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iim Amp
스트리밍 앰프

Wiim
네트워크 스트리밍 기기 시장의 기준은 해마다 그 높이가 엄청나게 높아지고 있다. 10년 전에는 UPnP 하나 만으로도 수 백, 수 천 만원의 기기들이 존재했지만 지금은 불과 몇 십 만원 정도의 기기들이 모든 종류의 네트워크 오디오 기술들을 제공하여 기술의 장벽이 무너진 시대가 되었다. 특히 기능만 놓고 본다면 하이엔드 오디오는 말도 안되는 가격의 사기성 제품이고, 초저렴한 엔트리급 스트리머들은 현존 최고의 최첨단 기기가 되어버렸다. 이런 시장 변화를 이끌어낸 성공적인 제품들 중 하나가 바로 ‘윔(Wiim)’이다.
윔은 미국의 스타트업 ‘링크플레이(Linkplay)’가 내놓은 입문형 엔트리급 네트워크 스트리밍 오디오 기기 브랜드이다. 국내에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링크플레이는 세계적인 오디오 업체 출신 엔지니어와 실리콘밸리의 엔지니어들로 구성된 기술 전문 벤처 업체로, 야마하, LG 등에 네트워크 스트리밍 솔루션을 공급해왔다. 주로 B2B 방식의 기업 대상으로 네트워크 오디오를 솔루션화하여 싱글보드 형태의 컴퓨터로 만든 스트리밍 모듈과 여기에서 동작하는 OS 및 어플리케이션 등을 상품으로 납품해왔다. 다국적 기업들의 제품으로 판매되어 수 년에 걸친 노하우를 쌓은 링크플레이는 B2B의 스트리밍 솔루션에서 벗어나 직접 자체 브랜드를 걸고 네트워크 오디오 기기를 소비자 대상으로 판매를 시작했는데, 그 오디오 브랜드가 윔인 것이다.



리뷰 모델인 윔 앰프에 앞서, 먼저 발매된 윔 프로가 이 회사의 첫 제품으로 순수 스트리밍 플레이어에 간단한 디지털 입력의 DAC 기능을 갖춘 네트워크 스트리머/DAC가 있고 뒤를 이어 이를 슬림화한 초염가 모델 ‘윔 미니’가 발매되었다. 두 윔 모델의 성공으로, 윔 프로의 음질을 개선한 고급 버전인 윔 프로 플러스 그리고 윔 프로 플러스에 앰프를 더해 유니버설 올인원으로 만든 윔 앰프를 지난해 말에 발매했다.
Wiim Amp
윔 앰프는 공식 발매 가격이 50만원이 채 안되는 가격으로 윔 프로 플러스의 모든 기능을 제공하면서 채널당 8옴 60W, 4옴 120W의 출력까지 만들어내는 놀라운 능력을 보여준다. 게다가 큰 성공을 거둔 윔 프로 플러스의 음질을 감안하면 비슷한 가격에 윔 프로 플러스의 음질에 앰프까지 얻을 수 있다니 하나의 마술상자 같은 느낌이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이 정도 사양이 되기 위해서는 네임이나 캠브리지오디오의 올인원 제품들이 전부였는데, 그 제품들의 가격이 200만원대 후반에서 300만원대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진화이다. 특히 기능만으로 보면 네트워크 오디오 시장의 게임체인저가 될 만한 잠재력을 지닌 셈이다.
먼저 윔 앰프의 외관 디자인을 보면 꽤 만족스럽다. 63 x 190 x 190mm의 컴팩트한 크기에 단순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느낌의 디자인과 마감 처리는 작은 크기긴 하지만 가격을 감안하면 동 가격대 이상의 만듦새를 느끼게 한다. 마감 처리가 매끄럽고 부드러우며 버튼이나 노브 같은 컨트롤들의 조작이나 동작 수준도 가격처럼 싸지 않다. 컬러는 실버 또는 어두운 스페이스 그레이의 2가지 색상을 선택할 수 있다. 작은 크기 덕분에 책상 위의 데스크탑 오디오용 DAC 이자 앰프로 쓰기에는 최적의 선택일 것이다.
제품 뒷면의 단자들은 앰프인 만큼 바인딩 포스트 타입의 스피커 출력 단자가 있고, 외부 입력으로 라인 레벨 입력, TV에 연결할 수 있는 HDMI ARC 단자 그리고 디지털 광 입력 등이 있다. 특이한 점은 서브우퍼 출력을 추가하여 스피커와 함께 우퍼를 추가한 2.1채널 재생이 가능하도록 만든 점이다. 네트워크 스트리밍을 위한 이더넷 연결을 기본 제공하지만 5GHz와 2.4GHz의 와이파이 연결도 가능하고 블루투스 오디오의 무선 연결도 가능하다.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최신 제품임에도 USB Audio 입력은 없기 때문에 컴퓨터의 직접적인 연결을 불가능하다. USB 포트가 있긴 하지만 이는 USB Audio를 위한 B 타입 단자가 아니라 A 타입으로, 외장 USB 하드나 USB 메모리 연결용 일 뿐이다. 물론 컴퓨터의 3.5mm 아날로그 출력을 RCA 입력에 연결해서 쓰면 컴퓨터 연결도 가능한데, 광 출력이 있는 컴퓨터라면 디지털 광 연결을 사용하면 좀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외에도 리모컨을 함께 제공하는 것도 장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저렴한 엔트리급임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좋은 만듦새와 재생, 일시 정지, 트랙 건너뛰기, 음소거, 볼륨 조절 등의 기능이 구현된 리모컨은 꼭 음악을 들을 때마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의 앱을 열어야 하는 불편함을 없애준다.
하드웨어보다 중요한 것은 윔 앰프의 소프트웨어이다. 앞서 소개했듯이 제작사인 링크플레이는 수 년 동안 야마하, LG 같은 회사의 네트워크 오디오들의 솔루션을 공급한 업체로, 이 분야의 네트워크 동작의 안정성과 크롬캐스트, 에어플레이 같은 스마트 기기의 OS과 호환되는 오디오 스트리밍 프로토콜들 뿐만 아니라 스트리밍 서비스의 프로토콜인 TIDAL CONNECT, SPOTIFY CONNECT 같은 서비스들 그리고 하이파이에서는 가장 중요한 ROON READY 기능을 모두 지원한다. 한 마디로 네트워크와 스트리밍에서는 안되는 것이 없다.
소프트웨어 설계의 재능이 빛나는 또 하나의 결과물은 앱이다. 이런 제품의 대다수가 자사의 앱 없이 서드파트 업체들의 컨트롤러 앱의 사용을 권장하는 경우가 많은데 링크플레이는 윔 전용 앱인 ‘윔 홈(Wiim Home)’을 제공하여 윔의 모든 제품들은 완벽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윔 홈의 앱 인터페이스는 쓰기가 쉽고 편리하며 UI 디자인도 나쁘지 않아서 시각적으로나 사용자 편의성에서 모두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물론 스포티파이나 타이달 같은 서비스 또는 크롬캐스트나 에어플레이를 쓴다면 딱히 윔 홈을 쓸 일이 많지는 않겠지만, 기기의 기본적인 동작이나 설정을 조정할 수 있는 기본 앱이 제대로 만들어져 있다는 점은 이 기기의 높은 안정성을 보장하는 증거이다.
앱의 또 하나의 특징은 타 제품들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힘든 EQ 기능이 제공된다는 점이다. 윔 홈 앱에는 미리 만들어진 24개의 EQ 프리셋이 제공되어 원하는 재생 음의 음악적 특성에 맞춰 EQ를 선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10 밴드 그래픽 EQ 및 4 밴드 파라메트릭 EQ가 제공되어 본인의 오디오와 공간 특성에 맞춰 음을 특성을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언급할 부분은 내장된 회로 부분이다. 앞서 발매된 윔 제품들은 모두 소스 기기였기 때문에 앰프없었지만 윔 앰프는 유일하게 앰프 내장 모델로, 8옴 기준 채널당 60W, 4옴 기준 120W의 출력을 낸다. 이 작은 체구에 이 정도 출력이 나올 수 있는 것은 TI에서 제작한 TPA3255 라는 Class D 앰프 칩이 탑재되었기 때문이다. 이미 저가의 중국제 고성능 앰프들에서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해 온 TPA3255는 본래 덴마크의 토카타 테크놀로지의 기술을 TI가 사들여 반도체로 만든 것이다. 오리지널 앰프 회로로도 여전히 제품이 만들어지고 있는데, 덴마크 링돌프 오디오의 앰프 회로가 바로 이 TPA3255의 원형이 되는 회로이다. 비슷한 파워 앰프가 탑재된 링돌프 오디오의 인티 앰프들이 400 만원대부터 시작하는 것을 감안하면 윔 앰프의 가성비는 상당하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스트리밍 모듈 뒤에 연결된 DAC 로는 ESS의 ES9018Q2M을 사용하여 윔 프로 플러스의 AKM DAC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물론 플레이어와 앰프라는 두 제품 자체의 기종이 다르기도 하지만, 음질적으로 볼 때 윔 프로 플러스보다 좀 더 나은 선택이 될 수 있는 설계일 수 있다. 다만, 본사의 스펙 비교표를 보면 윔 프로 플러스는 S/N비가 121dB 인데 반해 윔 앰프가 98dB 라서 많이 쳐지는 제품이 아니냐는 시각을 갖는 분도 있는데, 이는 소스 기기의 출력 레벨 측정 수준과 앰프의 출력 스펙 측정의 수준이 달라서 오는 차이로 보면 된다. 앰프의 최종 출력이 120dB에 달하는 경우는 정말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쉽게 나올 수 없는 수치이다.
사운드
기가 테스트에는 비슷한 가격대의 달리의 오베론1 스피커를 매칭하고, 네트워크를 통해 타이달, 애플뮤직, 멜론 등의 음원 재생과 HDMI ARC 단자를 윔 앰프와 연결한 TV 재생 시청을 이어서 진행했다.
미니사이즈 앰프와 5인치급의 북쉘프 스피커, 외형상으론 다소 단촐해보이는 소형 기기들의 조합이지만 의외로 여유있게 울려주는 윔 앰프의 힘이 꽤 인상적이다. 물론 본격적인 하이파이용 고급 앰프들에 비하면 부족한 부분들은 있지만, 불과 40만원대의 올인원 앰프가 들려주는 음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 매우 충실도 높은 사운드를 들려주었다.
Eiji Oue – Fanfare for the common man (Roon, Tidal)
타이달의 무손실 음원을 스트리밍으로 재생한 코플랜드의 ‘보통 사람을 위한 팡파레’ 같은 녹음에서 그란카사의 타격과 저음을 어느 정도 저음의 윤곽을 잘 살려 명료한 저음으로 들려줄 뿐만 아니라 저음의 양감도 적절히 배어나왔다.
클래식 녹음이 갖는 무대 위의 공간 표현도 인상적이다. 악기들의 좌우 펼침이나 중앙의 심도도 제대로 그려졌으며 음량에 따른 악기들의 음색 변화나 경질화 현상도 거의 없이 볼륨량에 따른 대응 능력도 안정적이었다. 다만 그란 카사의 타격음에서 다소 높음 음량으로 재생하거나 금관 악기의 총주에서는 다소 중앙으로 음이 쏠리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이 가격대의 앰프들이 갖는 물리적인 출력의 한계점이다.
Radka Toneff – The moon is a harsh mistress (Roon, Tidal)
반면에 음의 수가 적은 레드카 토네프 같은 재즈 보컬 녹음을 들어보면 보컬의 정위감은 정확히 정 가운데에 잘 잡혔을 뿐만 아니라 다소 얇고 밝게 느껴질 수 있는 보컬의 음색도 귀에 거친 입자가 지나친 밝기없기 깨끗하고 명료한 사운드를 내주었다. 오히려 뭉개지거나 번지는 일 없이 명징한 톤을 그려내는 점이 윔 앰프의 장점으로 느껴졌다.
6 Underground – Netflix (TV, HDMI ARC)
스트리밍 음원 대신 TV의 HDMI ARC로 소스를 바뀌 시청에 임했다. 넷플릭스의 영화 재생에서도 윔 앰프는 안정적인 재능을 펼쳐보인다. 영화 <6 언더그라운드>의 도입부 피렌체에서의 카 체이싱 부분에서는 각종 부대 효과음들이나 배경 음악들이 선명하고 또렷하게 구분되어 들릴 뿐만 아니라 각종 폭발적인 효과음들의 파편들이 묻히거나 뭉개짐없이 들리는 점이 인상적었다. 또한 대사의 명료도도 매우 높고 정 중앙의 대사 정위감도 정확히 구현되는 등 이 가격대 앰프 성능으로는 큰 점수를 줄 만하다.
Stellar Blade – PS5 (TV, HDMI ARC)
EQ를 ‘Game’으로 설정하고 PS5의 스텔라 블레이드를 플레이해 보았다. 영화와 마찬가지로 게임에서도 선명한 사운드와 더불어 특유의 임장감이나 효과음의 입체적인 느낌이 더욱 두드러진다. 유튜브의 뮤직비디오들을 봐도 마찬가지로 앞서 스트리밍 재생에서처럼 음악적인 사운드를 재현해 내는데에 큰 무리가 없다. 음원 자체는 유튜브보다는 확실히 스트리밍 음원 재생에서의 음질이 더 뛰어난데 이는 윔 앰프의 능력 때문이 아니라 녹음 소스의 음질 차이 때문이다.
다만 일부 음량이나 녹음에 따라 약간 거슬리는 경우도 없지는 않은데 이때는 윔 홈 앱에 있는 EQ를 적당히 활용하면 큰 도움이 된다. 물론 지나치게 EQ를 많이 조정하면 오히려 음이 깨지는 경우가 생길 수 있지만, 저역의 과잉이나 특정 저음의 부족이 느껴질 때 살짝 조정해주면 공간적 환경이나 윈 앰프와 스피커 사이의 부족한 연결 고리를 채워 넣어 훨씬 더 음악적인 사운드를 연출해 즐길 수 있다.
정리
새로 등장하는 윔 앰프는 ‘이 가격에?’, ‘이 크기에?’ 하는 놀라움에 대한 탄성을 터뜨리게 만드는 올라운드 올인원 스트리머 앰프이다. 지금까지 오디오 업계 없었던 완전 신생 업체의 신생 제품이지만, 수 년에 걸쳐 세계적인 업체들의 네트워크 스트리머 회로와 소프트웨어를 공급해 온 업체의 노하우가 만들어낸 탁월한 기술력과 가성비의 결정체이다. 스트리밍?, HDMI와 TV 사운드? 셋톱박스? 외부 기기 연결? 그 어떤 용도에 대해서도 손쉽게 대응할 뿐만 아니라 크롬캐스트와 에어플레이 그리고 블루투스 등의 모든 오디오 재생 프로토콜로 현존하는 오디오 소스들을 모두 소화해준다. 2년 전만 해도 이 정도 사양은 수 백 만원대에서나 가능한 것들을 1/4도 안되는 수준의 비용과 크기로 모든 것을 구현해낸 마술같은 제품이다.
물론 음질적인 절대 점수면에서 한계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 가격에서 이루어낸 결과물은 엄청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오디오와 음악 감상을 시작하기에 이보다 좋을 수는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