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는 지난 5월 뮌헨에서 열렸던 2019 뮌헨오디오쇼의 엘락 프레스룸에서 진행되었다.
최근 몇 년 동안 독일의 스피커 제조 업체인 엘락(Elac)은 매우 큰 보폭으로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울트라 하이엔드 스피커로 콘센트라를 내놓은 바 있으며, 스피커가 아닌 일렉트로닉스 부문으로 시장을 확대하며 까지 토털 오디오 브랜드로 확장하고 있다. 또한 스피커 부문에서는 콘센트로의 등장 이후 하이엔드 기술을 기반으로 기존 스피커들의 진화를 진행 중에 있으며, 유럽과 달리 미국 시장에 걸맞은 새로운 컨셉의 아메리칸 스타일 스피커들도 새로운 모델로 차별화를 꿰하고 있다.
많은 변화와 변신 중에 있는 엘락에 대하여 엔지니어링의 최고 책임자인 롤프 얀케(Rolf Janke)를 만나 현재 그들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았다. 롤프 얀케는 20년 넘게 엘락의 스피커 설계를 책임지고 있으며 콘센트로를 비롯한 엘락의 핵심적인 제품과 기술을 직접 만든 장본인이다.

기존에 있던 400 시리즈를 대체하는 새로운 시리즈로 등장한 것이 벨라이다. 벨라의 개발 목표나 기획 의도는 무엇인가?


가장 큰 변화는 스피커에서 재생되는 음의 방사 특성, 음의 분산 정도와 방향성이 개선되었다. 전작에 비해 훨씬 넓은 폭으로 전면에 넓게 음을 펼쳐준다. 이전보다 훨씬 넓고 입체적인 사운드스테이지를 경험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엘락의 플래그십인 콘센트로 스피커 개발에 얻은 기술을 차용한 것이다. 콘센트로에는 스피커 뒷면에 음장 형성 조절 노브가 장착되어 있다. 스피커와 시청 위치의 거리에 따라, 이 노브를 조절하여 중고역 드라이버의 재생 위치가 달라지게 된다. 드라이버의 위치 조정을 통해 전체 공간에 형성되는 음장의 크기와 규모가 달라진다. 이런 기능을 통해 음장 형성의 폭과 깊이를 훨씬 더 깊고 입체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데, 여기서 얻은 노하우를 벨라에 적용한 것이다.

그렇다면 외형 이외에 드라이버나 크로스오버에는 어떠한 변화가 담겨있나?



사실 필터는 전체의 일부이다. 버터워스, 채비채프, 노치 필터 그리고 -6dB냐 -24dB냐 하는 것을 언급하는 것은 무의미한 이야기일 뿐이다. 필터는 음을 만들어내는 전체 과정 중 일부일 뿐이다. 신호가 지나가는 중간의 한 단계일 뿐이기에 필터 자체를 이야기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중요한 것은 듣는 이의 자리에서 느끼는 소리가 어떻게 들리는가 하는 것이다. 입력부터 출력까지 여러 단계의 소리 재생 과정을 거쳐서 귀로 듣게 되는데 그 중 한 단계의 특성이 어떻다고 해서 그것으로 전체 소리를 판단할 수는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필터가 지닌 전기적 특성보다 크로스오버 회로와 스피커 드라이버 그리고 인클로저가 어우려저 만들어내는 어쿠스틱적인 특성이 어떻게 완성되는가 하는 점이다. 단순히 어떻게 음을 잘라주었는가 보다 드라이버 자체의 특성이 그대로 유지되도록 드라이버간의 유기적 연결이 있도록 만들어주는 회로적, 물리적 특성이 받쳐줘야 그것이 하나가 된 소리이자 스피커로 완성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벨라의 크로스오버와 인클로저 그리고 드라이버는 음향적으로 유기적인 연결이 되는 대역 특성을 갖고 있다.

조금 더 부연 설명을 하자면 이 스피커에 사용된 드라이버들이 음향적 특성으로 유닛 자체가 필터의 역할을 한다. 타 제품, 타사 유닛과 달리 엘락 스피커의 드라이버들은 재생 대역 바깥 영역에 특별한 브레이크업 모드가 존재하지 않는다. 쉽게 말해서 우퍼는 중역에, 미드레인지는 고역에 특정 주파수에서 과도한 응답 특성을 내는 부분이 없다는 말이다.
어차피 크로스오버 필터가 재생 대역 이외의 부분은 잘라내기 때문에 재생 대역 이외에서 발생되는 브레이크업 모드는 별로 중요치 않다고 여기는 사람이 많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재생 음량을 올리게 되면 아무리 크로스오버로 잘라냈다고 해도 재생 대역 바깥에서 발생된 특이 성향 주파수의 음도 함께 올라오게 된다. 우퍼는 중역에 이상 신호를 만들고, 미드레인지는 고역에 이상 신호를 만들게 된다. 이 소리는 매우 듣기가 나쁠 뿐만 아니라 딱히 제거하기가 쉽지도 않다. 그 만큼 재생 대역 이외에서 발생하는 음들은 원천적으로 어찌할 방법이 많지 않다. 해법이라면 결국 애초의 드라이버 자체가 재생 대역 이외에서 별다른 특이 성향이 없도록 만드는 것이 해결책이다. 엘락의 드라이버에는 재생 대역 이외에서의 특별한 브레이크업 모드가 없기 때문에 크로스오버도 단순하고, 대역 이외의 재생음이 소리의 밸런스를 해치거나 노이즈를 만들지도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드라이버 자체가 순수한 필터 역할을 같이 담당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나무 종류의 소재보다 알루미늄이 훨씬 더 단단하다는 장점이 있다. 같은 부피를 같은 소재로 만들 경우, 나무로 만들었을 때보다 알루미늄으로 만들었을 때가 훨씬 더 컴팩트하게 부피를 줄일 수 있다. 즉, 같은 규모라도 알루미늄을 사용하면 훨씬 더 큰 스피커의 체적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부피가 더 커지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벨라의 캐비닛 또한 알루미늄을 추가하여 특별히 크기나 부피를 늘리지 않고서도 더 큰 스피커에 준하는 성능을 얻을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디자인적인 성형 및 가공이 쉬워서 하단부의 다운파이어링 포트와의 연결도 유기적인 몸체 구조가 되도록 제작이 가능하며 손쉬운 포트와 바닥면의 연결을 구현할 수 있었다. 그래서 알루미늄을 캐비닛에 적용하게 된 것이다.
벨라 시리즈 개발 과정 중에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




반면에 유럽은 콘크리트 등의 소재로 만든 건물이며 방이 작고 미국보다는 상대적으로 가까운 거리에서 소리를 듣는 환경이다. 따라서, 자칫 지나치게 저음이 많아질 수 있고 고역도 제대로 잡지 않으면 산만하게 들릴 여지가 있다. 그래서 엘락의 스피커들은 정확하고 스피디한 저음과 JET 트위터의 고역으로 대역 밸런스를 맞춘 스피커가 알맞은 편이다.
이는 보편적인 이야기이며, 정말로 중요한 것은 공간 상에서 음향이 전달되는, 소리 전달 함수가 어떻게 되는가이다. 어떠한 공간이 되든 그 공간에 맞는 좋은 셋업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마지막 질문이다. 최근들어 오디오 시장이 점차 액티브 스피커 내지는 멀티미디어 스피커와 같은 제품들이 널리 퍼지고 있다. 이러한 스피커들은 별도의 오디오 시스템이 필요없고, 스피커 자체가 하나의 오디오 시스템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엘락에서도 이런 류의 제품들이 나올 계획은 없는가?


지금 당장 그렇게 모든 것이 통합된 일체형 스피커가 나올 계획은 없다. 모든 것을 스피커 속에 모두 집어 넣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엘락의 방식은 음질 우선주의이며 어떤 스피커를 쓰든지 다양한 미디어를 즐길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길 원한다. 그래서 엘락에는 뮤직 서버인 디스커버리와 스트리밍 플레이어이자 미디어 허브인 알케미가 있다. 이 기기들과 나비스 내지는 기타 엘락의 스피커들 하나로 사용하면 완벽한 일체형 오디오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 인터뷰어 : 성연진 (오디오플라자 편집장)
- 인터뷰이 : 롤프 얀케 (CTO of ELAC Electroacustic GmbH)
- 수입원 : 사운드솔루션 www.sscom.com, 02-2168-4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