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폰 이토스 CD플레이어/DAC 리뷰

Gryphon

Ethos

그리폰 이토스 CD플레이어/DAC 리뷰
성연진
이동훈

그리폰 이토스

이런 종류의 기기를 무엇으로 불러야 할까? 그리폰 오디오 디자인의 신작 Ethos(이하 이토스 , 제조사는 덴마크식으로 이토스라 부른다)는 CD 플레이어이자 DAC로 홍보와 판매가 시작되었다. 물리적인 특징은 32bit/768kHz 재생의 ES9038PRO Sabre DAC 칩이 각 채널별로 1개씩, 총 2개가 들어있다는 점인데, 사실 이 칩은 1개의 칩 속에 8개의 DAC가 들어있다. 이 외에도 24/384kHz 또는 DSD128 업샘플링 재생이 가능하며, 외부 입력의 경우 USB 입력은 PCM 32/384, DSD512까지 재생을 지원한다. 광, 동축, AES/EBU는 24/192까지 지원한다(DSD는 재생 불가). MQA 디코딩 기능이나 SACD 재생 등은 지원되지 않으며, 네트워크 플레이어 기능도 없다. 외형 디자인 측면에서는 눈을 확 잡아끄는 스타일을 자랑하며 레트로적인 분위기가 더해져 있다. 놀랍게 생긴 탑 로딩 디스크 메커니즘이 그것으로, LP의 플래터와 흡사한 모양새와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덮개를 들어 올리는 것이 마치 톤암을 들어 올리고 내리는 듯한 느낌을 준다. CD를 고정시키는 금도금의 스테빌라이저는 CD 무게 정도라서 육중하지는 않다.

그리폰 이토스 CDP/DAC

CD 트랜스포트에 디스크를 넣고 재생할 때 위에서 내려다보면 이토스는 지금까지 써본 플레이어들 중 가장 아름다운 오디오라 부를 만하다. 다양한 필터들(7개의 PCM 필터와 3개의 DSD 필터) 중 하나를 선택하고, 옵션으로 업샘플링 기능을 쓸지 말지를 결정만 해주면 그것이 전부다. 조작은 전면 패널의 터치, 리모컨 모두 가능한, 아주 사용하기 쉬운 플레이어가 바로 이토스라 단언할 수 있다. 재생 중에는 그리폰이 진공 형광 디스플레이라 부르는 전면 디스플레이를 종종 들여다보는 것이 전부이다.

독수리 머리에 사자의 몸을 한 그리스 신화의 그리폰처럼, 이 회사의 설립자 플레밍 라스무센이 종종 비유하는 우아함과 힘의 완벽한 결합을 나타내는 그리폰의 제품답게 이토스는 자신들의 규칙을 제대로 보여주는, 정말로 비범한 존재이다.

그리폰 오디오, 그 출발에서 현재까지

그리폰 Flemming E. Rasmussen
그리폰 오디오 디자인 Flemming E. Rasmussen
그리폰의 역사는 198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라스무센이 그리폰을 설립하고 모든 제품들의 직접 디자인을 했는데, 그리폰 창립 작품은 퓨어 Class A의 듀얼 모노 구성의 헤드 앰프였다. 이 헤드 앰프는 당시 대다수 포노 카트리지들의 음색, 성능 차이를 제대로 구분할 수 있도록 해주는 아날로그용 앰프로 라스무센이 직접 설계한 제품이었다. 디테일과 미묘한 음색, 음질적 차이를 들려주었는데, 이는 창업 당시부터 그리폰의 개성이자 특징이었다. “세계 최초의 듀얼 모노이자 퓨어 Class A 앰프였는데, 그것이 곧 그리폰이 추구하는 방향이 되었죠”라며 그리폰의 세일즈 디렉터인 르네 스코프가 회사의 설명을 시작했다. 지난 35년 동안, 그리폰은 디자인적 미학과 사운드적 성능을 하나로 합쳐 시너지를 일으키는 하이파이 제품 개발에 전력 투구해왔다. 그리폰은 주로 Class A、듀얼 모노, 대칭형 풀 밸런스드 회로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으며, 자신들 특유의 사운드 컬러를 배제한 중립적 사운드 구축에 전념해왔다. 현재 CEO를 맡고 있는 제이콥 오드가에 따르면 멀티채널 서라운드나 홈시어터 같은 일에 한 눈 팔지 않고, 오직 그리폰이 만들 수 있는 것에만 전력투구를 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1985년에 그랬던 것처럼 항상 똑같은 길만 걸어왔습니다. 하지만 거기에 오늘날 그리폰의 엔지니어링을 책임지고 있는 톰 뮐러 그리고 기술 개발팀원들의 창의성이 계속 더해졌습니다”라며 스코프는 설명했다. 실제로 그리폰이 최초로 비동기식 업샘플링 CD 플레이어 CDP-1를 세계 최초로 1998년에 내놓았고, 이듬해인 1999년에는 외장 크로스오버로 구성한 링크비츠 회로와 리스닝 룸에 우퍼의 출력을 보정할 수 있도록 만든 대형 북쉘프 스피커인 Cantata를 발매했다.

그리폰 Mikado
그리폰 Mikado

“우리의 철학은 완전히 제어가 가능한 광기(!)를 유지하는 것이었죠. 제어 가능한 광기란 200W 앰프를 만들 때, 퓨어 Class A로 만드는 것 같은 일들을 말합니다. 성능에 대해서는 물러서는 법이 없습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게 6개월이든 1년이든 끝까지 가서 결국 우리가 원하는 퍼포먼스를 내는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이 그리폰의 방법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리폰의 제품들은 10-15년 동안 롱런하는, 생명이 긴 제품들 밖에 없습니다.” 스코프의 설명이다. 일례로 그리폰의 탑 로딩 CD 플레이어 Mikado는 비동기식 24/96 업샘플링 기능을 장착하고 2001년에 발매되었는데 그 뒤 32/192 업샘플링이 추가된 업그레이드 모델 Mikado Signature가 2013년까지 계속 판매되었다. 이후 Mikado Signature가 단종된 이유는 필립스의 탑 로딩 CD-PRO2 드라이브 메커니즘이 더 이상 공급되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이토스의 디자인은 그리폰의 디지털에 아날로그 LP의 유산을 불러일으키려는 의도에 따라 설계된 것이다. 디자인의 핵심은 소위 탑 로딩 메커니즘이라는 기구물로, 시각적 면에서 LP 턴테이블과 흡사한 느낌을 자아내어 아날로그를 개선한 디지털 플레이어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SACD 재생이 가능한 탑 로딩 메커니즘을 찾았지만 현실적으로는 구할 수 없었기 때문에 최적의 대안으로 찾아낸 것이 필립스의 후신인 오스트리아의 스트림언리미티드가 내놓은 CD-PRO 8 드라이브였는데 이 메커니즘은 CD 재생만 가능한 드라이브 였다. 이토스는 그리폰의 Atlas 스파이크가 기본 제공되는데, Atlas는 작은 기구물을 통해 높이 조정이 가능하도록 만든, 옛날 방식의 스파이크이다.

기술적 특징들에 대해, 그리폰의 기술을 책임지고 있는 톰 뮐러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경쟁 업체들 대부분은 회로의 출력 전류를 받아서 이를 전압 파형으로 변환을 합니다. 그렇게 사운드 출력을 만드는데, 그리폰에서는 DAC 회로에서 직접 전압 출력을 받아내도록 설계하고 전압 신호를 출력으로 증폭할 때 풀 Class A 앰프로 신호를 처리합니다. 이것이 이토스의 음질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입니다. 아날로그 출력 회로 주변 로직 설계는 트랜지스터 기반으로 모든 회로를 디스크리트 회로와 디스크리트 부품들로 설계했습니다. IC나 OP 앰프는 신호 경로 상에 절대 사용하지 않는, 완전한 디스크리트 설계입니다. 유일하게 OP 앰프가 사용된 부분은 DC 서보 회로인데, 이 회로는 DC가 아날로그 출력 회로에 발생되지 않도록 해주는 기능을 수행할 뿐, 신호 자체와는 상관이 없습니다. 그리고 저항들은 Melf 저항을 사용합니다. 아주 낮은 전류, 전압 노이즈 스펙을 자랑하는 부품입니다. 또한 폴리프로필렌 필름 커패시터와 고급 전해 콘덴서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전원 회로는 간접적으로 신호 경로에 영향을 끼치는 부분이라서 전원부 설계에도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플레이어의 연결 단자로 이더넷 단자로 시도해봤지만, 아주 좋은 하이엔드 USB 케이블을 사용했을 때의 USB Audio 연결 사운드가 더 좋게 들렸습니다.”

이토스 설계를 정리하는 다른 부분들에는 제로 네거티브 피드백의 풀 밸런스드 방식의 class A 아날로그 출력단도 포함된다. 출력 단자들은 뉴트릭 XLR의 밸런스드 단자와 싱글 엔드 금도금의 RCA 단자가 제공된다. 2개의 분리된 아날로그 토로이덜 트랜스포머들과 2개의 디지털 전원 회로가 들어있다. 그리폰 홈페이지에는 장황한 회로적, 특징적 설명들이 있으니 반복해서 소개하지는 않는다.

그리폰 이토스 CDP/DAC

직접 들어보자

사용 중인 오디오 리서치의 레퍼런스 6 프리에 이토스를 연결하고 파워 앰프는 다고스티노의 프로그레션 모노블럭을 사용했으며 모두 밸런스드 인터커넥트로 연결했다. 셋업과 재생 과정 중 몇 가지 어려움이 있었는데, 고해상도 PCM 음원들을 재생 중에 PCM과 DSD 업샘플링을 번갈아 재생할 때에 몇 초 동안 화이트 노이즈가 발생했다. 짧은 시간이라 기기에 데미지는 없었다. 이후 DSD와 PCM 업샘플링을 여러 차례 반복 시도했지만 이런 문제가 다시 생기는 일은 없었다.

또 다른 문제로는 초기 리뷰 샘플 제품이다 보니 AES/EBU 입력에 케이블 탈착 버튼이 제대로 눌리지 않는 현상이 있었다. 밸런스드 케이블을 끼운 뒤, 이것을 뺄 수 없었다. 강제로 눌러서 뽑거나 기구를 써서 꺼내기 보다는 케이블이 부착된 상태로 제품을 수입원으로 되돌려 보냈고, 수입원에서 이를 제거하고 되돌려 받았다.

사용 중인 오디오 리서치의 레퍼런스 6 프리에 이토스를 연결하고 파워 앰프는 다고스티노의 프로그레션 모노블럭을 사용했으며 모두 밸런스드 인터커넥트로 연결했다. 셋업과 재생 과정 중 몇 가지 어려움이 있었는데, 고해상도 PCM 음원들을 재생 중에 PCM과 DSD 업샘플링을 번갈아 재생할 때에 몇 초 동안 화이트 노이즈가 발생했다. 짧은 시간이라 기기에 데미지는 없었다. 이후 DSD와 PCM 업샘플링을 여러 차례 반복 시도했지만 이런 문제가 다시 생기는 일은 없었다.

또 다른 문제로는 초기 리뷰 샘플 제품이다 보니 AES/EBU 입력에 케이블 탈착 버튼이 제대로 눌리지 않는 현상이 있었다. 밸런스드 케이블을 끼운 뒤, 이것을 뺄 수 없었다. 강제로 눌러서 뽑거나 기구를 써서 꺼내기 보다는 케이블이 부착된 상태로 제품을 수입원으로 되돌려 보냈고, 수입원에서 이를 제거하고 되돌려 받았다.

그리폰 이토스 CDP/DAC

주로 Roon을 사용하여 이더넷으로 음악 재생을 하는 편이지만, 이토스는 스트리밍 DAC가 아니라서 USB, AES/EBU 또는 광/동축 단자를 사용해서 시청해야 했다. 내 오디오 시스템은 다단계 인터넷 노이즈 차단 시스템이 설치된 시스템 구성이라서 2개의 방에 기기들이 나뉘어 설치되어 있는 복잡한 구성인데, 덕분에 굉장히 투명도와 디테일이 높은 사운드를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이라서 Roon의 누클리어스와 이토스를 USB로 직결하여 연결할 만한 상황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2가지 방법 중 선택을 해야 했는데, 첫 번째는 누클리어스에서 dCS의 네트워크 브릿지를 통해 재생하고 브릿지의 AES/EBU 출력을 이토스에 연결하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이 연결로는 24/192 PCM 재생이 한계였고 DSD 재생은 불가능했다. 두 번째 방법은 맥북 프로에서 Roon으로 파일 재생을 하고 USB로 이토스를 연결하는 방법으로 PCM은 DXD, DSD는 DSD512까지 재생 가능했다.

행복한 리스닝 세션의 시작은 맥북 프로와 이토스를 USB로 연결하는 방식을 택했고, 리뷰를 위해 노도스트에서 대여해준 Valhalla 2 USB 케이블을 이토스를 연결에 사용했다. 그리폰에는 자체 제작 케이블들도 있지만, 그리폰에서도 USB 연결은 노도스트의 Valhalla 2 USB를 사용하는 것을 추천했다.

그리폰 이토스 CDP/DAC

대다수 오디오파일들은 파일 재생과 스트리밍에 컴퓨터를 사용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노이즈 저감을 시도한 좋은 퀄리티의 뮤직 서버/스트리머 같은 오디오 전용 컴퓨터가 없다. 대개 맥북 프로를 쓰는데, 이 노트북은 인터넷과 쇼 취재 등에 사용하는 컴퓨터이다. 간단히 Roon을 사용하여 DXD와 DSD128 파일들을 USB로 재생할 수 있었다. Roon에서는 DSD128이 재생 한계였고, 이는 dCS의 로시니를 쓰는 내 컴퓨터 오디오의 USB 재생과 한계치가 동일했다.

이토스를 최고의 상태로 즐기기를 원했기 때문에, 리뷰 결과에 언급된 내용들은 주로 Roon 누클리어스와 dCS 네트워크 브릿지를 통해, AES/EBU로 이토스에 연결한 결과를 정리한 것들이다.

이 글을 쓰는 동안, 그리폰은 Roon의 파트너 기기 인증을 공식적으로 완료한 상태가 아니었지만 이토스는 Roon 소프트웨어를 인식하고 Roon의 사운드와 메타 데이터의 장점을 완전히 누릴 수 있어서 매우 인상적이었다(이토스의 웹 페이지에는 다양한 자료들이 제공되어, USB로 Roon 코어를 셋업할 수 있게 해준다).

연결 및 셋업을 하고 나니, 이토스를 사용하는 데에 어려움을 갖는 사람이 생길 수 있을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그 정도로 셋업은 간단했다. 업샘플링 동작이 되면 디스플레이에 동작이 표시 되는데 그 표시 문자가 꽤 작지만 3m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도 보였고, 필터의 선택 또는 PCM/DSD의 업샘플링 동작등도 재생 과정 동안 크게 표시 되었다. 트랙 넘버와 다른 정보는 멀리서 보기가 그리 쉽지 않았다. 윈도우 사용자들은 웹 페이지에서 USB 드라이버를 다운받아야 하지만, 대다수 USB DAC들도 드라이버 설치는 마찬가지이다.

그리폰 이토스 CDP/DAC

환호성을 지르다

CD로 짐 앤더슨이 녹음을 담당한 패트리샤 바버의 CD 부터 들어보았다. 지난 가을, 이달의 음반으로 선정된 이 녹음을 CD 퀄리티의 Flac 파일과 음질 비교를 했다. CD나 파일, 둘 다 사운드는 입이 벌어질 정도로 훌륭했다. 진공관 프리앰프라서 약간의 온기와 공기감이 더해졌는데, 자연스러운 중역의 꽉찬 밀도감과 기타의 또렷한 음색은 푹 빠져들 만하다.

CD로 소스를 한정짓고 오랫동안 레퍼런스 녹음으로 사용 중인 보사 노바 가수, 로사 파소스와 더블 베이스 연주자, 론 카터의 <Entre Amigos> 중 ‘Insensatez’를 들었다. 아이보리 톤의 중심음은 아름다웠고 베이스의 깊이감과 타이트한 제어도 훌륭했다. 머레이 페라이어의 중 ‘헨델 하프시코드 모음곡 중 E장조 HWV 430’ 피아노 연주를 듣는 것은 완전히 즐거움 그 자체였다.

10개의 필터들(7개의 PCM, 3개의 DSD)을 이것저것 번갈아가며 듣는 것은 광기의 설계에 걸맞은 시청 방법일 것이다. 그래서 아주 짧게 곡마다 필터를 비교해가면서 시청해보았다. PCM의 경우, 7가지 필터들은 제각각 고유의 장점들이 있었지만 기본 필터인 ‘필터 4’가 확장된 고역, 꽉 찬 중역, 꽤 명료한 저음역 그리고 사운드스테이지의 폭과 깊이 등의 우수함 덕분에 내 취향으로는 최고의 조화를 이룬 필터였다. DSD에서는 3개 필터들의 차이를 쉽게 구분하기 어려웠는데, 초고역의 재생 한계 주파수 선택이 약간 다를 뿐이었다.

이토스 리뷰 기간 중 거의 중간 정도가 되었을 때, 그리폰의 수입원이 직접 방문하여 대단히 기뻤다. 수입원이 방문하면서 상당량의 레퍼런스 음반들을 가져왔는데, 그 중 상당수는 하이브리드 SACD 였다. 본지의 리뷰 정책을 따르면, 내 리스닝 체험의 결과를 수입원이나 제조사에 직접 알려주면 안되는데, 수입원이 들고온 음반 중 토니 포크너가 녹음한 플로레상 트리오의 <드뷔시, 포레, 라벨 피아노 트리오> SACD의 CD 레이어로 드뷔시 피아노 트리오 2악장을 듣는 동안 내 입가에 미소가 생기는 것은 숨길 수 없었다. 깊이감은 훌륭함 그 자체였으며 피아노의 윤기는 모든 사람이 반길만한 훌륭한 수준이었다.

그 외에는? 그 다음으로는 이토스의 업샘플링 기능을 테스트해야 할, 최적의 순간이 되었다. DSD128로 업샘플링을 시도하자 나와 음악 사이에 서있던 모든 장벽들이 완전히 쓰러져 버린 듯 느껴졌다. DSD 업샘플링은 확실히 하이브리드 SACD 음반의 CD 레이어 재생에는 최고의 선택으로 느껴졌는데, 할 수만 있었다면 SACD의 DSD 레이어의 재생음과 CD의 DSD 업샘플링 또는 24/384 PCM 업샘플링가 들려주는 훨씬 개선된 공기감과 무대 깊이감이 느껴지는 재생음 간의 음질 비교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의 수준이었다. 연주자들 주변에는 훨씬 더 사실 같은 음향적 공간이 형성되었을 뿐만 아니라 여기에 텍스처와 배음들이 더해져 있었다. 정말로 업샘플링 기능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게 되어버렸다.

Prokofiev: Suite from Lieutennt Kije, Suite from the Love for Three Oranges, The Ugly Duckling

다음으로 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가 시드니 심포니를 이끌고 녹음한 프로코피에프의 <키제 중위 모음곡> 하이브리드 SACD의 CD 레이어를 들었다. 프로코피에프의 음악은 어린 시절 78회전 음반으로 <피터와 늑대>를 수도 없이 들었었기에 그 뒤로는 거의 잘 듣지 않았는데 이토스로 듣는 프로코피에프의 음악에는 푹 빠져버렸다. 2악장에서 바리톤 안드레이 래테프의 목소리가 힘과 아름다움으로 특별히 인상적인 연주를 들려주었다. 또한 사운드미러가 녹음하고 티에리 피셔와 유타 심포니가 연주한 같은 곡의 고해상도 파일도 들어보았다. 곧 레퍼런스 레코딩스에서 Fresh! 시리즈로 발매될 이 녹음에서 이토스는 북채로 두들기는 퍼커션의 연타의 재생을 실제 연주의 사운드 보다 녹음의 사운드가 훨씬 더 퀄리티가 뛰어난 음을 들려주었다. 이보다 더 뒤흔드는 충격을 안겨준 것은 옐로의 <Toy> 24/48 파일을 재생할 때였다. 또한 Roon Radio 덕분에 다양한 팝 음악들로 마술같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드뷔시의 SACD 다음에 또 다른 드뷔시 녹음으로 고른 것은 메조 소프라노 마리안느 크레바사와 피아니스트 파질 사이의 24/96 음원과 소프라노 매지 데이트와 알프레드 코르토의 16/44.1 음원을 선택했다. 이토스는 며칠이 지나자 명료도와 아름다움이 담긴 사운드로 자신의 예술성을 뽐냈는데, 머리 속에는 끊임없이 매지의 노래가 맴돌았다. 업샘플링 기능으로 들으면 녹음에 담긴 모든 정적의 순간들에도 미묘한 차이가 배어있다는 점을 알 수 있게 되었다. 크레바사의 노래 사이 사이에는 그녀의 숨소리도 들을 수 있었는데, 그녀가 마지막 노래에서 남자가 말하는 듯한 것을 보여주려고 대단히 심오함이 느껴지는 깊은 저음 톤을 구사했는데, 일체의 비브라토가 없는 그녀의 소리는 전례가 없는 사운드로 깊은 감동을 느꼈다. 테이트 보다 드뷔시 곡들을 더 잘 살린 연주를 들어 본 적이 거의 없는데, 그녀는 아주 예리한 델리커시와 발군의 친밀함으로 그녀 특유의 하향 포르타멘토를 녹여 넣었다. 마치 수 많은 죽음들을 직접 체험한 사람인 듯 노래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 여자 보컬들의 연주를 수 없이 듣게 되었는데, 들을 때마다 마치 집중하여 처음 이 곡을 듣는 사람처럼 완전히 넋이 나갈 정도로 노래에 몰입되어버렸다.

그리폰 이토스 CDP/DAC

DSD를 24/96 PCM 파일의 업샘플링 재생과 비교하기 위해, 플릇, 비올라 그리고 하프 구성의 드뷔시의 소나타를 원전 악기로 연주한 <Claude Debussy: Les Trois Sonates/ The Last Work> 와 현대 악기로 연주한 <드뷔시 소나타와 트리오> 중 각각 1개 곡을 골라서 비교 청취를 했다. 개인적으로는 PCM 음원을 PCM 업샘플링 처리하는 사운드가 더 좋았다. DSD 업샘플링 재생이 녹음에 담긴 공간감, 원근감, 거리 같은 것을 좀 더 세밀하게 개선시켜 들려주긴 했지만, 울트라급 스무드함이 소름 돋을 정도는 아니었다. DSD 음원은 DSD 업샘플링 처리하는 것이 꽤 훌륭했지만, PCM 음원을 PCM 384로 업샘플링하는 것은 음의 초동에 감긴 악기 사운드의 엣지를 더욱 자연스럽게 들려줄 뿐만 아니라 좀 더 개방감이 느껴지며 유기적이며 신뢰할 만한 사운드로 느껴졌다.

음반 감상을 끝낸 뒤에는 Tidal과 Qobuz에서 음반으로 들었던 곡들을 16/44.1 퀄리티로 스트리밍 재생을 시도했다. 밥 월시의 “Ain’t No Sunshine When She’s Gone”과 아넷 애스빅의 ”Liberty”를 들었는데, 두 녹음 모두 사랑스러운 사운드였지만 PCM 업샘플링으로 듣게 되면 명료도와 베이스에 훨씬 더 또렷하게 들리는 효과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다시 소스 기기를 dCS의 로시니로 바꾸고 이곡 저곡을 다시 바꾸어가며 시청해보았다. 거의 $60,000이나 되는 로시니 셋트는 좀 더 뒤로 깊은 사운드스테이지의 음상을 그려냈고 보다 많은 공기가 주변을 에워쌓는 사운드를 들려주었다. 이토스에서는 경험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홀의 뒷 벽에서의 울림을 들을 수 있었다. 로사 파소스와 론 카터의 “Insensatez”에서 로시니의 업샘플링 트랜스포트는 훨씬 더 생동감 있는 고역, 좀 더 깊은 저음의 최저 옥타브 그리고 약간 더 따뜻하고 더 부드러운 사운드를 들려주었다. 아쉬케나지의 프로코피에프에서 에어리한 사운드의 로시니는 3악장의 유머와 날렵한 움직임들을 더욱 더 생생히 그려냈다. 이후로도 다음 리뷰 제품인 다고스티노의 모멘텀 HD 프리앰프가 도착하기 전까지, 꽤나 오랜 시간을 이토스를 테스트해 볼 시간을 가졌다. 좀 더 여유가 생긴 테스트 기간 동안, 이토스가 지닌 사운드에 또 다른 느낌을 갖는 기회가 되었다. 하지만 새 프리와 함께 테스트할 수 있는 기회는 얻지 못하고 되돌려 보냈다.
그리폰 이토스 CDP/DAC

정리

또 다른 격찬이 가득한 리뷰를 쓰려고 했을까? 제조사에서 뭔가 대접받는 리뷰를 썼을까? 아니면 낙관적 시각으로만 이 기기를 들었을까? 업체 입장에서 쓰는 홍보 기사가 아니라 주관적 생각을 최대한 객관적 위치에서 설명하고자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폰 이토스 CD 플레이어/DAC의 사운드에 대한 나의 결론은 기대를 훌쩍 뛰어넘는, 아주 만족할 만한 사운드라고 할 수 있다. 이토스는 개방적이며, 놀라울 정도로 디테일이 가득하며 생생한 사운드를 들려줌으로써, 음악 감상을 절대적인 기쁨으로 만들어주는 기기이다.

제품사양

그리폰 이토스 (Gryphon Audio Design ETHOS)

  • Single-box CD player and D/A processor with user-selectable filters and upsampling.
  • Digital inputs: 1 USB B, 1 AES/EBU (XLR), 1 S/PDIF (BNC).
  • Analog outputs: 1 pair single- ended (RCA), 1 pair balanced (XLR).
  • Digital output: 1 AES/EBU (XLR).
  • Formats/sample rates supported: PCM to 32- bit/44.1, 48, 88.2, 96, 176.4, 192, 352.8, and 384 kHz. DSD via USB: DSD64, 128, 256, and 512. BNC and XLR inputs limited to 24/192).
  • Frequency range: CD mode: 10Hz–20kHz; DAC mode: 10–96kHz, depending upon sample rate.
  • Output voltage: 1V or 2V single-ended, 2V or 4V balanced.
  • Output impedance: 7.5 ohms single-ended, 15 ohms balanced.
  • THD+N (20Hz–20kHz B-weighted): <0.003% at –6dBFS, <0.01% at 0dBFS.
  • Dimension : 480mm(W) × 176mm(H) × 453mm(D)
  • Weight: 13.7kg
  • 수입원 : (주)다미노   www.damino.co.kr   02-719-5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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