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음원 재생을 위해 컴퓨터나 네트워크 플레이어를 사용하면서 ‘룬(ROON)’이라는 말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기존에 쓰던 컴퓨터 오디오나 DLNA 스트리밍 플레이어로는 룬을 쓸 수 있는지 없는지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 룬이 뭔지 간단히 알아보기로 합니다. 하지만 룬을 알기 전에 먼저 ‘네트워크 오디오’부터 이해를 해야 룬이 뭔지 제대로 알 수 있습니다. 룬은 네트워크 오디오 시스템의 새로운 종류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간단히 네트워크 오디오가 어떻게 구성되고 동작되는지부터 알아봅니다.
네트워크 오디오가 뭐죠?
지금까지 ‘네트워크 오디오’ 또는 ‘네트워크 플레이어’ 하면 린(Linn)의 DS 시리즈같은 플레이어들을 떠올리실 겁니다. 기존의 네트워크 플레이어라는 기기들은 ‘DLNA’와 ‘UPnP’라는 방식의 기술을 사용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사용해왔습니다. 간단히 DLNA라고 부르는 이 방식은 삼성, 소니, LG, 파나소닉 등이 영화나 음악 등의 ‘미디어 파일’을 가전 제품(TV나 오디오)에서 재생될 수 있도록 만든 미디어 재생 표준 규격입니다. 2000년대 이전까지는 거의 모든 영화나 음악 미디어는 CD나 DVD 같은 디스크 타입의 표준화된 물리적 매체를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MP3 이후 영화나 음악은 디스크가 아니라 dvix나 mp3 같은 ‘파일’로 바뀌었죠. 미디어 매체가 사라지고 파일이 등장하자, 당연히 파일을 미디어 소스로 사용하는 요구가 많아지면서 가전 업체와 컴퓨터 업체들은 이 파일을 TV나 오디오에서 재생이 가능하도록 ‘DLNA’라는 규격을 만들었습니다.

DLNA 방식으로 음악 파일이나 동영상 파일을 재생하려면 크게 3개의 기기가 필요합니다. 맨 처음 소스가 되는 것은 ‘미디어 서버(Media Server)’입니다. 처음 네트워크 플레이어를 쓰는 분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이 바로 이 미디어 서버의 설치 때문입니다. 그냥 컴퓨터나 NAS를 켜고 음악 파일을 저장만 해두면 자동으로 재생이 되는 줄 알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먼저 자신이 파일을 저장할 하드웨어(컴퓨터 또는 NAS)에 미디어 서버라는 소프트웨어를 설치해야 합니다. 그리고 나서, 이 미디어 서버라는 프로그램에 음악이나 영화 파일들이 저장된 폴더나 디렉토리를 등록시켜주어야 합니다.
파일의 저장 및 재생의 출발점, 미디어 서버
네트워크 플레이어의 리모컨, 컨트롤 포인트
그러면 서버에 있는 음악을 찾아서 재생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기존의 CD 플레이어나 TV에서 재생을 하려면 전용 리모컨으로 기기를 동작시키는 것과 마찬가지로 네트워크 오디오에서는 특별한 리모컨 소프트웨어들이 있습니다. 린의 DS 시리즈에는 Kazoo 라는 전용 앱을 사용하고, 타 네트워크 플레이어들도 자사들의 전용 리모컨 앱들이 있습니다.
최종 음의 출구이자 파일을 재생하는 실제 하드웨어, 미디어 렌더러
지금까지 파일을 재생하는 기기를 네트워크 플레이어라고 불렀지만, DLNA에서는 이를 미디어 렌더러(Media Renderer)라고 부릅니다. 플레이어가 아닌 렌더러라고 부르는 이유는 이 기기가 스스로 파일을 찾고 검색해서 불러다가 재생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대개 서버에서 전송가능 한 것을 컨트롤 포인트로 찾아서 파일을 집어 넣어주어야만 재생이 가능한, 일종의 반쪽짜리 기기이기 때문입니다. 렌더(Render)라는 말이 ‘전달/전송해주다’ 내지는 ‘그려내거나 보여준다’는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에, 렌더러라는 말을 쓴 듯 합니다. 그래서 과거에는 플레이어에 스스로 서버를 찾아 검색하고 음악을 선택해서 직접 재생이 가능한 기기를 미디어 플레이어, 컨트롤 포인트로 동작시켜줘야 재생이 가능한 기기를 미디어 렌더라로 구분지어 사용하기도 했지만, 요즘은 대개 간단히 미디어 플레이어라고 부릅니다. 린의 Klimax DS를 비롯한 DS 시리즈 플레이어와 루민의 Lumin 시리즈 등이 이러한 미디어 플레이어/렌더러입니다.
마지막으로 네트워크 오디오 재생을 간단히 정리하면,
- 네트워크 재생은 3개의 기기로 동작한다.
- 파일을 저장하고 뿌려주는 것은 미디어 서버(컴퓨터 같은 하드웨어 + 윈도우즈 같은 소프트웨어)
- 파일을 찾고 검색하는 것은 컨트롤 포인트(소프트웨어, 주로 앱)
- 파일을 받아서 아날로그 소리로 출력해주는 것은 네트워크 플레이어/미디어 렌더러(하드웨어)
이런 3개 기기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로 이루어진 시스템 구성이 갖춰져야 네트워크 플레이어 시스템이 구축됩니다. 말로 풀어서 설명해서 어렵게 보이지만, 실제 구축 과정은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위에서 언급한 3개의 기기를 하나의 인터넷 공유기에 연결해주면 그것으로 곧바로 네트워크 오디오를 즐길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룬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합니다.

룬(ROON)은 뭔가요?
룬은 앞서 설명한 네트워크 오디오 시스템과 비슷하지만 DLNA 방식과는 전혀 다른(!)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네트워크 오디오 시스템입니다.
룬 역시 네트워크 오디오 시스템이기 때문에 DLNA 방식과 마찬가지로 미디어 서버, 컨트롤 포인트 그리고 미디어 플레이어/렌더러라는 3개의 기기로 구성됩니다. 하지만, 네트워크 상에서 파일을 찾고 분석하고 플레이어에 파일을 전송해주는 소프트웨어가 DLNA 표준이 아닌, 룬이라는 자체 표준을 사용합니다. 즉, 외형적인 구조나 구성은 DLNA와 같은 시스템의 형태를 갖지만, 실제로 그 속에서 동작하는 소프트웨어는 전혀 다른 시스템인 것이죠. 비유를 하자면, DLNA 방식이 구글의 안드로이드(갤럭시 폰/갤럭시 탭)라면, 룬 방식은 애플의 iOS(아이폰/아이패드)인 셈이죠. 둘 다 스마트폰이나 모바일 디바이스인 것은 맞지만 구동 방식이나 체계가 전혀 다르다는 이야기입니다.

룬과 DLNA, 무엇이 다른가요?
룬이나 DLNA, 둘다 파일을 재생하는 기능과 시스템 구성 방식(서버, 컨트롤 포인트, 렌더러)은 똑같지만, 실제 구현된 내부 원리나 인터페이스는 확연하게 다릅니다. 애플의 iOS와 구글의 안드로이드가 똑같이 스마트폰이긴 하지만 두 시스템이 확연하게 다른 것처럼 말이죠.
1) 방대한 음반 정보의 라이브러리 제공
첫 번째 차이점은 소프트웨어입니다. DLNA에는 미디어 서버가 있지만 룬에는 미디어 서버가 대신 ‘룬 서버(ROON Server)’라는 것이 있습니다. 룬의 핵심이 바로 룬 서버입니다. 룬 서버는 DLNA의 미디어 서버와 달리, 하는 일이 상당히 많습니다. 미디어 서버는 저장된 파일들의 음악 제목이나 영화 제목, 연주자의 이름 정도 보여주는 것이 전부입니다. 단순히 곡명이나 영화 제목을 보고 재생을 하는 것이 DLNA 방식입니다.
이와 달리 ‘룬 서버’는 mp3나 flac 파일에 저장된 음악의 제목이나 연주자의 이름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해당 음반의 다양한 정보를 보여줍니다. 인터넷에 있는 룬의 미디어 라이브러리에 저장된 음반의 정보를 찾아내 각 음반마다 개별 정보 파일을 따로 저장해 둡니다. 이 정보 파일에는 단순히 음반 제목, 연주자의 이름 뿐만 아니라, 음악의 장르, 각 세션맨들의 정보, 녹음 장소, 녹음 일자, 음반 발매 일자, 해당 음반의 리뷰 등등이 들어있습니다. 쉽게 말해서 음반을 사면 들어있는 음반 속의 속지(북클릿)에 인쇄된 내용들 그리고 음반 관련 리뷰 같은 부가 정보까지 모두 담아놓습니다. 따라서, DLNA에서는 단순히 음반 자켓과 곡명 정도 밖에 알 수 없지만, 룬에서는 음반에 담긴 모든 부가 정보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룬이 추구하는 모토가 음악 파일에서도 음반을 사서 듣는 것과 똑같은 정보의 체험, 아날로그적인 체험을 안겨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단순히 정보의 나열로 그치지 않습니다. 룬은 이 모든 정보를 가장 알기 쉽고 편리한 인터페이스로 사용자가 음악의 비밀을 모두 찾아볼 수 있도록 해 두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뛰어난 인터페이스는 각종 정보가 음반 하나의 정보로 그치지 않고, 모든 음반의 정보들이 서로 연결되도록 연결 고리로 이어지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일례로, 스팅이 녹음한 음반의 내용에서 세션맨 중 한 사람의 이름을 누르면, 현재 내가 보유한 음악 파일들 중에 해당 세션맨이 연주에 참여한 음반을 모두 찾아서 보여줄 수 있습니다.
2) 타이달(Tidal) 서비스와 연동된 스마트한 음악 큐레이션

3) 하드웨어에 맞춘 스트리밍

룬을 사용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요?
맨 처음 이야기했듯이, 룬은 DLNA 방식과 구성이 거의 똑같습니다. 따라서, 룬 또한 3개의 기기가 필요합니다.
- 룬 서버(룬 코어, 룬 전용 컴퓨터)
- 룬 플레이어 (룬 레디 Roon Ready. 룬 재생을 지원하는 룬 전용 네트워크 플레이어)
- 룬 리모트 (룬 전용 리모컨 앱, 아이패드 및 안드로이드용 룬 전용 컨트롤 앱)
Roon서버

Roon 플레이어
룬 플레이어는 룬 전용 네트워크 플레이어로, 룬 서버가 인식할 수 있는 네트워크 플레이어를 말합니다. 맨 처음 언급했던 DLNA 방식의 네트워크 플레이어와 비슷한 기능을 하는 네트워크 플레이어지만, 룬 서버에서 인식이 가능한 룬 전용 플레이어입니다. 그래서 룬 네트워크 플레이어들에는 룬에서 재생 가능하다는 의미로, ROON Ready 라는 마크가 부착되어 있습니다.
초기에는 룬을 지원하는 네트워크 플레이어들이 많지는 않았지만, 점차 플레이어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로 어렵지 않게 룬 네트워크 플레이어들을 찾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제품이 오포의 블루레이 플레이어들입니다. 오포 디지털이 발매한 4k 블루레이 플레이어인 203/205는 대표적인 룬 레디 플레이어로, 룬을 즐길 수 있는 대표적인 플레이어입니다.
오포보다도 훨씬 저렴하고 대중적인 플레이어로 구글이 만든 크롬캐스트도 있습니다. 5만원이 안되는 이 작은 미디어 재생용 동글(?)도 비록 ROON의 전용 프로토콜 방식인 RAAT는 아니지만 24bit/96kHz급의 Google Cast 방식으로 무선재생을 할 수 있습니다. (Roon – 크롬캐스트 지원 업데이트 관련기사 참조)TV나 기존 오디오에 크롬캐스트를 연결해주면, TV나 사용하던 오디오로도 룬을 제대로 즐기실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하이파이 업체들이 내놓은 보다 전문적인 네트워크 플레이어들도 룬 레디 기능을 속속 지원하고 있습니다.
Roon 리모트
룬 리모트는 아이패드나 안드로이드 기기에서 사용 가능한 룬 전용 앱을 말합니다. 룬 리모트는 룬 서버에 접속하여 서버에 담긴 음악을 검색, 재생하는 역할을 합니다. DLNA의 다양한 네트워크 플레이어용 앱들처럼, 룬 시스템 내에서 룬을 쓸 수 있도록 해주는 전용 앱이 바로 룬 리모트입니다.
여기까지, 룬에 대한 간단한 개요를 설명드렸고, 기능이나 하드웨어에 대해서는 다음 시간에 좀더 자세하게 설명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