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아날로그가 빚어낸 하이엔드 클린파워

ACCUPHASE

PS-1250

성연진
이동훈

PS-1250

파워 리제네레이터

클린 파워 서플라이

아큐페이즈는 앰프와 플레이어 같은 오디오 기기들을 제작하지만 케이블이나 악세서리 같은 제품들은 전혀 손대지 않았다. 유일하게 다루는 보조 제품이라면 바로 전원 공급 장치일 것이다. 대개 타사에서는 이런 류의 제품을 ‘전원 컨디셔너’라고 부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이 일본 업체는 ‘클린 파워 서플라이’라고 명명했다. 번역하자면 깨끗한 전원을 공급하는 기기 정도가 될 것이다. 오디오 악세서리는 거들떠보지 않는 순수 오디오 일렉트로닉스 전문 업체가 이런 오디오 보조 제품을 만든 이유는 아마도 자신들의 기기 성능을 완벽하게 전달하기 위해 가장 깨끗한, 오염되지 않은 고순도 전기가 필수적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PS-1200 (1997)
PS-1250 (2023)
아큐페이즈의 PS-1250는 창사 50주년 기념으로 발매된 여러 제품들의 애니버서리 작업의 일환으로 탄생된 모델이다. 국내 전원 컨디셔너 시장에서 아큐페이즈는 자주 언급되는 브랜드는 아니지만, 리뷰 제품의 선조격이 되는 오리지널 모델 PS-1200은 1997년에 최초 발매되었다. 즉, 올해 갑자기 나온 제품이 아니라 PS-1250은 30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하이엔드 파워 컨디셔너로 무려 6세대에 해당하는 최신 모델이자 아큐페이즈 전원 장치의 플래그십 모델이다.

전원 컨디셔닝

PS-1250에 앞서 간략히 파워 컨디셔너의 종류를 잠시 짚고 넘어간다. 우리가 사용하는 전기는 220V 전압인데 그 뒤에 60Hz 라는 주파수가 붙는다. 배터리 같은 DC 전원이 아니라 출렁거리는 사인파 형태의 스윙을 하는 교류, AC 전원이다. 초당 60번이나 출렁거리며 스윙을 하며 전송되다보니 벽 콘센트에 도달하는 전기에는 여러 가지 노이즈 성분들이 함께 타고 들어온다. 각종 전기적 노이즈들과 60Hz가 아닌 훨씬 높은 주파수의 고주파 노이즈 같은 것들이 모두 뒤섞인 채로 말이다. 물에 비유하면 수원지에서 집 안의 수도꼭지에 이르기까지 물이 오염되지 않고 오기가 쉽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다.
이런 전기적, 주파수적 노이즈들을 걸러내기 위해 전원 컨디셔너에는 여러 가지 방식의 필터링 기법들이 등장한다. 크게 3가지 정도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첫 번째, 가장 보편적인 것이 코일이나 콘덴서 같은 것들로 60Hz 라는 주파수에 초점을 맞춰 다른 주파수 신호를 걸러내는 패시브 방식의 필터이다. 가장 보편적인 방식이지만 필터의 개수가 많아질수록 전기의 질은 깨끗해지지만 전류 공급 측면에서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아서 필터 설계에 특별한 노하우가 필요하다.
차폐 트랜스

두 번째는 같은 패시브 방식이지만 코일과 콘덴서 같은 부분 대신 전자기 유도 현상을 이용한 방식이다. 바로 차폐 트랜스포머이다. 승압, 감압 같은 기능이 아닌, 1:1로 감긴 트랜스포머가 전자기 유도 원리로 60Hz 전기만 생성하여 불필요한 고주파 노이즈를 모두 제거하고 원래 전기의 전기적 노이즈 또한 모두 차단된다는 장점이 있다. 단점이라면 유도된 전기라서 대전류 공급 속도나 공급 능력이 다소 억제되어 앰프의 다이내믹스에서 약간의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이 일반적으로 지적된다.

파워 리제네레이팅
세 번째는 아예 작은 크기의 발전소를 만드는 것이다. 소위 ‘파워 리-제네레이터’라 부르는 이 제품들은 220V@60Hz의 전기를 원료로 하여 새로운 220V@60Hz의 전기를 재생산해낸다. 마치 물을 전기 분해하여 수소와 산소만을 분리해내서 이 수소와 산소를 합성하여 다시 물을 만든다는 식이다. 즉 벽체 콘센트의 전기 퀄리티가 아무리 지저분하더라도 새롭게 재생산해낸 전기는 완전히 다른(?) 전기로 만들어진다는 논리로, 이론적으로는 가장 이상적으로 꼽힌다.

컨디셔닝 기술의 집합체, PS-1250

아큐페이즈 PS-1250

그렇다면 아큐페이즈의 PS-1250은 이들 중 어떤 방식일까? 굳이 분류하면 세 번째인 리-제네레이터 방식인데, 구현 기술을 살펴보면 패시브 필터와 차폐 트랜스적인 기술을 요소요소에 차용한 리-제네레이터라 할 수 있다. 일단 입력된 220V@60Hz 전기에 대해 라인 필터를 써서 1차 노이즈를 걸러내고 2차로 트랜스포머를 통해 유도된 전기에 대해 기기 내에서 직접 생성한 레퍼런스 60Hz 신호 파형과 비교하여 그 차이를 보정하여 최종적으로 60Hz의 전기를 출력한다.

기술적으로 하나 하나 설명하면 어려운 이야기라 간략히 정리하면 노이즈를 걸러내고 기기 내에서 자체 생성하는 고정밀 60Hz 신호에 맞춰 220V@60Hz 신호를 출력해낸다. 다만 이 과정에서 트랜스포머의 용량과 출력 버퍼 앰프의 용량이 900W 사양으로 설계되어, 최종 생성되는 전기의 양이 900W 정도가 된다. 그리고 국내 전기는 220V 가 표준이지만 PS-1250은 230V로 출력이 된다.

사실 국내 수입되는 오디오 기기의 대부분은 유럽과 공용으로 사용하도록 설계된 제품들이 대부분이라서 거의 표준이 230V라서 어찌보면 PS-1250을 쓰면 훨씬 더 정확한 전압 전원을 쓰는 것이 될 수 있다.

입구에서 출구까지 완벽한 퓨어 아날로그 회로

기준 파형 생성기
고감도 보호 회로

그렇다면 기존의 리-제네레이터 방식의 컨디셔너와는 무엇이 다를까? 대표적인 제품이라면 PS Audio의 파워 플랜트 시리즈가 비교 대상이다. PS Audio의 리-제네레이터들은 디지털 방식이고, 아큐페이즈의 제품들은 아날로그 방식이다.

쉽게 말해서, PS Audio의 제품들은 60Hz를 생성하는 회로가 DAC 같은 기기들처럼 클럭 회로와 PLL 같은 디지털 회로들이 사용되고, 최종 전기의 생산을 담당하는 출력 버퍼 앰프도 Class D 앰프를 쓴다. 이로 인해 출력 전기에 MHz 단위의 고주파 노이즈가 존재하지만, 아큐페이즈는 60Hz 생성 회로부터 출력 버퍼 앰프까지 모두 순수 아날로그 신호 합성 회로와 아날로그 파워 앰프로 구성하여 출력 전기에 일체의 디지털 노이즈가 없다. 말 그대로 순수 아날로그의 고순도 AC 전기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대형 토로이달 전원 트랜스포머
48,000μF/100V 필터링 커패시터 x2

입구부터 출력까지 순수 아날로그로 전기를 재생산해는 이 부분을 아큐페이즈는 최고의 강점으로 자랑한다. 없애야 할 불필요한 고주파 노이즈를 아예 생성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흔들림없는 스테이블 파워 출력

순수 아날로그 기술의 전원 컨디셔닝의 리-제네레이터로서 PS-1250이 갖는 장점이자 기능들은 또 있다. 입력 전압의 오차에 상관없이 항상 230V@60Hz를 출력한다는 점이다. 비교적 최신 주택은 그렇지 않지만 오래된 주택들의 경우, 전기 사용량에 따라 200V 또는 심한 경우 200V 이하까지 전압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 PS-1250은 230V 기준 10% 오차의 입력을 허용하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207V까지 집 안의 전압이 떨어지더라도 항상 230V 출력을 유지해준다. 또한 출력 전기의 전압 오차도 +/-3V 수준으로 최대 233V, 최소 227V 이내를 벗어나지 않는다.

안정적인 230V 출력
입력 웨이브폼 (전)
출력 웨이브폼 (후)
입력 왜곡률 (전)
출력 왜곡률 (후)

실제로 출력 전압을 측정해보면 거의 230V 그대로를 출력해준다. 무엇보다도 전원의 주파수는 항상 60Hz를 유지하고 고주파 성분들을 최대한 제거해주는데, 주파수 영역에서 측정해보면 출력 전기의 주파수 오차율이 0.08% 밖에 안된다.  실제로 PS-1250의 전면에 있는 모니터링용 컨트롤 버튼들을 누르면 현재 집에서 사용 중인 전기의 파형과 주파수 오차를 직접 눈으로 그래프나 미터기의 수치로 볼 수 있다.

밸런스드 파워 제네레이터

20개 푸시풀회로로 병렬 구성된 파형 보정 앰프 x 2

마지막으로 PS-1250의 장점이라면 밸런스드 출력의 전기라는 점이다. 전압이 0V와 220V로 될 수도 있지만, 전기가 -110V와 +110V로 완벽히 대칭을 이룬 밸런스드 구성을 취하면 훨씬 더 안정적인 전기적 위상 특성을 갖춘, 이상적인 전기 환경을 이루게 된다. PS-1250의 출력 버퍼 앰프는 완벽한 밸런스드 구성의 아날로그 버퍼 앰프 회로로 설계되어 이런 밸런스드 전원 환경을 만들어 앰프나 플레이어의 전기적 동작 환경이 가장 이상적인 전기 에너지의 흐름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해준다. 그리고 이런 모든 전기적 개선점들은 곧 음질에 고스란히 반영된다.

사운드 퀄리티

테스트에는 락포트 테크놀로지스의 아트리아 2 스피커와 아큐페이즈의 C-2900 프리앰프, A-80 파워 앰프 그리고 소스 기기로는 루민 T3 네트워크 플레이어를 사용했다. 처음에는 벽체 콘센트에 직결한 후루텍의 노이즈 필터 기능이 있는 파워스트립으로 감상한 뒤, 모든 기기를 PS-1250으로 연결하고 같은 곡을 다시 감상했다.
음질 평가에 앞서 PS-1250의 전면 디스플레이로 보는 벽체 전원의 품질 자체만으로도 차이가 있었다. 왜곡률이 4% 정도 수준으로 60Hz의 사인파 형태가 일그러져 있는 것을 그대로 알 수 있었다. 이에 반해 PS-1250을 거친 출력 파형은 정확한 60Hz의 깨끗한 사인파 형태를 보여주었고, 왜곡률 또한 0.3% 미만으로 찍혔다.

이런 차이는 귀로 느끼는 음질에서도 곧바로 나타났다. 가장 확연한 차이는 정숙성이다. 녹음에 담긴 공간감, 분위기가 마치 깨끗하게 정리정돈한 듯이 뒷배경의 소음이 바닥에 눌러 붙은 듯 갈아 앉는다. 소위 칠흑같이 어두운 무대 뒤의 배경이 형성되면서 전면에는 오직 악기와 보컬 같은 음악의 이벤트들만 또렷하게 남게 된다. 이러한 정숙한 분위기의 연출은 마치 볼륨이 두세칸 줄어든 느낌이라서 평소보다 음량이 작아진 듯 느껴진다. 그래서 PS-1250을 쓰게 되면 볼륨을 평소보다 좀 더 높여야 예전 같은 음량으로 느껴지는데 흥미로운 점은 분명 볼륨은 이전보다 높아졌는데 예전 같은 시끄러움이 커지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음이 매우 리니어하고 자연스럽게 커진다. 덕분에 이전보다 자꾸 볼륨을 높이게 되는 현상이 생기는데 오히려 음악적으로 더 자연스럽고 몰입도 높은 음을 경험하게 된다. PS-1250이 지닌 노이즈 저감의 효과인 것이다.

정숙하고 깨끗하게 정리된 음상은 음의 콘트라스트도 한껏 높여준다. 노이즈가 줄어든 깨끗한 배경 위에 그려지는 악기와 보컬들은 이전에 듣던 것보다 훨씬 깨끗하고 명료하여 음의 대비가 훨씬 선명하게 나타난다. 특히 줄어든 노이즈는 음의 미세한 디테일들을 하나하나 살려내어 좀 더 미세하고 세련된 디테일을 그려낸다. 즉 음의 샤프니스가 훨씬 더 예리하면서도 훨씬 자연스러운 음을 들려주게 된다.

일례로 마이클 틸슨 토머스와 샌 프란시스코 교향악단이 연주한 <말러:교향곡 2번>을 들어보면 이전에 비해 훨씬 심도 깊은 입체적인 사운드스테이지와 함께 악기들의 울림과 디테일한 요소들이 선명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살아난다. 특히 마지막 악장의 총주 부분의 거대한 스케일에서도 울림과 각각의 악기와 합창단, 소프라노의 보컬 등이 더 선명하게 그려져 뒷배경의 정숙함과 음의 콘트라스트, 해상도 개선 효과가 주는 자연스러운 음악 재생 효과를 배가시켜준다.

대편성이 아닌 심플한 재즈 보컬 녹음에서도 마찬가지다. 나윤선이 부른 ‘베사메무쵸’는 베이스의 피치카도 위에 보컬만 등장하는 단순 녹음인데도 PS-1250으로 듣는 음질은 훨씬 더 선명하고 무대 뒤가 진짜 까맣게 채색된 듯 암소음이 훅 사라진 느낌을 준다. 덕분에 베이스의 피치카도는 훨씬 더 매끄럽고 임팩트하게 다가오며 나윤선의 보컬은 더 밀도감와 특유의 색채가 배가된 음으로 향상된다.

앞서 소개할 때는 가급적 파워 앰프는 직결을 권했지만, 테스트 청음에서는 A-80을 PS-1250에 연결했다. 직절 연결한 뒤 PS-1250의 전면 모니터링 기능으로 보니 단순 전원 연결 상태에서 400W 수준을 유지했고, 음악 재생 과정에서는 500W 수준을 오갈 정도였기에 전기적 여유가 충분했기 때문이다.

즉, 시종 일관 거대한 저음을 내뿜는 녹음이나 음량을 과도하게 올리거나 또는 큰 공간이라서 기본적으로 볼륨을 크게 사용하는 곳이 아니라면 파워 앰프까지 PS-1250에 연결하는 것도 사용 환경에 따라 시도해봄직하다.

다이내믹스에서 약간의 타협점이 있지만 정숙하고 깨끗해지면서 선명도 높은 음을 들을 수 있는 장점이 분명 우월하니 말이다. 다만 연결하고 높은 바이어스로 동작시키는 그리폰의 Class A 파워 앰프 같은 경우는 권장하지 않는다.

정리

아큐페이즈의 PS-1250은 단순히 전기의 질적인 부분을 좋게 만드는 것을 넘어 오디오 시스템에 양질의 그리고 안정된 전기 에너지를 공급하여 하이파이 기기들이 지닌 잠재된 성능을 최대한으로 끌어내는 역할을 해준다. 특히 PS-1250 보다도 훨씬 비싼 초고가의 전원 케이블도 해낼 수 없는 전기의 파형 왜곡과 전압 불균형을 해소시켜줌으로써 궁극적으로 여러분이 사용하는 오디오 시스템의 음질의 한계점을 극대화하는 성능의 끝을 보여주는 하이파이 시스템의 마지막 업그레이드라 할 수 있다. 꼭 어큐페이즈 기기를 쓰는 오디오파일이 아니더라도 PS-1250은 모든 오디오 애호가들에게 편견없이 추천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전원 장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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