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 파워 서플라이
전원 컨디셔닝
두 번째는 같은 패시브 방식이지만 코일과 콘덴서 같은 부분 대신 전자기 유도 현상을 이용한 방식이다. 바로 차폐 트랜스포머이다. 승압, 감압 같은 기능이 아닌, 1:1로 감긴 트랜스포머가 전자기 유도 원리로 60Hz 전기만 생성하여 불필요한 고주파 노이즈를 모두 제거하고 원래 전기의 전기적 노이즈 또한 모두 차단된다는 장점이 있다. 단점이라면 유도된 전기라서 대전류 공급 속도나 공급 능력이 다소 억제되어 앰프의 다이내믹스에서 약간의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이 일반적으로 지적된다.
컨디셔닝 기술의 집합체, PS-1250
그렇다면 아큐페이즈의 PS-1250은 이들 중 어떤 방식일까? 굳이 분류하면 세 번째인 리-제네레이터 방식인데, 구현 기술을 살펴보면 패시브 필터와 차폐 트랜스적인 기술을 요소요소에 차용한 리-제네레이터라 할 수 있다. 일단 입력된 220V@60Hz 전기에 대해 라인 필터를 써서 1차 노이즈를 걸러내고 2차로 트랜스포머를 통해 유도된 전기에 대해 기기 내에서 직접 생성한 레퍼런스 60Hz 신호 파형과 비교하여 그 차이를 보정하여 최종적으로 60Hz의 전기를 출력한다.
기술적으로 하나 하나 설명하면 어려운 이야기라 간략히 정리하면 노이즈를 걸러내고 기기 내에서 자체 생성하는 고정밀 60Hz 신호에 맞춰 220V@60Hz 신호를 출력해낸다. 다만 이 과정에서 트랜스포머의 용량과 출력 버퍼 앰프의 용량이 900W 사양으로 설계되어, 최종 생성되는 전기의 양이 900W 정도가 된다. 그리고 국내 전기는 220V 가 표준이지만 PS-1250은 230V로 출력이 된다.
사실 국내 수입되는 오디오 기기의 대부분은 유럽과 공용으로 사용하도록 설계된 제품들이 대부분이라서 거의 표준이 230V라서 어찌보면 PS-1250을 쓰면 훨씬 더 정확한 전압 전원을 쓰는 것이 될 수 있다.
입구에서 출구까지 완벽한 퓨어 아날로그 회로
그렇다면 기존의 리-제네레이터 방식의 컨디셔너와는 무엇이 다를까? 대표적인 제품이라면 PS Audio의 파워 플랜트 시리즈가 비교 대상이다. PS Audio의 리-제네레이터들은 디지털 방식이고, 아큐페이즈의 제품들은 아날로그 방식이다.
쉽게 말해서, PS Audio의 제품들은 60Hz를 생성하는 회로가 DAC 같은 기기들처럼 클럭 회로와 PLL 같은 디지털 회로들이 사용되고, 최종 전기의 생산을 담당하는 출력 버퍼 앰프도 Class D 앰프를 쓴다. 이로 인해 출력 전기에 MHz 단위의 고주파 노이즈가 존재하지만, 아큐페이즈는 60Hz 생성 회로부터 출력 버퍼 앰프까지 모두 순수 아날로그 신호 합성 회로와 아날로그 파워 앰프로 구성하여 출력 전기에 일체의 디지털 노이즈가 없다. 말 그대로 순수 아날로그의 고순도 AC 전기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입구부터 출력까지 순수 아날로그로 전기를 재생산해는 이 부분을 아큐페이즈는 최고의 강점으로 자랑한다. 없애야 할 불필요한 고주파 노이즈를 아예 생성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흔들림없는 스테이블 파워 출력
순수 아날로그 기술의 전원 컨디셔닝의 리-제네레이터로서 PS-1250이 갖는 장점이자 기능들은 또 있다. 입력 전압의 오차에 상관없이 항상 230V@60Hz를 출력한다는 점이다. 비교적 최신 주택은 그렇지 않지만 오래된 주택들의 경우, 전기 사용량에 따라 200V 또는 심한 경우 200V 이하까지 전압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 PS-1250은 230V 기준 10% 오차의 입력을 허용하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207V까지 집 안의 전압이 떨어지더라도 항상 230V 출력을 유지해준다. 또한 출력 전기의 전압 오차도 +/-3V 수준으로 최대 233V, 최소 227V 이내를 벗어나지 않는다.
실제로 출력 전압을 측정해보면 거의 230V 그대로를 출력해준다. 무엇보다도 전원의 주파수는 항상 60Hz를 유지하고 고주파 성분들을 최대한 제거해주는데, 주파수 영역에서 측정해보면 출력 전기의 주파수 오차율이 0.08% 밖에 안된다. 실제로 PS-1250의 전면에 있는 모니터링용 컨트롤 버튼들을 누르면 현재 집에서 사용 중인 전기의 파형과 주파수 오차를 직접 눈으로 그래프나 미터기의 수치로 볼 수 있다.
밸런스드 파워 제네레이터
마지막으로 PS-1250의 장점이라면 밸런스드 출력의 전기라는 점이다. 전압이 0V와 220V로 될 수도 있지만, 전기가 -110V와 +110V로 완벽히 대칭을 이룬 밸런스드 구성을 취하면 훨씬 더 안정적인 전기적 위상 특성을 갖춘, 이상적인 전기 환경을 이루게 된다. PS-1250의 출력 버퍼 앰프는 완벽한 밸런스드 구성의 아날로그 버퍼 앰프 회로로 설계되어 이런 밸런스드 전원 환경을 만들어 앰프나 플레이어의 전기적 동작 환경이 가장 이상적인 전기 에너지의 흐름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해준다. 그리고 이런 모든 전기적 개선점들은 곧 음질에 고스란히 반영된다.
사운드 퀄리티
이런 차이는 귀로 느끼는 음질에서도 곧바로 나타났다. 가장 확연한 차이는 정숙성이다. 녹음에 담긴 공간감, 분위기가 마치 깨끗하게 정리정돈한 듯이 뒷배경의 소음이 바닥에 눌러 붙은 듯 갈아 앉는다. 소위 칠흑같이 어두운 무대 뒤의 배경이 형성되면서 전면에는 오직 악기와 보컬 같은 음악의 이벤트들만 또렷하게 남게 된다. 이러한 정숙한 분위기의 연출은 마치 볼륨이 두세칸 줄어든 느낌이라서 평소보다 음량이 작아진 듯 느껴진다. 그래서 PS-1250을 쓰게 되면 볼륨을 평소보다 좀 더 높여야 예전 같은 음량으로 느껴지는데 흥미로운 점은 분명 볼륨은 이전보다 높아졌는데 예전 같은 시끄러움이 커지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음이 매우 리니어하고 자연스럽게 커진다. 덕분에 이전보다 자꾸 볼륨을 높이게 되는 현상이 생기는데 오히려 음악적으로 더 자연스럽고 몰입도 높은 음을 경험하게 된다. PS-1250이 지닌 노이즈 저감의 효과인 것이다.
정숙하고 깨끗하게 정리된 음상은 음의 콘트라스트도 한껏 높여준다. 노이즈가 줄어든 깨끗한 배경 위에 그려지는 악기와 보컬들은 이전에 듣던 것보다 훨씬 깨끗하고 명료하여 음의 대비가 훨씬 선명하게 나타난다. 특히 줄어든 노이즈는 음의 미세한 디테일들을 하나하나 살려내어 좀 더 미세하고 세련된 디테일을 그려낸다. 즉 음의 샤프니스가 훨씬 더 예리하면서도 훨씬 자연스러운 음을 들려주게 된다.
일례로 마이클 틸슨 토머스와 샌 프란시스코 교향악단이 연주한 <말러:교향곡 2번>을 들어보면 이전에 비해 훨씬 심도 깊은 입체적인 사운드스테이지와 함께 악기들의 울림과 디테일한 요소들이 선명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살아난다. 특히 마지막 악장의 총주 부분의 거대한 스케일에서도 울림과 각각의 악기와 합창단, 소프라노의 보컬 등이 더 선명하게 그려져 뒷배경의 정숙함과 음의 콘트라스트, 해상도 개선 효과가 주는 자연스러운 음악 재생 효과를 배가시켜준다.
대편성이 아닌 심플한 재즈 보컬 녹음에서도 마찬가지다. 나윤선이 부른 ‘베사메무쵸’는 베이스의 피치카도 위에 보컬만 등장하는 단순 녹음인데도 PS-1250으로 듣는 음질은 훨씬 더 선명하고 무대 뒤가 진짜 까맣게 채색된 듯 암소음이 훅 사라진 느낌을 준다. 덕분에 베이스의 피치카도는 훨씬 더 매끄럽고 임팩트하게 다가오며 나윤선의 보컬은 더 밀도감와 특유의 색채가 배가된 음으로 향상된다.
앞서 소개할 때는 가급적 파워 앰프는 직결을 권했지만, 테스트 청음에서는 A-80을 PS-1250에 연결했다. 직절 연결한 뒤 PS-1250의 전면 모니터링 기능으로 보니 단순 전원 연결 상태에서 400W 수준을 유지했고, 음악 재생 과정에서는 500W 수준을 오갈 정도였기에 전기적 여유가 충분했기 때문이다.
다이내믹스에서 약간의 타협점이 있지만 정숙하고 깨끗해지면서 선명도 높은 음을 들을 수 있는 장점이 분명 우월하니 말이다. 다만 연결하고 높은 바이어스로 동작시키는 그리폰의 Class A 파워 앰프 같은 경우는 권장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