앰프 설계 분야의 대가, 넬슨 패스는 나이가 들수록 생각은 젊어지는 듯하다. 엄청난 물량 투입과 정성으로 보기 힘든 초고가의 제품들로 즐비한 몬스터급 하이엔드 앰프들의 시대에 완전히 상반된 행보로 모든 것을 덜어낸 새로운 앰프를 만들겠다는 젊은이스러운 발상을 보여주니 말이다. 앰프의 거장이 2018년 내놓은 미니멀한 파워 앰프 XA-25는 패스 앰프의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그리고 올 가을, XA-25의 뒤를 잇는 새로운 인티 앰프 INT-25가 등장했다. 젊은 아이디어의 새로운 패스 앰프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 Hifimag
패스의 현재 인티 앰프는 INT-60과 INT-250이다. 파워 앰프 시리즈가 Class A의 XA.8 시리즈와 Class AB의 X.8 시리즈로 나뉘어 있듯이, 두 앰프의 태생은 각각 XA 시리즈와 X 시리즈에서 가져왔다. 완전한 Class A 앰프는 아니지만, INT-60은 XA60.8의 회로를 그대로 가져다가 바이어스 레벨 설정을 조정하여 일정 레벨까지는 Class A로, 그 이후에는 Class AB로 동작하는 구성을 취했다. 신작 INT-25는 이름으로 보면 분명 INT-60의 주니어 정도로 생각될 것이다. 당연히 INT-60의 다운사이징일 것으로 여기겠지만, 내용은 전혀(!) 그렇지 않다. 신작 INT-25는 기존의 거대한 두 인티 앰프와는 전혀 다른 설계, 전혀 다른 방식으로 새로운 패스 앰프의 미래를 보여주는 패스 앰프의 새로운 출발점이다.
앰프 회로의 생각을 바꾼 XA-25
2018년 선보인 패스의 파워 앰프 XA-25는 이름상으로는 Class A 시리즈인 XA.8의 일원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름에 ‘.8’이라는 숫자가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 이 앰프는 기존 XA.8 앰프 패밀리의 일원이 아니라 새롭게 설계된, 그 자체로 새로운 앰프이다. Class A 이기에 XA라는 시리즈의 이니셜은 붙어있지만, 설계된 내용과 방식은 XA-25 자체가 독자적인 출발점이 되는 앰프였다. 자세한 내용은 뒤에서 설명할텐데, 신작 인티 앰프인 INT-25는 그 XA-25를 기반으로 내놓은 새로운 인티 앰프이다. 즉, XA-25가 그렇듯이 INT-25 또한 기존 인티 앰프 INT-60 이나 INT-250과는 다른, 새로운 인티 앰프의 시작인 셈이다.
패스 랩이 아닌, 넬슨 패스의 취미 생활 프로젝트

넬슨 패스는 패스 랩을 설립한 90년대 초의 알레프 시절부터, 패스의 판매용 앰프들과 별개로 그의 개인 취미를 위한 다양한 DIY 앰프 제작 프로젝트를 인터넷에 공개해왔다. 상업용이 아닌 패스의 DIY 앰프 ‘젠(Zen)’ 시리즈는 Son of Zen 같은 다양한 프로젝트로 이어지며 좀 더 간결하면서도 진공관과 같은 개성을 지닌 앰프들로 진화해왔다. 여기서 얻은 노하우들은 새로운 앰프 개발에도 영감을 주게 되었다. 이후 DIY의 Zen 시리즈는 퍼스트와트(Firstwatt)라 불리는 패스의 공식 개인 서브 브랜드 앰프로 등장했다. ‘키친테이블’ 제품이라 불리우는 퍼스트와트 앰프들은 이름이 의미하듯 개인 취미용 아마추어적 컨셉를 밑바탕에 깔고 있다. 싱글엔드 삼극관 진공관 앰프 같은 컨셉을 여러 종류의 FET 기반 반도체 소자들로 설계한 퍼스트와트의 앰프들은 패럴렐이 아닌 싱글 기반 Class A 설계로 출력은 낮지만, 깨끗하고 투명하며 사실적인 음을 들려주었다. 대출력은 아니지만 퍼스트와트의 특색있는 음악적 사운드는 마니아들의 높은 찬사를 받고 있다. 특히 진공관이나 다름없는 동작 특성을 자랑하는 VFET를 구해 새로운 FET 앰프의 사운드를 보여주는 등, 많은 시도와 도전의 대명사이기도 하다.
취미 생활이 불러온 앰프 회로에 대한 발상 전환
간결한 싱글엔드 삼극관 같은 타입의 회로 설계를 하며 기존 앰프 회로에 대한 생각을 새롭게 다잡기 시작했다. 그가 크게 매스를 가한 것은 트랜지스터의 출력 핀에 연결된 저항들이었다. 대개 트랜지스터의 동작 내구성과 바이어스의 안정성을 위해 사용되는 이 저항들은 안정적 동작을 보장해준다. 또한 디스토션을 낮추어 스펙적인 안정성도 가져다 준다. 하지만 일종의 패드백 같은 역할을 하는 이런 저항은 출력단과 스피커 사이 또는 전원 회로와 연결되어 원치 않는 불순물들을 신호 증폭에 입히게 된다. 흔히 논-피드백 설계라 불리우는 앰프들도 패드백 없이 설계는 했더라도 출력 트랜지스터의 동작을 위해 사용된 저항들은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에, 이런 저항들의 동작으로 인해 완전한 논-피드백이라 볼 수 없다는 것이 패스의 생각이었다. 그는 순수한 트랜지스터 출력 단자들에 저항이 연결되지 않는 새로운 회로 설계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트랜지스터를 위한 바이어스 유지와 동작의 안정성을 어떻게 구현할 수 있는가가 새로운 설계의 핵심이었다. 수 년 동안의 개발 끝에 지난 2018년, 패스는 XA-25라는 새로운 파워 앰프로, 그 숙제를 풀어냈다. 출력단에 딱 한 쌍의 MOSFET로 푸시-풀 Class A 회로를 구현한 25W 출력의 앰프 XA-25가 결과물이다.
새로운 출력 트랜지스터의 도입
XA.8 보다 훌륭한 싱글엔드 Class A 앰프, INT-25
리뷰 제품인 INT-25는 2년 전 발매된 XA-25의 파워 앰프 위에 INT-60 인티 앰프의 프리앰프 회로를 이식시켜 하나로 만든 새로운 인티 앰프이다. 이름 상으로는 INT-60의 동생이지만, 설계와 품종(?)으로 본다면 패스 인티 앰프의 새로운 시리즈인 셈이다. XA-25의 파워 앰프에 INT-60의 프리앰프 회로를 장착시킨 만큼, XA-25와 INT-25의 크기와 무게는 거의 똑같다. INT-60은 XA60.8 모노블럭 파워 앰프의 한 채널을 가져다가 스테레오 앰프로 만든 것으로 거의 XA60.8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채널당 20개, 10페어의 MOSFET가 달린 XA60.8의 댐핑 팩터는 200인데, 2개의 MOSFET를 쓴 INT-25의 댐핑 팩터는 500이다. 출력은 다소 작지만, 간결한 구성의 신개념 회로와 새로운 FET로 설계한 INT-25가 XA60.8/INT-60의 그것보다 뛰어나다는 말이다.
뿐만 아니라, 간결한 새 회로는 훨씬 더 빠르고 넓은 대역폭의 특성을 자랑한다. 간결해진 증폭 단계와 신호 경로 상에 대폭 줄어든 부품의 수 그리고 출력단의 트랜지스터와 스피커 사이에 저항이 없는 회로 등으로 작아졌지만 오히려 확연하게 달라진 성능을 보여주게 된 것이다. 적절한 비유는 아니지만 마치 대형 고급 세단과 작지만 고성능의 스포츠카가 성능을 비교하는 것 같은 차이를 느끼게 하는 부분이다.
신호의 순도와 속도를 우선시한 다운사이징 설계
근래의 자동차들이 에너지, 연비를 주제로 다운사이징을 하는 것처럼, INT-25 또한 커다란 패스의 인티 앰프에서 크기와 무게가 줄고, 회로 설계도 대폭 간결해졌다. 이는 자동차들이 연비를 높이고 그린 에너지 기준에 맞추려는 노력처럼, 최대한 신호의 순도를 있는 그대로 유지하기 위함이다. 불필요한 회로나 여러 단계에 걸친 증폭 스테이즈를 함축 시켜 빠르고 간결한 하이스피드에 걸맞는 증폭을 만들어내려 한 셈이다.
볼륨 컨트롤도 마찬가지다. 기존의 볼륨 부품이나 볼륨 IC 같은 소자를 쓰지 않고 순수 저항으로 만든 자체 볼륨 회로를 썼다. 전면의 볼륨 노브는 단지 볼륩의 Up/Down 신호를 보내는 컨트롤 기구물일 뿐 볼륨 회로와는 무관하다. 중간에 게인 스테이지나 별도의 액티브 회로가 일체 없는 순수 저항 구성의 볼륨 회로는 5MHz의 광대역 응답 특성으로, 간결한 설계지만 하이스피드 설계 사상에 맞는 구성을 취하고 있다.
미니멀한 설계는 앰프의 전면부를 보아도 마찬가지다. 볼륨 노브를 제외하면 볼륨 표시 디스플레이와 입력 선택 버튼과 스탠바이/ON 버튼이 전부다. 요즘 인티 앰프들이 디지털, 스트리밍, 블루투스 같은 온갖 기능들을 쏟아부어 인티 앰프가 아니라, 유니버설 앰프, 스마트 앰프, 올인원 앰프 같은 이름으로 등장하는 것과 완전 반대인 셈이다. 오직 순수한 고순도 하이스피드 신호 재생에 하나 만을 목표로 한 셈이다.
사운드 퀄리티
로렌조 가토가 연주한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9번> 중 1악장의 바이올린 사운드는 마치 LP를 듣는 듯한 자연스러운 아날로그적 색채로 멋지게 재생된다. Class A 앰프에서 느껴지는 적절한 온도감과 매끄러운 현의 색채는 INT-25의 최대 장점이라 할 만 했다. 피아노와의 거리감을 보여주는 사운드스테이지도 꽤나 입체적이며, 피아노의 타건과 울림에도 자연스런 목질감이 실려있었다. 불과 이 녹음만 그런 것이 아니다. 라둘로비치의 <파가니니 판타지> 중 소나타 곡을 들어도 마찬가지로 아주 진하고 매끈한 바이올린의 색채가 멋지게 재현되었다.
프레디 머큐리의 싱글을 모아 작년에 고해상도 리마스터링으로 발매된 중 ‘Time waits for no one’은 피아노 반주 하나에 내지르는 프레디 머큐리의 보컬 뿐이다. 도입부는 재생이 쉽게 느껴지지만 중반 이후로는 보컬의 다이내믹 그리고 샤우팅에서 시끄럽고 난잡하게 들리는 어려움이 있다. 앰프의 다이내믹스나 안정된 힘이 없다면 대개 볼륨을 줄이게 만드는 곡인데, INT-25는 오히려 볼륨을 올리게 만드는 여유를 보여준다. 높은 리니어리티로 볼륨 레벨과 함께 시원스럽게 뻗는 고음과 샤우팅의 에너지 그리고 함께 뒤를 받쳐주는 피아노의 울림까지, 어려울 법한 클라이맥스도 기분 좋게 통과하는 안정감을 선사한다. 높은 출력은 아니지만, 패스다운 힘과 안정감 그리고 싱글엔드 Class A라는 이 앰프 특유의 자연스럽고 매끈한 음색까지 더해져 음악을 음악답게 즐기게 만드는 매력이 넘친다.
정리
XA-25에 이어 발매된 새로운 회로와 새로운 FET 증폭 소자로 미니멀하며 다운사이징을 거친 INT-25는 기존의 INT-250이나 INT-60과는 확연하게 다른 개성이 넘치는 사운드를 들려준다. 높은 출력의 자매 모델들과 같은 힘은 덜하지만, 스케일이나 출력의 차이가 있을 뿐 구동력의 한계나 저음의 없다는 것이 아니다. 안정된 지구력으로 힘과 다이내믹스를 앞세우지 않았을 뿐이다. 오히려 힘을 빼고 자연스럽고 높은 리니어리티 그리고 하이스피디한 사운드에 Class A와 싱글엔드 같은 단어에서 떠오르는 매끈한 톤은 진공관 앰프는 아니지만, 반도체 앰프로서는 이례적인 음악적인 사운드를 만들어냈다. 마치 다운사이징을 거친 세단이 높은 연비와 안정된 드라이빙 능력으로 새로운 주행 감각을 보여주듯이 패스의 새로운 앰프 설계는 싱글엔드와 Class A로 새로운 패스 사운드의 시작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중저가 인티 앰프들과는 격이 다른 수준의 가격대에 있는 인티 앰프지만, 패스의 인티 앰프로는 입문기일 뿐이다. 하지만, 단순히 저렴한 패스 앰프가 아니다. 패스 앰프의 명성 위에 새로운 미래를 엿보게 만드는, 매력이 가득한 음악적 하이파이로 안내하는 출발점이다.
제품사양
PASS INT-25 Integrated Amp
Class | A |
---|---|
Type | Stereo |
Gain (dB) | 29/35 |
Volume control (1dB steps) | 63dB |
Remote | yes |
Inputs | 3 |
Outputs | 0 |
Power Output /ch (8 ohm) | 25 Watts |
Power Consumption (W) | 200 |
Standby Power Consumption (W) | <1 |
Dimensions (W x H x D) | 43 x 44 x 15cm |
Weight (LBS) | 22.2kg |
수입원 | 사운드솔루션 www.sscom.com |
제품문의 | 02-549-07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