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인원 시대, 에버솔로가 던진 도전장
하이엔드 오디오의 미덕이라 할 수 있는 육중한 섀시와 복잡한 케이블 숲에 갇혀 있던 시대는 서서히 저물고 있다. 이제 시장의 화두는 단연 ‘Just add Speakers’—스피커만 추가하면 되는 실용주의로 옮겨가고 있다.
이러한 거대한 전환점에서, 지두(Zidoo)의 강력한 디지털 플랫폼을 기반으로 급부상한 에버솔로(Eversolo)는 단순히 트렌드를 뒤쫓는 추격자가 아니라, 판을 흔드는 전략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들이 선보인 Play 시리즈는 거창한 ‘장비탑’을 거부하는 미니멀리스트와, 여전히 피지컬 매체의 온기를 그리워하는 애호가 사이의 접점을 정교하게 파고든다. 이는 단순한 소형화가 아니다. 오디오의 복잡성을 걷어내고, 음악적 가치만을 남기려는 시대적 선택이라 보는 편이 옳을 것이다.
작지만 견고한 존재감, 그리고 직관의 미학
에버솔로 PLAY는 심플한 외관 속에 철저한 기능주의를 숨기고 있다. 가로·세로 23cm, 높이 7.5cm의 컴팩트한 섀시는 알루미늄 합금 유니바디로 가공되어, 손끝에서 느껴지는 밀도가 상당하다. 이는 단순한 심미적 선택을 넘어, 외부 노이즈(EMI)를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차폐막으로서의 역할까지 겸한다.
전면의 5.5인치 컬러 터치스크린은 시인성이 뛰어나며, 우측에 배치된 볼륨 노브는 LED 링 라이트의 색상을 사용자 취향에 맞게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어 소소한 즐거움을 더한다. 다만 전용 리모컨이 기본 제공되지 않아, 조작은 터치스크린이나 스마트폰 앱에 의존해야 한다는 점에서 사용 환경에 따라 아쉬움이 남을 수 있다.
심플한 디자인의 일관성을 해치지 않기 위해, 제품 하단 전체를 정밀한 히트싱크로 설계한 점 역시 인상적이다. 앰프 구동 시 발생하는 열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면서도, 미니멀한 외형을 유지하기 위한 합리적인 선택으로 보인다.
Play CD Edition의 경우 측면에 CD 트레이가 추가된다. Hitachi-LG사의 CD-ROM 드라이브를 사용하며, 슬롯 방식이 아닌 노트북용 트레이 방식을 채택했다. 다소 얇고 가벼운 구조가 고급스러운 섀시와는 대비되지만, 재생 및 리핑 테스트 과정에서 별다른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고 전반적인 작동 역시 쾌적했다.
후면의 입출력 단자 구성은 이 제품의 성격과 활용 범위를 명확히 보여준다.
디지털 입력으로는 광과 동축을 지원하며, 최근 소스기에서 사실상 필수로 자리 잡은 HDMI ARC 역시 제공된다. 이를 통해 TV 영상 콘텐츠의 사운드를 간편하게 시스템에 통합할 수 있다.
아날로그 입력으로는 RCA 한 조에 더해 포노 입력을 지원하는데, 이 가격대에서 드물게 MM과 MC를 모두 지원한다는 점은 분명한 강점이다. 다만, 부하 임피던스를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는 구조는 아니다.
여기에 서브우퍼 출력이 더해져 2.1채널 구성이 가능하며, 전용 앱을 통해 크로스오버를 포함한 관련 세부 설정을 조정할 수 있다. USB-A 단자는 저장 매체 연결은 물론 USB 오디오 출력으로도 활용 가능하고, 동축 디지털 출력까지 지원하기 때문에, PLAY는 올인원 스트리밍 앰프라는 본래의 용도를 넘어 타 시스템의 스트리밍 또는 CD 트랜스포트로도 활용 가능한 높은 범용성을 갖추고 있다.
내부 설계
내부 구성을 들여다보면 에버솔로가 추구하는 ‘음악적 영리함’이 드러난다. 그들은 하드웨어의 한계를 소프트웨어적 통찰로 극복하는 데 능숙해 보인다.
먼저 DAC는 AKM의 AK4493SEQ DAC(Velvetsound 기술)를 탑재하여 최대 PCM 768kHz/32bit와 DSD512를 지원한다. 이는 Class D 앰프 특유의 건조하고 차가울 수 있는 성향을 완화시키기 위한 나름의 전략적인 조합으로 추측된다.
앰프부는 ‘PurePath HD’라는 명칭으로 소개되어 있는데, 이는 텍사스 인스트루먼트사의 TPA3255 Class D 칩셋을 기반으로 자체적인 커스터마이징이 이루어진 구조로 보인다. 출력은 8옴 기준 60W, 4옴 기준 110W로 수치상으로는 이 체급의 올인원 기기치고 충분한 스펙이다.
전원부는 PFC-LLC 기반의 저소음 설계를 채택해 배경의 정숙함을 추구하고 있다. 다만 청감상 특성은 비교적 점잖은 쪽에 가깝고, 볼륨 노브를 80% 이상으로 밀어붙였을 때 비로소 앰프 특유의 생동감과 에너지가 또렷하게 살아난다. 이는 출력 부족이라기보다는, 초반 게인 설정과 음색 튜닝에서 안정성과 정숙함을 우선한 결과로 해석하는 편이 더 합리적일 것이다.
스트리밍, 소프트웨어
우선 에버솔로 스트리밍 기기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안드로이드의 SRC(샘플링 제한)을 우회하는 독자적인 EOS(Eversolo Original Sampling-rate) 엔진을 탑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에버솔로는 두 가지의 애플뮤직을 지원하는데, 하나는 기기의 OS에 빌트인돼 있는 버전과 별도 설치 버전이다. 에버솔로는 후자를 통해 애플 뮤직의 고해상도 무손실 음원을 비트퍼펙트로 감상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브랜드라고 볼 수 있다.
안드로이드 기반 OS를 활용한 확장성 또한 분명한 매력 포인트다. 기본 제공되는 스트리밍 서비스 외에도 사용자가 직접 앱을 설치할 수 있으며, 기기의 터치스크린이나 전용 앱인 ‘Eversolo Control’의 ‘Screen’ 기능을 통해 화면을 미러링하며 원격 조작이 가능하다. 다만 모든 앱이 이 기기에 최적화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앱이나 사용 환경에 따라 원활하지 않은 경우도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유튜브 앱은 구글 인증 문제로 실행이 되지 않지만, SmartTube와 같은 호환 앱을 활용하면 실사용에는 큰 불편은 없었다.
그리고 Tidal/Qobuz/Spotify Connect와 더불어 Roon Ready 인증까지 마쳐, 사용자가 어떤 스트리밍 플랫폼을 쓰더라도 가장 익숙한 방식으로 제어할 수 있는 상당한 연결성을 갖추고 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소프트웨어 기능으로 무장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예가 Room Correction, 즉 공간 음향 보정 기능이다. 별도의 USB 측정 마이크를 기기 후면의 USB 포트에 연결하거나, 스마트폰의 내장 마이크를 이용해 기기가 출력하는 스윕 신호를 수음함으로써 공간 특성에 맞는 보정을 수행한다. 직접 테스트해 본 결과, 중고역대의 살집이 다소 정리되면서 음상이 앞으로 당겨지고, 전반적인 명료도가 상승하는 경향을 보였다. 물론 이러한 변화는 사용자의 시스템 구성과 측정 환경에 따라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
또 하나 주목할 만한 기능은 HQPlayer NAA(Network Audio Adapter) 지원이다. 이는 최근 펌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에버솔로의 스트리밍 기기들에 추가된 기능으로, 업샘플링과 필터링 등 DSP 처리를 고사양의 외부 PC나 맥에서 담당하고, 플레이어는 렌더러 역할만 수행하도록 구성해 노이즈, 지터 등의 문제에서 더 유리한 환경을 만들 수 있다. 번거로움은 늘어날 수 있지만, 음질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오디오파일에게는 반가운 선택지라 할 수 있다.
사운드
에버솔로 플레이의 사운드는 ‘Velvet Sound’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자극적인 에지를 깎아내고 매끄럽고 유기적인 질감을 강조한 튜닝이 돋보인다. 전반적인 소리의 성향은 Class D 앰프들이 흔히 범하는 분석적이고 차가운 인상보다는, 한결 따뜻하고 풍성한 결에 가깝다.
저역은 충분한 양감을 확보하면서도 과도하게 부풀어 오르지 않고, 중저역을 단단하게 지탱하는 타입이다. 중역대의 보컬은 기존에 경험해 온 클래스 D 앰프들에 비해 살집이 붙고 온기가 더해져, 장시간 청취에도 부담이 적다.
Yo-Yo Ma의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재생해 보면 이러한 성향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첼로의 저음 현이 바닥을 긁듯 내려가는 부분에서도 소리가 얇아지거나 거칠어지지 않고, 현의 마찰감과 울림이 비교적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특히 활이 현을 떠나는 순간의 잔향 표현이 과장되지 않고 단정하게 정리되어, 곡의 구조와 흐름에 집중하기 좋은 사운드를 들려준다.
Sara K.와 Chris Jones의 All You Love 라이브 트랙에서는 보컬이 지나치게 앞으로 튀어나오지 않으면서도, 숨소리와 발성의 질감이 충분히 살아 있다. 기타 리프 역시 또렷하게 드러나지만, 날이 서서 피로감을 유발하는 선까지는 넘지 않는다. 소리를 분해해서 분석하기보다는, 라이브 공연 전체의 분위기에 자연스럽게 몰입하게 만든다.
악기 간의 분리도는 가격대를 감안하면 충분히 설득력이 있지만, 모든 소리를 해부하듯 드러내는 타입은 아니다. 대신 음악의 흐름과 공간감을 중심으로 입체적인 무대를 그려내는 쪽에 가깝다. 분석보다는 몰입을, 디테일보다는 음악적 완성도를 중시하는 성향으로, 음악을 즐기기 위한 튜닝이라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사운드를 들려준다.
정리
에버솔로 PLAY는 이름 그대로 ‘재생만 하면 되는 간편함’과 ‘여러 방식으로 즐길 수 있는 다재다능한 오디오파일의 장난감’이라는 두 가지 의미를 동시에 담고 있는 제품이다.
강력한 스트리밍과 소프트웨어 기능, 그리고 매력적인 앰프 성능을 23cm 정사각형 섀시에 응축해낸 에버솔로의 첫 올인원 앰프 도전은 전반적으로 꽤 성공적이라 평가할 수 있다. 특히 앰프 본연의 역할에 그치지 않고, 필요에 따라 스트리밍 트랜스포트나 CD 트랜스포트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은 입문자뿐 아니라 분리형 시스템을 사용 중이거나 향후 확장을 고려하는 유저들까지 염두에 둔 작지 않은 배려로 느껴진다.
현재 입문기를 고민 중이라면, 일단 PLAY부터 해보라.
그 다음 단계는, 그때 가서 고민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