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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R YOSHINO 509MK2 진공관 모노 파워앰프 리뷰

Tube or not tube, That is not the Question!

EAR YOSHINO

노희준
이동훈

사람이 갖고 있는 오감(五感)중 청각은 역설적으로 매우 세밀하면서도 정확하지 않은 감각이다. 후각과 미각은 좋고 나쁨이 확실하게 나타나서 맛이 쓰거나 상한 음식에 바로 반응하며, 받아들이기 힘든 냄새에 진저리를 치게 된다. 촉각은 뜨겁거나 차갑고, 날카로움을 느끼는 순간 바로 몸을 보호하기 위한 신경 물질이 뇌에서 분비된다. 시각은 시력이 온전하다면 흐리거나 또렷한 정도를 쉽게 구별하기 때문에 DVD, HD, Full HD, 4K UHD 등의 해상도 차이를 쉽게 구별할 수 있다.

이에 반해, 청각의 생체 메커니즘은 매우 혼란스럽다. 동호인들이 많이 찾는 오디오 커뮤니티에는 FM 방송이 CD 음질보다 낫게 들린다는 경험담이 심심치 않게 올라오는데, 192kbps의 클래식 FM을 제외하고는 128kbps 이하의 음질을 송출하는 FM 방송이 1411kbps의 CD 음질 보다 낫다는 느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또한 기술의 눈부신 발전이 고스란히 반영된 최신의 오디오 기기를 마다하고 오래된 빈티지 기기가 만들어내는 소리에 빠져 있는 오디오파일들도 적지 않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기는지 합리적인 해석으로는 이유를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음악을 듣는 귀는 감각적인 주관성이 강해서 좋은 소리를 정하는 기준이 서로 같지 않기 때문일까? 듣는 즐거움을 쫓는 오디오파일들의 애착과 열성은, 이제는 산업계 전반에서 쓰임새가 없어진 기술 중 하나인 진공관 산업을 새롭게 재탄생시키고 유지해주는 버팀목이 되고 있다.

EAR Yoshino 509MK2

시대를 역행하는 진공관 오디오?

에디슨의 전구가 발명된 지 10년이 되는 1904년, 플레밍에 의해 2극 진공관이 만들어지고 2년 뒤에 드 포리스트가 만든 3극 진공관은 전기 전자 산업을 본격적으로 여는 촉매였다. 진공관의 전성시대를 이야기할 때 1940년대 중반,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에 설치된 컴퓨터의 원조, 에니악(ENIAC)을 빼놓을 수 없다. 18,000여 개의 진공관이 투입되어 30톤에 달하는 무게로 150kw의 어마어마한 전력을 소모했다.

3극, 5극 진공관은 통신, 방송 장비를 비롯하여 산업계 전반에 걸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부품이었고 극장용 음향기기를 만들었던 미국의 웨스턴 일렉트릭과 독일의 클랑필름의 기기들은 일반 가정 환경에 맞는 작은 제품으로 만들어져 홈 오디오 시대의 서막을 열었다. 진공관 오디오의 영광의 시대에 마란츠와 매킨토시의 오디오는 콘서트홀과 재즈 클럽을 집 안의 거실로 옮겨왔고, 언제라도 음악을 듣고 싶은 욕구를 충족시켜 주었다.

그러나 첨단의 전기 전자 공학의 총아로 여겨졌던 진공관 오디오는 1940년대 후반에 반도체 소자로 만든 트랜지스터가 개발되면서 70년대를 전후로 서서히 주류에서 밀려나기 시작하였다. 진공관의 퇴조는 트랜지스터의 압도적인 효율성에 기인하였으며 산업계 전반에 걸쳐 빠른 속도로 사라져갔지만 하이파이 오디오에서는 이례적으로 진공관의 명맥이 유지되었다. 이러한 비합리적이라 할 수도 있는 선택이 하이파이 오디오의 세계에서는 전혀 이상하지 않다. 적지 않은 오디오파일들이 진공관 오디오의 소리를 좋아하기 때문에 오디오 제조사들은 니치 마켓 수준을 넘어서 꾸준히 새로운 제품을 선보이며 진공관의 매력을 펼쳐내고 있다.

진공관 오디오의 명장, Timothy de Paravicini

작년 도쿄오디오쇼에서 만난 팀 파라비치니
작년 도쿄오디오쇼에서 만난 팀 파라비치니

아날로그와 진공관의 앰프가 거론될 때 빠지지 않는 인물은 영국의 EAR Yoshino의 수장인 팀 드 파라비치니다. 이름에서 신분을 짐작게 하는 de가 붙는 파라비치니는 이탈리아 혈통의 남작(Baron) 작위를 가진 세습 귀족이다. 지질학자인 아버지가 탐사를 위해 아프리카의 나이지리아에 머무르던 시기에 태어나 7살에 교육을 위해 영국으로 귀국하였고, 어릴 적부터 취미로 라디오의 조립에 몰두한 아마추어 오디오파일은 자연스럽게 전자 공학 전공으로 이어졌다.

공부를 마치고 약관의 나이에 태어났던 아프리카로 되돌아가 남아공의 요하네스버그에 정착하여 하이파이와 PA 시스템 사업을 벌이며 현지 오디오 업계에 발을 들여놓게 된다. 파라비치니의 뛰어난 재능은 노후화된 릴 테이프 레코더를 전원 장치부터 레코딩 헤드까지, 전체 회로를 재구성하여 수리의 범주를 넘어 성능을 기기를 개발하는 수준의 업그레이드 서비스 기술을 선보였기에 스튜디오 관계자들이 그를 찾기 시작했고, 직접 트랜스포머를 제작하는 작은 회사를 차려 오디오 제조사들에 납품을 하는 사업을 운영하면서 현지 오디오 딜러들과 교류를 만들며 오디오 회사들 사이에서 유명세를 얻기 시작했다.

특히, 남아공의 럭스만 딜러와 파라비치니의 관계는 특히 긴밀하여, 제품의 수입과 유통에 유효 적절한 컨설팅을 제공하였다. 본격적으로 하이파이 세계에서 파라비치니의 빛나는 경력이 시작된 계기는 요하네스버그를 방문한 일본 럭스만 사장과 영업 이사와의 만남이었다.

이 자리에서 파라비치니의 오디오에 대한 아이디어를 높게 평가한 럭스만 사장은 일본 본사로 스카우트 의사를 밝혔고 파라비치니는 오사카에 본거지를 둔 럭스만 본사에 입사하여 모범적이지만 창의성이 부족했던 일본 제품들의 설계의 기본 틀을 바꾸었다. 1925년에 설립된 럭스만은 전통의 음향 기기 전문 업체지만 하이파이 시장에서 자사의 명성을 빛낸 모델이 딱히 없었다. 파라비치니가 입사할 당시, 럭스만은 일본 내수 시장에 “Lux Kit”으로 불린 진공관 DIY 키트를 판매하여 자작 오디오파일의 취향에 대응하는 영업을 하고 있었다. 파라비치니의 눈에는 잠재성도 없는 진부한 사업이라 판단하고 새로운 제품 개발을 이끌었다. 럭스만에서 일군 파라비치니의 대표작은 MB-3045 모노 블록 파워 앰프를 시작으로, C1000 프리앰프, M6000 파워 앰프는 럭스만이 하이엔드 오디오 시장에 진입하는 첨병 같은 역할을 하였다. 4년 여의 럭스만 수석 앰프 디자이너의 자리를 뒤로하고 파라비치니는 다시 영국으로 돌아와 자신의 회사인 EAR (Esoteric Audio Research) Yoshino를 설립하였고, 첫 번째 작품으로 내놓은 것이 EAR 509 진공관 모노블럭 파워 앰프였다.

EAR Yoshino 509MK2

EAR YOSHINO의 처녀작이자 대표작, EAR 509

EAR 509는 파라비치니의 자기 정체성을 뚜렷하게 보여주는 EAR의 처녀작이자 대표작이다. 1976년 EAR이 설립된 해에 발표된 509 파워 앰프는 마치 고생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완벽한 적응으로 종을 유지하여 살아있는 화석으로 불리는 상어처럼, 부침이 심한 하이파이 생태계에서 무려 40여 년이 훌쩍 넘도록 원형이 거의 바뀌지 않고 그대로 살아남아 전설을 만들어가는 오디오 기기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은 EAR 509의 기기 완성도가 완벽에 가깝다는 것을 의미하며, 시류에 흔들리지 않고 음악을 음악답게 들리도록 정직한 소리를 만들어 낸 기기라는 것이다.

현행 509는 2001년, 제품 생산 25주년의 애니버서리 모델부터 전면 패널의 로고를 Esoteric Audio Research의 이니셜인 EAR과 de Paravicini의 dp 그리고 Yoshino의 S를 조합하여 각인하고 트랜스포머와 커패시터에 크롬 도금 커버를 씌우는 등의 일부 개정 후 509mk2라는 개정판으로 업그레이드 되었다.

EAR Yoshino 509MK2

EAR 509mk2는 모노블록 파워 앰프로 A4 용지보다 조금 더 큰 (L 300mm, W 254mm, H 150mm) 컴팩트한 크기와 15kg의 무게임에도 거침없는 100W 출력을 만들어내며, 무엇보다 ‘진공관스러운 소리’를 내지 않아 진공관이라는 선입견으로 듣게 되면 조금 당황스러울 수도 있다. 아마도 아무런 언질 없이 블라인드 테스트를 하면 진공관인지, 반도체 앰프인지 알아채지 못할 것이다. 파라비치니는 ‘음향 기기는 자기 색깔이 만들지 않아야 하며, 입력된 소리가 그대로 출력되어야 한다’는 자신의 설계 철학을 오디오 저널과의 인터뷰를 통해 밝힌 바 있다. 럭스만 재직 당시, 일본인들의 트라이오드(3극관)에 대한 무조건적인 편애를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으며, 진공관스럽다는 따듯한 소리는 사실은 끝이 잘려나간 듯한 형편없는 고음역대, 좋지않은 트랜스포머의 음질 열화 그리고 임피던스가 높은 출력으로 인한 부하로 발생된 왜곡의 결과물이라고 단언한다. 결함을 걸러내지 못한 진공관 앰프 회로는 부풀려진 베이스로 인해 불안정한 저음이 마치 따듯한 온도감처럼 받아들여진 것이라고 한다.

파라비치니는 설계에서 튜브냐 튜브가 아니냐는 전혀 문제가 아니며, 트랜지스터로도 회로를 구성하는 데 아무런 장애가 없다고 주장한다. 오디오 설계에 있어서 트랜지스터는 속도, 과부하 능력 그리고 열에 견디는 내구성에서 진공관에 비해 장점보다는 단점이 많다고 단언한다.

파라비치니가 럭스만을 거쳐 여러 제조사들의 컨설팅을 통해 쌓은 제조 노하우의 핵심이 응집된 509mk2 파워 앰프는 불필요한 군더더기를 모두 쳐내고 심플한 구성으로 설계되었다.

EAR Yoshino 509MK2

초단에는 2개의 12AX7(ECC83) 트윈 트라이오드 튜브를 배치하여 음악 신호의 위상 분리와 푸시풀(push-pull) 증폭을 하고, 드라이브 관으로는 1개의 6AQ8(ECC85) 트윈 트라이오드를, 출력관은 기기의 이름으로도 사용하는 PL509(EL519) 빔 펜토드 2개로 구성했다. PL509는 이제는 사라져버린 TV 브라운관에 사용되었던 전자빔 편향을 제어하는 진공관으로, 관성의 영향을 받지 않고 빛의 속도로 움직이는 전자의 흐름을 만들어내는 특성을 갖고 있다. 파라비치니가 오디오 증폭 소자로 PL509를 선택한 이유는 트랜지스터 보다 음성 신호의 빠른 속도를 구현하는 최적의 소자로, 과거 TV 산업의 주요한 부품이었기 때문에 여전히 구하기 쉽고 내구성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증폭의 선형성이 매우 좋은 특성을 가진 진공관이기 때문이다. 최종 증폭은 밸런스드 브리지 모드 구성으로 출력 트랜스포머를 거쳐 스피커를 구동하는 교류 전류로 출력된다.

진공관 오디오에서 진공관의 선택만큼이나 음질을 좌우하는 부품이 트랜스포머이기 때문에 EAR은 고품질 트랜스포머를 영국 동부, 케임브리지셔에 위치한 EAR의 공장에서 직접 생산하며, 모든 라인업에 사용되는 트랜스포머들을 10년 이상 숙련된 직원들의 수작업으로 생산하여 기기의 완성도와 품질을 유지하고 있다. 상당수의 진공관 앰프를 만드는 제조사들의 이력을 쫓다 보면 트랜스포머를 만들다가 오디오 제조로 영역을 확장한 브랜드가 있다는 점은 진공관 오디오에서 트랜스포머가 차지하는 비중이 작지 않다는 것을 반증한다. 일찍이 요하네스버그 시절부터 트랜스포머를 만들었던 파라비치니의 경험을 통해 진공관 오디오에서 연상되는 ‘따듯함’이란 것이 미흡한 설계와 품질이 떨어지는 트랜스포머와 구성 부품에서 생기는 일종의 결함으로 파악한 바 있다.

EAR Yoshino 509MK2

이 외에도 부가적인 사용자 편의를 위해 앰프 뒷면에 게인 컨트롤 노브를 제공하며, 진공관과 커패시터의 사이에 2개의 LED를 배치하여 진공관의 갱년 변화에 따라 바이어스 캘리브레이션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진공관을 교체했거나, 노화로 인한 열화 때문에 2개의 LED 밝기가 같지 않을 경우 드라이버로 가변 저항 트림 포트를 돌려 불빛이 같아지도록 조정하면 진공관에 맞는 최적의 바이어스 상태를 맞출 수 있다.

사운드 퀄리티

충분한 청음을 통해 번인 시간을 일주일 정도 거친 뒤, 509mk2의 음질이 안정화됨을 느낄 수 있을 때부터 평가를 위한 집중적인 청음을 시도하였다. 시청에는 플레이백 디자인스의 MPT-8, MPD-8를 소스 기기이자 프리앰프로 사용하고, MPT-8의 내장 SSD에 저장된 음원을 ST 광케이블로 인터커넥션 된 PL 링크를 통해 재생하였고 MPD-8과 509mk2와는 CH Precision의 밸런스드 링크 XLR 인터 케이블로 연결하였다. 스피커는 매지코 S3로 509mk2의 4Ω 단자에 카다스 클리어 리플렉션 스피커 케이블을 매칭하였고, 전원 장치는 션야타의 하이드라 탤로스에서 JPS 디지털, XLO 레퍼런스 3, 와이어월드 엘렉트라로 각각의 기기에 연결하였다.

기존에 사용 중인 오디오넷의 AMP I V2 파워 앰프와 비교하면 첫인상은 반도체 앰프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팀 파라비치니에 대해 알고 있던 대로 509mk2가 진공관 앰프의 전형적인 클리셰를 갖지 않을 것라 생각하고 있었지만 댐핑 팩터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오디오넷의 앰프와 비교했을 때, 스피커 구동 능력에서도 차이가 전혀 없었다. 오히려 기기 가격과 스테레오 앰프와 모노 앰프의 레벨에 따른 한 차원 높은 수준의 음질을 확인할 수 있었고 정상급 트랜지스터 앰프가 만들어내는 광대역의 소리를 실감할 수 있다. 또한 간혹 고출력 트랜지스터 앰프에서 나는 트랜스 험이나 진공관 앰프에서 나는 고음역의 히스 노이즈같이 잡음은 스피커나 앰프 가까이 다가서도 하나도 들을 수 없는 정숙함을 보여주었다. 현대적인 트랜지스터 앰프들의 장점인 쿨 앤드 클리어의 서늘한 성향은 아니지만, 음의 시작과 끝은 대단히 스피디하게 뻗어나가는 소리를 들려주었으며 여기에 경쾌한 펀치력이 실려 있으며 좌, 우로 펼쳐지는 스테이지의 폭과 깊이도 기대 이상이다.

Uriah Heep – Easy Living (Demons and Wizards, 1972) 파라비치니는 브리티시 록의 영광의 시대에 청소년기를 보내면서 록 밴드의 멤버가 되기 위해 드럼을 배울 정도로 하드록에 심취했고, 오디오 제작자가 되었을 때 록을 즐기던 성향이 기기에 반영이 되었으리라 생각된다. 파라비치니를 사로잡았던 밴드인 Uriah Heep의 1972년작 Easy Living은 키보디스트인 켄 헨슬리의 파워풀한 해먼드 오르간의 스피드를 즐길 수 있는 곡이다. 강하게 디스토션이 걸린 믹 박스의 기타와 육중한 베이스 리듬을 이끄는 해먼드 오르간은 뒤를 돌아볼 새 없이 풀 엑셀레이션의 기관차처럼 힘이 실린 빠른 속도로 질주하는 느낌이다. 무대 우측에서 켄 헨슬리의 해먼드 오르간이 으르렁거릴 때, 좌측에서는 믹 박스의 기타는 거친 스트로크로 일그러지고, 가운데에 선 데이비드 바이런의 오페라틱한 창법이 터져 나오는 뒤에서는 게리 테인의 베이스와 리 커스레이크의 드럼이 빠르고 육중한 비트를 토해내는 라이브 공연이 펼쳐진다. 하드 록이나 헤비메탈 넘버가 오디오쇼나 기기의 론칭쇼에서 거의 선곡되지 않는 것을 보면 하이파이 오디오의 세계와는 친하지 않은 서브컬처에 가까운 장르라 할 수 있다. 이런 편견을 잠시 뒤로하고 들어본 Easy Living은 Uriah Heep의 다섯 명의 멤버가 자기 파트의 소리를 내는 무대를 핀 포인트처럼 그려내며, 그루브 한 하드 록의 리듬 위로 여러 겹의 스펙트럼처럼 펼쳐지는 해먼드 오르간의 파워풀한 스피드를 표현하는 능력은 엔트리 레벨의 오디오로는 범접하기 어려운 음향의 에너지를 뿜어내고 있다.

Arnold Shoenberg – String Sextet “Verklärte Nacht”, Op.4 (Ensemble InterComtemporain)

리하르트 데멜의 시에 영감을 얻은 쇤베르크는 정화된 밤에서 현에서 기대하는 따듯한 소리가 아닌 서늘하고 으스스하며 쓸쓸한 소리를 만들어냈다. 싸늘한 밤공기가 내려앉은 헐벗고 추운 숲길을 걷는 두 남녀 사이에 어색한 정적이 감도는 분위기를 두 대의 바이올린, 2대의 비올라, 두 대의 첼로가 그려낸다. 두 사람 사이의 무거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첼로 소리가 두터운 레이어로 펼쳐지고, 여인의 떨리는 목소리로 전하는 후회와 고백은 불안정한 바이올린의 음률로 표현되며, 남자의 이해와 관용은 비올라의 차분한 프레이즈로 전개된다.

고음, 중음, 저음을 맡은 6명의 현악 연주자들의 콤비네이션이 만들어내는 무대가 넓게 펼쳐지며 각 음역 간의 경계가 이음매 없이 매끄럽게 이어지는 느낌은, 단지 소리만 들려주는 음향 기기로는 표현이 어려운 음악성을 확인할 수 있다. 파리비치니가 생각하는 자기 소리를 내는 오디오라는 것이 실제의 소리에 불필요한 향신료를 섞어 원본의 느낌을 훼손하는 것이라면, 509mk2의 소리는 어찌 보면 심심할 듯하지만 가상의 무대를 그려내고 연주자들이 만들어내는 소리를 가감 없이 들려주는 능력은 하이파이 사운드로는 수준급에 도달해 있다.

브루크너 Symphony No.8 in C minor, 1악장 (Wien Philharmoniker, Karajan) 카라얀의 브루크너 교향곡 8번은 마에스트로 카라얀의 마지막 백조의 노래였다. 최고의 오케스트라와 지휘자의 하모니는 우주적인 광활한 스케일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브레이크를 풀어 버린 금관 의 음향은 폭주하는 기관차처럼 거칠 것 없는 질주를 느낄 수 있다. 1악장을 마무리하는 재현부의 코다는 모든 현악기 군의 쉴 새 없는 트레몰로 위로 팀파니의 강력한 롤과 함께 모든 금관 주자들의 취주가 최고조에 이른다. 509mk2는 일반적으로 진공관 오디오가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선입견과는 거리감이 있는 소리를 만들어낸다. 중고역대의 현악기의 찰현음이 감미롭게 들린다던가, 여성 보컬 소리가 매혹적이라든가 하는 이미지와는 상당히 다르다. 소리의 끝이 몽글몽글 둥글게 느껴지기보다는 소리의 끝에 속도감이 살아있고, 중저음에 힘이 실리는 느낌으로 잘 만들어진, 좋은 의미의 현대적 하이엔드 반도체 앰프의 소리를 연상케 한다. 앞서 언급한 대로 스테이지의 폭과 깊이가 상당히 입체적으로 펼쳐져 3차원의 공간을 채우는 음향의 에너지가 살아있다. 강력한 오케스트레이션의 음향을 재생하면서 각 악기 군의 음색을 놓치지 않고 표현하여 서로의 소리가 간섭되지 않고 명확하게 구분됨을 느낄 수 있다.

EAR Yoshino 509MK2 진공관 모노 파워앰프

하이엔드의 영역에 도달한 509mk2

아날로그 사운드를 온몸으로 기억하는 파라비치니에게 진공관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닌, 원래의 소리를 그대로 재생하기 위한 최선의 수단이다. 파라비치니가 만든 앰프들을 보면 뮤지컬 피델리티 A1이나 알케미스트의 Porseti Pre, Power 앰프 등의 트랜지스터 앰프들이 떠오르는 데, 이들 처럼 그의 앰프들이 반드시 진공관으로만 설계되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자신이 세운 EAR의 제품들은 EAR 324 포노 스테이지를 제외하고 모든 앰프의 라인업은 기기의 목적에 적합한 진공관을 선택하여 각기 특색있는 진공관 앰프로 설계해왔다. 하이파이 영역에서 TV 브라운관에 사용되었던 생소한 PL509 진공관을 사용한 독창적인 토폴로지를 통해 완성한 509mk2 모노 파워 앰프는 파라비치니의 오디오에 대한 철학이 관철된 EAR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대표작으로 40여 년의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시대의 걸작이 되었다. EAR 509mk는 잘 만들어진 오디오는 진공관인지 트랜지스터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제대로 만드는 것이 알파와 오메가임을 증명하고 있다.

제품사양

ValvesTwo PL509 (EL519)
Two ECC83 (12AX7)
One ECC85 (6AQ8)
ConnectivityOne Line Input (RCA) or Balanced Input (XLR)*
*Additional option
PerformanceFrequency response: 3Hz-30Khz +0 -1dB Signal-to-nosie ratio: 96dB Distortion (I.M.D.): <0.2% Harmonic Distortion: -3dB <0.5% 12Hz-60Kz Input Sensitvity (unbalanced): 1.2V Input Impedance (unbalanced): 25KΩ Output Damping Factor: 20
OutputPower output (20-20KHz): 100W into 4 & 8Ω
Dimensions & WeightWeight: 15.3kg (34lb)
Length: 300mm (12”)
Width: 254mm (10”)
Height: 150mm (6”)
PowerPower Consumption: 180 watts
240 volt / 110 Volt / 100 Volt
(depending on model)
수입원(주)다미노   www.damino.co.kr   02-719-5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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