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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AR YOSHINO 509mk2 – Tube or not tube, That is not the Question!

    EAR YOSHINO 509mk2 – Tube or not tube, That is not the Question!

    사람이 갖고 있는 오감(五感)중 청각은 역설적으로 매우 세밀하면서도 정확하지 않은 감각이다. 후각과 미각은 좋고 나쁨이 확실하게 나타나서 맛이 쓰거나 상한 음식에 바로 반응하며, 받아들이기 힘든 냄새에 진저리를 치게 된다. 촉각은 뜨겁거나 차갑고, 날카로움을 느끼는 순간 바로 몸을 보호하기 위한 신경 물질이 뇌에서 분비된다. 시각은 시력이 온전하다면 흐리거나 또렷한 정도를 쉽게 구별하기 때문에 DVD, HD, Full HD, 4K UHD 등의 해상도 차이를 쉽게 구별할 수 있다.

    이에 반해, 청각의 생체 메커니즘은 매우 혼란스럽다. 동호인들이 많이 찾는 오디오 커뮤니티에는 FM 방송이 CD 음질보다 낫게 들린다는 경험담이 심심치 않게 올라오는데, 192kbps의 클래식 FM을 제외하고는 128kbps 이하의 음질을 송출하는 FM 방송이 1411kbps의 CD 음질 보다 낫다는 느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또한 기술의 눈부신 발전이 고스란히 반영된 최신의 오디오 기기를 마다하고 오래된 빈티지 기기가 만들어내는 소리에 빠져 있는 오디오파일들도 적지 않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기는지 합리적인 해석으로는 이유를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음악을 듣는 귀는 감각적인 주관성이 강해서 좋은 소리를 정하는 기준이 서로 같지 않기 때문일까? 듣는 즐거움을 쫓는 오디오파일들의 애착과 열성은, 이제는 산업계 전반에서 쓰임새가 없어진 기술 중 하나인 진공관 산업을 새롭게 재탄생시키고 유지해주는 버팀목이 되고 있다.


    EAR Yoshino 509MK2

    시대를 역행하는 진공관 오디오?

    에디슨의 전구가 발명된 지 10년이 되는 1904년, 플레밍에 의해 2극 진공관이 만들어지고 2년 뒤에 드 포리스트가 만든 3극 진공관은 전기 전자 산업을 본격적으로 여는 촉매였다. 진공관의 전성시대를 이야기할 때 1940년대 중반,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에 설치된 컴퓨터의 원조, 에니악(ENIAC)을 빼놓을 수 없다. 18,000여 개의 진공관이 투입되어 30톤에 달하는 무게로 150kw의 어마어마한 전력을 소모했다.

    3극, 5극 진공관은 통신, 방송 장비를 비롯하여 산업계 전반에 걸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부품이었고 극장용 음향기기를 만들었던 미국의 웨스턴 일렉트릭과 독일의 클랑필름의 기기들은 일반 가정 환경에 맞는 작은 제품으로 만들어져 홈 오디오 시대의 서막을 열었다. 진공관 오디오의 영광의 시대에 마란츠와 매킨토시의 오디오는 콘서트홀과 재즈 클럽을 집 안의 거실로 옮겨왔고, 언제라도 음악을 듣고 싶은 욕구를 충족시켜 주었다.

    그러나 첨단의 전기 전자 공학의 총아로 여겨졌던 진공관 오디오는 1940년대 후반에 반도체 소자로 만든 트랜지스터가 개발되면서 70년대를 전후로 서서히 주류에서 밀려나기 시작하였다. 진공관의 퇴조는 트랜지스터의 압도적인 효율성에 기인하였으며 산업계 전반에 걸쳐 빠른 속도로 사라져갔지만 하이파이 오디오에서는 이례적으로 진공관의 명맥이 유지되었다. 이러한 비합리적이라 할 수도 있는 선택이 하이파이 오디오의 세계에서는 전혀 이상하지 않다. 적지 않은 오디오파일들이 진공관 오디오의 소리를 좋아하기 때문에 오디오 제조사들은 니치 마켓 수준을 넘어서 꾸준히 새로운 제품을 선보이며 진공관의 매력을 펼쳐내고 있다.


    진공관 오디오의 명장, Timothy de Paravicini

    작년 도쿄오디오쇼에서 만난 팀 파라비치니
    작년 도쿄오디오쇼에서 만난 팀 파라비치니

    아날로그와 진공관의 앰프가 거론될 때 빠지지 않는 인물은 영국의 EAR Yoshino의 수장인 팀 드 파라비치니다. 이름에서 신분을 짐작게 하는 de가 붙는 파라비치니는 이탈리아 혈통의 남작(Baron) 작위를 가진 세습 귀족이다. 지질학자인 아버지가 탐사를 위해 아프리카의 나이지리아에 머무르던 시기에 태어나 7살에 교육을 위해 영국으로 귀국하였고, 어릴 적부터 취미로 라디오의 조립에 몰두한 아마추어 오디오파일은 자연스럽게 전자 공학 전공으로 이어졌다.

    공부를 마치고 약관의 나이에 태어났던 아프리카로 되돌아가 남아공의 요하네스버그에 정착하여 하이파이와 PA 시스템 사업을 벌이며 현지 오디오 업계에 발을 들여놓게 된다. 파라비치니의 뛰어난 재능은 노후화된 릴 테이프 레코더를 전원 장치부터 레코딩 헤드까지, 전체 회로를 재구성하여 수리의 범주를 넘어 성능을 기기를 개발하는 수준의 업그레이드 서비스 기술을 선보였기에 스튜디오 관계자들이 그를 찾기 시작했고, 직접 트랜스포머를 제작하는 작은 회사를 차려 오디오 제조사들에 납품을 하는 사업을 운영하면서 현지 오디오 딜러들과 교류를 만들며 오디오 회사들 사이에서 유명세를 얻기 시작했다.

    특히, 남아공의 럭스만 딜러와 파라비치니의 관계는 특히 긴밀하여, 제품의 수입과 유통에 유효 적절한 컨설팅을 제공하였다. 본격적으로 하이파이 세계에서 파라비치니의 빛나는 경력이 시작된 계기는 요하네스버그를 방문한 일본 럭스만 사장과 영업 이사와의 만남이었다.

    이 자리에서 파라비치니의 오디오에 대한 아이디어를 높게 평가한 럭스만 사장은 일본 본사로 스카우트 의사를 밝혔고 파라비치니는 오사카에 본거지를 둔 럭스만 본사에 입사하여 모범적이지만 창의성이 부족했던 일본 제품들의 설계의 기본 틀을 바꾸었다. 1925년에 설립된 럭스만은 전통의 음향 기기 전문 업체지만 하이파이 시장에서 자사의 명성을 빛낸 모델이 딱히 없었다. 파라비치니가 입사할 당시, 럭스만은 일본 내수 시장에 “Lux Kit”으로 불린 진공관 DIY 키트를 판매하여 자작 오디오파일의 취향에 대응하는 영업을 하고 있었다.

    파라비치니의 눈에는 잠재성도 없는 진부한 사업이라 판단하고 새로운 제품 개발을 이끌었다. 럭스만에서 일군 파라비치니의 대표작은 MB-3045 모노 블록 파워 앰프를 시작으로, C1000 프리앰프, M6000 파워 앰프는 럭스만이 하이엔드 오디오 시장에 진입하는 첨병 같은 역할을 하였다. 4년 여의 럭스만 수석 앰프 디자이너의 자리를 뒤로하고 파라비치니는 다시 영국으로 돌아와 자신의 회사인 EAR (Esoteric Audio Research) Yoshino를 설립하였고, 첫 번째 작품으로 내놓은 것이 EAR 509 진공관 모노블럭 파워 앰프였다.


    EAR Yoshino 509MK2

    EAR YOSHINO의 처녀작이자 대표작, EAR 509

    EAR 509는 파라비치니의 자기 정체성을 뚜렷하게 보여주는 EAR의 처녀작이자 대표작이다. 1976년 EAR이 설립된 해에 발표된 509 파워 앰프는 마치 고생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완벽한 적응으로 종을 유지하여 살아있는 화석으로 불리는 상어처럼, 부침이 심한 하이파이 생태계에서 무려 40여 년이 훌쩍 넘도록 원형이 거의 바뀌지 않고 그대로 살아남아 전설을 만들어가는 오디오 기기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은 EAR 509의 기기 완성도가 완벽에 가깝다는 것을 의미하며, 시류에 흔들리지 않고 음악을 음악답게 들리도록 정직한 소리를 만들어 낸 기기라는 것이다.

    현행 509는 2001년, 제품 생산 25주년의 애니버서리 모델부터 전면 패널의 로고를 Esoteric Audio Research의 이니셜인 EAR과 de Paravicini의 dp 그리고 Yoshino의 S를 조합하여 각인하고 트랜스포머와 커패시터에 크롬 도금 커버를 씌우는 등의 일부 개정 후 509mk2라는 개정판으로 업그레이드 되었다.

    EAR Yoshino 509MK2

    EAR 509mk2는 모노블록 파워 앰프로 A4 용지보다 조금 더 큰 (L 300mm, W 254mm, H 150mm) 컴팩트한 크기와 15kg의 무게임에도 거침없는 100W 출력을 만들어내며, 무엇보다 ‘진공관스러운 소리’를 내지 않아 진공관이라는 선입견으로 듣게 되면 조금 당황스러울 수도 있다. 아마도 아무런 언질 없이 블라인드 테스트를 하면 진공관인지, 반도체 앰프인지 알아채지 못할 것이다. 파라비치니는 ‘음향 기기는 자기 색깔이 만들지 않아야 하며, 입력된 소리가 그대로 출력되어야 한다’는 자신의 설계 철학을 오디오 저널과의 인터뷰를 통해 밝힌 바 있다.

    럭스만 재직 당시, 일본인들의 트라이오드(3극관)에 대한 무조건적인 편애를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으며, 진공관스럽다는 따듯한 소리는 사실은 끝이 잘려나간 듯한 형편없는 고음역대, 좋지않은 트랜스포머의 음질 열화 그리고 임피던스가 높은 출력으로 인한 부하로 발생된 왜곡의 결과물이라고 단언한다. 결함을 걸러내지 못한 진공관 앰프 회로는 부풀려진 베이스로 인해 불안정한 저음이 마치 따듯한 온도감처럼 받아들여진 것이라고 한다.

    파라비치니는 설계에서 튜브냐 튜브가 아니냐는 전혀 문제가 아니며, 트랜지스터로도 회로를 구성하는 데 아무런 장애가 없다고 주장한다. 오디오 설계에 있어서 트랜지스터는 속도, 과부하 능력 그리고 열에 견디는 내구성에서 진공관에 비해 장점보다는 단점이 많다고 단언한다.

    파라비치니가 럭스만을 거쳐 여러 제조사들의 컨설팅을 통해 쌓은 제조 노하우의 핵심이 응집된 509mk2 파워 앰프는 불필요한 군더더기를 모두 쳐내고 심플한 구성으로 설계되었다.

    EAR Yoshino 509MK2

    초단에는 2개의 12AX7(ECC83) 트윈 트라이오드 튜브를 배치하여 음악 신호의 위상 분리와 푸시풀(push-pull) 증폭을 하고, 드라이브 관으로는 1개의 6AQ8(ECC85) 트윈 트라이오드를, 출력관은 기기의 이름으로도 사용하는 PL509(EL519) 빔 펜토드 2개로 구성했다. PL509는 이제는 사라져버린 TV 브라운관에 사용되었던 전자빔 편향을 제어하는 진공관으로, 관성의 영향을 받지 않고 빛의 속도로 움직이는 전자의 흐름을 만들어내는 특성을 갖고 있다.

    파라비치니가 오디오 증폭 소자로 PL509를 선택한 이유는 트랜지스터 보다 음성 신호의 빠른 속도를 구현하는 최적의 소자로, 과거 TV 산업의 주요한 부품이었기 때문에 여전히 구하기 쉽고 내구성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증폭의 선형성이 매우 좋은 특성을 가진 진공관이기 때문이다. 최종 증폭은 밸런스드 브리지 모드 구성으로 출력 트랜스포머를 거쳐 스피커를 구동하는 교류 전류로 출력된다.

    진공관 오디오에서 진공관의 선택만큼이나 음질을 좌우하는 부품이 트랜스포머이기 때문에 EAR은 고품질 트랜스포머를 영국 동부, 케임브리지셔에 위치한 EAR의 공장에서 직접 생산하며, 모든 라인업에 사용되는 트랜스포머들을 10년 이상 숙련된 직원들의 수작업으로 생산하여 기기의 완성도와 품질을 유지하고 있다.

    상당수의 진공관 앰프를 만드는 제조사들의 이력을 쫓다 보면 트랜스포머를 만들다가 오디오 제조로 영역을 확장한 브랜드가 있다는 점은 진공관 오디오에서 트랜스포머가 차지하는 비중이 작지 않다는 것을 반증한다. 일찍이 요하네스버그 시절부터 트랜스포머를 만들었던 파라비치니의 경험을 통해 진공관 오디오에서 연상되는 ‘따듯함’이란 것이 미흡한 설계와 품질이 떨어지는 트랜스포머와 구성 부품에서 생기는 일종의 결함으로 파악한 바 있다.

    EAR Yoshino 509MK2

    이 외에도 부가적인 사용자 편의를 위해 앰프 뒷면에 게인 컨트롤 노브를 제공하며, 진공관과 커패시터의 사이에 2개의 LED를 배치하여 진공관의 갱년 변화에 따라 바이어스 캘리브레이션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진공관을 교체했거나, 노화로 인한 열화 때문에 2개의 LED 밝기가 같지 않을 경우 드라이버로 가변 저항 트림 포트를 돌려 불빛이 같아지도록 조정하면 진공관에 맞는 최적의 바이어스 상태를 맞출 수 있다.


    사운드 퀄리티

    충분한 청음을 통해 번인 시간을 일주일 정도 거친 뒤, 509mk2의 음질이 안정화됨을 느낄 수 있을 때부터 평가를 위한 집중적인 청음을 시도하였다. 시청에는 플레이백 디자인스의 MPT-8, MPD-8를 소스 기기이자 프리앰프로 사용하고, MPT-8의 내장 SSD에 저장된 음원을 ST 광케이블로 인터커넥션 된 PL 링크를 통해 재생하였고 MPD-8과 509mk2와는 CH Precision의 밸런스드 링크 XLR 인터 케이블로 연결하였다. 스피커는 매지코 S3로 509mk2의 4Ω 단자에 카다스 클리어 리플렉션 스피커 케이블을 매칭하였고, 전원 장치는 션야타의 하이드라 탤로스에서 JPS 디지털, XLO 레퍼런스 3, 와이어월드 엘렉트라로 각각의 기기에 연결하였다.

    기존에 사용 중인 오디오넷의 AMP I V2 파워 앰프와 비교하면 첫인상은 반도체 앰프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팀 파라비치니에 대해 알고 있던 대로 509mk2가 진공관 앰프의 전형적인 클리셰를 갖지 않을 것라 생각하고 있었지만 댐핑 팩터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오디오넷의 앰프와 비교했을 때, 스피커 구동 능력에서도 차이가 전혀 없었다. 오히려 기기 가격과 스테레오 앰프와 모노 앰프의 레벨에 따른 한 차원 높은 수준의 음질을 확인할 수 있었고 정상급 트랜지스터 앰프가 만들어내는 광대역의 소리를 실감할 수 있다. 또한 간혹 고출력 트랜지스터 앰프에서 나는 트랜스 험이나 진공관 앰프에서 나는 고음역의 히스 노이즈같이 잡음은 스피커나 앰프 가까이 다가서도 하나도 들을 수 없는 정숙함을 보여주었다. 현대적인 트랜지스터 앰프들의 장점인 쿨 앤드 클리어의 서늘한 성향은 아니지만, 음의 시작과 끝은 대단히 스피디하게 뻗어나가는 소리를 들려주었으며 여기에 경쾌한 펀치력이 실려 있으며 좌, 우로 펼쳐지는 스테이지의 폭과 깊이도 기대 이상이다.

    Uriah Heep – Easy Living (Demons and Wizards, 1972)

    파라비치니는 브리티시 록의 영광의 시대에 청소년기를 보내면서 록 밴드의 멤버가 되기 위해 드럼을 배울 정도로 하드록에 심취했고, 오디오 제작자가 되었을 때 록을 즐기던 성향이 기기에 반영이 되었으리라 생각된다. 파라비치니를 사로잡았던 밴드인 Uriah Heep의 1972년작 Easy Living은 키보디스트인 켄 헨슬리의 파워풀한 해먼드 오르간의 스피드를 즐길 수 있는 곡이다.

    강하게 디스토션이 걸린 믹 박스의 기타와 육중한 베이스 리듬을 이끄는 해먼드 오르간은 뒤를 돌아볼 새 없이 풀 엑셀레이션의 기관차처럼 힘이 실린 빠른 속도로 질주하는 느낌이다. 무대 우측에서 켄 헨슬리의 해먼드 오르간이 으르렁거릴 때, 좌측에서는 믹 박스의 기타는 거친 스트로크로 일그러지고, 가운데에 선 데이비드 바이런의 오페라틱한 창법이 터져 나오는 뒤에서는 게리 테인의 베이스와 리 커스레이크의 드럼이 빠르고 육중한 비트를 토해내는 라이브 공연이 펼쳐진다.

    하드 록이나 헤비메탈 넘버가 오디오쇼나 기기의 론칭쇼에서 거의 선곡되지 않는 것을 보면 하이파이 오디오의 세계와는 친하지 않은 서브컬처에 가까운 장르라 할 수 있다. 이런 편견을 잠시 뒤로하고 들어본 Easy Living은 Uriah Heep의 다섯 명의 멤버가 자기 파트의 소리를 내는 무대를 핀 포인트처럼 그려내며, 그루브 한 하드 록의 리듬 위로 여러 겹의 스펙트럼처럼 펼쳐지는 해먼드 오르간의 파워풀한 스피드를 표현하는 능력은 엔트리 레벨의 오디오로는 범접하기 어려운 음향의 에너지를 뿜어내고 있다.

    Arnold Shoenberg – String Sextet “Verklärte Nacht”, Op.4 (Ensemble InterComtemporain)

    리하르트 데멜의 시에 영감을 얻은 쇤베르크는 정화된 밤에서 현에서 기대하는 따듯한 소리가 아닌 서늘하고 으스스하며 쓸쓸한 소리를 만들어냈다. 싸늘한 밤공기가 내려앉은 헐벗고 추운 숲길을 걷는 두 남녀 사이에 어색한 정적이 감도는 분위기를 두 대의 바이올린, 2대의 비올라, 두 대의 첼로가 그려낸다. 두 사람 사이의 무거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첼로 소리가 두터운 레이어로 펼쳐지고, 여인의 떨리는 목소리로 전하는 후회와 고백은 불안정한 바이올린의 음률로 표현되며, 남자의 이해와 관용은 비올라의 차분한 프레이즈로 전개된다.

    고음, 중음, 저음을 맡은 6명의 현악 연주자들의 콤비네이션이 만들어내는 무대가 넓게 펼쳐지며 각 음역 간의 경계가 이음매 없이 매끄럽게 이어지는 느낌은, 단지 소리만 들려주는 음향 기기로는 표현이 어려운 음악성을 확인할 수 있다. 파리비치니가 생각하는 자기 소리를 내는 오디오라는 것이 실제의 소리에 불필요한 향신료를 섞어 원본의 느낌을 훼손하는 것이라면, 509mk2의 소리는 어찌 보면 심심할 듯하지만 가상의 무대를 그려내고 연주자들이 만들어내는 소리를 가감 없이 들려주는 능력은 하이파이 사운드로는 수준급에 도달해 있다.

    브루크너 Symphony No.8 in C minor, 1악장 (Wien Philharmoniker, Karajan)

    카라얀의 브루크너 교향곡 8번은 마에스트로 카라얀의 마지막 백조의 노래였다. 최고의 오케스트라와 지휘자의 하모니는 우주적인 광활한 스케일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브레이크를 풀어 버린 금관 의 음향은 폭주하는 기관차처럼 거칠 것 없는 질주를 느낄 수 있다. 1악장을 마무리하는 재현부의 코다는 모든 현악기 군의 쉴 새 없는 트레몰로 위로 팀파니의 강력한 롤과 함께 모든 금관 주자들의 취주가 최고조에 이른다.

    509mk2는 일반적으로 진공관 오디오가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선입견과는 거리감이 있는 소리를 만들어낸다. 중고역대의 현악기의 찰현음이 감미롭게 들린다던가, 여성 보컬 소리가 매혹적이라든가 하는 이미지와는 상당히 다르다. 소리의 끝이 몽글몽글 둥글게 느껴지기보다는 소리의 끝에 속도감이 살아있고, 중저음에 힘이 실리는 느낌으로 잘 만들어진, 좋은 의미의 현대적 하이엔드 반도체 앰프의 소리를 연상케 한다. 앞서 언급한 대로 스테이지의 폭과 깊이가 상당히 입체적으로 펼쳐져 3차원의 공간을 채우는 음향의 에너지가 살아있다. 강력한 오케스트레이션의 음향을 재생하면서 각 악기 군의 음색을 놓치지 않고 표현하여 서로의 소리가 간섭되지 않고 명확하게 구분됨을 느낄 수 있다.

    EAR Yoshino 509MK2 진공관 모노 파워앰프

    하이엔드의 영역에 도달한 509mk2

    아날로그 사운드를 온몸으로 기억하는 파라비치니에게 진공관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닌, 원래의 소리를 그대로 재생하기 위한 최선의 수단이다. 파라비치니가 만든 앰프들을 보면 뮤지컬 피델리티 A1이나 알케미스트의 Porseti Pre, Power 앰프 등의 트랜지스터 앰프들이 떠오르는 데, 이들 처럼 그의 앰프들이 반드시 진공관으로만 설계되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자신이 세운 EAR의 제품들은 EAR 324 포노 스테이지를 제외하고 모든 앰프의 라인업은 기기의 목적에 적합한 진공관을 선택하여 각기 특색있는 진공관 앰프로 설계해왔다. 하이파이 영역에서 TV 브라운관에 사용되었던 생소한 PL509 진공관을 사용한 독창적인 토폴로지를 통해 완성한 509mk2 모노 파워 앰프는 파라비치니의 오디오에 대한 철학이 관철된 EAR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대표작으로 40여 년의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시대의 걸작이 되었다. EAR 509mk는 잘 만들어진 오디오는 진공관인지 트랜지스터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제대로 만드는 것이 알파와 오메가임을 증명하고 있다.


    제품사양

    ValvesTwo PL509 (EL519)
    Two ECC83 (12AX7)
    One ECC85 (6AQ8)
    ConnectivityOne Line Input (RCA) or Balanced Input (XLR)*
    *Additional option
    PerformanceFrequency response: 3Hz-30Khz +0 -1dB Signal-to-nosie ratio: 96dB Distortion (I.M.D.): <0.2% Harmonic Distortion: -3dB <0.5% 12Hz-60Kz Input Sensitvity (unbalanced): 1.2V Input Impedance (unbalanced): 25KΩ Output Damping Factor: 20
    OutputPower output (20-20KHz): 100W into 4 & 8Ω
    Dimensions & WeightWeight: 15.3kg (34lb)
    Length: 300mm (12”)
    Width: 254mm (10”)
    Height: 150mm (6”)
    PowerPower Consumption: 180 watts
    240 volt / 110 Volt / 100 Volt
    (depending on model)
    수입원(주)다미노   www.damino.co.kr   02-719-5757
  • EAR YOSHINO ACUTE CLASSIC – 팀 파라비치니의 아날로그, 진공관 그리고 디지털의 융합 시스템

    EAR YOSHINO ACUTE CLASSIC – 팀 파라비치니의 아날로그, 진공관 그리고 디지털의 융합 시스템

    개조를 통한 고성능의 오픈 릴 덱, MOFI의 커팅 헤드, 스튜디오용 진공관 믹서, 고성능 출력 트랜스포머. 아날로그의 훌륭함을 주장하는 EAR의 팀 파라비치니가 주장하는 아날로그 우월성의 증거이자 EAR의 탁월한 아날로그 회로 설계 기술의 결과물이다. 심지어 아날로그의 우수함은 FM 방송의 퀄리티를 디지털로 구현하려면 MHz 단위의 초고해상도 샘플링이 아니고서는 절대 따라올 수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 파라비치니이다. 그런 EAR에서도 CD가 등장한 지 20년이 지난 뒤 CD 플레이어를 내놓게 되었다. LP 제작용 커팅 헤드의 최고봉을 자랑하는 EAR의 파라비치니가 만든 2004년 등장한 Acute CD 플레이어는 EAR 최초의 CD 플레이어로 전통적인 아날로그의 고집쟁이가 만들어낸 디지털 플레이어라는 묘한 배신감과 아이러니함이 담긴 디지털 소스 기기였다.

    EAR사의 아이덴티티는 지난 5월 뮌헨 오디오쇼에서도 잘 묻어나 있었다.

    Acute CD 플레이어의 가장 큰 특징은 파라비치니 답게 디지털 회로보다는 아날로그 회로의 철저한 EAR화에 있었다. 애초 Acute CD 플레이어는 같은 영국의 아캄(Arcam)에서 내놓은 FMJ CD 플레이어를 가져다가 디지털 회로(트랜스포트와 디지털 필터)를 그대로 사용하되, DAC 이후의 아날로그 회로를 EAR 스러운 진공관 회로로 만든, 다분히 아날로그와 진공관스러운 특징을 갖는 CD 플레이어로 탄생되었다. 흔히 최신의 디지털 기기들이 내세우는 업샘플링, 오버샘플링, 디지털 필터, 멀티비트, DSD 같은 단어들은 이 제품의 핵심 사항이 아니었다. 울프슨의 DAC로 완성된 디지털 회로는 DAC칩의 출력 신호의 전류부터 최종 출력 단자의 전압 신호까지는 기존 CD 플레이어들과는 완전히 다른 진공관 회로로 완성되었다. 당연히 EAR의 진공관 프리앰프/컨트롤 앰프의 기본 회로를 기반으로 설계된 아날로그 출력 버퍼는 CD라는 디지털 소스를 아날로그적 온기와 색감으로 재해석해냈고, 빠르게 EAR의 소스 기기로 자리잡게 되었다.

    DAC 기능이 더해진 CD 플레이어, Acute 3

    EAR ACUTE 3

    이후 EAR은 디지털 기기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고 꾸준히 제품 개발을 연구하게 된다. 이후 2012년에 이르러 Acute의 개정판인 ‘Acute 3’를 내놓게 된다. 새로운 Acute 3는 전작과 달리 순수 CD 플레이어에서 디지털 입력이 장착된 CD 플레이어겸 DAC로 만들어졌다. 트랜스포트와 DAC 칩은 그대로지만, 디지털 부분은 96kHz/24bit 재생이던 Acute에 비해 192kHz/24bit로 업샘플링 처리가 개선되었다. 하지만, 이 보다 더 중요한 이 기기의 핵심은 광, 동축 그리고 USB의 디지털 입력이 제공되고, DAC 이후의 회로에 개선을 가하여 프리앰프 처럼 볼륨 컨트롤을 통한 디지털 미디어 허브적인 기능을 탑재한 점이다. 당시 컴퓨터를 이용한 음원 재생이 한창 하이파이 시장에 적극적으로 도입이 되던 시기였기에, 이에 맞춰 디지털 음원 재생 기능을 CD 플레이어에 내장시킨 모델이 Acute 3 였다.

    EAR ACUTE 4

    SACD와 플래그십 프리앰프가 더해진 분리형 시스템, Acute 4

    그 뒤, 2014년에는 EAR의 플래그십 디지털 소스 기기로 Acute의 분리형 모델인 Acute 4 트랜스포트와 Acute 4 DAC가 등장했다. 기존 모델이 CD 플레이어였던 것과 달리 SACD 재생 시스템으로 완성된 Acute 4는 자체 방식의 EAR Acute 링크를 통해 트랜스포트와 DAC를 연결하여 SACD의 DSD 재생을 구현했다. 뿐만 아니라 DAC 회로에는 1개의 울프슨 DAC 칩을 쓰던 Acute 3와 달리, 2개의 DAC 칩을 사용하고 브릿지 밸런스드 모드 구성으로 풀밸런스드 방식의 회로 설계를 구현했다. 물론 아날로그 출력 회로는 풀 진공관 방식을 유지했는데 2개의 관을 쓰던 것에서 4개의 관으로 늘어났고, EAR의 전매 특허인 출력 트랜스포머도 이에 맞추어 새로 제작되었다. 회로 내부 설계의 개선 뿐만 아니라 이 기기의 특징 중 하나는 광, 동축 같은 디지털 입력에 USB 입력이 제공되었는데 DSD 재생 기능이 새롭게 추가되어 PC를 Acute 4 시스템에 연결할 때 DoP 방식으로 DSD 재생이 가능해졌다.

    무엇보다도 Acute 4가 특별한 부분 중 하나는 진공관으로 설계된 아날로그 출력 회로의 기본 토폴로지가 EAR 912 프리앰프 회로를 사용하였다는 점이다. 4개의 PCC88 진공관으로 설계된 Acute 4 DAC는 고순도 하이엔드 디지털 소스 기기이자 912 프리앰프의 주니어 모델로 완성되었다.

    EAR YOSHINO ACUTE CLASSIC

    플래그십 DAC와 프리앰프를 일체형으로, Acute Classic

    2016년에 등장한 EAR의 핵심 디지털 소스 기기인 Acute Classic은 지난 10여년 동안 쌓아온 EAR의 디지털 소스 기기에 대한 모든 것을 하나로 응축시킨, 실질적인 소스 기기이자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회로 기술이 집결된 모델이다. 파라비치니는 새로운 Acute를 위해, 이미 사용되었던 기술들을 염두에 두었지만, 모든 것을 백지 상태에서 재설계에 들어갔다. 단순히 플래그십의 다운사이징을 하기에는 단품의 기기 내부 공간이나 회로 구성이 하나로 일체화하기에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흐른 시간 만큼 각종 부품에 대한 공급 여부와 새로운 설계의 개선등이 필요했기 때문에 전면적인 신설계를 단행하게 된 것이다.

    단일 CD 플레이어로서는 Acute 3 이후 4년여 만의 새로운 설계 그리고 공급 가능한 CD 트랜스포트의 상황으로 인해 트랜스포트를 새로운 메커니즘으로 전면적으로 교체하고, 이와 관련된 디지털 컨트롤 회로가 바뀌었다. 덕분에 기기의 디스플레이도 새로운 방식으로 완전히 교체되었다. 굳이 이전 제품들과의 연관성을 갖는 부분이라면 DAC 칩으로, Acute Classic은 이전 Acute 모델들처럼 울프슨의 WM8741을 사용했다. 하지만, 그 외의 나머지 부분들은 모두 바뀌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트랜스포머들과 진공관이다.

    새 Acute Classic은 Acute 4 DAC가 사용한 PCC88 대신 ECC88로 바뀌었고, Acute 4의 4개 진공관 방식의 설계 대신 2개의 진공관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회로 설계는 EAR 912에서 가져온 아날로그 프리앰프 회로를 차용한 만큼 여전히 모든 처리 과정은 트랜스포머 위주의 신호 처리로 완성되었다. DAC의 출력 전류 신호를 전압 신호로 바꾸는데에 소신호 트랜스포머를 사용하여 전압 신호를 만들어내고, 뒤에 볼륨 컨트롤과 진공관 출력 회로 그리고 다시 프리앰프용 출력 트랜스포머를 브릿지 밸런스드 모드 회로로 구성하여 밸런스드 출력과 언밸런스드 출력을 뽑아내는 구조를 취했다. 이러한 ECC88 듀얼 3극관과 직접 설계 제작한 트랜스포머들을 사용한 설계는 굉장히 뛰어난 S/N비를 구현하게 되었다.

    또한 가장 전통적인 방식의 볼륨 부품인 아날로그 포텐셔미터를 사용한 볼륨 노브는 디지털 볼륨 IC들에 비해 디지털 원본 데이터에 변형을 가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흔히 사용하는 디지털 볼륨 IC들과는 완전히 다르다. DSP와 디지털 방식의 볼륨의 경우, 음량을 줄이기 위해 볼륨을 낮추면 16비트 이하로 데이터가 줄어들게 되어 오리지널 음원 데이터의 비트가 삭제되는 경우가 생긴다. 하지만 아날로그 볼륨을 사용하면 이런 비트 결락 작업이 생길 일이 없다.

    다양한 디지털 소스 재생을 위한 미디어 허브

    뒷면을 보면 아날로그 출력으로 밸런스드 XLR과 언밸런스드 RCA가 있으며, 동축, 광, USB 2.0 오디오 입력을 갖추고 있다. 외부의 각종 디지털 소스들을 연결할 수 있으며 컴퓨터 또한 연결 가능하다. 전면의 소스 버튼을 누르면 입력이 토글식으로 순환 선택이 가능해진다. 볼륨 컨트롤 기능이 제공되므로 디지털 프리앰프로 사용할 수 있다. 크롬 노브로 장착된 전면의 볼륨은 앞서 설명했듯이 순수한 아날로그 볼륨으로, Acute Classic을 파워 앰프에 직결하거나 액티브 스피커에 직결하여 사용할 수 있다. 별도의 아날로그 소스 없이 디지털 소스들만 사용한다면 Acute Classic이 모든 미디어를 받아 들려주는 미디어 허브이자 프리앰프 컨트롤러가 되는 셈이다.

    구조와 만듦새는 매우 훌륭하며, 무게는 스펙상 8kg 인데 실제로 들어보면 나름 육중한 무게감을 자랑한다. 진공관 설계와 이에 따른 트랜스포머의 내장 덕분일 것이다. 블랙 코팅된 무게감있는 섀시와 달리 전면 패널은 EAR의 전매 특허인 두꺼운 알루미늄 위에 화려한 광택의 유광 크롬 도장 마감으로 EAR 스러운 번들거리는 크롬 메탈의 멋스러움을 보여준다.

    EAR YOSHINO Acute Classic

    사운드 퀄리티

    테스트에는 EAR의 V12 인티 앰프를 준비하고, 스피커는 ATC의 SCM100 PSLT를 사용했다. 소스는 CD와 동축 입력을 통해 Tidal 스트리밍 음원을 번갈아 청취했다.

    EAR YOSHINO Acute Classic

    일전에 EAR의 V12 리뷰에서도 언급했지만, EAR의 진공관 기기들은 빈티지적인 개념의 진공관 사운드와는 거리가 멀다. 소위 달콤하고 소리의 끝을 둥글게 말아서 듣기 편안한 자연스러움을 들려주거나 중역의 높은 온도감으로 따뜻한 온기로 음악을 전하거나 하는 사운드와는 전혀 가깝지 않다. 오히려 하이스피드의 투명도와 선명도로 쿨앤클리어에 가까운 쾌청한, 그러면서도 자극감이나 소리 끝의 엣지를 강조하기 보다 예리하면서도 매끈하게 끝이 뻗어나가는 자연스러운 사운드를 구사한다. Acute Classic 또한 마찬가지다. 모호함이나 답답함 또는 텁텁함이 없다. 평면적인 사운드와는 거리가 멀다.

    전체 녹음의 입체적인 무대 재생 능력이 우수하고, 중역의 선명하고 또렷함 그리고 고역의 디테일들은 자극적이지 않은 세련된 입자감으로 예리함을 적절하게 유지한다. 투명하고 맑은 음색의 선명도를 자랑하며, 전반적인 대역 특성은 청감적으로 플랫함을 제공한다. 덕분에 중역이 두껍거나 온도감이 필요 이상으로 높거나 하는 일이 없다. 아주 적절한 온도감으로 차갑거나 두껍고 따뜻하거나 하는 일 없이 중용적인 밸런스에서 크게 벗어나는 법이 없다. 굳이 구분짓자면 가운데에서 약간 어둡고 약간 차가운 쪽에 반에 반 발자국 옮겨진 정도이다. 저역도 단단하고 야무지다. 충분한 펀치감의 저역 깊이감과 조여진 저역의 다이내믹한 그리고 스피디한 특성으로 강건하며 단단하고 탄력이 베어있는 힘차고 팽팽한 저음을 들려준다. 양감이 풍부하거나 부풀어진 저음으로 전체적인 사운드의 두께감이나 온기를 높이는 일이 없다. 덕분에 현대적인 하이스피드의 투명하고 깨끗하며 군더더기 없는 사운드를 들려주는데, 특히 고해상도 음원 재생에는 더 할 나위없는 장점을 발휘한다.

    코플랜드의 ‘보통 사람을 위한 팡파레’에서는 투명하고 입체적으로 콘서트홀의 무대를 잘 그려내며 관악기의 뻗침과 울림에 선명하고 진한 광채가 잘 살아있다. 저음은 타이트하고 깊으며 흔들림없는 단정한 그리고 빠르고 정확한 팀파니를 들려준다. 저음의 깊이와 정확성이 좋은 편이지만, 저음의 양감은 많지 않다. 오히려 단단하고 경쾌한 저음으로 군더더기 없는 깨끗한 저음 그리고 투명한 공간 재생을 보여준다. 덕분에 팀파니의 타격의 배음이나 울림, 잔향들이 제대로 살아난다.

    다이내믹한 저역의 특성은 마커스 밀러의 ‘Trip Trap’에서도 마찬가지다. 드럼이나 키보드 와 뒤섞이지 않고 제 자리는 선명하게 지키는 베이스는 탁월한 리듬감과 깨끗함이 더해진 다이내믹 사운드로 힘차게 연주된다. ATC의 모니터적인 사운드 덕분인지, 매우 선명도가 높고 절대 어둡거나 부드럽게 늘어지는 법없이 약간의 밝기와 선명도로 주인공인 베이스 기타가 음악의 중심에서 벗어나는 일이 없다. 또한 부풀어진 양감이나 둔중함이 없고 끝이 빠르고 정확히 단속되어 매우 청량감 높고 진하고 선명한 베이스를 즐길 수 있었다.

    깨끗하고 투명한 사운드 그리고 높은 정보량이 주는 밀도감과 진한 색감은 ECM의 녹음들 같은 투명하고 입체적이며 적절한 잔향감이 담겨있는 녹음에서는 아주 좋은 궁합을 들려준다. 도미닉 밀러의 <Absinthe> 중 ‘Mixed Blessing’을 들어보면 기타의 사운드는 매우 투명하고 낭랑하며 적절한 찰기와 울림으로 ECM 녹음이 지닌 장점들을 제대로 들려준다. 여기에 반도네온의 사운드는 매우 선명하고 진한 톤으로 녹음의 한 축을 이루며 기타와 좋은 대조와 협업을 이루며, 베이스와 드럼도 전혀 엉기거나 둔탁함없이 입체적인 녹음 분위기에 보조적 악기로서 자리를 유지한다. 그러면서도 딱딱해지거나 고역의 앙칼진 자극적 엣지 같은 단점이 될 만한 잔상들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매끄러우면서 자연스럽게 고역의 디테일을 잘 갈아 넣은, 하이스피드에 충실한 군더더기 없는 깔끔함을 선사한다.

    이러한 선명도와 투명함, 자극성이 높지 않은 고역의 세련미 등은 보컬 재생에서도 좋은 결과를 보여준다. 커트 엘링의 ‘Endless Lawns’를 들어보면 당김음으로 길게 끌어당기는 보컬의 목구멍 깊숙이 내려가는 울림이 부드러우면서도 약간의 실버틱한 톤으로 울림을 잘 살려주는데, 인위적인 딱딱한 입자나 건조한 톤이 하나도 없다. 여기에 고즈넉하게 울리는 섹소폰 연주도 어쿠스틱한 톤과 울림으로 듣기 편안한 관악기의 자연스러운 소리로 기분좋은 음으로 펼쳐진다. 분명 빈티지적인 진공관 사운드와는 거리가 멀지만, 깨끗하고 투명하며 선명하게 만든 중역의 순도 높은 사운드가 현대적이면서도 듣기 편안함으로 또 다른 의미의 진공관적인 자연스러운 사운드를 선사한다.

    커트 엘링이 현대적인 사운드의 녹음이라면, 엘라와 루이스 같은 50년대 스테레오 초기 녹음의 보컬은 아날로그적 온기와 진한 목소리가 담긴 녹음으로 다른 색깔을 들려준다. 엘라 핏츠제랄드나 루이 암스트롱의 밀도감 높은, 걸죽한 탁성들도 Acute Classic은 충분히 진하고 또렷한, 밀도높은 사운드로 재생해준다. 마치 LP를 듣는 듯한 자연스러움과 아날로그 녹음이 갖고 있는 적절한 온도감이 가감없이 그대로 재생된다. 96kHz/24bit로 리마스터링된 이 음반의 사운드를 마치 아날로그 릴 테이프가 지닌 사운드의 색깔 그대로 듣는 듯한 밀도감, 정보량, 진한 색채, 자연스러운 질감으로 멋지게 들려준다. 얇거나 가볍거나 또는 거칠거나 고역 끝의 에너지가 강하게 튀어나오거나 하는 디지털적인 단점들을 하나도 드러내는 법이 없다.

    물론 EAR의 앰프와 ATC 스피커라는 조합이기에 가능한 일일수도 있지만 확실한 것은 이 구성에서 Acute Classic 대신 다른 (조금은 저렴한) 디지털 소스 기기를 연결하자 이러한 밀도감이나 색채 그리고 질감 등은 확연하게 얇고 가볍게 변질되었다. 그 만큼 Acute Classic이 지닌 EAR 912 기반의 아날로그 출력단의 설계 그리고 출력 트랜스포머 구성의 고순도 아날로그적 사운드의 재생은 다른 기기에서는 맛볼 수 없는 이 CD 플레이어이자 DAC 프리앰프의 장점인 것이다.

    EAR YOSHINO Acute Classic

    정리

    EAR의 Acute Classic은 지난 10년 여의 시간동안 파라비치니가 쌓아온 아날로그 프리앰프와 디지털 회로의 기술을 멋지게 절충시켜 완성해낸 디지털 미디어 재생의 새로운 레퍼런스이다. 물론 여유가 된다면 상위 등급인 Acute 4 트랜스포트와 DAC가 플래그십으로서 더 좋은 구성이자 사운드 재생을 안겨주겠지만, 가격이 2배 이상 비싸져야 한다는 사실을 무시하기 어렵다. 현실적인 가격에서 Acute 4의 기술을 모두 하나의 섀시 속에 새롭게 재구성한 Acute Classic이야 말로 EAR이 그 동안 쌓아온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기술을 집대성한 결과물로 가장 최신예의 레퍼런스라 부를 수 있다. 특히 전원 트랜스포머를 포함하여 총 6개의 전원 및 신호 처리용 트랜스포머가 신호 변환 곳곳에 포진되어 있으며, EAR 912 회로에서 가져온 기술을 새롭게 재구성한 ECC88 기반의 아날로그 출력 회로 그리고 아날로그 포텐셔미터로 만든 볼륨 컨트롤까지, Acute Classic에는 순수한 진공관 아날로그 회로 설계의 우수성과 EAR의 고급스러움이 모두 담겨있다.

    이와 같은 설계는 백지 상태에서 새로운 Acute 개발을 시도하여(물론 플래그십의 기술을 차용하긴 했지만) 새로운 제품으로 개발하여 완성한 새로운 고해상도 디지털 음원 재생에 최적화시킨 사운드 재생 장치로 매우 훌륭한 가치를 선사한다. CD 재생음도 좋지만, 별도의 네트워크 스트리머나 고음질 뮤직 서버나 음악 감상용 PC가 갖춰진 시스템에서는 광/동축 같은 디지털 입력이나 USB 입력을 통해 고해상도 음원들을 매우 탁월한 고해상도의 아날로그적 사운드로 재생해준다는 점이 이 기기의 또 다른 강점이라 할 수 있다.

    단지 겉만 봐서는 ‘요즘 시대에 무슨 CD 플레이어를?’이라고 이 기기의 성능이나 가치를 낮게 평가할 수도 있지만, 제대로 된 구성에서 CD와 음원 재생을 직접 경험해보면 EAR의 탁월함이 무엇인지, 디지털에서도 차별화된 EAR의 사운드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알게 된다. 음원, 음반 그리고 진공관과 아날로그의 현대적 고해상도 사운드의 현주소 그리고 그 재생음의 가치가 무엇인지 알고 싶다면 EAR의 Acute Classic에서 그 답을 직접 경험할 수 있다.

    제품사양

    EAR YOSHINO ACUTE CLASSIC

    ValvesTwo PCC88 (6DJ8) or ECC88 (7DJ8)
    ConnectivityOne USB Input (PC and MAC)
    One SPDIF Input (RCA)
    One SPDIF Input (Toslink)
    One Stereo Line Output 5V (RCA)
    One Stereo Balanced Output 5V (XLR)
    One Headphone Output (1/4”) 16-100 Ω
    Audio PlaybackAudio Formats supported:
    CD 44.1 kHz, 16 bit PCM
    SPDIF upto 192 KHz, 24 bit PCM
    Toslink upto 96 KHz, 24 bit PCM
    USB 2.0 (PC/MAC) 44.1K – 192 KHz, 16 – 24 bit PCM
    PerformanceTotal Harmonic Distortion 0.5%
    @ 5 Volts 20Hz – 20Khz
    Signal to Noise 95db 40KHz Bandwidth
    Dimensions & WeightWeight: 8.00kg
    435 x 285mm x 65mm (W x D x H)
    PowerPower Consumption: 30 watts
    240 volt / 110 Volt / 100 Volt
    (depending on model)
    수입원(주)다미노   www.damino.co.kr
    제품문의02-549-0717
  • EAR V12 – 아날로그의 거장, 파라비치니의 모든 것이 담긴 진공관 하이엔드 사운드 발전소

    EAR V12 – 아날로그의 거장, 파라비치니의 모든 것이 담긴 진공관 하이엔드 사운드 발전소

    오디오 취미가 오래되지 않은 사람이라면 에소테릭 오디오 리서치(Esoteric Audio Research, 이하 EAR) 라는 이름이 익숙치 않을 것이다. 혹시 일본 티악이 설립한 하이엔드 브랜드 에소테릭 컴퍼니(Esoteric Company)를 떠올릴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팀 데 파라비치니(Tim de Paravicini, 이하 파라비치니)라는 이름을 듣는다면 ‘아하!’ 하고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에소테릭 오디오 리서치는 파라비치니가 설립한 오디오 제조업체로 가정용 하이파이에서 프로용 녹음 및 재생 시스템 전반에 이르는 사운드 재생의 모든 것을 만들어 온 오디오의 거목으로 홈 오디오 분야에서는 특히 진공관 기반의 일렉트로닉스로 유명하다.

    Tim de Paravicini, Ear Yoshino
    팀 파라비치니

    아날로그 오디오의 역사, 파라비치니

    파라비치니와 EAR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면 그것만 별도의 주제로 다루어야 할 정도로 수 많은 스토리가 그의 뒤에 펼쳐져 있다. 그래도 초심자들을 위해 간단히 그의 과거 경력을 소개하자면, 70년대 일본의 럭스만(Luxman, 당시는 럭스 주식회사로 불리웠다)의 엔지니어로 스카웃되어 럭스만의 하이엔드 오디오를 만들어낸 장본인이며, 80년대에는 영국의 뮤지컬 피델리티의 창업을 도와 세계적 히트를 거둔 Class A의 인티앰프, A1을 만든 엔지니어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그는 하이파이 기기 이외에도 프로페셔널 오디오 업계에서도 특히 레코딩과 마스터링 관련된 장비들, 전체 시스템을 설계, 개조, 개선하는 컨설턴트로 세계 유명 스튜디오의 기기를 직접 제작하거나 관리하고 있다. 대표적인 업체로는 미국의 고급 리마스터링 오디오파일 음반 제작사인 모빌 피델리티 사운드 랩스(Mobile Fidelity Sound Labs, MFSL)의 커팅 헤드도 그의 작품이다. MFSL 로고로 발매되는 수 많은 고음질 LP가 바로 그의 손으로 만든 기기와 셋업 하에서 생산되는 음반들이다. (관련 링크)

    Ear Yoshino Logo

    아날로그를 최우선으로, EAR

    팀 파라비치니가 이끌고 있는 EAR은 프리앰프, 파워 앰프에서 포노 앰프, CD 플레이어 그리고 헤드폰 앰프에 이르는 다양한 하이파이 일렉트로닉스를 만들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70년대 말에 설립된 이 회사는 지금까지 이러한 기기들을 내놓고 있으면서도 항상 최우선으로 내세우는 기술의 출발점은 ‘아날로그’ 그리고 ‘진공관’이었다. 현재 EAR에서 발매되는 모든 제품들은 거의 대부분이 진공관으로 설계된 제품들로 심지어 CD 플레이어이자 DAC도 진공관과 출력 트랜스포머가 담겨있는, 소위 ‘뼛 속까지’ 아날로그적인 설계를 최우선시하고 있다. 파라비치니에게 아날로그와 진공관에 대한 집착을 물어보면 언제나 그의 답은 똑같다. 본인은 진공관 회로만 설계하는 사람이 아니며 아날로그 사운드가 꼭 진공관으로만 구현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중요한 것은 설계의 방식이며, 트랜지스터 같은 반도체 회로로도 그가 생각하고 EAR이 만들어내는 사운드 퀄리티를 똑같이 만들 수 있다고 한다. 다만, 그가 진공관을 좋아하는 이유는 전자의 축적으로 인한 컨덕턴스 등으로 인해 반도체보다 전자의 흐름이 훨씬 빠르고 이를 기반으로 보다 리니어한 동작 특성을 구축하기가 수월하기 때문에 진공관을 사용할 뿐이라고 한다. 실제로 그는 EAR의 브랜드로 진공관이 아닌 트랜지스터 기반의 제품들을 내놓기도 했으며, 뮤지컬 피델리티의 앰프 설계 그리고 2000년대 초반까지는 영국의 또 다른 앰프 업체이자 반도체 위주의 앰프만을 제작하던 알케미스트(Alchemist)의 제품들을 설계를 책임졌었다.

    Ear Yoshino V12

    진공관 인티 앰프의 최고봉, V12

    리뷰 제품인 V12 진공관 인티 앰프는 EAR의 인티 앰프 시리즈 중 최상위 모델로 가격이 1,000만원을 훌쩍 뛰어넘은 고가의 인티 앰프이다. 본래 이 앰프의 시작은 지난 1997년 발표된 V20이 오리지널이 된다. V20은 매우 독특하게 다른 진공관 파워 앰프나 인티 앰프들처럼 고출력의 커다란 출력관을 앰프 회로에 쓰지 않았다. 오히려 그 대신 프리앰프에나 사용하는 12AU7/ECC83 같은 초단관을 채널당 10개씩 투입하는 새로운 회로 구성 방식으로 채널당 20W 출력의 앰프를 만들었던 것이다. 대형 출력관 대신 소출력 초단관으로 구성된 이 인티 앰프는 흥미롭게도 어지간한 스피커들을 여유있게 구동하면서 진공관 특유의 미음을 들려주었는데 더욱 놀라운 점은 구시대적인 진공관 사운드가 아니라 현대적인 투명함과 해상도를 겸비한 다이내믹한 사운드를 들려주는 진공관 앰프였다는 점이다.

    V20이 처음 등장한 지, 거의 2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뒤, 파라비치니는 자신의 최고 인티 앰프 설계에 대해 새로운 변화를 가하기로 결정했다. 그는 V20을 대체하는 새로운 모델로 V12 인티 앰프를 설계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모든 것을 ‘완전 백지 상태에서 새로 설계’하기로 결정했다. 겉으로 보이는 생김새는 V12나 V20이나 똑같이 생겼기 때문에 도대체 무엇이 달라졌는지를 전혀 알 수 없다. 사실 외형이 바뀌지 않은 것은 파라비치니가 이 제품에 대한 디자인에 그의 애정을 쏟았기 때문이다. V20이 처음 등장할 당시, 이 앰프의 외형 디자인은 크게 2개의 자동차 디자인에서 컨셉을 가져왔다. 일반적으로 V12나 V20을 이야기할 때면 항상 영국의 재규어의 ‘V12 엔진’의 모습에서 앰프 디자인을 떠올렸다고 알려져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진공관과 트랜스포머의 배치 디자인 이야기일 뿐이다.

    포드 'Ka'(위) / 재규어 V12엔진(아래)
    포드 ‘Ka'(위) / 재규어 V12엔진(아래)

    엄밀히 말하면 오리지널 V20 설계 당시 포드가 새로 내놓은 미니카 ‘Ka’가 그의 눈을 사로 잡았고, 기본 외형의 틀을 Ka의 컨셉에서 따왔다. 포드 Ka 디자인의 기본 틀에 재규어에 사용된 V12 엔진의 실린더 배치 디자인을 더해 V20의 앰프 디자인을 구현한 것이다. 파라비치니는 ‘덜 공격적인’ 느낌의 외모를 만들기 위해서 정사각형의 바닥 위에 회로를 설계하고 평탄하고 직선적인 구조의 표면 대신에 측면을 사선으로 깎고 그 자리에 다량의 진공관을 배치했다. 이런 디자인이 가능했던 것은 진공관 앰프들에서는 흔한 ‘전면 진공관, 후면 트랜스포머’의 배치 구조 대신 전혀 다른 특별한 구조로 ‘측면 진공관, 중앙 트랜스포머’ 배치를 만들어냈기에 가능해진 것이다. 트랜스포머는 별도의 특별한 마감 처리 없이 검게 매트 처리로 하고 상부에는 절연을 위한 크롬 도금의 커버만 씌웠다.

    다만, 아이러니하게도 V20은 재규어의 V12 엔진 외형 컨셉을 차용했다고 했지만, 제품의 이름에는 V12가 아닌 V20이라는 모델명을 사용했다. 그 이유는 출력관이 채널당 10개씩 총 20개의 출력관 구조를 사용했기 때문에 V12라는 이름을 사용하길 꺼렸던 것이다. 하지만 새 앰프 V12는 최초의 디자인 설계 당시부터 V12 엔진의 V자 형태 구조에 맞춰 앰프의 출력관을 엔진의 실린더와 유사하게 배치하고 총 12개의 출력관을 지닌 프로토타입을 설계의 뼈대로 잡았다. 이를 최종 제품의 완성까지 이끌어갔고 그가 원했던 모델명 ‘V12’를 쓸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그의 애정이 담긴 V20의 디자인은 특별히 바꾸어야 할 이유가 없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전작인 V20과 신작인 V12의 디자인이 똑같아서 여러모로 두 앰프의 차이에 대한 혼란이 남게 되었을 뿐이다. 하지만 파라비치니는 V12에 대한 설명을 아주 간단히 요약했다. ‘모든 것을 싹 뜯어 고쳤다!’라고 말이다.

    Ear Yoshino V12

    EAR의 전매 특허 회로와 부품으로 구현된 V20

    V12라는 이름을 쓰지 않았던 전작 V20은 앰프 회로에 간접 가열 방식의 이중 삼극관 ECC83을 채널당 10개를 사용해서 이름이 V20이 되었다. 나머지를 채우는 다른 진공관들로는 6개의 ECC83/12AX7과 4개의 12AU7을 더하여 채널당 20W의 출력을 냈다. 출력관은 Class A 방식의 푸시풀 동작을 하는데 이는 EAR 859 싱글엔드 삼극관 앰프와 EAR 861 푸시풀 삼극관 앰프에서 사용한 ‘인헨스드 트라이오드(enhanced triode)’ 모드를 사용했다. 마찬가지로 EAR 앰프들의 특징이자 핵심인 파라비치니의 ‘밸런스드 브릿지 모드(Balanced Bridge Mode)’로 구성한 초광대역을 자랑하는 출력 트랜스포머가 출력을 마무리하고 회로에는 일체의 피드백을 사용하지 않았다. 또한 파라비치니는 아주 쉽게 구할 수 있는 아주 일반적인 진공관의 사용을 고집해왔는데 V20에서도 어디에서나 쉽게 구입할 수 있는 ECC83/12AX7을 사용하여 앰프의 내구성과 사용 편의성을 모두 제공했다.

    완전히 새로 설계된 진공관 회로 설계의 V12

    기본 디자인은 전작인 V20의 형태 그대로지만 V12는 앰프 회로와 기계의 디테일들을 모두 바꾸어 완전히 달라졌는데 만듦새나 퀄리티는 EAR 이름에 걸맞은 수준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실제 변화의 핵심은 사용된 진공관들과 이를 통한 회로의 신설계에 있다. V20에서 썼던 총 30개의 진공관을 12개의 EL84(채널당 6개씩 측면에 배치한)과 10개의 ECC83으로 교체했다. 출력관인 EL84의 개수를 드디어 V12라는 이름을 이 앰프에 붙이기에 충분한 조건으로 딱 맞춘 것이다.

    새로운 설계의 V12 앰프는 간접 가열 방식의 5극관으로 출력단을 구축하고, 바이어스 및 동작은 여전히 Class A의 푸시풀 방식을 사용했다. 하지만, 트라이오드 모드 대신 펜토드 모드로 출력관의 동작에는 변화를 주었다. 물론 전작과 마찬가지로 출력에는 초광대역을 자랑하는, EAR이 직접 제작한 최고급 출력 트랜스포머를 밸런스드 브릿지 모드(Balanced Bridge Mode)로 EL84의 출력단 회로와 연결하고, 역시 피드백 또한 하나도 쓰지 않은 ‘제로 피드백’ 방식을 사용했다. 이를 통해 ‘훨씬 더 튼실한 구동력을 자랑하는 채널당 50W의 출력과 훨씬 더 오랜 기간 사용이 가능한 내구성이 뛰어난 진공관 앰프’를 완성했다고 한다.

    Ear Yoshino V12

    외부 입력은 5개의 언밸런스드 입력과 ‘Phono’라고 표시한 입력이 1개 더 있지만 포노 EQ 회로는 내장되어 있지는 않다. 출력은 ‘Tape Out’ 만이 있고 별도의 프리아웃은 없다. 스피커 출력 단자는 제품 상판 뒤편에 배치되어 있다. 케이블은 말굽 단자 연결이 거의 불가능하고 오직 바나나 단자나 핀 단자만 연결이 가능하다. 스피커 터미널은 분명 말굽 단자 연결까지 가능한 단자지만, 전기적 합선과 안정성 문제로 인해 유럽 기준에 맞추느라 별도의 플라스틱 커버를 덧씌워 놓았기 때문이다. 연결 단자는 스피커 임피던스에 따라 4옴, 8옴 연결이 각각 구비되어 있으며 중간에 설치한 크롬 바를 통해 트랜스포모와 닿지 않도록 해두었다. 안전을 이유로 커브 형태로 디자인된 그릴 망 또한 아예 섀시에 고정되어 진공관에 손이 닿지 않도록 보호망 역할을 하도록 했다. 그릴과 전면 패널에는 각기 나무와 크롬 도금으로 악센트를 주었다.

    사용자의 편의성을 위해 제공되는 컨트롤은 딱 3개의 버튼/노브 뿐이다. EAR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어버린 오렌지 불빛의 전원 On/Off 스위치 버튼, 금또금 처리된 볼륨 컨트롤 노브 그리고 외부 입력 선택의 펑션 노브만이 있다. 그리고 애초의 V12에는 리모컨도 없었는데, 최근에 발매되는 V12에는 고맙게도 리모컨이 지원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리모컨에는 오직 ‘+’ 버튼과 ‘-’ 버튼 밖에 없다. 할 수 있는 것은 볼륨 조정이 전부이다.

    사운드 퀄리티

    테스트에는 매지코의 A3 플로어스탠딩 스피커를, 소스 기기로는 플레이백 디자인스의 DAC Merlot을 사용하고 미디어 트랜스포트로는 플레이백 디자인스의 PLINK 출력 보드가 장착된 OPPO 203을 사용했다.

    진공관 앰프에 아날로그 대가가 만든 앰프라는 이유로 대단히 고풍스러운 진공관 사운드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V12는 전혀 그렇지 않다. 이 앰프는 전면 크롬 도금에서 느껴지는 번쩍거리는 광채를 화려하고 화사하게 들려줄 정도로 진하고 매끄러운 사운드로 고급스러운 진공관의 색채미를 들려준다. 그런데, 단지 색채만 살려놓은 그런 진공곤 앰프들과는 완전히 다르다. 투명한 무대 재현의 탁월한 입체감, 뛰어난 스테이징으로 연주 장소의 공기 냄새를 몸소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는 점이다. 애매모호하거나 평면적인 사운드와는 완전 반대 위치에 있는 재생 결과를 보여준다. 매우 투명하고 입체적인 녹음 공간의 무대 연출 속에 진한 색채의 사운드 이벤트들을 또렷또렷하게 그려 넣어 뛰어난 어쿠스틱 녹음들의 입체적이면서도 자연스럽고 진한 사운드를 아주 사실적으로 눈 앞에 펼쳐 놓는다.

    또 하나의 인상적인 점은 힘이다. 분명 KT88 내지는 대출력을 자랑하는 진공관들은 이 앰프에는 하나도 없다. 오히려 EL84라는 소출력이지만 아름다운 음악적 사운드를 지닌 진공관만이 있을 뿐이다. 힘은 포기하고 색채와 질감이 우수할 것만 같은 이 Class A 방식의 50W 앰프는 강력한 구동력과 에너지로 매지코의 A3 스피커를 압도하는 힘을 보여준다. 베이스나 팀파니의 낮은 저역을 이끌어냄에 있어서 절대 뭉그러지너가 웅얼거리는 저력을 보여주고, 대편성 오케스트라의 스케일과 에너지를 거침없이 쏟아낸다. 뿐만 아니라 락이나 팝의 일렉트릭 사운드의 저역 효과음들도 전혀 어려움없이 탁월한 리듬으로 정확히 끊어내는 빠르고 기민한 명료도를 흐트러짐 없이 유지한다. 어떤 음악을 들어도, 어떤 스피커를 물려도 스피커를 제압하는 능력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이다.

    코플랜드의 ‘보통 사람을 위한 팡파레’를 들어보면 도입부의 첫 팀파니 타격음에서 V12의 힘을 단번에 파악할 수 있다. 스피커를 어려움없이 컨트롤하는 빠르고 정확하고 타격음은 매우 깊고 꽉찬 에너지로 재생되는데, 7m x 9m 규모의 작지 않은 공간임에도 매지코 A3로 그런 강인하고 깊은 저음을 흐트러짐없이 들려준다.

    스피커 구동에 전혀 힘들어하는 모습이 없으며, 팀파니의 타격음은 정확하고 여기에 금관 악기군의 시원하게 뻗는 팡파레 또한 절대 딱딱하고 밝게 변질되는 법이 없다. 본래 금관 악기의 색채 그대로 진한 음으로 뻗어준다. 저역에서 고역까지 에너지가 몰리거나 에너지 부족으로 인한 음의 열화 같은 것이 하나도 없다. 저음은 찰진 탄력과 질감이 실린 저음으로, 관악기들의 화려하며 투명한 울림도 진한 색채로 멋지게 살아난다.

    마찬가지로 매시브 어택(Massive Attack)의 <Mezzanine> 중 ‘Angel’에서도 일렉트릭 베이스 라인이 지닌 둔중하고 무거운 리듬의 사운드가 뭉게진 저음이 아니라 정확한 리듬의 선율로 처음부터 끝까지 유지된다. 중간중간 박자를 맞춰주는 퍼커션의 저음도 매우 정확한 음으로 깊고 선명한 타격감과 에너지로 처음부터 끝까지 유지된다.

    스네어 같은 드럼의 사운드나 각종 퍼커션의 효과음 그리고 변조시켜 넣은 보컬의 사운드는 어쿠스틱보다는 인위적인 이펙트로 만든 사운드에 가까운데, 자칫 답답하고 딱딱하게 들리거나 저음에 묻혀 둔탁한 소리로 가려질 수 있지만 V12은 깊고 정확한 그리고 임팩트있는 저음을 유지하면서도 다른 중고역의 이펙트들은 효과 그대로 재현해준다. 어쿠스틱한 녹음보다는 클럽 사운드에 가까운 이 곡을 V12는 다채로운 사운드 이벤트들의 입체적인 효과를 충분히 느끼게 하는 재생을 선사했다.

    한편 노마 윈스턴(Norma Winstone)의 <Distances> 같은 보컬 녹음을 들어보면 V12의 색채나 분위기를 더 잘 알 수 있다. 대개 베이스나 드럼이 동반되는 재즈 트리오들과 달리, 노마 윈스턴은 트리오를 피아노와 클라리넷 그리고 보컬로 구성하여 특별한 리듬감이나 에너지를 분출시키기 보다는 차분한 보컬 톤에 피아노의 멜로디와 클라리넷, 섹소폰의 고즈넉한 분위기로 음악을 이끌어간다.

    V12는 이 음반이 지닌 ECM 스러운 깨끗하고 투명한 녹음의 명료함과 차가운 공기 냄새의 쓸쓸한 분위기를 투명하게 깨끗한 사운드의 이미징으로 선명하면서도 디테일하게 그려낸다. ‘Everytime we say goodbye’를 들어보면 피아노의 터치의 목질감이나 여운이 남는 잔향감 그리고 아주 매끄럽고 끝까지 부드럽게 뻗는 섹소폰은 이 앰프가 고급 진공관 앰프라는 점을 인정하게 만든다. 여기에 차분하고 시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보컬에는 거친 입자나 쇳소리 같은 요소가 하나도 없는, 음의 끝의 입자도 자연스럽게 풀어내는 그러면서도 디테일이나 딕션의 변화를 세밀하게 들려준다. 한마디로 V12는 세련미 높은 진공관의 사운드로 ECM의 깨끗하고 매끄러운 녹음을 아날로그적인 자연스러움으로 풀어내준다.

    네마냐 라둘로비치의 <Paganini Fantasy> 중 ‘Sonata No.12’ 나 요요마의 <Six Evolutions – Bach: Cello Suites>의 바이올린과 첼로는 현악기 특유의 매끄럽고 자연스러운 톤에 풍부한 배음이 실린 유려한 사운드로 재생된다. 바이올린의 경우, 높은 온도감이 수반되고 중역대가 두터운 녹음으로 온도감과 함께 반주를 맡은 피아노의 타건과 울림이 수반되어 매우 부드럽게 따스한 현악기의 색채와 피아노의 목질감을 즐길 수 있었다.

    또한 요요마의 첼로는 현대 첼로 녹음으로 과거와 같은 온도감이나 중역대의 두께감보다는 투명도와 세련된 디테일과 공간적 울림이 담겨있는데 V12는 부드러우며 아날로그적 색채로 첼로의 움직임을 그려주며 여기에 기분좋은 청량감을 더하여 풍부한 공기 냄새와 울림을 실어준다. 분명 하이엔드 반도체 앰프들과 같은 높은 해상도와 투명도가 담겨있지만 반도체 앰프들과는 다른, V12 특유의 색채감과 울림, 질감 표현은 현악기 재생과 EL84로 구현한 음악적인 사운드의 증거이다.

    Ear Yoshino V12

    정리

    팀 파라비치니가 15년 만에 개정판으로 내놓은 두 번째 플래그십 인티 앰프인 EAR의 V12는 EAR 최고의 인티 앰프이자, 진공관 앰프 전체를 놓고 보아도 최고의 진공관 인티 앰프로 불리워도 손색이 없는 앰프이다. 모든 것을 버리고 백지 상태에서 새로 만들었다는 이 앰프는 똑같은 디자인의 외형만 제외하면 지금까지의 EAR의 인티 앰프들에서는 볼 수 없던 새로운 설계와 비약적으로 향상된 사운드를 선사한다. 대출력 진공관 대신 EL84 을 병렬배치하고 EAR 특유의 최고급 출력 트랜스포머로 구현한 밸런스드 브릿지 방식의 설계는 피드백이 하나도 없으면서도 안정된 출력과 높은 구동력과 다이내믹스로 어줍잖은 분리형 앰프들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의 뛰어난 스피커 구동 능력을 선사한다. 고출력 회로가 아님에도 탁월한 드라이빙 능력에 EL84가 지닌 음악적 그리고 미적 사운드 그리고 피드백이 없는 하이스피드 설계 사상으로 이끌어낸 광대역의 재생 및 응답 특성은 단순히 이쁘고 진공관적인 사운드가 아니라, 하이엔드적인 높은 투명도와 해상력 그리고 하이스피드로 현대적인 고해상도 사운드를 들려준다.

    물론 저렴한 진공관 앰프는 아닌 만큼, 이 앰프가 갖는 가치나 재생의 기준은 상당히 높아야 한다. 그리고 V12는 가격에 걸맞은 그런 높은 기준으로 평가한다고 해도, 가격 이상의 충분한 실력을 보여주며 사운드로 제 값어치를 입증한다. 인티앰프스럽지 않은 높은 에너지와 힘 그리고 빠른 반응과 투명하고 입체적인 스테이징과 스케일 등, EAR이 추구하는 아날로그 사운드 그리고 팀 파라비니치가 추구하는 설계와 사운드의 목표가 무엇인지를 귀로 그리고 가슴으로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이제 몇 명 남지 않은 사운드 전설들이 사라져가는 하이파이 시장에서 거장의 명기를 직접 경험해보시길 바란다.

    제품사양

    EAR YOSHINO V12

    Ear Yoshino V12
    ValvesTwelve EL84 (6BQ5)
    Ten ECC83 (12AX7)
    Frequency Response12-60Khz -3dB
    Signal-to-nosie Ratio93dB
    Input Sensitvity0.4V
    Input Impedance47kΩ
    Output Damping Factor10
    ConnectivityFive Line Inputs (RCA)
    One Tape Output (RCA)
    OutputPower Output (20-20KHz) : 50W
    nto 4 & 8Ω (8 & 16Ω optional)
    Total Harmonic Distortion: <0.03%
    Dimensions & WeightWeight: 22kg (48lb)
    Length: 420 mm (16.5”)
    Width: 440 mm (17.3”)
    Height: 135mm (5.3”)
    PowerPower Consumption: 200 watts
    240 volt / 110 Volt / 100 Volt
    (depending on model)
    수입원(주)다미노   www.damino.co.kr
    제품문의02-549-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