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락의 오리지널 데뷔(Debut) 시리즈가 처음 공개된 것은 지난 2015년의 일이다. 하이엔드 스피커 설계로 이름을 알린 앤드류 존스라는 걸출한 엔지니어가 하이엔드의 길을 접고, 엘락에 합류했다는 것만으로도 꽤나 흥미로운 뉴스였는데 첫 작품까지 하이엔드가 아닌 정반대의 초 염가 스피커를 들고 나온 것만으로도 신작의 흥행에 커다란 기여를 했다. 당연히 그 염가 스피커의 성능을 놀라운 가격 대비 성능을 보여주었고, 첫 작품의 성공과 함께 UniFi, Navis 같은 연이은 후속작들이 앤드류 존스와 엘락 U.S.A의 이름으로 시장을 휩쓸 었다. 지난 달 리뷰했던 최신작 카리나(Carina)에서는 처음으로 엘락의 전매 특허인 JET 트위터를 사용한 스피커를 내놓는 등의 지칠 줄 모르는 엔지니어링의 진화와 개선으로 현재 앤드류 존스의 스피커는 엘락의 스피커 카탈로그의 70%를 채우고 있다.

엘락 엔트리의 새 역사, 데뷔의 진화
그가 만든 최초의 성공작인 데뷔는 발매 4년 만인 지난 2019년 하반기에 다양한 기술적 업그레이드를 통해 ‘데뷔 2.0’ 으로 진화했다. 신작 데뷔 2.0은 오리지널 디자인의 큰 흐름을 바꾸거나 전면적인 제품의 컨셉을 완전히 바꾸는 일은 없었다. 오리지널의 미비했던 부분들에 대한 세부적 기술적 개량으로 드라이버들의 개선, 캐비닛 설계의 고급화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한 더욱 단단하고 유기적인 그리고 음악적인 사운드를 만들어내는 기술적, 음질적 진화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더욱 세련된 수준으로 끌어올렸음에도 가격은 오리지널과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을 그대로 유지했다는 점이다. 데뷔 시리즈가 지닌 가격 대비 성능, 경제성을 그대로 끌고가되 전체 퍼포먼스를 더욱 높여 엔트리급 스피커의 끝판왕이자 레퍼런스가 되는 것에 도전한 셈이다.
리뷰 모델인 신작 ‘데뷔 레퍼런스(Debut Reference)’는 작년에 발매된 데뷔 2.0의 연장선에서 기획, 설계된 모델이다. 데뷔 시리즈가 지닌 기본 컨셉인 가격과 가성비는 분명 훌륭한 구매 포인트가 되지만, 가격적 한계는 스피커의 전반적인 퀄리티 또한 그 한계점을 분명 벗어날 수 없는 영역을 지닐 수 밖에 없다. 가성비가 훌륭한 데뷔 2.0에 조금 더 세련미를 더해 엔트리이면서도 보다 고급스러운 사운드와 훨씬 거실 친화적인 인테리어 요소를 더하여 저렴하지만 결코 저렴해 보이지 않는, 고급스러운 엔트리로 기획된 것이 데뷔 레퍼런스이다.
데뷔 2.0의 럭셔리 에디션, 데뷔 레퍼런스
데뷔 레퍼런스를 소개하려면 결국 데뷔 2.0부터 소개할 수 밖에 없다. 오리지널 데뷔에서 달라진 2.0 버전을 한 번 더 업그레이드한 것이 데뷔 레퍼런스이니 말이다. 오리지널에서 데뷔 2.0으로 진화하면사 바뀐 첫 번째 포인트는 드라이버들의 전면적인 교체이다. 데뷔 2.0의 25mm 소프트 돔 트위터는 훨씬 넓어진 서라운드 엣지 디자인으로 면적이 넓어졌을 뿐만 아니라, 소프트 돔 소재를 교체하고 돔 위에 입힌 코팅 소재를 바꾸어 전체 돔의 대역 특성이나 성능을 개선한 새로운 트위터로 바꾸었다.
이를 통해 전체 재생 대역이 더 넓어져 3kHz에서 이루어지는 크로스오버 포인트를 2.2kHz로 낮추었고, 웨이브가이드를 더해 방사되는 음의 분포 특성을 개선했다. 그리고 데뷔 레퍼런스는 웨이브가이드의 설계를 새롭게 바꾸고 전면에는 음의 분산 특성을 고려한 새로운 메탈 그릴을 더해 훨씬 넓은 공간 영역에서 고역의 평탄한 대역 특성이 구현되도록 해주어 더욱 또렷하고 선명한 고역 특성을 넓은 곳에서 즐길 수 있게 만들었다. 물론 디자인적으로도 레퍼런스라는 이름 답게 데뷔 2.0 보다 훨씬 세련된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5.25인치의 아라미드 파이버 직조 소재의 콘지를 쓴 미드레인지와 우퍼는 데뷔 2.0에서는 오리지널과 달리 새로운 직조 패턴의 콘지로 바뀌었다. 패턴의 변화와 함께 콘지 뒷면에 댐핑 코팅을 더해 훨씬 단단하고 뒤틀림이 적어져서 강도는 높이고 댐핑은 적절히 유지되도록 만든 것이 새로운 미드레인지와 우퍼의 개선 포인트이다. 소재의 진화와 함께 구조적 개선도 더해졌는데 유닛 중앙의 센터캡은 모두 역돔 형태의 컨벡스 타입에서 볼록 뛰어나온 콘케이브 형상의 일반 돔 형태로 바뀌었다. 그리고 데뷔 레퍼런스는 여전히 아라미드 파이버 직조 소재를 사용한 점은 2.0 버전 드라이버들의 콘지와 별반 다르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다른 색상의 소재로 콘지를 도입하고 센터캡 디자인을 개선하여 드라이버의 성능 개선을 도모했다. 뿐만 아니라, 우퍼의 프레임도 캐스트 섀시로 바꾸며 새로운 디자인으로 개선하여 우퍼 동작시 발생되는 유닛 자체의 물리적 진동과 공진을 낮추고 전면 배플에 장착하고 고정시킨 강성도 높아지도록 했다.
캐비닛도 마찬가지이다. 오리지널에서 다소 약점으로 지적되었던 캐비닛도 2.0이 되면서 내부 버팀목을 보다 튼실하게 보강하고 내부 구조를 개선하여 전면적인 캐비닛의 단단함을 높이고 진동이나 공진은 낮추는 노력을 더했다. 특히 플로어스탠더 모델인 F5.2는 3웨이 모델로, 캐비닛 내부에 중고역과 저역 사이에 격벽이 설치되어 있는데 이 부분에 보강 목재가 추가되었다. 또한 우퍼 캐비닛 하부에는 전면 배플과 후면을 연결하는 보강재를 추가하여 우퍼 진동으로 인한 캐비닛의 뒤틀림을 방지하려는 캐비닛 강성화 노력을 더했다.
데뷔 레퍼런스는 2.0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캐비닛의 강성 및 보강에 훨씬 공을 들였다. 상하판재와 측면 판재가 아예 구조적으로 꽉 물리도록 깎아만든 캐비닛 구조체로 만들고 연결 부위의 보강재를 2.0 보다 훨씬 두꺼운 소재로 연결 부위와 내부 버팀목을 더해 캐비닛의 강성을 높이고 진동, 공진을 제거하여 캐비닛에서 오는 착색을 대폭 줄였다. 뿐만 아니라 위상 반전형 캐비닛 구조에서 저음을 내는 포트를 더블 포트 설계를 했다. 스피커 뒷면 상단의 포트와 함께 전면 하단에도 가로로 긴 슬릿형 포트를 내어 저음의 깊이와 저음의 양감을 늘려 보다 손쉬운 저역 재생으로 다이내믹스를 높일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포트 설계는 데뷔 시리즈로는 데뷔 레퍼런스가 유일하다. 사실 이런 포트 디자인은 앞서 발매된 엘락의 상위 모델인 벨라와 카리나에서 사용된 바닥 방사형 포트 설계 기술을 차용한 것으로, 초염가인 데뷔 시리즈지만 데뷔 레퍼런스에서는 과감하게 상위 시리즈의 설계 기법을 넣은 것이다. 이처럼 거의 다 뜯어 고쳐 새로운 스피커를 만든 수준의 캐비닛과 중저음 재생 구조는 우퍼와 미드레인지의 크로스오버 지점도 100Hz에서 90Hz로 더욱 낮추게 되었다.
이처럼 드라이버와 캐비닛의 기술적 업그레이드를 통해 크로스오버 회로는 이전보다 훨씬 간결하고 직관적인 토폴로지로 바뀌었는데 그러면서도 3웨이의 완벽한 재생 대역 분할과 유기적인 대역 밸런싱을 이끌어냈다는 것이 제작자 앤드류 존스의 설명이다.
이 외에도 데뷔 레퍼런스는 데뷔 2.0과 시각적인 디자인에서도 많은 차이를 보인다. 캐비닛 마감도 전면 배플에 화이트, 몸체는 라이트 오크로 된 엘레강스한 디자인 모델과 전면은 블랙, 캐비닛은 월넛 디자인의 전통적인 스피커 타입 모델로 2가지의 마감 및 색상 선택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또한 전면의 그릴도 그레이 컬러의 패브릭 소재를 적용하여 거실에 놓아두면 중저가의 이미지가 강한 데뷔 시리즈와 달리 훨씬 고급스럽고 세련된 이미지를 만들어준다. 또한 바닥판재에 스파이크를 고정하는 데뷔 2.0과 달리 데뷔 레퍼런스는 전체 캐비닛이 하나의 몸통으로 일체화되어 있으며 바닥에는 아웃트리거를 별도 장착하고 아웃트리거에 높이 조절 가능한 전용 스파이크를 설치하여 스피커를 고정하는 구조로 훨씬 고급스러운 스피커 설치 구조로 완성했다. 이 또한 앞서 발매된 벨라와 카리나에서 사용했던 스피커 고정 기구 시스템을 데뷔 시리즈에도 고스란히 이식시킨 결과물인 셈이다.
사운드 퀄리티
테스트는 캠브리지 오디오의 CXA81 인티 앰프와 컴퓨터를 USB로 연결하고 재생은 타이달을 비롯한 스트리밍과 음원을 중심으로 시청했다.
데뷔 2.0 스피커들을 직접 경험하지는 못했지만, 오래전에 들었던 오리지널 데뷔 시리즈와 비교하면 차원이 다른 스피커라 해도 무방할 듯 싶다. 데뷔 시리즈의 성공요인이라면 튼실하고 단단한 중역의 안정감을 살려 놓고 위 아래의 고역과 저역의 밸런스를 듣기 좋게 잘 다듬어 붙인 소리였다. 어떤 음악을 들어도 항상 음악적이며 중역대의 악기들과 보컬이 높은 정보량으로 또렷하고 선명한 사운드를 깨끗이 들려주는 것이 큰 어필의 요소였다. 약간의 중역의 도드라짐이나 살짝 밝은 느낌이 들 때도 있었지만, 그 가격대에서는 최고의 선택 중 하나로 불리울 만했다. 이와 달리 데뷔 레퍼런스는 포워드한 사운드가 줄어들고 브리티쉬 사운드적인 뒤로 넓은 공간이 열리는 스타일의 음향을 들려준다. 이런 입문형에 가까운 스피커에 와이드레인지하다는 말을 쓰기는 어색한 부분이 있지만 데뷔 레퍼런스는 그런 모습을 어색하지 않게 보여준다.
예를 들어, 존 루터의 <레퀴엠> 같은 곡을 들으면 좌우로 넓고 안길이가 깊은 콘서트홀의 분위기와 공기 냄새가 제대로 살아난다. 둔중하고 답답함이 별로 없고 녹음 본연의 입체적인 스테이징이 가격과 크기를 감안하면 매우 훌륭한 무대로 재현된다. 특히 오르간의 저역도 기대 이상으로 깊고 안정감있는 저음을 들려주고 소프라노와 합창단의 목소리도 가운데 몰리거나 전면으로 강조되며 튀어나오는 법 없이 넓은 공간에 자연스럽게 펼쳐졌다. 중역의 정보량과 선명도는 여전히 변함없이 강조되어 있는 느낌이지만, 중역의 도드라짐보다는 더 넓어진 재생 대역과 매끄러운 대역 밸런스 덕분에 염가형 스피커의 티를 상당 부분 덜어낸 모습이다.
고역의 선명도도 꽤 좋은 편으로, 35kHz의 재생 대역이 대역의 확장 느낌 보다는 고역의 디테일들을 매우 자연스럽고 거친 입자감없이 깨끗하게 음의 끝을 살려주는 모습이다. 흔히 중저가 스피커들에서 나타나는 지나치게 중역이 앞서고 해상력일 높이느라 고역이 강조되어 밝거나 거친 입자감이 듣기 거북한 모습들이 하나도 없다. 그 점 하나 만으로도 데뷔 레퍼런스는 충분히 차별화와 높은 가성비의 스피커로 불리울 만하다.
정리
엘락의 신작 데뷔 레퍼런스는 앤드류 존스가 엘락 브랜드로 내놓은 최초의 스피커인 초염가 모델 데뷔를 한 차례 업그레이드하고, 업그레이드 된 개선판 모델에 다시 한 번 더 세련된 기술적 개선을 더하여 진화된 퀄리티에 고급스러운 하이파이 사운드를 입힌 염가 라인업의 럭셔리 모델이다. 여전히 부담 없는 가격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사운드 퍼포먼스의 클래스는 오리지널 데뷔 시리즈에서 서너 단계 올라선 엔트리 클래스의 완결판을 만들어냈다. 물론 가격을 뛰어넘고 세계에 전례가 없는 마술같은 스피커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데뷔 레퍼런스가 주는 감흥보다는 카리나 시리즈가 보여준 사운드가 훨씬 더 임팩트가 크고 훨씬 더 엘락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가격이 지닌 경제적 한계 내에서 최대한의 성능과 가격 대비 퍼포먼스를 감안하면 100만원대의 예산으로 5채널 홈시어터 구성까지 가능한 시리즈에서 이런 성능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은 커다란 즐거움이자 뛰어난 가성비를 당해낼 경쟁자가 많지 않다. 데뷔 레퍼런스는 단순히 싼 값에 비해 쓸만한 스피커의 수준을 뛰어넘어, 저렴한 가격임에도 하이파이 퍼포먼스를 제대로 즐길 수 있도록 해주는 엔트리 입문기 세계의 하이엔드이다.
제품사양
Elac Debut Reference DFR52
Enclosure Type | 3 – Way Bass Reflex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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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quency Response | 42Hz – 35000Hz |
Nominal Impedance | 6 Ohms |
Sensitivity | 86db @2.83v/1m |
Crossover Frequency | 90Hz/2200Hz |
Max Power Input | 140 Watts |
Tweeter | 1″ Cloth Dome |
Woofer | Triple 5-1/4″ Aramid Fiber |
Cabinet | CARB2 Rated MDF |
Cabinet Finish | Black Ash Vinyl |
Port | 3 x Dual Flared |
Binding Posts | 5 – Way Metal |
Dimensions (WxHxD) | 7.09″ x 40″ x 9.21″ |
수입원 | 사운드솔루션 www.sscom.com 02-2168-45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