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바세 무라노 알토
들어가며
마리 앙투아네트로 대변되는 호화로운 궁정, 자유, 평등, 박애를 외치며 왕정을 전복시킨 프랑스 혁명, 문예사조이자 예술운동이었던 낭만주의가 발발된 곳, 바로 프랑스죠. 프랑스는 오늘날에도 디저트를 비롯한 요리, 패션, 향수 등으로 세계 문화와 예술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매력적인 오디오 브랜드를 다수 탄생시킨 오디오 강국이기도 합니다. 대표적으로 진공관 앰프의 전통강자 중 하나인 자디스, 카오디오와 홈오디오 양 진영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며 영국의 네임오디오까지 인수해버린 포칼, 그리고 최근 들어 심미적인 디자인과 첨단 기술로 큰 인기를 호가하며 매스 마켓까지 넘보고 있는 드비알레 등이 있죠.

하지만 시계를 조금만 뒤로 돌리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200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프랑스를 대표하는 브랜드는 누가 뭐래도 카바세(Cabasse)였죠. 1950년, 조르주 카바세(Georges Cabasse)에 의해 설립된 카바세는 현존하는 프랑스 스피커 제조사 중 가장 오래된 역사를 자랑합니다. 하지만 카바세가 프랑스를 대표할 수 있었던 건 비단 유구한 역사 때문만은 아니었죠.

1952년, 영화관용 양방향 동축 스피커, 1958년, 진공관 앰프 내장 3웨이 액티브 스피커, 1993년, 4중 동축(Quadri Coaxial) 스피커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고, 1965년, 프랑스 해군에게 함대용 수중 확성기, 1974년, 메종 드 라 라디오(Maison de la Radio, 프랑스의 모든 국영 라디오 방송국 본사와 국립 오케스트라의 관리 사무실, 방송 스튜디오 및 공연장이 모여있는 건물)에 액티브 스피커를 납품하는 등 카바세가 프랑스의 국가 및 공공사업에 기여한 바는 지대했고, 전 세계 오디오 산업에 남긴 유산은 찬란했습니다.


예전부터 합리적인 가격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기술력으로 높은 가성비와 오디오 애호가들의 귀를 사로잡는 매력적인 음색을 자랑하던 카바세였기에 저 역시 기대감을 가득 안고 한껏 부푼 마음으로 만나봤는데요, 그럼 외관부터 찬찬히 한 번 살펴볼까요?
디자인
이제 드디어 카바세의 핵심이자 장기인 동축 유닛을 언급할 차례네요. 잘 아시다시피 동축 유닛이란 2개 이상의 유닛을 같은 축에 두어 설계한 것으로, 음파가 단일 지점에서 방출되는 만큼 일관적이고 자연스러운 소리가 특징입니다. 카바세는 1952년에 특허를 받은 후 현재까지 동축 유닛만을 고집해오면서 지속적으로 개선을 거듭해 왔죠.
무라노 알토 역시 상단에 BC13이라는 이름의 동축 유닛을 장착하고 있는데요, 유닛의 정체는 다름아닌 래 스페어에 장착된 TC23에서 트위터와 미드레인지 부분을 따온 것입니다. 탁월한 깊이와 넓은 사운드 스테이지, 그리고 과장되지 않은 충실한 음색과 밸런스로, 청각적인 피로도가 느껴지지 않는 사실적인 사운드를 구현한다고 하네요.
이러한 특성은 카바세의 HDSE 설계 원칙에 기인한 것이기도 한데요, 여기서 HDSE란 Homogeneous Distribution of the Sonic Energy 즉, 음향 에너지의 균일한 분포를 뜻합니다. 카바세는 세계 최대 규모의 플로팅 무향실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도 유명한데요, 여기서 지향성과 출력을 완벽하게 제어하기 위해 청취 축과 360° 측정을 수행하고, 이를 통해 넓고 안정적인 사운드 스테이지, 그리고 직접음과 반사음의 균일한 조화를 구현한다고 합니다. 우퍼와 최적의 작동을 보장하도록 새롭게 설계된 알루미늄 웨이브 가이드 역시 이러한 과정의 결과물 중 하나로 볼 수 있죠.
하단의 우퍼 두 발은 무라노 알토와 스탠드마운트 스피커인 무라노를 위해 새롭게 개발된 17ND36이라는 이름의 드라이버 유닛입니다. 카바세는 70년대부터 평탄한 주파수 대역 생성에 용이한 역돔형 드라이버를 주로 사용해 왔는데요, 17ND36 역시 래 스페어의 55cm(21.65”) 우퍼 컨셉을 소형화하여 역돔형 허니컴 멤브레인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이 드라이버는 4kg에 달하는 대형 모터의 45mm 깊이 에어 갭에 있는 긴 보이스코일로 구동되는데요, 촘촘히 직조되어 있는 만큼 뛰어난 강성과 댐핑으로 변형 없이 큰 폭의 변위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제조사에 따르면 작은 볼륨에서도 깊으면서 동시에 탄탄하고 기민한 저음역대를 재생한다고 하네요.
자, 그럼 이제 소리를 들어볼까요?
사운드
청음 테스트는 룬(roon)에서 CD 샘플링레이트인 16bit/44.1kHz 이상의 음원들로 진행했고, 왓슨 오디오(Wattson Audio)사의 에머슨 디지털(Emerson Digital)을 트랜스포트, 마크 레빈슨(Mark Levinson)사의 № 5206을 DAC 겸 프리앰프, № 5302를 파워앰프로 사용했습니다.
다음으로 이지 오우에(Eiji Oue)가 지휘하고 미네소타 관현악단이 연주한 림스키-코르사코프(Rimsky-Korsakov)의 눈 아가씨 모음곡(The Snow Maiden) 중 곡예사의 춤(Dance of the Tumblers)을 들어보면 대역간 및 토널 밸런스는 이질감 없이 아주 고르게 재생되었고, 음색 역시 과장되지 않은 자연스러운 면모를 보여주었습니다.
주파수대역은 청감 상 35Hz에서 25kHz 정도로 느껴졌는데요, 비록 다이아몬드나 리본 트위터와 같은 환상적인 초고역은 없었으나 스펙에 명시된 32/38Hz~24kHz와 정확히 부합했고, 부족함 역시 없었습니다. 무라노 알토가 그려내는 공간과 무대는 불만스럽거나 협소하지는 않았지만 제조사가 제시했던 “탁월한 깊이와 넓은 사운드 스테이지”는 잘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대표적인 성능 지표인 정보량이나 다이내믹스 역시 무난한 수준이었고요.
정리하자면 투명하고 적극적이며 포워딩한 무대로 생동감을 주고, 현대적인 성향 답게 기민한 속도와 탱글거리는 탄력적인 윤곽감으로 뛰어난 리듬감을 선사하는 동시에, 여기에 자연스러운 밸런스와 음색, 그리고 은은한 질감과 살짝 소프트한 터치로 자극성을 누그러뜨린 듣기 편안한 사운드 정도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생동감’과 ‘편안함’은 양립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조금이라도 한 쪽으로 치우치면 촌스럽거나 지루한 성향이 될 수 있는데, 이 두 가지를 근사하고 듣기 좋게 충족시켰다는 점에서 큰 점수를 주고 싶으며, 결과적으로 누가 들어도 이견 없이 좋아할만한 대중적인 소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치며
근사하지만 친근한 두 얼굴의 야누스
카바세 무라노 알토
장점 | 단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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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목 | 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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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 기능 | ![]() |
사운드 성능 | ![]() |
사운드 매력 | ![]() |
총점 | ![]() |

written by 마누
photo by 이동훈
제품사양
Murano Alto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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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입 | 3웨이 플로어 스탠딩 스피커 |
주파수 응답 | 32/38Hz – 24kHz |
드라이버 | 트위터, 미드레인지 : 동축 BC13 베이스 : 17cm(6.7″) 17ND36 x 2 |
크로스오버 | 800, 3500Hz |
감도 | 89dB |
임피던스 | 8옴 |
최소 임피던스 | 3.4옴 |
파워핸들링 | 175W |
크기 | 102.6 x 27.5 x 37.5 cm |
무게 | 28kg |
수입원 | 오디오갤러리 www.audiogaller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