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운드바로 완성한 안방극장의 진수

LG전자

S95TR

TV의 발전이 누락시킨 멀티채널 음향의 퇴보는 결국 또 다른 기술의 진화를 통해 S95TR 같은 괴물을 탄생시켰다.
오디오평론가 코난
이동훈

S95TR

사운드바로 완성한 안방극장의 진수

영상 그리고 음향

음악이 은유적이고 상상의 영역에 많이 걸쳐 있다면 영상은 보다 직관적이며 상상이 아닌 직관의 영역에 더 많이 걸쳐 있다. 음악은 다른 책을 본다던가 다른 일을 하면서 동시에 즐길 수도 있지만 영상은 좀처럼 다른 일과 멀티태스킹을 허락하지 않는다. 눈은 귀보다 빠르고 직관적이며 이런 이유로 영상은 종종 음악보다 더 강력하게 집중력을 빼앗아간다. 더군다나 영화나 드라마 그리고 스포츠에도 스토리가 있다. 스토리텔링은 마치 책을 영상으로 보는 듯한 또 다른 차원의 감흥을 이끌어낸다. 이 경우 음향은 졸지에 메인이 아닌 부가 콘텐츠로 전락하기도 한다.

이런 영상의 특성 때문일까? 일반적인 TV는 점점 영상 위주로 발전해왔다. 과거 브라운관, 프로젝터 TV 같은 것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지금 TV는 상상 이상으로 얇아졌다. 가정에서 뒷벽과의 거리를 좁힐 수 있어 공간 활용에 좋은 점은 있다. 게다가 그 얇은 두께로 수십 인치 화면을 어렵지 않게 구현하는 요즘 디스플레이 관련 기술은 놀라울 정도다. 그러나 눈에 집중력을 빼앗긴 음향은 되레 퇴보한 듯 보인다. 그 얇은 깊이에 어느 정도 수준 이상의 음향적 성능을 기대한다는 건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눈부시게 발전한 TV의 영상 화질에 환호하는 사이 TV 자체 음향 수준은 그만큼 뒤따라오지 못한 게 사실이다.

자료 제공 – LG전자

사운드바 전성시대

하지만 사람들은 기억한다. 영화관에서 그 뛰어난 화질만큼이나 온 몸을 흔들어댄 역동적인 입체음향을. 최근엔 많은 상영관에서 돌비 애트모스 등 3D 서라운드 음향으로 영화를 상영 중이다. 좌/우 위치, 전/후 거리만 표현하던 기존의 2D 서라운드 음향의 세계는 영화에서 이젠 사물이나 사람의 상/하 위치 관계까지 눈에 보이는 듯 펼쳐지는 3D까지 구현하고 있다. 이에 비하면 가정용 TV에 장착된 사운드 장치는 영화, 드라마 등 컨텐츠가 담고 있는 역동성, 감동을 일부만 재현해주는 데 그치고 있다.

자연스럽게 음향에 대한 수요가 또 다른 영역의 음향 장치를 만들어냈다. 바로 사운드가 그 주인공이다. TV 앞에 놓지 좋게끔 좌우로 긴 형태로 만들어졌고 그 안에 스피커와 앰프 및 전자 회로가 모두 담겨져 있는 일체형 스피커를 사운드바로 불렀다. 하지만 그걸로 끝일까? 사운드에 대한 염원은 종종 일체형 스피커에서 환상이 깨지기 일쑤였다. 필자는 2017년경 ‘3D 서라운드 사운드의 세계’라는 제호 아래 국내에서 거의 처음 오로 3D, 돌비 애트모스 관련 가이드 리뷰를 쓴 적이 있다. 그리고 실제 천장 채널까지 추가해 시연해본 사운드는 상상 이상의 감동을 만들어냈다.

LG S95TR

그 즈음부터 사운드바 시장은 다시 분주해졌다. 일반적인 기존 사운드바를 넘어 3D 서라운드 포맷, 대표적으로 돌비 애트모스에 대응해야했다. 이 뿐만 아니다. 이제 사운드바는 단지 TV의 스피커를 대체하는 제품의 바운더리를 넘어서야 했다. 가장 보편의 사람들은 사운드바를 단순히 TV와 연결해 듣는 걸 넘어 음악만을 감상하는 대중적인 오디오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앰프와 소스 기기 그리고 커다란 스피커를 줄줄이 연결해 듣는 건 일부 마니아들의 시장이고 일반 대중은 그저 작고 가벼우면서 예쁜, 거기에 TV 음향은 물론 음악 감상의 도구로서 기능하는 제품을 원했다. 가장 대표적인 제품군이 바로 사운드바로 귀결되어졌다. 전 세계 사운드 바 시장은 오는 2029년까지 드라마틱하게 성장해 17조 매출을 훌쩍 넘어설 거라는 보도가 이런 소구를 증명하고 있다.

여기에 LG가 승부수를 던졌다. LG는 TV 부문에서도 올레드 TV로서 화질과 기능성 모두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바늘 가는 데 실이 따라가는 것은 당연했다. 사운드바는 LG TV 입장에선 가장 멋진 선물이 될 테니까. 그리고 LG는 최근 가장 진보한 사운드바 S95TR이라는 모델이 시장에 선보였다. 우선 이 모델은 플래그십 모델로서 그 크기부터 사운드바치곤 상당히 크고 구성 자체도 정통 홈시어터 시스템에 버금갈 정도로 화려하다. 다시 말해 우리가 알고 있는 사운드바 하나가 아니라 후면 스피커 한 조와 서브우퍼 등 총 세 개 스피커로 구성되어 있는 제품이다.

전원케이블은 양방향 모두 ㄱ자로 되어있어 공간의 제약이나 간섭을 최소화한다. (총 4개 기본제공)

일단 사운드바는 1250mm 너비로 좌/우로 길며 135mm 길이에 높이는 63mm 정도로 낮은 편이다. TV 앞에 길게 배치하기 좋지만 꽤 넓은 TV 랙 등 가구를 필요로 한다. 한편 물리적으로 얇은 사운드바에 설치하긴 어려운 우퍼를 별도로 분리해 초저역을 구현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가상의 서라운드가 아닌 실제 서라운드 사운드를 더욱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후면 스피커를 따로 분리해 제공하고 있다. 높이가 약 223mm 정도로 북셀프 사이즈이므로 별도의 스탠드 위에 설치해야 한다. 참고로 이 모든 스피커끼리는 무선으로 연결되어 페어링 뒤 사용할 수 있어 복잡한 케이블 배선에 대한 스트레스에서 가볍게 해방될 수 있다.

멀티채널 홈시어터 사운드 시스템은 배우 목소리와 배경 사운드를 실제 현장처럼 해당 위치에 믹싱해 만들어진다. 따라서 하이파이와 달리 최소 5.1채널, 3D 서라운드의 경우 5.1.2채널이 기본이다. 이를 기존의 보편적인 사운드바 한 대가 모두 소화한다는 건 사실 억지다. 이를 잘 알고 있다는 듯 LG는 최소 우퍼와 리어 스피커를 분리시켰다. 그리고 S95TR 전면 사운드바에 8채널을 설치해놓았다. 리어 스피커도 알고 보면 좌/우 각각 3채널씩 6채널이다. 전용 서브우퍼까지 합하면 결국 15채널이 연동되는 셈이다.

요컨대 9.1.5채널도 이 중 전면 사운드에서 3채널과 리어 채널에서 2채널은 애트모스 서라운드 음향 효과를 위한 채널도 사용하고 있다. 이는 애트모스 인에이블드 스피커 또는 업파이어링 스피커라고 부르는데 실제 천장에 스피커를 설치하기에 애로사항이 많은 주거 환경을 감안한 설계다. 메인 스피커 상단에 스피커 유닛을 탑재해 천장으로 소리를 방사 후 이 반사음을 듣게 되는 방식이다. 이런 설계를 통해 LG S95TR은 사운드바 시스템으로는 이례적인 9.1.5채널이라는 화려한 서라운드 사운드바로 완성되었다. 당연히 돌비 애트모스, DTS X 등의 멀티 채널 음향 포맷에 대응한다.

TV와 연동해 사용하는 방법은 무척 간단하다. HDMI ARC 출력단자가 마련되어 있는 TV를 사용 중이라면 HDMI 케이블로 S95TR 메인 사운드바와 연결하면 끝이다. 참고로 S95TR에 마련되어 있는 HDMI ARC는 eARC 규격으로 최신 영상을 모두 패스스루할 수 있는 규격이므로 다양한 영상을 마음 놓고 S95TR로 감상 가능하다. 단순히 TV 프로그램만 본다면 그리 대단한 기능이 아닐 수도 있지만 사실 최근 OTT가 가장 대중적인 영상 컨텐츠 제공 통로가 되어버린 요즘 이 단자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넷플릭스 등 OTT에 등록된 최신 컨텐츠 중 애트모스 등을 지원하는 영화를 S95TR을 활용해 감상한다면 차원이 다른 감동을 되찾을 수 있다.

리모컨과 ‘LG Soundbar’ 전용앱을 제공한다

멀티채널 관련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앞서 언급했듯 이 제품의 활용도는 단순히 영상의 음향 출력을 위한 도구로서만 기능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에어플레이 2, 블루투스 등에 대응하니 간단히 음악 감상할 때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준다. 더불어 타이달, 스포티파이, 구글 크롬캐스트 등을 활용해 음원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즐길 수 있게 해준다. 이 외에 유선으로 HDMI 입력 및 광(Optical) 입력도 지원하고 있으므로 플레이스테이션, 애플 TV 등 다양한 외부 기기들과 연동해 활용도를 극대화할 수도 있다. 이 외에 USB 메모리 재생도 가능하다.

사운드바의 탈을 쓴 풀 홈시어터

매우 긴 좌우 사이즈에서 나오는 소리는 마치 두 개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듯하다. 당연히 스테레오 분리도가 뛰어나 일체형 스피커라고 보기 힘들 정도. S95TR은 다양한 사운드 모드를 지원하는데 보컬 음향은 사운드 모드에 따라 그 음상의 크기 및 위치가 약간씩 바뀌면서 전체 무대의 모양도 달라진다. 대역 균형감이 절대 높지 않고 상당히 균형 잡힌 모습이다. 우퍼가 추가되어 있기 때문으로 더블 베이스와 드럼의 묵직한 타격감이 몸으로 전해질 정도로 무게감이 충분하다.

James Blake – Limit to your love

Tidal Connect (Wi-Fi)

좌우로 상당히 넓은 무대가 형성되어 거의 중형 북셀프를 듣는 듯하다. 가장 놀라운 건 저역이다. 서브우퍼가 사운드바의 부족한 면을 상당 부분 보충해주는 것은 물론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것까지 가능케 해준다. 저역은 볼륨을 높이면 실로 무시무시한 저역이 초저역 구간까지 하강하면서 바닥에 깔린다. 하지만 기본 세팅에서도 질 좋은 저역을 선보인다.

한국 공식 제품정보에는 없지만 타이달 커넥트를 지원하므로 오디오파일이라면 더욱 질 좋은 중, 저역을 감상할 수 있다.

Marcus Miller - Laid BlackBTS – Permission to dance

HDMI ARC – 애플TV (애플뮤직 Dolby Atmos)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하므로 일반 음악을 멀티채널 포맷 돌비 애트모스로 즐길 수 있다. 서라운드 채널을 영상 컨텐츠 뿐 아니라 음악 감상에 활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타이달은 물론 애플뮤직 등 여러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최근 들어 이러한 멀티 채널 포맷으로 믹싱한 음원들이 종종 보이는데 2채널과 상당히 다른 음악적 뉘앙스를 즐길 수 있다. 사운드바만으로도 가능하지만 애플 tv 같은 기기를 연결해 애플 뮤직에서 재생해보면 공간음향의 맛을 더욱 실감나게 느낄 수 있다.

Top Gun Maverick

HDMI ARC – 애플TV (Neflix Dolby Atmos)

전면 센터부터 좌우 프론트 스피커 사운드는 기대 이상으로 정확한 위치를 추적해낸다. 보이스가 좌우 스피커의 배경음과 섞이지 않고 또렷해 실제 분리형 센터 스피커가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아무래도 프론트 스피커와 센터 스피커 등 전면 채널을 담당하는 스피커가 하나의 사운드바에 장착되어 있지만 매우 긴 길이를 통해 상당 부분 일체형의 한계를 극복해낸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리어와 애트모스 채널의 사운드 구현에 있어 애트모스 업화이어링(인에이블드) 스피커는 천장에 실제 설치한 것 같은 입체 음향을 구현한다.

LG Soundbar 전용앱 (iOS/안드로이드)

※ AI 룸 캘리브레이션 등 편의성

시종일관 사운드바로 음악과 영화 등을 시청하면서 또렷하고 입체적인 사운드에 놀랐다. 아주 큰 거실도 아니고 그리 크지 않은 공간이었음에도 서브우퍼의 저역조차도 부밍이 없이 부드럽고 강력했다. 사실 S95TR 사운드바 시스템의 성능엔 비밀이 있었다. 바로 AI 룸 캘리브레이션 기능이다. 스피커들이 음향적으로 올바른 위치에 세팅되어 있지 않더라도 AI가 설치 환경을 분석한 후 보정해주는 기능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요즘 마니아들이 선호하는 하이파이, 홈시어터 기기들에서 종종 목격할 수 있는 일종의 공간 음향 보정 기법이다. 이 외에도 와우 오케스트라, 와우 인터페이스, 와우 캐스트 등을 통해 일반 가정에서 손쉽게 고음질을 즐길 수 있는 사용자 편의성까지 극대화시키고 있는 모습이다.

총평

필자 같은 경우 약 20여 년간 홈시어터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다. 최소한의 셋업 형태인 5.1채널이지만 프로젝터에서 100인치로 투사해 다양한 영화, 드라마, 다큐멘터리를 즐기다보니 이젠 홈시어터 없는 영상 컨텐츠 감상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여기에 더해 최근엔 시청실에도 홈시어터를 하나 더 세팅했다. 영상은 130인치에 음향 시스템도 업그레이드했다. 그토록 염원했지만 공간 문제로 시도하지 못했던 돌비 애트모스 시스템이다. 최근 서라운드백까지 더해 7.1.2 시스템을 완성했다. 기존에 이미 봤던 영상도 전혀 새로운 차원의 감흥을 전해주고 있다. 하지만 거실에서 TV와 함께 사운드바 시스템으로 이 정도의 사운드라면 감지덕지다. 과거 커다란 스피커들과 줄줄이 얽히고설킨 케이블과 매립 과정 등을 생각해보면 격세지감이다. TV의 발전이 누락시킨 멀티채널 음향의 퇴보는 결국 또 다른 기술의 진화를 통해 S95TR 같은 괴물을 탄생시켰다. 누리지 않을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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