파워 앰프가 추가된 정도가 있을 뿐이다. 이처럼 외부 입력이 없는, 순수 네트워크 플레이어/스트리머의 영역을 벗어나 다양한 외부 입력을 갖춘 DAC 이자 프리앰프 기능을 지닌 최초이자 유일한 제품은 지난 2021년 발매된 P1이었다.
루민 최초로 외부 입력을 지닌 P1은 루민이 자랑하는 최고급 스트리밍 플랫폼 위에 일반적인 광/동축 디지털 입력에서부터 HDMI 입력들과 ARC 기능을 갖춘 HDMI 출력 그리고 아날로그 입력까지 추가한 모델로, 소위 프리앰프이자 ‘미디어 허브’의 개념으로 등장한 현대 오디오 소스의 끝판왕이다. 기술적으로도 앞서 발매된 플래그십 모델 X1이 탑재한 루민의 3세대 스트리밍 플랫폼 하드웨어를 그대로 탑재하였으며, X1의 DAC 회로를 그대로 이식하되 DAC 칩만 한 단계 낮추어 X1의 영역까지 침범하지 않도록 영역 표시만 남겼다.
그렇다보니, P1의 기능성은 당연히 X1을 압도했고, 음질은 미묘한 차이가 있지만 좀 더 저렴한 가성비는 X1의 음질과 가격을 압도할 만했다. 루민은 P1의 성공에 힘입어 디지털 미디어 허브 개념의 신제품 개발에 착수하게 되었고, 1년여의 개발 끝에 2024년 5월, 독일 뮌헨 하이엔드 쇼에서 P1의 동생 모델인 P1 Mini를 발표하게 되었다.
같지만 다른 또 하나의 P1, P1 Mini
오리지널 P1처럼 P1 Mini의 존재 가치는 명확하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까지, 패키지 미디어에서 스트리밍 소스들까지, 모든 현존하는 소스를 아우르는 미디어 허브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차별점은 무엇일까? P1이 지닌 모든 기술적 특징과 기능들을 그대로 유지한 채, X1에 버금가는 고가였던 P1의 가격을 거의 절반 수준으로 확 떨어뜨리는 가격 다이어트 도전을 목표로 했고, 2년 가까운 개발의 성공을 거둔 결과물로 Mini 라는 단어가 추가된 신제품이 나올 수 있었다.
뮌헨에서 잠시 만난 루민 담당자에 따르면, P1 Mini는 크게 2가지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고 했다. 오리지널 P1에서 뭔가를 덜어내서 줄이는 제품을 만든 것인가 아니면 비슷한 가격의 순수 네트워크 플레이어인 T3에 뭔가 더 추가하고 개선해서 한층 배가된 성능의 올인원으로 확장한 업그레이드를 만든 것인가 하는 점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제작자는 T3의 업그레이드판, T3의 확장판이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개인적인 판단은 P1을 섀시만 바꾸고 가격을 절반으로 낮춘 것이라는 점이 정확한 사실로 보였다. 굳이 후자처럼 말하기 어려운 점은 이미 P1을 사용중인 고객들이 느낄 분노(?!)를 만들지 않으려는 이유로 보인다.
2. NXP 프로세서 기반의 3세대 스트리밍 플랫폼
루민은 창업 모델인 A1이 지금까지도 현역으로 대부분의 현역 모델들의 기능을 제공할 정도로 프로세서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에 강력한 파워를 보여주고 있다. 11년 전의 모델이 지금까지 사용이 가능했던 이유는 당시에 가장 미래지향적인 사양을 갖춘 프로세서를 탑재하고, 프로세서에 맞는 OS와 어플리케이션을 루민에서 직접 개발하고 업데이트해왔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3세대 모델의 플랫폼을 개발하면서, 루민은 향후 10년 동안 지속적인 업데이트로 사용 가능한 제품이 되도록 프로세서의 성능과 충분한 메모리 그리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능력을 모두 검토하여 새로운 스트리밍 플랫 개발을 하게 되었다. 10년 업데이트를 목표로 선택한 3세대 프로세서는 NXP의 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로, 빅/리틀 구조의 멀티코어에 비디오 프로세서까지 내장된 초고속 프로세서로 듀얼 랜 연결과 각종 프로세싱의 상당 부분을 모두 3세대 프로세서에서 처리한다. 즉, DSP와 스트리밍 그리고 Roon Ready, TIDAL Connect, Leedh 프로세싱 등등의 모든 기능들이 X1 이나 P1 Mini나 똑같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로 동작한다. 뿐만 아니라 P1과는 HDMI 입력과 HDMI ARC 연결 그리고 AV 패스쓰루 기능, USB Audio DAC 등의 다양한 외부 입출력 및 DAC 기능이 모두 동일하다.
그래서 3세대 모델의 플랫폼을 개발하면서, 루민은 향후 10년 동안 지속적인 업데이트로 사용 가능한 제품이 되도록 프로세서의 성능과 충분한 메모리 그리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능력을 모두 검토하여 새로운 스트리밍 플랫 개발을 하게 되었다. 10년 업데이트를 목표로 선택한 3세대 프로세서는 NXP의 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로, 빅/리틀 구조의 멀티코어에 비디오 프로세서까지 내장된 초고속 프로세서로 듀얼 랜 연결과 각종 프로세싱의 상당 부분을 모두 3세대 프로세서에서 처리한다.
즉, DSP와 스트리밍 그리고 Roon Ready, TIDAL Connect, Leedh 프로세싱 등등의 모든 기능들이 X1 이나 P1 Mini나 똑같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로 동작한다. 뿐만 아니라 P1과는 HDMI 입력과 HDMI ARC 연결 그리고 AV 패스쓰루 기능, USB Audio DAC 등의 다양한 외부 입출력 및 DAC 기능이 모두 동일하다.
3. 광 랜 그리고 일반 랜, 2개의 네트워크 연결
플래그십 X1이 모든 네트워크 플레이어들과 차별화된 부분 중 가장 큰 장점이 바로 ‘광 이더넷’으로 기본 설계된 네트워크 플레이어라는 점이었다. 광 이더넷은 데이터적인 관점에서는 기존 유선 랜 단자 연결과 차이가 없지만, 음질적인 관점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주고 받는 데이터는 같지만, 전기적 연결이 아닌 광에 의한 연결이라서 인터넷 공유기나 스위칭 허브의 극악한 각종 전기적 노이즈들이 네트워크 플레이어 내부로 유입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스위칭 허브까지 광 이더넷으로 연결한 광 연결 재생으로 들어보면 실제로 고역의 강성 기조가 사라지고 마치 다소 높은 피치의 음처럼 가늘고 밝게 들리던 소리가 무게중심이 낮게 잡히면서 차분하고 중립적인 소리로 안정적인 음을 들려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P1 Mini는 X1 그리고 P1과 동일하게 같은 네트워크 프로세싱 회로와 같은 광 이더넷 연결 단자를 구현하여 네트워크 스트리밍의 음을 뉴트럴한 고순도의 음으로 들려줄 수 있도록 했다. 게다가 네트워크 단자로 일반 랜과 광 랜, 2개의 구성이라서 별도의 스위칭 허브 없이, NAS나 뮤직 서버를 P1 Mini와 직결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사실상 요즘 스트리밍 오디오 시스템을 구축하는 경우, 대부분 오디오용 스위칭 허브를 적잖은 비용을 주고 추가 구입을 해야하는 점과 랜 케이블의 비용 그리고 직관적인 연결 등을 감안하면 듀얼 네트워크를 통한 시스템 간소화는 비용적으로나 음질적으로나 훨씬 경제적이며 효과적이다.
4. XMOS USB Audio
X1에는 별도의 USB Audio 입력이 없지만, 네트워크 트랜스포트 기능을 제공할 수 있도록 USB Audio 출력을 제공하기 위해 XMOS DSP를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이 회로를 이용하여 P1에서는 USB Audio 입출력을 제공하여 USB DAC 기능을 구현했고, 이는 P1 Mini 까지 그대로 이어졌다. 동일한 USB 칩셋을 사용하여 P1 이나 P1 Mini 모두 DSD는 DSD512 까지, PCM은 PCM384까지 디지털 오디오의 입력 및 출력을 제공하여 USB DAC와 네트워크 트랜스포트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5. 같으면서도 다른 리니어 전원 회로
X1부터 P1 Mini까지, 세 기종은 모두 리니어 전원 회로를 탑재했다. 모두 리니어 전원 회로지만 약간씩의 차이가 있는데, 역시 가장 럭셔리한 물량 투입과 구성은 X1 이다. 2개의 토로이덜 트랜스포머와 세분화된 이중 정류 회로로 가장 안정된 전원부를, 그것도 기기 외부로 완전 분리한 외부 섀시의 전원 장치를 구현한 바 있다. 이에 비해 P1은 대부분의 내용을 유지를 했지만, 기기내부로 전원부를 넣어 섀시비용을 줄이고 전원 분리의 정도를 한 단계 낮췄다. 물론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나눈 2개의 개별 트랜스포머 사양의 전원 분리는 X1과 동일하다. 이에 반해 P1 Mini는 1개의 메인 토로이덜 트랜스포머를 기반으로 P1과 같은 사양의 전원 정류 회로를 탑재했다. 대신 노라텔의 고급 토로이덜 트랜스포머를 사용하고, 권선 분리를 통해 전원을 분리하여 트랜스포머의 개수는 적어졌지만 전원의 순도나 노이즈 레벨을 상급기들의 수준과 같은 수준으로 유지되도록 설계했다.
여기까지는 P1 Mini가 X1 그리고 P1 이 동일한 부분이었다. 그렇다면 차이점은 무엇인가?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슬림해진 섀시, 루민 최초의 컨트롤 노브
P1 Mini는 과거 T1에서 처음 등장한 평면 구조의 전면 패널을 지닌 알루미늄 섀시를 사용했다. 사실, 고급 오디오의 원가 중 가장 비싼 것이 오디오 회로나 전원부가 아닌 섀시이다. 기능보다는 시각적 요소가 크고, 특히 X1처럼 통 알루미늄 덩어리를 절삭하여 사용할 경우, 비용이 상당하다. P1에서는 크기와 내부 용적 문제로 인해 이를 2피스 구조로 바꾸었고, P1 Mini는 전면 패널을 플랫 타입으로 바꾸어 좀 더 저렴한 3피스 구조가 되도록 바꾸었다.
하지만 P1 Mini는 X1이나 P1에 없던 장점이 생겼다. 바로 전면에 등장한 좌우 컨트롤 노브와 전원 버튼이다. 입력 선택과 볼륨 기능을 제공하는 이 노브는 아예 버튼이나 컨트롤이 하나도 없는 X1, P1에 비해 훨씬 사용자 친화적이고 직관적인 사용법을 제공한다. 물론 루민 자체 앱으로 모든 것이 다 되고, 리모컨으로도 할 수 있지만 전면 노브의 유무는 사용에 있어서 큰 편의성을 제공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2. ESS의 9028PRO DAC
X1에서는 ESS의 9038PRO를 채널당 1개씩 사용한 것과 달리 P1과 P1 Mini 에서는 같은 ESS의 9028PRO를 선택했다. 디지털 필터를 포함한 대부분의 모든 프로세싱은 앞의 DSP에서 처리하는 만큼 순수하게 DAC 회로만 사용하기에 9038PRO와 9028PRO의 음질적 차이는 크지 않다. 다만, 등급의 차이와 가격의 차등화를 위해 DAC 칩을 상위 모델과 나눈 것이다. 하지만 P1와 P1 Mini는 그마저도 차이가 없다. 그나마 차이가 있다면, 아날로그 출력단의 버퍼가 조금 다를 뿐이다.
3. 아날로그 출력 버퍼
모든 처리가 끝난 아날로그 신호를 외부 기기로 내보내기 위한 출력 버퍼 회로를 X1과 P1은 항상 플래그십 라인에서만 사용해 온 룬달의 소신호용 트랜스포머를 사용해왔다. 이는 린의 클라이맥스 DS 시리즈에서 사용된 것을 차용하여 루민에서 쓰기 시작한 부분인데, 여전히 플래그십에는 그 존재를 그대로 사용 중이다. 물론 이 스웨덴제 소신호 트랜스포머는 고가의 부품이라서, P1 Mini에서는 디스크리트 회로로 버퍼 회로를 직접 꾸며서 설계를 완성했다. 비용적인 차이가 있긴 하지만, P1 Mini의 풀 디스크리트 설계에 니치콘 커패시터 같은 고급 오디오용 부품들을 사용하여 가성비와 함께 음색적으로도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는 장점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4. 입출력 단자의 개수
마지막으로 P1과 P1 Mini의 차이점은 단자의 개수에 있다. 정확히는 입력 단자의 개수 차이이다. P1에서는 HDMI의 경우 3개 입력, 1개 출력을 제공한데 비해 P1 Mini는 1개 입력, 1개 출력으로 줄었지만 여전히 HDMI ARC 지원은 동일하다. 아날로그 입력도 P1은 XLR 밸런스드 입력과 RCA 언밸런스 입력이 각각 하나씩 제공되었지만, P1 Mini는 RCA 아날로그 입력 하나만 제공된다. 이것이 차이의 전부이다.
이것이 X1부터 시작되어 최종적으로 탄생된 P1 Mini 까지의 동일점과 차이점이다. 마지막으로 언급할 부분은 리모컨이다. 루민의 전매 특허는 모든 기능과 스트리밍 기능을 제공하는 자체 앱에 있지만 물리적인 하드웨어 리모컨은 굳이 앱 없이도 훨씬 직관적인 사용을 제공한다. CD 플레이어처럼 트랙을 변경하거나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만지지 않고 볼륨을 조절할 수 있어 대단히 편리한다. 뿐만 아니라 조악한 저가의 플라스틱 중국제 리모컨이 아니라 아크릴과 메탈로 제작된 멋진 케이스로 꽤 고급스러운 리모컨인데, 이는 중국이 아닌 오스트리아에서 제작한 리모컨으로 만듦새도 상당히 고급스럽다.
사운드 퀄리티
테스트에는 매지코 A1 스피커, 앰프로는 오디아플라이트 FL Three S, 하이파이로즈의 RA280, 캐리의 SLI-100 등이 함께 하였다.
전반적인 경향은 꽤 투명하고 넓은 개방감의 무대 재현으로 탁 트인 시야를 제공한다. 높은 온도감과 온화한 분위기 보다는 좀 더 투명하고 깨끗한 톤이 우세한데, 대개 중저가 플레이어들이 이런 음조를 추구하느라 경질이거나 차가워지는 경우가 많은 것과 달리 P1 Mini는 차갑거나 고역의 지나친 강조 같은 엣지감이 나타나지 않는다. 현대적인 하이엔드 제품들이 추구하는 해상력, 디테일, 투명도, 입체감 같은 요소들이 잘 살아있으면서도 크게 엣지를 강조하지 않는, 비교적 자연스럽고 어조로 매끄러운 입자감을 들려준다.
리사 바티아슈빌리의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을 들어보면 그런 경향을 잘 느낄 수 있다. 녹음된 공간의 분위기, 입체적 울림, 오케스트라의 스케일 같은 요소들이 투명하고 명쾌하게 앞에 그려지고 1악장 중 7:10초의 투티 이후 부분에서 나타나는 주변부 소음 같은 요소들을 놓치지 않고 모두 다 끄집어내 그려준다. 해상력과 디테일이 높은 부분인데 그러면서도 바이올린의 음색과 움직임에는 거칠고 굵은 입자나 자극적인 링잉 같은 것 없이 깨끗한 사운드로 마무리해내는 능력을 보여준다.
마누 카체의 <Third Round> 중 ‘Keep on Trippin’ 같은 녹음에서는 스네어를 비롯한 드럼의 각종 연주의 디테일들을 멋지게 살려내면서도 섹소폰의 메인 멜로디와 피아노의 음을 매우 깨끗하고 명료하게 악기 본연의 울림들을 제대로 들려준다. 특히 끊임없이 배경에서 움직이는 드러머의 연주의 디테일을 놓침없이 소화해는 능력은 P1 Mini의 디테일 처리 능력이 꽤 수준급임을 알 수 있게 해준다.
현대적인 녹음들과 달리 60년대 재즈 녹음에서도 안정된 성능을 보여준다. 오스카 피터슨의 <We Get Request> 중 ‘You Look Good to Me’에서 목질감과 온도감 높은 아날로그적 피아노의 음과 베이스 연주의 색채와 질감이 지나치게 냉랭하거나 냉소적으로 변질되지 않고 높은 해상력과 깨끗한 톤으로 차갑지 않은 사운드로 저음의 번짐이나 과다한 양감도 없는 정확하고 정갈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또한 엘라 핏츠제랄드와 루이 암스트롱의 <Ella And Louis> 중 ‘They Can’t Take That Away From Me’ 같은 보컬에서도 동일한 결과를 들려주는데, 고해상도로 리마스터링된 96kHz/24bit 음원의 높은 정보량에 걸맞은 아날로그적 질감과 분위기를 제대로 살려내어 여성 보컬의 걸죽한 톤 컬러와 분위기를 제대로 전달해준다. 이어지는 루이 암스트롱의 깊고 허스키한 보컬 또한 절대로 무미건조하게 들려주는 법 없이 녹음에 담긴 분위기나 색채 등이 아주 사실적으로 재생된다.
음질에 대한 추가로 언급할 점은 광 이더넷에 의한 음질 변화 부분이다. 기본 음조가 달라지지는 않지만 확실히 일반 이더넷과 달리 광 이더넷을 통한 재생시에는 마치 음의 피치가 살짝 낮아지는 듯한 안정감있는 소리를 내준다. 광 이더넷 재생이 훨씬 중용적이고 무게중심이 낮은 음을 들려주는 반면에 일반 이더넷(랜 케이블) 연결시에는 다소 경질화되고 약간 얇아진 듯한, 마치 피치가 좀 더 올라간 듯한 어조로 바뀌어 산만함이나 딱딱해지는 느낌을 받게 된다. 물론 랜 케이블을 고가의 제품으로 바뀌면 그런 부분들이 상쇄되고 높은 해상도와 단단한 사운드를 얻게 되지만, 불과 1-2만원의 광 이더넷 케이블과 SFP 모듈 가격을 생각하면, 일반 이더넷 연결보다는 훨씬 깨끗하면서도 안정감있는 음을 들려주는 광 이더넷 연결의 음을 사용하길 적극 추천한다.
정리
루민의 P1 Mini는 모체가 되는 P1의 모든 기능적, 음질적 개성들을 거의 그대로 담아냈다. 일부 단자 개수가 줄긴 했지만, P1과의 차이를 느낄 만큼의 차이가 존재하지 않으며, 음질적으로도 대동소이한 차이로 가격 만큼의 변화를 느끼기 어렵다. 회로적으로도 아날로그 출력단에 적용한 룬달 트랜스포머에 의한 밸런스드 출력에서 오는 음색적 분위기 변화가 약간 있긴 하지만 전체 음질의 큰 흐름에서 두 기기의 차이는 그렇게 크지 않다. 현대적인 음조, 단단하고 스피디한 저음의 기민함 그리고 거친 입자감이 없는 미립자감의 섬세한 디테일 그리고 안정되고 밀도감 높은 중역의 보컬 재현 등 음질적인 장점은 모두 X1, P1에서 얻어진 루민의 3세대 제품들의 기술적 진화를 보여주는 증거들이다.
특히 내장된 leedh 프로세싱의 볼륨은 꽤나 성능이 훌륭하여, P1 Mini를 꼭 인티 앰프 또는 프리/파워 앰프가 아닌, 파워 앰프 직결로 사용해도 충분한 프리앰프 기능과 성능을 제공한다. 어설픈 프리앰프를 쓰는 경우라면 오히려 파워 앰프와 직결하여 leedh 볼륨을 사용하면, 각종 디지털 소스들을 즐길 때 훨씬 더 단단하고 투명하며 큰 스케일의 입체감이 훌륭한 사운드를 얻을 수 있는 장점도 파악할 수 있었다.
게다가 광 이더넷 연결시, 일반 랜 케이블을 연결할 때보다 훨씬 깨끗하고 음의 중심이 낮게 잡히는 안정감있는 음을 들려주는 점도 높이 평가할 만한다. 굳이 고가의 이더넷 케이블을 쓰지 않고도 그런 음질을 즐길 수 있게 만들어줄 뿐만 아니라 일반 이더넷에 비해 광 이더넷 연결은 산만함이나 건조하고 단조로움이 사라진, 유려하고 유기적인 음을 들려주기 때문이다. P1 Mini를 고려중인 경우라면 반드시 광 이더넷 연결을 사용하길 권한다.
물론 이 제품에 약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유일하게 지적할 요소는 HDMI ARC 이다. 이 기능을 제공하는 타사 제품과 달리 HDMI CEC 기능을 활성화시켜 놓지 않았다. 이로 인해 TV 리모컨을 통한 전원 On/Off 및 볼륨 제어가 동작되지 않는다. 직접 P1 Mini 리모컨으로 켜고 끄고 볼륨을 조정해야 하는데, 큰 불편함은 아니지만 TV 시청시 HDMI CEC 기능에 의한 연동 동작의 편의성이 제공되지 못하는 점은 아쉽다. 제작사에 따르면 TV 종류와 제조사에 따른 CEC 기능의 호환성 문제로 인해 일부러 이 기능을 제외했다고 한다.
P1 Mini는 루민의 3세대 제품의 모든 기술이 응축된, 올라운드 미디어 허브와 같은 플레이어이다. TV, 스트리밍, DAC, 아날로그 프리앰프까지, 모든 소스를 편리하게 즐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디지털 재생 능력의 탁월한 성능으로 음질과 기능, 편의성을 한 번에 해소시켜주는 진정한 유니버설 플레이어이자 DAC 이다. 특히 루민이 자랑하는 10년 사용을 고려한 현존 최고의 펌웨어 업데이트 지원까지 더하면 가장 영리하고 가장 생명력 높은 고음질 미디어 센터라 부를 수도 있다. 음악 스트리밍에서 TV를 활용한 OTT까지, 최고의 가성비와 하이엔드적 사운드 퀄리티를 찾는다면 P1 Mini는 P1 보다도 높은 순위로 추천할 만한 올라운드 유니버설 플레이어이다.
제품 사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