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하게 남은 그간의 발자취 위로 색이 입혀지다

YAMAHA

R-N2000A

야마하 최초의 하이파이 올인원 인티앰프 R-N2000A가 출시되었다. 올인원 앰프답게 DAC 입력부는 물론 네트워크 스트리밍까지 탑재한 R-N2000A. 과연 성능과 사운드는 어떨지?
마누
이동훈

야마하 R-N2000A

시작하며

일본 브랜드는 크게 두 가지 부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럭스만(Luxman), 아큐페이즈(Accuphase)와 같은 정통 하이파이파, 그리고 마란츠(Marantz), 데논(Denon), 온쿄(Onkyo), 파이오니아(Pioneer)와 같은 A/V 리시버파로 말이죠. 이 두 부류는 생산하는 제품군의 가격 특성 상 고가 vs 저가의 이미지를 갖고 있습니다. 판매 대상 및 정책 또한 소수의 애호가 대상 고마진 vs 전 세계 대중 대상 박리다매로 구분 지을 수 있고요.

이 중 A/V 리시버파는 다기능 리시버를 제작하면서 터득한 다양한 기술과 라이선스를 자사의 하이파이 제품군에 발빠르게 적용시키면서 일명 ‘미친 가성비’로, 오디오에 입문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가뭄의 단비와 같은 존재가 되어주었습니다. 100만원 미만의 클래스 D 앰프에 각종 디지털 입력은 물론, 네트워크 스트리밍, 인터넷 라디오, 와이파이(Wi-Fi), 블루투스(Bluetooth), 에어플레이(AirPlay)를 넘어, 경우에 따라서는 FM 라디오, MM 포노단, 심지어 최근에 들어서는 구글 어시스턴트(Google Assistant), 애플 시리(Apple Siri), 아마존 알렉사(Amazon Alexa)등과 같은 음성인식 기능까지 제공할 정도이니 할 말 다했죠.

그런데 여기에 굉장히 중요한 브랜드 하나가 쏙 빠져있죠? 네, 바로 종합 음향 기업이자 전 세계 A/V 리시버 판매율 1위 제조사, 야마하입니다. 야마하 역시 입문형 하이파이 앰프를 지속적으로 만들어오긴 했지만, A/V 리시버의 기술과 라이선스를 하이파이 제품군에 적용시키는 것은 지양하는 태도를 보여왔습니다.

야마하 5000 시리즈
YAMAHA의 플래그십 5000 시리즈

기껏 찾을 수 있는 거라곤 포노단을 빼고 블루투스를 넣어 2016년에 출시한 R-S202 인티앰프 정도죠. 하지만 2016년에 이슈가 된 건 다른 모델이었습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자사의 기념비적인 NS-1000을 현대의 기술로 재해석하여 부활시킨 박스형 스피커 NS-5000이었죠. 이후로도 야마하는 많은 이들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행보를 걸었습니다. C-5000 프리앰프와 M-5000 파워앰프, 그리고 자사의 또 다른 기념비적인 GT-2000을 오마주한 GT-5000 턴테이블까지, 4종 모두 레트로한 디자인에 디지털이라고는 1도 찾아볼 수 없는 완전히 순수한 아날로그 시스템을 선보였죠.

야마하 A-S2000
YAMAHA A-S2000
그 다음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A-S1000, 2000, 3000까지 인티앰프 3종을 두 차례씩, CD플레이어 3종 중 CD-S2000을 한 차례 버전업한 정도가 전부였죠. 이 제품들은 모두 다양한 기능보다는 순수하게 하이파이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음질과 성능에 집중한 모델들이었고, 야마하는 신제품 출시 주기부터 제품들의 특징까지 정통 하이파이파의 행보를 걷는 듯 보였습니다. 실제로 3000 시리즈와 5000 시리즈는 오디오 애호가들에게 큰 호평을 받기도 했고요.

하지만 네임(naim)의 유니티(Uniti) 시리즈가 큰 인기를 끌기 시작한 것을 기점으로, 점차 디지털과 네트워크가 통합된 올인원 인티앰프가 시장의 수요를 잠식하기 시작했고, 일본의 A/V 리시버파는 물론, 전 세계 수많은 제조사들이 여기에 뛰어들기 시작하면서 야마하 또한 변화를 줘야만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는데, 사실 제반환경은 그 누구보다 잘 조성되어 있었습니다. 필요한 모든 기술과 라이선스가 준비되어 있었음은 물론, 미니 컴포넌트 라인을 통해 대부분의 테스트를 마친 상태였죠.

R-N2000A
YAMAHA R-N2000A

그리고 2023년, 야마하는 오랜 준비기간 끝에 드디어 많은 이들이 기다려온 제품을 출시하기에 이릅니다. 바로, 네트워크 리시버(Network Receiver) R-N2000A죠. 리시버라는 단어 때문에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R-N2000A의 정체는 다름 아닌 올인원 네트워크 인티앰프입니다. 앞서 언급한 네임 유니티나 나드(NAD)의 M33처럼 말이죠. 그렇다면 야마하는 무엇을 위해 그렇게 오랫동안 준비했는지, 과연 타 브랜드와 차별화되는 점은 있을지 같이 한 번 살펴보시죠.

구성 & 디자인

R-N2000A의 박스를 열어보면 구성품은 본체, 리모컨, 리모컨용 배터리, 파워코드, YPAO 마이크, FM 안테나, 변환 커넥터, 안전가이드, 퀵가이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올인원 앰프로서 무난한 구성이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왕 룸 보정용 마이크를 제공한 김에 마이크를 의자 위에 고정시킬 수 있도록 미니 삼각대도 함께 제공했으면 더욱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외관은 기본적으로 전형적인 레트로 디자인을 취하고 있습니다. 전면 중앙에 하이파이 전성기 시대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은은한 전구색 라이트의 레벨미터가 특징이죠.

YAMAHA CA-1000
YAMAHA P-2200

야마하는 하이파이 라인업에 한해서 이렇게 회고적인 디자인을 지속적으로 고집하고 있는데요, 이는 자사의 과거 제품들에서 모티브를 따온 것입니다. 가령 1972년도에 출시한 자사의 첫 인티앰프 CA-1000의 버튼, 스위치, 노브나 1976년도에 출시한 P2200 파워앰프의 레벨미터를 살펴보면 지금의 제품들과 판박이처럼 똑 닮아 있는 걸 알 수 있죠.

YAMAHA R-N2000A

실제로는 50년 정도의 시간이 흘렀지만 언뜻 보기에 동시대 제품처럼 보일 정도인데요, 야마하는 이렇게 회고적인 느낌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서 스위치와 노브를 모두 사출 플라스틱에서 과거와 동일하게 알루미늄 재질로 변경했고, 외주가 아닌 인하우스로 정교하게 작업했다고 합니다.

야마하 R-N2000A
YAMAHA R-N2000A

보고 있자면 마치 정밀 장비를 보는 것 같은 특유의 ‘기계미’를 자아내는데, 개인적으로 우측의 볼륨 노브를 둘러싸고 있는 눈금이 사라진 건 살짝 아쉽네요. 측면의 블랙 하이글로시 패널은 원목으로, 그 마감이 유독 깊고 우아해 보이는데, 아니나 다를까 역시 야마하 피아노와 동일한 방식으로 마감되었다고 합니다.

야마하 R-N2000A
'METER' 레벨미터 스위치

기능

R-N2000A는 굉장히 다양한 기능들로 중무장하고 있습니다. 먼저 전면 패널에서 발견할 수 있는 기능부터 시작해보면, 레벨미터는 [METER]라고 적혀 있는 로터리 스위치를 통해 조명과 기능을 아예 끄거나[OFF], 피크 레벨[PEAK]과 볼륨 단위 레벨[VU] 중 어떤 걸 표기할지 선택할 수 있으며, 조명의 밝기도 조절할 수 있죠. 방법은 간단합니다. 스위치를 [DIMMER]로 위치하면 밝기가 알아서 변경되고, 원하는 밝기에 도달했을 때 다른 항목을 선택하면 해당 밝기로 고정되죠.

야마하 R-N2000A
고음, 저음, 좌우밸런스, 라우드니스 조절 스위치

레벨미터 하단에는 청음 환경 또는 개인 취향에 따라 저음[BASS]과 고음[TREBLE]을 -10dB~+10dB로 조정하는 스위치가, 그 옆에는 좌우 밸런스[BALANCE] 조정 스위치가 위치하고 있는데요, 실제로 이 스위치들은 실생활에서 굉장히 유용하게 쓰입니다.

특히 청취 공간이 협소한 데다가 음향재 설치도 어려운 골방 유저들의 경우, 대부분 정재파의 길이가 짧아져서 저음역대에 피크가 두드러지거나, 직접음의 비율이 높아짐에 따라 전대역이 날카롭게 들리게 되는 안타까운 상황을 마주하게 됩니다. 이 중에서도 고음역대는 더 자극적으로 들리죠.

따라서 이럴 때 위의 스위치들로 저음과 고음을 10dB씩 깎으면 듣기가 한층 편해지는 걸 경험할 수 있습니다. 또한 골방 탈출에 성공한다 할지라도 우리나라 거실은 대부분 주방 쪽이 뚫려있는 비대칭형이기 때문에 좌우 밸런스를 맞추기가 쉽지 않은데, 이럴 때 밸런스 스위치는 굉장한 효과를 발휘하죠.

다음으로 라우드니스[LOUDNESS] 스위치의 역할을 알아볼까요? 오디오 애호가라면 낮은 볼륨에서음악이 답답하게 들리지만 볼륨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비로소 공간감과 생동감, 그리고 박진감이 생겨나면서 대역간 밸런스가 맞춰지는 걸 경험해봤을 겁니다. 이는 실제로 낮은 볼륨에서 우퍼 유닛이 원활히 구동되지 않아서도 있지만, 그보다는 우리가 낮은 볼륨에서 고음과 저음을 상대적으로 잘 못 듣는 청각적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는 중음을 감쇄시켜주면 되려 자연스럽게 들리게 되는데요, 라우드니스 스위치가 바로 이 역할을 해줍니다. 최대 -30dB까지 중음을 줄일 수 있죠.

PURE DIRECT

레벨미터 우측에 위치한 퓨어 다이렉트[PURE DIRECT]는 재생을 위해 필수적인 걸 제외한 나머지 기능들과 회로를 중지시킴으로써 노이즈를 줄이고 리소스를 재생에 온전히 쏟을 수 있게 만들어주는 버튼입니다. 음질적인 차원에서는 매우 유용한 기능이긴 하지만, 퓨어 다이렉트를 사용하면 앞서 서술한 각종 조정 기능들이 모두 비활성화되기 때문에, 본인의 청음 환경이 음향학적으로 충분히 이상적일 때 사용하는 걸 권장합니다.

YPAO 공간음향 자동보정 기능

다음으로는 대망의 YPAO입니다. YPAO는 파라메트릭 룸 어쿠스틱 옵티마이저(Yamaha Parametric Room Acoustic Optimizer)의 줄임말로, 벽의 재질, 스피커 배치, 면적 등 청음 공간의 음향 특성을 마이크로 측정한 후, 192kHz/64bit 해상도로 반사음의 레벨과 시간축을 정밀하게 보정하여 최적화해주는 기능입니다.

그야말로 A/V 리시버는 물론, 수 십여 년에 걸친 야마하의 PA, 공연장, 콘서트홀 시공 경험과 노하우가 집약된 기능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실제 테스트해 본 결과, 포커싱이 또렷해지고 공간에 훨씬 최적화되었다는 느낌을 받는 등 유의미한 변화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후면으로 넘어가보면 채널 별로 4개씩 위치한 바인딩 포스트 개수에서 알 수 있다시피 스피커는 두 조를 지원합니다. 이 바인딩 포스트는 순황동을 다이렉트 커팅 방식으로 절삭 가공하여 조임이 부드럽고 안정된 접촉을 보장한다고 하고요.

아날로그 입력은 RCA 3개를 지원한다

아날로그 입력은 LINE 1, LINE 2, 그리고 CD까지 3개의 RCA 입력을 지원하는데요, 동사의 A-S2200과 플래그십 인티앰프 A-S3200과 달리 XLR 밸런스드 입력단을 제공하지 않는 점은 조금 아쉽습니다.

그 위로 디지털 입력은 32kHz/192kHz까지 지원하는 광학 2개, 동축 1개, 그리고 PCM은 32bit/384kHz, DSD는 ASIO Native 및 DoP로 11.2MHz까지 지원하는 USB 1개가 있어 DAC으로도 활용이 가능하며, 우측 상단에는 ARC 기능을 지원하는 HDMI 입력단이 있어 TV와의 호환도 가능합니다.

이 외에 프리아웃 1조, 단일 서브우퍼 출력 1개, 그리고 MM 포노단 1조를 제공됩니다. 포노단의경우, 동사의 기존 인티앰프 3종이 모두 토글 스위치로 MM과 MC를 선택할 수 있었기 때문에 아쉬움이 남는데요, 대신 R-N2000A에는 리시버라는 분류에 걸맞게 FM 안테나 단자와 인터넷 라디오를 위한 이더넷 단자가 새롭게 추가되었습니다.

물론, 인터넷 라디오 기능 외에도 와이파이, 블루투스, 에어플레이까지 다양한 네트워크 기능 역시 가능해졌죠. 다만 블루투스는 SBC 및 AAC 코덱으로 제한되고, 애플이 대부분의 에어플레이 사용을 256k AAC로 제한하기 때문에, 뮤직캐스트(MusicCast)를 통해 스트리밍하는 게 음질적으로 가장 유리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전용앱 MusicCast (Android, iOS)

참고로 뮤직캐스트는 전용 앱인 뮤직캐스트 컨트롤러(MusicCast Controller)를 통해 각종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와의 연동 및 여러 공간에 동시에 음악을 스트리밍하는 멀티룸 등의 기능을 제공하는 야마하의 독창적인 네트워크 시스템입니다. 전용 앱은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 다운받을 수 있고요.

다만 지역은 한국으로 고정되는데요, 한국에서 아직 정식으로 서비스하지 않는 타이달이나 코부즈는 엠 커넥트(M Connect)와 같은 서드파티 앱을 통해서 사용해야 겠습니다. 마지막으로 MQA는 미래가 불분명한 만큼, 미지원 사실이 크게 아쉽지 않으나 룬(Roon)이 안 되는 건 룬 사용자로서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설계

내부로 들어가보면 R-N2000A가 자사의 정통 하이파이 인티앰프의 핏줄을 물려받았음이 여실히 드러납니다. 먼저 가장 큰 면적을 차지하는 트랜스포머의 경우, 우수한 성능으로 잘 알려진 토로이달 타입을 채택했으며, 당사의 높은 숙련도로 자체 제작되었습니다. 또한 바닥과 내부 섀시 사이에 3mm의 황동 베이스를 끼워 진동 제어에도 신경을 썼고요.

진동에 대한 야마하의 집착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밀도가 낮은 물체와 높은 물체를 커플링하면 높은 쪽으로 진동이 흐르는 원리를 이용하여, 내부 진동을 외부로 흘려보내고, 외부 진동은 내부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는 미캐니컬 그라운딩(Mechanical Grounding) 역시 적용되었습니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R-N2000A의 받침발은 일반적인 고무가 아닌 고밀도·고강성의 황동을 은도금해서 견고하게 제작한 후 섀시에 직접 용접되었고, 방열판, 트랜스포머, 커패시터도 볼트로 섀시에 직접 고정되어 모두 연결되게 처리했죠. 이뿐만이 아니라 주된 진동 유발원인 트랜스포머와 커패시터는 별도의 상단 프레임을 통해 이중으로 고정시킴으로서 만전을 기했습니다.

또한 독자적으로 개발한 플로팅 & 밸런스드 파워앰프 기술로 네거티브 피드백 회로와 전원부를 분리시키고, 출력부의 완전한 플로팅 처리를 통해 파워앰프부가 전압 변동 및 접지 노이즈로부터 영향받는 것을 원천 차단했습니다.

아날로그부는 입력부터 출력까지 완벽한 좌우 대칭형 구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러한 설계 구조는 하이엔드 앰프에서 볼 수 있는 것으로, 이상적인 무게 배분은 물론, 채널 간의 크로스토크를 억제하여 채널 분리도를 높이는 효과를 가져다주죠.

다음은 야마하 인티앰프의 대표적인 특징인 저 임피던스 설계입니다. 인티앰프는 여러 섹션으로 이루어져 있고, 각 섹션 간에 신호가 전송될 때 저항이 높다면 손실되는 오디오 신호와 에너지 역시 많아질 수밖에 없겠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R-N2000A에는 신호 경로의 주요 구간에 코어 와이어의 단면적을 늘리고, 파워 앰프 출력부에 나사 연결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출력석 역시 낮은 임피던스의 MOSFET을 특주해서 사용했고요.

마지막으로는 DAC칩셋은 ESS Technologies사의 최신 DAC 칩인 ES9026PRO가 사용되었습니다. 해당 칩은 프랑스의 메트로놈(Métronome)사의 Le DAC2, 일본 아큐페이즈의 DP-450 등 중고급 소스기기에 사용되는 고품질 칩으로, 풍부한 정보량과 스테이징 표현에 일조하죠.

사운드

야마하가 하이파이 라인업에서 내세우는 슬로건이 있습니다. 바로 ‘True Sound’죠. 즉, 아티스트가 의도한 대로 모든 사운드를 표현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죠. 그리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3대 핵심 요소를 다음과 같이 제시합니다. 첫째, 토널 밸런스, 둘째, 다이내믹스, 셋째, 사운드 이미지.

‘생생하다’, ‘자연스럽다’와 ‘사실적이다’는 비슷한 것 같지만 소리를 표현함에 있어서 상당히 다른 단어들입니다. 예를 들어 ‘생생하다’는 선명도가 높고 적극적이며 질감이 비비드해야 합니다. 어찌보면 약간의 과장이 있어야 하죠. ‘자연스럽다’는 인위적이지 않다는 의미로 자주 쓰이곤 합니다.음색이나 표현 방식을 묘사하고자 하는 용도로 말이죠.

반면 ‘사실적이다’는 정말 어려운 개념입니다. 음질이 뛰어나야함은 기본이거니와 소리가 정확해야 하고, 동시에 음색은 자연스럽기 그지없어야 비로소 사용할 수 있는 단어이기 때문이죠.

야마하 NS-2000A
야마하 NS-2000A

직전에 작성한 NS-2000 스피커 리뷰를 다시 한 번 읽어봤습니다. 제가 ‘사실적이다’와 ‘자연스럽다’는 표현을 정말 많이 썼더군요. 한줄평 역시 ‘절제 속에서 피어오른 자연스러움’이었고요. 그만큼 정확하면서 자연스럽게 만들고자 했던 야마하의 노력이 겉으로 드러났다는 반증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요, 과연 R-N2000A은 어떨지 같이 한 번 들어보시죠.

청음 스피커로는 3웨이 구성의 플로어스탠딩 스피커 PMC twenty5.26i를 사용했으며, R-N2000A에 랜케이블을 연결한 후, 서드파티 앱인 엠 커넥트를 통해 타이달로 테스트했습니다. 보다 변별력 있는 테스트를 위해 최종적으로 북셸프 스피커인 야마하 NS-3000을 비교군으로 활용했고요.

가장 먼저 느껴지는 건 소리가 촘촘하고 차분하게 촤악 깔린다는 겁니다. 산만한 구석 하나 없이 말이죠. 그렇다고 억지로 밑으로 끌어내리거나 무겁게 짓누른다는 건 아닙니다. 그냥 차분히 정돈된 느낌이라는 거죠.

신호대 잡음비 역시 올인원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낮은 듯 배경도 꽤 적막하게 느껴지고요. 이런 점들이 합쳐져 R-N2000A은 전반적으로 음악에 대한 집중도와 몰입도를 상당히 높여줍니다. 다만 이미 차분한 성향의 스피커를 사용하고 있다면 다소 정적으로 느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들더군요. 참고로 PMC twenty5.26i와 야마하 NS-3000에서는 정적으로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차분히 정돈된 느낌이라는 것일 뿐, 부드럽고 감미로운 성향은 결코 아닙니다. 입자의 크기는 작고 곱지만 텍스처가 실크처럼 매끈하게 윤색되지 않았고, 각 악기들의 고유한 질감은 하나하나 잘 느껴지며, 잘 들어보면 선도도 우수하고 디테일의 표현도 상당히 뛰어나죠. 가령 매크로 다이내믹스가 두드러지는 대편성을 들어보면 과장되어 있지는 않지만 거대한 덩어리감과 밀려오는 웅장함을 만끽할 수 있으며, 마이크로 다이내믹스 역시 부족함 없이 표현되었습니다.

속도는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고 딱 자연스러운 수준이었습니다. 온도감 역시 클래스 A/B 증폭방식에 MOSFET을 사용한 만큼 따스한 편이지만 이 역시 자연스럽게 들렸고요. 소리를 펼쳐내는 방식도 인상깊었는데, 직전에 리뷰했던 NS-2000A와 마찬가지로 광활하게 쭉쭉 뻗어 나가기 보다는 정확히 도달해야 할 위치까지 가는 느낌이었습니다. 한 마디로 참 적절하다고 할까요?

무엇보다 칭찬하고 싶었던 부분은 PMC twenty5.26i를 능숙하게 요리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이 스피커는 3웨이 유닛 구성에 미로형 인클로저 설계로 구동하기가 결코 만만치 않지만, 반대로 내입력의 한계 역시 높다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속된 말로 앰프밥을 많이 먹는 대표적인 스피커 중 하나라는 말이죠.

따라서 PMC twenty5.26i는 앰프의 힘이 약하면 아예 드라이버 유닛이 구동이 잘 안 되어서 시간축과 대역간 밸런스가 무너지고 저역의 윤곽이 흐려지지만, 반대로 성능과 힘이 출중하면 출중할수록 탁월한 다이내믹스와 현장감을 발휘하며 가격을 한참 상회하는 소리로 보답하는 스피커입니다. 문제는 그렇게 만들려면 열에 아홉은 ‘자신의 가격을 한참 상회하는 앰프’를 붙여야 한다는 전제가 따른다는 거죠.

관점을 잠시 앰프로 돌려볼까요? 앰프는 출력이 달라지면 모든 게 달라지는 거나 다름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따라서 전 라인업의 성향을 균일하고 일정하게 빚어내는 제조사들도 더러 있지만, 많은 경우 출력을 높게 설계하면 속도가 느리고 짓누르듯 무거우며 해상도와 분해도가 떨어지고, 반대로 낮게 설계하면 경쾌하지만 다소 가볍게 날리는 경향이 있죠. R-N2000A은 PMC twenty5.26i를 놀랍도록 잘 제어하면서 동시에 중립적이라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로 자연스러운 소리를 이끌어냈습니다.

마치며

R-N2000A은 야마하의 슬로건인 ‘True Sound’가 공허한 외침이 아님을 증명해 냈습니다. 3대 핵심 요소로 제시한 토널 밸런스, 다이내믹스, 사운드 이미지는 모두 더할 나위없이 탁월했고, 음원에 담긴 대로 감미로운 건 감미롭게, 짜릿한 건 짜릿하게, 풍성한 건 풍성하게 표현해 주었죠. 결론적으로 과한 것도, 부족한 것도 하나 없는 극도로 사실적인 사운드였습니다.

정통 하이파이파처럼 기능보다는 순수하게 하이파이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음질과 성능에 집중해온 야마하의 행보에 새로운 기술들을 더해진 R-N2000A. 플래그십 인티앰프인 A-S3200이 R-N2000A보다 권위가 느껴졌지만 소리가 살짝 무겁게 느껴졌던 걸 상기해봤을 때, 향후 출시될 후속기들은 과연 이 완벽에 가까운 파인튜닝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을지, 또 어떤 모습으로 우리를 찾아올지 기대가 됩니다.

한줄평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진하게 남은 그간의 발자취 위로 색이 입혀지다

야마하 R-N2000A

장점단점
  • True sound
  • 높은 가성비
  • 다양한 기능
  • Roon Ready 미지원
  • APT-X 미지원
  • MC카트리지 미지원
항목 별점
디자인 / 기능
사운드 성능
사운드 매력
총점
두두오 x 하이파이매거진

written by 마누
photo by 이동훈

제품사양

네트워크 섹션 파일 포맷 MP3, WMA, MPEG-4 AAC, WAV, FLAC, AIFF, DSD
와이파이 Yes
블루투스 Yes (SBC / AAC)
에어플레이 Yes
최대 출력 (4 ohms, 1kHz, 0.7% THD) 190 W + 190 W
최대 출력 (8 ohms, 1 kHz, 10% THD) 120 W + 120 W
정격 출력[20 Hz-20 kHz 0.07 % THD] 90 W+90 W (8 ohms) / 145 W + 145 W (4 ohms)
순간 최대출력 (8/6/4/2 ohms) 100 / 130 / 185 / 215 W
주파수 응답 5 Hz-100 kHz +0/-3 dB, 20-20 kH +0,-0.3 dB (Pure Direct ON)
신호대비잡음비 (CD) 110 dB (Pure Direct ON)
아날로그 입력 Phono, CD, line1, line2
디지털 입력 Optical1, Optical2, Coaxial
포노 입력 지원
USB 입력 USB DAC (USB B-type)
이더넷 Yes
헤드폰 출력 Yes
서브우퍼 출력 Yes
컨트롤 (트리거) Yes
FM 50dB Quieting Sensitivity (IHF, 1 kHz, 100% Mod., Mono) 3 µV (20.8 dBf)
FM SNR (Mono/Stereo) 69 dB / 67 dB
Pure Direct Yes
ToP-ART Yes
대기 전력소모 0.1 W (Network standby on/ Wi-Fi connection 1.8 W)
크기 (W x H x D) 435 x 157 x 473 ( 안테나 장착시: 435 x 233 x 473)
Weight 22.1 kg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