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LYX
국내 최초의 디지털 앰프 업체로 유명한 디지털 앤 아날로그는 자사의 하이파이 브랜드 캘릭스를 앞세워 오래전부터 본격적인 하이파이 기기 제작에 전념해왔다. 그리고 올해부터는 사명을 Calyx로 변경하며 브랜드와 회사명을 하나로 통일했다. 그동안 주력 제품으로 등장한 것은 DAC와 파워 앰프 제품군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이들과는 전혀 다른 하이파이 악세서리 분야의 제품을 내놓았다. 바로 ‘파워 스트립’이다.
국내에서는 주로 ‘멀티탭’으로 부르는 파워 스트립은 다수의 전원 제품을 꽂는 전원 확장용 이동식 콘센트로 단순 용도로는 전기 콘센트 개수를 늘리는 용도이자 역할이지만 오디오적으로는 전원 개선을 위한 부가 악세서리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전원용 악세서리의 일부로, 전원 콘센트 개수 확장 기능으로는 파워 컨디셔너와 동일하지만 파워 컨디셔너는 이름처럼 전원 노이즈 제거 및 각종 전압/전류 관련 필터와 부가 기능이 더해진다.
이에 반해 파워 스트립은 별다른 기능없이 콘센트만 여러 개 늘려 놓는 정도가 전부였지만 최근들어 소재와 부품 그리고 일부 필터들을 더해 파워 스트립을 단순 전원 콘센트 확장을 넘어 전기의 질을 개선하고 전류 공급 속도를 빠르게 개선시켜 음질적 개선을 이끌어내는 시도들이 등장했다. 이번에 소개하는 캘릭스의 신제품 HYNN(흰) 또한 그런 범주에 속하는 파워 스트립이다.
HYNN
리뷰 제품 캘릭스 HYNN은 겉만 봐서는 단순한 멀티탭으로 보이지만, 가격은 200만원대로 꽤나 비싼 하이엔드 제품이다. 실제로 이 제품이 추구하는 것은 하이엔드 오디오 전용 전원 멀티탭이다. 육중한 알루미늄 절삭 가공의 섀시가 하이엔드의 이미지를 대변하는데, 단순히 겉만 번지르한 것이 아니라 실제 내부 설계 또한 음질을 고려한 하이엔드 오디오 사양에 걸맞는 설계가 이루어져 있다. 제품의 기본은 6구 멀티탭으로 정격 전류 사양 최대 10A의 전류를 흘릴 수 있으며, 특정 사양의 전원 노이즈를 제거하는 자체 필터를 내장했다.
인렛
실제 내부를 살펴보면 기존의 멀티탭들과는 차원이 다른 고급스런 설계를 엿볼 수 있다. 일반 전원 입력이 이루어지는 인렛에는 스위스 샤프너(Schaffner)에서 수입한 고급 인렛을 도입했다. 의료 기기용 전원 필터로 인정 받은 이 모듈은 단순히 전원 케이블 연결을 위한 인렛 기능을 넘어, 의료 기기 및 장비에 사용할 수 있도록 특정 전원 노이즈 및 고주파 노이즈 제거 기능의 필터가 함께 내장되어 있다.
특히 내장된 EMI 필터는 전자기 간섭을 줄이는 역할에 맞춰 설계된 필터로 저항, 콘덴서, 초크 코일 등으로 구성된 필터이다. 이를 통해 220V/60Hz의 전원에서 유입된 전기에 대해 16kHz, 316Hz의 특정 고역대 노이즈를 차단할 뿐만 아니라 이외 대역의 고주파 성분들을 억제하는 노이즈 제거 효과를 통해 오디오용 전원 역할로서 전기의 순도를 높이도록 해준다.
아웃렛
이와 같은 전원 인렛과 노이즈 제거 필터를 거친 전기는 6개의 아웃렛에 전원을 공급하게 되는데 아웃렛은 독일 KOPP의 아웃렛을 적용했다. 일반적인 국산 및 중저가 아웃렛과 달리 안정된 체결력과 넓은 접점으로 빠르고 순도높은 전류 공급을 보장하도록 했다. 그리고 전원 인렛과 병렬로 연결된 6개의 아웃렛은 고순도 구리 케이블을 자랑하는 일본산 PC-Triple C 솔리드 코어 케이블을 사용했다.
내부 선재
기존 고급 전원 케이블에 사용하는 PC OCC 무산소 동선보다 한 단계 더 높은 사양으로, 가장 높은 퀄리티를 자랑하는 PC-Triple C는 일본 후루가와 계열사인 FMC가 제작한 고순도 구리 선재 소재로, 후루가와에서 생산한 99.9% 이상 순도의 고순도 OFC 소재로 타사의 OFC 소재보다 훨씬 순도 높은 OFC 소재를 공급받아 여기에 FMC의 독자적인 단조 방법을 적용하여 구리의 결정 상태를 개선시킨 신소재이다.
단순히 구리의 순도를 높이는 것을 넘어, PC Triple-C는 얇게 하는 단조 작업을 적용하여 불순물을 결정으로부터 없애는 수준으로 구리의 결정 형태를 바꾸는 작업을 통해 구리의 전도성 능력을 끌어 올린 것이다. 2.5SQ 사양의 굵기를 지닌 이 PC-Triple C 케이블은 연심선이 아닌 단심선, 솔리드 코어 소재로 흔히 중저가 멀티탭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저가 케이블이나 주석 소재의 부스바들과 달리 초고순도 사양의 구리 버스바 같은 역할과 기능을 수행하여 전체 아웃렛에 빠르고 균등한 전원 공급을 제공하도록 해준다.
HYNN과 함께 발매한 PC-Triple C 소재의 캘릭스 파워케이블 (별매)
또한 캘릭스에서는 같은 일본 업체에서 제공받는 PC Triple C 케이블로 전원 케이블도 함께 제작하여 판매하는데, HYNN과 함께 사용할 경우 가장 깨끗하고 빠르고 안정된 전원 공급을 누릴 수 있다.
섀시
마지막으로 언급할 만한 특징으로는 섀시이다. 흔히 아크릴 등의 두꺼운 플라스틱 소재를 사용하는 오디오 전용 멀티탭들과 달리, 섀시 전체는 통알루미늄 절삭 가공 구조물로 완성되었다. 아웃렛들이 장착된 상판은 10mm 두께의 알루미늄 판을 사용하고, 바닥면은 6mm 철판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표면 처리는 화이트 아노다이징 처리와 함께 CNC 각인을 더해 하이엔드다운 고급스러움과 미려함을 자랑한다.
특히 조립상 노출될 수 있는 나사들을 모두 감추어 숨기는 내부 체결식 섀시 구조 설계를 통해 눈으로 봐서는 나사가 보이지 않는 하이엔드 오디오적인 디자인이 고급스러운 오디오 전용 악세서리의 가치를 느끼게 만든다. 바닥부에는 섀시와 동일한 소재와 마감 처리를 거친 알루미늄 인슐레이터를 장착하여 진동 억제와 안정된 기기 지지 역할을 한다.
이 외에도 특기할 만한 점은 KC 안전인증을 받은 전기용품으로 기기의 전기적 안정성을 보장한다는 점도 캘릭스 HYNN이 지닌 차별화된 가치라 할 수 있다.
사운드 퀄리티
테스트에는 CH Precision의 L1/M1.1 앰프 시스템과 락포트 테크놀로지스의 링스(Lynx) 스피커를 사용했다. 벽체 콘센트와 캘릭스 HYNN 사이의 전원 케이블은 함께 제공된 캘릭스의 전원 케이블을 사용하고, 비교 대상으로 일반 멀티탭과 비슷한 가격대의 타사 오디오용 멀티탭을 사용했다.
범용 일반 멀티탭에서 캘릭스 HYNN으로 바꾸면 바로 느낄 수 있는 것은 저음의 힘과 스피드 그리고 한층 개선된 다이내믹이다. 저음의 양감적인 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지만, 확실히 저음의 탄력, 초동의 임팩트한 힘이 달라졌음이 사운드로 나타난다. 마커스 밀러의 ‘TripTrap’ 이나 네나드 바실리치의 ‘Bass Drops’ 같은 곡에서 베이스 기타나 콘트라베이스의 저음은 힘찬 탄력과 함께 명료함이 베어있는 탁월한 리듬감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코플랜드의 ‘보통 사람을 위한 팡파레’ 에서도 그란 카사의 타격감이 훨씬 강렬하게 다가왔다.
단단하고 명료한 저음 덕분인지 전체적인 무대의 명징함이나 훨씬 정숙해진 뒷배경을 지닌 사운드스테이지 형성도 파워스트립과 전원 케이블의 효과로 느껴졌다. 틸슨 토머스와 샌프란시스코 교향악단이 연주한 <말러:교향곡 2번>을 들어보면 녹음 장소인 데이비스 홀의 입체감, 공간감 그리고 공기 냄새로 느껴질 만한 분위기가 일반 멀티탭 사용시와 비교해서 훨씬 잘 살아났고, 무대 중앙의 심도 깊이감도 월등히 좋게 느껴졌다. 특히 마지막 악장의 총주부에서도 일반 멀티탭에서 순간적으로 탁하고 딱딱하게 변질되는 음상과 달리 훨씬 개방적이고 유연하며 음들이 엉겨붙는 일 없이 입체적인 무대를 유지하는 능력을 보여준다.
특히 다이내믹의 개선을 알 수 있는 것은 초저음과 고역 끝의 디테일이 미세 음이든 대음량 또는 총주든 잘 살아나는 점이었다. 에이지 오우와 미네소타 교향악단이 연주한 스트라빈스키의 <불새 모음곡>을 들어보면 미세 음량에서의 관악기나 현악기의 움직임, 변화 같은 것도 잘 들리면서 총주의 대편성 연주에서는 초저역의 에너지나 금관 악기의 화려한 울림 등이 시원스럽게 터져나오는 점에서 확실히 전류 흐름의 개선 효과 같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들게 만들었다.
또한 노이즈 필터의 효과로 보이는 뒷배경의 정숙함도 빼놓을 수 없다. 같은 녹음들이 들려주는 녹음 현장, 콘서트 홀의 무음 또는 미세음에서의 정숙한 배경 분위기가 그런 증거이다.
깨끗함과 정숙함이 들려주는 또 하나의 장점은 중역대의 밀도감과 정보량이다. 캘릭스 HYNN을 연결하고 듣는 나윤선의 ‘Favorite Things’ 나 에릭 크랩튼이 코로나 기간 동안 녹음, 제작한 곡 중 ‘Layla’ 같은 곡에서 보컬의 단단함과 명료함 그리고 진한 색채감이 느껴졌고 드럼이나 베이스 같은 어쿠스틱 악기들 사운드의 질감은 훨씬 생생하고 단단한 톤으로 밀도감 높은 사운드를 들려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