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크레빈슨 ML-50
1977년에 발사된 우주선 보이저 1호, 2호에는 지구와 인간의 정보를 담은 골든 레코드(Golden Record)가 실렸다. 혹시라도 마주칠 외계 문명에 지구와 인간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것으로, 다양한 그림, 언어, 기호, 숫자, 소리, 음악 등이 실렸다. 예를 들어 바흐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안녕하세요?”라는 한국어 인사말, 인간의 간략한 해부도 같은 것!
뜬금없이 보이저와 골든 레코드 얘기를 꺼낸 것은 최근 접한 마크 레빈슨(Mark Levinson)의 ML-50 모노블럭 파워앰프 때문이다. 마크 레빈슨 설립 50주년 기념작답게, 이 앰프에 대놓고 깃든 여러 디자인이나 설계, 퍼포먼스는 그야말로 ‘마크 레빈슨판 골든 레코드’ 수준. 특히 상판을 강화유리로 덮어 내부를 그대로 노출시킨 것은 이 제품에 대한 마크 레빈슨의 자신감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마크 레빈슨과 ML-50의 탄생
마크 레빈슨은 엔지니어 마크 레빈슨(Mark Levinson)이 1972년 미국에 설립한 오디오 제작사다. 비록 그는 일찌감치 자신의 회사를 떠났지만 마크 레빈슨이라는 브랜드는 1970, 80년대 하이엔드 오디오를 대표하는 일종의 보통명사와도 같았다. 오디오를 좀 한다는 사람치고 어떻게 LNP-2 프리, ML-2 파워, No.33 파워, No.30 DAC 등을 잊을 수 있을까.
일단 제작사로서 마크 레빈슨에 대한 팩트체크부터. 마크 레빈슨은 1984년 마드리갈이 인수했고, 2003년에는 하만 인터내셔널이 마크 레빈슨 브랜드와 함께 마드리갈을 손에 넣었다. 2017년에는 잘 아시는 대로 삼성전자가 하만 인터내셔널을 인수. 현재 하만 인터내셔널 산하에는 마크 레빈슨을 비롯해 JBL, 하만 카돈, 레벨, 렉시콘, 인피니티, 아캄, AKG, 크라운 등이 있다. 설립자 마크 레빈슨은 1984년 회사 마크 레빈슨을 떠났다.
71~80년대 | 81~90년대 | 90~00년대 | 00~10년대 | 11~현재 |
72 LNP-1 프리 72 JC-1 MC 헤드 73 LNP-2 프리 74 JC-2 프리 76 LNC-2 크로스오버 77 LNP-2L 프리 77 ML-1 프리 77 ML-2 모노파워 78 ML-2L 모노파워 79 ML-3 파워 79 ML-5 마스터레코더 79 ML-6 모노 프리 80 ML-7 모노 프리 80 ML-8 마이크 프리 |
81 ML-9 파워 81 ML-10 프리 81 ML-6A 모노 프리 82 ML-11 프리 84 ML-12 파워 84 ML-10A 프리 84 ML-12A 파워 85 ML-6B 모노 프리 85 ML-7A 모노 프리 86 No.20 모노파워 87 No.23 파워 88 No.20.5 모노파워 88 No.25 모노 포노 88 No.26 프리 89 No.27 파워 90 No.28 프리 90 No.29 파워 |
91 No.23.5 파워 91 No.30 DAC 92 No.20.6 모노파워 93 No.38 프리 94 No.33 모노파워 94 No.35 DAC 95 No.36 DAC 95 No.37 CDT 95 No.331 파워 95 No.332 파워 95 No.333 파워 95 No.380 프리 97 No.33H 모노파워 99 No.32 레퍼런스 프리 99 No.383 인티 99 No.30.6 DAC 99 No.334 파워 99 No.335 파워 99 No.336 파워 |
02 No.360 DAC 02 No.39 CD플레이어 03 No.434 모노파워 04 No.326S 프리 04 No.390S CD플레이어 04 No.431 파워 04 No.432 파워 04 No.433 파워 05 No.436 모노파워 08 No.53 모노파워 |
13 No.52 프리 14 No.585 인티 15 No.536 모노파워 15 No.526 프리 15 No.519 네트워크/CDP 16 No.523 프리 16 No.534 파워 17 No.515 턴테이블 17 No.585 인티 17 No.585.5 인티 17 No.5802 인티 No.5805 인티 20 No.5101 SACDP 20 No.5105 턴테이블 21 No.5206 프리 21 No.5302 파워 22 ML-50 모노파워 |

눈여겨 볼 것은 2014년 5월에 있었던 일련의 신제품 계획 발표. 당시 새 프로젝트를 총괄 지휘한 주인공은 R&D 총책임자인 토드 아이켄바움(Todd Eichenbaum)이었는데, 그는 크렐에서 20년 이상 근무한 베테랑 엔지니어로, 프리앰프 회로 설계의 대가 존 컬(John Curl), 파워앰프 설계의 거봉 톰 콜란젤로(Tom Colangelo)를 잇는 마크 레빈슨의 키맨이다.
어쨌든 하만 인터내셔널과 토드 아이켄바움 체제 하에서 마크 레빈슨이 내놓은 새 프로젝트 첫번째 주자는 그 해 5월 독일 뮌헨오디오쇼에서 선보인 200W 출력의 인티앰프 No.585였고, 이 때부터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뉴 마크 레빈슨’ 시대가 열렸다. 이어 2015년에 400W 출력의 모노블록 파워앰프 No.536과 프리앰프 No.526, 네트워크/CD 플레이어 및 DAC No.519가 출시됐다.
이후 보다 ‘저렴한’ 가격대를 표방한 새 5000번대 시리즈가 나왔다. 디지털 입력전용 No.5802 인티앰프, 아날로그 입력단과 포노스테이지를 추가한 No.5805, SACD플레이어 겸 DAC No.5101 등이 대표적. 개인적으로는 올해 리뷰한 No.5206 프리앰프와 No.5302 파워앰프 조합이 기대 이상의 퍼포먼스를 선보여 지금도 인상 깊다.
그리고 2022년, 마크 레빈슨이 설립 50주년을 맞아 100조 한정판으로 선보인 모노블럭 파워앰프가 이번 리뷰의 주인공인 ML-50이다. 1984년 이후 종적을 감춘 형번 ML이 부활한 것부터가 심상찮은데, 아니나 다를까 마크 레빈슨은 이 기념모델에 심어놓은 자신들의 표식을 세세히 공개했다. 역시 50년 업력 정도는 되어야 할 수 있는 신나는 이벤트다.
- 네이밍 : ML-2 25W Class A 모노블럭 파워앰프
- 프런트 핸들 : No.20 100W Class A 모노럴 파워앰프
- 프런트 핸들 : No.20.5 100W Class A 모노럴 파워앰프
- 프런트 핸들 : No.20.6 100W Class A 모노럴 포노앰프
- 아웃트리거 풋 : No.33 300W Class AB 모노럴 파워앰프
- 아웃트리거 풋 : No.33H 150W Class AB 모노럴 파워앰프
- 프런트 글래스 패널, 레드 백라이트 로고 : No.53 500W Class D 모노럴 파워앰프
- 퍼포먼스 : No.536 400W Class AB 모노럴 파워앰프
즉, 간만에 ML로 시작하는 모델명은 ML-2에서,
45도 바깥을 향한 전면 손잡이 2개 디자인은 No.20에서,
듬직한 아웃트리거 풋은 No.33 및 No.33H에서,
이제는 친숙해진 페이스 디자인은 Np.53에서,
그리고 앰프 설계와 퍼포먼스는 플래그십 모노블럭 파워앰프 No.536에서 가져왔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ML-50은 마크 레빈슨의 50년 역사와 스토리를 축약한 ‘마크 레빈슨 판 골든 레코드’다.

ML-50, 8옴 425W 출력의 모노블럭 파워앰프
외관부터 본다. ML-50 실물은 마크 레빈슨 총판인 HMG의 서울 여의도 시청실에서 처음 접했는데, 붉은 빛이 도는 내부를 상판 강화유리를 통해 볼 수 있는 점이 가장 큰 매력. LED를 흰색 조명으로 바꿀 수도 있고 아예 끌 수도 있다. 어쨌든 내부 앞쪽의 커다란 토로이달 전원트랜스와 양 사이드를 가득 메운 히트싱크가 클래스AB 대출력 파워앰프임을 웅변한다. 사이즈(HWD)는 197 x 438 x 533mm.
내부를 보자. 앞쪽에 50이라는 숫자와 Mark Levinson, Limited Edition이라는 글자가 크게 씌여진 토로이달 전원트랜스가 쉴드 케이스에 수납됐고, 양 사이드에 여러 개의 파워 커패시터와 바이폴라 트랜지스터가 장착된 출력단이 포진했다. 나머지 가운데에는 입력단과 전압증폭단이 자리를 잡고 있다. 확실히 ML-50의 내부 설계 및 디자인은 No.536에서 가져왔음이 분명하다.
다음은 출력단. ML-50이 블럭당 듀얼 모노 구성이라서 출력단이 양 사이드에 하나씩 세워진 상태로 투입됐고 바깥쪽에는 히트싱크가 부착됐다. 따라서 겉모습만 보면 여지없는 스테레오 파워앰프다. 각 히트싱크(출력단)에는 12개의 바이폴라 트랜지스터(BJT)와 18개의 파워 커패시터가 장착돼, 각 출력단이 푸시(push)와 풀(pull)로 작동한다.
출력단에서도 눈여겨 볼 것은 파워 커패시터의 정전용량. No.536의 16만9200uF에서 20만6800uF로 20% 늘어났다. 또한 출력단의 왜율을 낮추기 위해 출력단에 미리 흘려주는 바이어스 전류를 2배로 늘렸고, 이 결과 왜율(1kHz 입력, 8옴 425W 출력시 0.04% 미만) 뿐만 아니라 8옴에서 20W까지 클래스A로 작동하는 이득까지 얻었다. No.536의 클래스A 작동범위는 3W까지였다.
이밖에 주파수응답특성은 -0.2dB 기준 10Hz~20kHz, 신호대잡음비(SNR)는 85dB 이상, 입력 임피던스는 XLR 60k옴, RCA 30k옴이다. 왜율(THD)의 경우 가청영역대(20Hz~20kHz)에서 8옴 425W 출력시 0.3% 미만을 보인다. ML-50 앰프의 댐핑팩터를 알 수 있는 출력 임피던스는 공개되지 않았다.
퓨어 패스 회로(Pure Path Circuit)에 대하여
이제 좀 심각히 따져보자. 마크 레빈슨이 한정판 ML-50을 비롯해 플래그십 No.526 등에서 수차례 강조하는 것이 ‘퓨어 패스 회로’(Pure Path Circuit)로 설계했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가장 심플하고 순수한 앰프 회로라는 것이지만, 이를 그렇다고 액면 그대로 또는 ‘심플 이즈 베스트’ 식의 공허한 구호로만 받아들일 수는 없다.
마크 레빈슨에 따르면 퓨어 패스 회로는 과학적으로 가장 합리적이고 미학적으로 가장 아름다운 회로이며, 그 핵심은 전압증폭단의 폴디드 캐스코드 회로 설계(Folded Cascode Circuit), 출력단에 거는 울트라 하이 바이어스 전류(Extremely High Bias Current), 그리고 네거티브 피드백의 최소 사용(Usage of Very Little Negative Feedback), 이 3가지로 요약된다.
이 중 바이어스 전류와 네거티브 피드백은 다른 브랜드의 앰프에서도 자주 언급되는 내용이기 때문에 생략하고, 폴디드 캐스코드 회로에 대해서만 살펴본다. 잘 아시는 대로 출력단에 바이어스 전류를 세게 흘려주면 왜율은 낮아지고 클래스A 작동범위는 늘어난다. 네거티브 피드백은 증폭의 정확도는 높이고 왜율은 낮추기 위해 발명됐지만 앰프의 스피드를 떨어뜨리는 단점이 있어서 일부 제작사들은 전압증폭단에는 아예 피드백을 걸지않고(Non-NFB), 출력단에만 살짝 네거티브 피드백을 건다.
심화학습. 폴디드 캐스코드 회로(Folded Cascode Circuit)
ML-50의 전압증폭단에 베풀어진 폴디드 캐스코드 회로는 기본적으로 디스크리트, 풀 밸런스, 다이렉트 커플드, 클래스A 증폭 회로다.
- 칩 형태의 OP앰프가 아니라 증폭소자(JFET, BJT)와 저항 등을 하나하나 투입했고(디스크리트),
- 전압은 동일하지만 위상만 반대인 플러스(+)와 마이너스(-) 신호를 각각 처리하며(풀 밸런스),
- 신호경로에 음질 열화를 일으키는 커패시터를 일절 쓰지 않았으며(다이렉트 커플드),
- 증폭소자에 계속해서 바이어스 전압을 가해 바이어스 전류를 흘려준다(클래스A)는 뜻이다.
위 그림은 마크 레빈슨이 공개한 폴디드 캐스코드 회로다. 우선 캐스코드(cascode). ‘작은 폭포’라는 뜻 그대로 2개의 증폭소자를 연이어 붙였다는 의미인데, 마크 레빈슨의 퓨어 패스 회로에서는 JFET와 바이폴라 트랜지스터(BJT)를 연이어 붙였다. 그림에서 왼쪽 하단에 있는 것이 JFET, 그 위에 바로 붙어있는 것이 BJT다.
자세히 보면, 하단 JFET에서 증폭신호가 출력되는 드레인(D)에 상단 BJT의 에미터(E)를 다이렉트로 연결한 것을 알 수 있다.
cf. JFET이나 BJT 모두 3개 전극으로 구성됐다. 입력신호가 들어오는 게이트(gate. JFET)와 베이스(base. BJT), 바이어스 전류가 들어오는 드레인(drain. JFET)과 컬렉터(collector. BJT), 바이어스 전류가 나가는 소스(source. JFT)와 에미터(emitter. BJT)다. 그림에서 보이는 화살표가 바이어스 전류 흐름을 나타낸다.
증폭된 신호는 드레인이나 컬렉터로 출력할 수도 있고, 소스나 에미터로도 출력할 수 있는데, 마크 레빈슨의 퓨어 패스 회로에서는 JFET과 BJT 모두 드레인과 컬렉터에서 출력을 뽑아내고 있다. 결국 캐스코드는 2개의 증폭소자를 마치 1개의 증폭소자처럼 활용한 방식인 셈이다.
신호 흐름을 따라가보면 입력신호는 1) JFET의 게이트로 들어와, 2) JFET의 드레인으로 출력돼, 3) BJT의 에미터로 입력된 후, 4) BJT의 컬렉터로 출력된다.
이러한 설계를 한 이유는 두 증폭소자의 장점은 취하고 단점은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즉, 1) JFET 소자의 낮은 노이즈와 높은 게인이라는 장점은 취하고 비선형 증폭과 높은 왜곡이라는 단점은 버리고, 2) BJT의 낮은 입력 임피던스와 높은 출력 임피던스라는 장점은 취하고 높은 노이즈라는 단점은 버린 것이다. 마크 레빈슨이 JFET과 BJT의 캐스코드 설계로 낮은 노이즈, 높은 게인(이상 JFET), 선형 증폭, 광대역 특성(이상 BJT)을 얻었다고 밝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이게 다가 아니다. 마크 레빈슨은 이 캐스코드 회로에 BJT를 하나 더 추가했다. 그림을 다시 보면, 캐스코드 BJT 오른쪽에 또 하나의 BJT가 있다. 그리고 두 BJT의 위아래 방향이 다른 것도 눈에 띈다. 즉, 캐스코드 회로에 투입된 BJT는 NPN, 추가된 BJT는 PNP인 것이다. 따라서 첫번째 BJT의 컬렉터(C)에서 출력된 신호는 두번째 BJT의 에미터(E)로 들어가서 컬렉터(C)를 통해 최종 출력된다.
출력신호 파형을 보면 입력신호 파형에 비해 진폭이 커지고 위상이 반대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캐스코드 회로에 반대 방향의 BJT를 하나 추가했다고 해서 폴디드 캐스코드다. ‘접으면’(folded) 방향이 반대(NPN, PNP)가 되기 때문이다.
왜 이런 설계를 한 것일까. 마크 레빈슨에 따르면 1) PNP BJT를 추가함으로써 PNP BJT에는 앞단의 캐스코드 회로(JFET + NPN BJT)와는 전류값은 똑같고 위상만 반대인 증폭신호가 흐르고, 2) PNP BJT의 베이스(B)에 작은 전압만 가해도 큰 증폭신호를 얻을 수 있어, 3) 리니어리티는 좋아지고 왜곡은 줄어들기 때문이다. 상당히 명쾌하고 설득력이 있는 주장이다.
청음
HMG 시청실에서 진행한 ML-50 시청에는 마크 레빈슨의 전원부 분리형 프리앰프 No.52, 스텐하임의 플로어스탠딩 스피커 Referencr Ultime Two를 동원했다. Ultime Two는 12인치 우퍼 2발을 포함한 5유닛 스피커로 공칭 임피던스 4옴, 감도 95dB를 보인다. 소스기기는 오렌더의 N20과 브리카스티 M21 DAC를 써서 주로 타이달과 코부즈 스트리밍 음원을 들었다.
여성보컬곡 듣는데 4옴 850W 모노블럭 파워앰프는 과한게 아닌가 싶었지만, 처음 들려오는 소릿결 자체가 다르다. 다림질한 것처럼 표면이 매끄럽고 귀에 와닿는 입자감이 부드러운 포말처럼 곱디곱다. 더 놀라운 것은 다이애나 크롤과 그녀가 직접 연주하는 피아노의 또렷한 이미지. 역시 좌우채널을 전원부까지 섀시째 분리한 모노블럭의 이득이다.
이어 피아노의 건반을 누르는 미세한 손가락의 터치와 압력이 생생한 것을 보면 SN비와 해상력, 마이크로 다이내믹스 걑은 이 앰프의 기본 됨됨이가 남다름을 확실히 알 수 있다. 귀가 아니라 가슴으로 음악을 듣는다는 것, 대출력 앰프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1악장을 여는 챔버 오케스트라의 합주가 속이 꽉 찼다. 무대 배경이 적막한 상태에서 무대를 채운 음들까지 빽빽하니 그야말로 현장에서 이들의 연주를 몸으로 느끼는 것 같다. 특히 힐러리 한이 연주하는 바이올린의 중고음이 강력한데, 상당한 에너지인데도 그 와닿는 촉감이 진득하고 매끄러우며 부드럽다.
어떻게 해서 이렇게 밀도감 있고 입자감이 고운 소리가 나올 수 있는지 따져보면, 역시 전원부와 출력단 설계 덕분이다. 뜨거운 열기마저 느껴지는 에너지는 4옴 출력이 8옴 출력보다 정확히 2배 높을 정도로 전원 사정이 넉넉한 덕분, 소릿결이 벙벙하지 않고 속이 꽉 찬 느낌을 주는 것은 20W까지 클래스A로 작동하는 출력단 덕분이다.
또 하나 포착되는 것은 이 앰프의 놀라운 SN비. 스피커 감도가 95dB나 되는데도 그 어떤 쓸데 없는 노이즈가 들리지 않는다. 음식물 쓰레기를 분쇄기로 갈아 말린 후 말끔히 털어낸 것 같다. 귀와 와닿는 것은 이들이 들려주는 음과 연주자들의 기척, 그리고 연주공간이 빚어내는 앰비언스 뿐이다. 앰프의 급 차이는 주머니 안의 송곳처럼 바로 이런 데서 슬그머니 그리고 어김없이 드러나는 법이다.
이번에는 ML-50의 동적 특성을 알 수 있는 곡이다.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마크 레빈슨의 퓨어 패스 회로의 핵심 중 하나가 바로 네거티브 피드백을 최소화한 것인데, 이 결과물이 바로 동적 특성, 즉 스피드다. 실제로 처음부터 음 하나하나가 탄력적이고 쏜살 같아서 그 흔적을 남기지 않고 사라진다. 그러니 음들이 하나같이 개운하게 느껴질 수밖에.
끝으로 이와 관련해 ML-50의 과도응답특성도 돋보였다. 이 역시 앰프의 동적특성 중 하나인데, 순간순간 음들이 치고 빠지는 모습에서 주저함이 머뭇거림이 전혀 없다. 마치 트램폴린에서 뛰어노는 것처럼 자연스럽고 연속적이며, 그래서 음들이 싱싱하고 생생하게 느껴진다. 이는 그만큼 전압증폭단과 출력단의 전원부가 증폭단이 필요로 할 때 순간적인 대전류를 잘 흘려주고 있다는 증거다.
총평
고백컨대, ML-50을 통해 마크 레빈슨을 다시 보게 됐다. 물론 앞서 리뷰했던 No.5206 프리앰프와 No.5302 파워앰프 조합에서도 마크 레빈슨의 저력을 느꼈지만, 이번 ML-50은 지금 막 환생한 마크 레빈슨의 리즈 시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설계나 디자인, 이런 것 다 떠나서 그냥 소리 자체가 압도적이라고 할 만큼 좋았다. 12인치 우퍼 2발을 단 스텐하임 스피커도 이 모노블럭 파워앰프 앞에서는 순한 양이 되고 말았다. 만약, 마크 레빈슨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도 ML-50을 보고 듣게 되면 그 매력에 빠져들 것이라고 확신한다. 왜? ML-50은 마크 레빈슨의 모든 것을 담은 골든 레코드이기 때문이다.
마크레빈슨 ML-50
장점 | 단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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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목 | 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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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김편
photo by 이동훈
제품사양
Mark Levinson ML-5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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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 | • 전세계 100조 한정판매 • 레퍼런스 클래스 앰프 • Mark Levinson 퓨어 회로 • 다이나믹한 내부 조명 • RS-232 컨트롤 |
앰프 출력 | 425W RMS (8Ω, 20Hz ~ 20kHz, < 0.3% THD) 4Ω에서 850RMS, 20Hz ~ 20kHz |
입력 | XLR x 1 / RCA x 1 |
출력 | “Mark Levinson Hurricane” 바인딩 포스트 |
전압 게인 | 26dB |
크기 (WxHxD) | 438mm x 197mm x 533mm |
무게 | 52.2kg |
수입원 | HMG https://www.hmgav.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