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의 노이즈를 줄여 스트리밍 음질을 극대화시키다
오디오 전용 고음질 네트워크 스트리밍의 신기술, 디레타
2000년대 중후반부터 시작된 컴퓨터 오디오는 USB 기반의 DAC 시절을 거쳐, DLNA UPnP 기반의 네트워크 오디오로 바뀌었다. 그리고 2010년대 중반부터는 무손실 스트리밍 서비스들의 등장으로, 뮤직서버와 네트워크 플레이어가 대세가 되었다. 네트워크 방식의 오디오가 주는 장점은 컴퓨터가 직접적인 플레이어로서의 역할에서 벗어나있다는 점과 플레이어가 CD 플레이어를 대체하는 순수한 오디오 기기로 자리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점은 이더넷 네트워크 방식의 오디오 재생은 USB Audio 보다 음질적인 우월성이 있기 때문이다. 어떤 이는 취향의 차이라고도 하며, 사과와 배, 복숭아와 감 같은 차이로 보는 견해도 있지만, 그것이 취향의 차이이든, 기능적 차이이든 결정적인 것은 음질이며, 네트워크 스트리밍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었다.
이제는 보편적이며 대중화된 오디오의 새로운 재생 방식인 네트워크 플레이어 재생 그리고 새로운 고음질의 신기술인 디레타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1부
- 1. 네트워크 오디오 재생 기술
- 1-1 DLNA UPnP
- 1-2 OpenHome
- 1-3 ROON
- 1-4 프로용 프로토콜 Ravenna, AES67, Dante
- 2. DLNA, RAAT 속에 담긴 스트리밍 기술, 프로토콜
- 3 간단히 정리해보는 네트워크의 프로토콜
2부
- 4. 고음질 네트워크 스트리밍, 디레타
- 4-1 네트워크 노이즈의 원흉, 전류 스파이크
- 4-2 전류 스파이크를 줄이는 새로운 프로세싱 구조
- 4-3 전류 스파이크를 줄이려는 노력들
- 5 . 디레타를 맛볼 수 있는 오디오 기기
- 6. 컴퓨터의 사운드 출력, 디레타 LAN DAC
- 7. 정리
1. 네트워크 오디오 재생 기술
1-1. DLNA UPnP
네트워크 스트리밍이 컴퓨터 오디오에서 네트워크 오디오로 시장을 바꾸었고, 이에 맞춰 다양한 기술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초창기 뮤직 서버와 네트워크 플레이어는 DLNA UPnP 방식의 네트워크 재생 기술을 사용했다. 현재까지 일반적으로 알려진 네트워크 플레이어/스트리머는 모두 이 DLNA가 제안한 재생 표준에 맞춰 동작하는 제품들이다. DLNA는 Digital Living Network Alliance의 이니셜로,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 같은 컴퓨터 기술 관련 업체와 삼성, 소니 같은 가전 업체가 결성한 홈 네트워크 환경에서의 오디오/비디오 재생 기술 표준이다. 별도의 비용이 없이 사용할 수 있으며, 기본 기술은 IP 기반의 인터넷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오디오와 비디오를 주고 받고 재생한다.
1-2. OpenHome
DLNA UPnP는 별도의 비용 부담없이 사용이 가능하며, 컴퓨터와 가전 제품들에 표준 기능으로 탑재되어 손쉽게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네트워크 오디오 비디오의 표준으로 자리잡았지만 몇 가지 단점이 있었다. 파일 기반의 미디어를 재생하다보면 음반처럼 매끄러운 재생이 되지 않았다. 대표적인 예가 Gapless Playback 같은 기능이다. 대개 CD나 LP의 경우, 트랙과 트랙이 끊김 없이 이어지는 클래식 음악을 파일로 재생하게 되면, DLNA 재생에서는 매 트랙마다 정지 후 다음 트랙을 불러 들이는 재생 방식으로 인해 트랙마다 끊긴 뒤 다음 트랙을 재생해야만 했다. 뿐만 아니라, 재생 리스트가 플레이어에 있지 않고 아이패드나 스마트폰 같은 컨트롤 기기에 있다보니 패드나 폰이 슬립 모드로 잠기거나 잠시 꺼져있으면 플레이어에서 다음 트랙으로 재생이 넘어가지 못하고 플레이어가 정지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그래서 DLNA 방식의 단점을 보완하여 등장한 것이 OpenHome이라는 DLNA의 개량 버전의 규격이다. OpenHome은 DLNA와 전혀 다른, 새 네트워크 스트리밍 기술이 아니라 DLNA의 기능적 약점을 보완한 기술이다. OpenHome은 음반과 동일한 Gapless 재생이 가능하고, 재생 리스트가 폰이나 패드가 아닌 플레이어 자체에 저장되는 방식이라서 컨트롤 기기가 슬립 모드가 되어도 재생이 정지되는 일이 없다. OpenHome을 지원하는 기기로는 Lumin과 Linn이 대표적이다.

1-3. Roon
DLNA와 OpenHome은 DLNA가 내놓은 기술을 그대로 사용하는 네트워크 스트리밍 기술인 반면에 미국의 ROON이 내놓은 네트워크 스트리밍 기술은 DLNA와는 전혀 다른 기술(?)이다. DLNA나 OpenHome 처럼, ROON 또한 이더넷 그리고 IP 기반의 네트워크 기술을 사용한 네트워크 오디오 스트리밍 기술이지만, 전혀 다른 구조의 뮤직 서버와 네트워크 플레이어를 사용한다. 애초부터 음악 재생 자체가 목표가 아니라, 음반의 북클릿 정보에서부터 음반 데이터 베이스를 활용하여 음악 감상의 행위 자체를 새로운 영역으로 만들겠다는 것이 ROON의 목표였다. ROON은 세계적인 음반 데이터 베이스를 기반으로, 다양한 음반의 정보를 직접 찾아서 나열해주며 자주 듣는 음악적 취향에 맞춰 음악을 선별해주는 큐레이션 기능들로 네트워크 음악 재생의 시대를 바꾸었다. DLNA의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조선시대의 것이라면, ROON의 인터페이스는 21세기의 것일 정도로 큰 차이가 있다.
인터페이스의 차이만큼 중요한 것이 하나 더 있다. ROON에는 RAAT라는 Roon Advanced Audio Transport 라는 기술을 사용하여 음악을 주고 받고 재생한다. RAAT는 DLNA와 다른, ROON이 자체 개발한 음원 파일들의 송신, 수신, 재생 기술로 다양한 플레이어들의 자동 인식과 플레이어의 성능에 따른 자동 음원 변환 기능들을 제공하여 플레이어의 성능에 상관없이 모든 음악 파일들을 다 들을 수 있게 해주는 기능을 자랑한다. 실제로는 모든 음원 재생의 기능은 뮤직 서버 역할을 하는 ROON 코어에서 하며, RAAT는 이러한 코어가 플레이어가 어떤 기기인지 알 수 있도록 해주는, 플레이어의 재생 스펙을 미리 알려주는 정보 송수신 기능이 내장된 통신 기술이라 할 수 있다.
1-4. 프로용 프로토콜 Ravenna, Dante, AES67
홈 오디오 시장에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고, 사용도 거의 없는 편이지만 IP 기반의 네트워크 상에서 디지털 오디오 신호를 주고 받는 기술은 방송 및 녹음 현장인 프로페셔널 오디오 분야에서도 이미 표준 기술이 만들어져 사용되고 있다. Audio Over IP 라는 이름으로 불리우는 이 기술들은 주로 현장에서 녹음 기기들 간의 장거리 신호 전송을 이더넷으로 하기 위해 개발된 대표적 기술인데, 대표적인 프로토콜로 Ravenna가 있다. Ravenna는 초기 개발 컨소시엄 자체가 프로용 녹음 및 모니터링 기기들을 제작하는 오디오 제조 업체들로 구성되어 개발이 되었다. Ravenna와는 별개로 호주의 Audinate라는 업체가 개발한 IP 기반의 오디오 전송 기술로 Dante, Digital Audio Network Through Ethernet도 있다. 두 기술 모두 IP 기반 기술로 IP 네트워크 상에서 오디오 신호와 클럭 신호, 기기 간의 동기화 등, 기존의 디지털 오디오 인터페이스의 기능과 성능을 구현한 기술이다. 이 기술들은 AES(Audio Engineering Society)에서 공식적인 표준으로 규격화되며 AES67 이라는 이름으로 공식 디지털 오디오 표준이 되었다.
홈 오디오와 달리, 프로용 IP 오디오는 다채널, 고해상도, 장거리 전송 등 방송, 녹음 현장에서 아날로그 장거리 전송이 갖는 노이즈, 신호 감쇄, 기기간 신호 호환의 문제들을 간단히 IP 기반 네트워크를 사용하여, 음질과 성능 그리고 전송의 간편함을 구현한 것이다.
Ravenna는 홈 오디오에서도 아는 사람들이 있는 머징 테크놀로지의 피라믹스 관련 기기들에서 제공하는 인터페이스로 머징의 DAC 등을 사용한 사람들에게는 알려져 있다. Dante의 경우, 드비알레가 멀티미디어 스피커인 팬텀을 멀티채널 홈시어터 시스템으로 구축할 때, 각 채널 신호를 1개의 스피커로 디지털 전송을 하기 위해 사용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두 기술 모두 아직은 하이파이의 네트워크 오디오 시스템에서는 사용되지 않고 있는 프로토콜이다.
2. DLNA, RAAT 속에 담긴 스트리밍 기술, 프로토콜
이처럼 DLNA와 RAAT 같은 네트워크 스트리밍 기술은 네트워크 기반 위에서 동작하는 음악 파일 재생 기술이다. 음원이 담긴 뮤직 서버, 타이달이나 코부즈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 그리고 네트워크에서 받은 스트림의 음원을 재생하는 네트워크 플레이어 간에는 기본적인 재생 규칙이 있다. 네트워크 상에서 데이터를 보내는 측과 받는 측이 서로 약속에 맞춘 데이터를 주고 받아야 재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DLNA나 RAAT 모두 기본으로 사용하는 네트워크 프로토콜은 IP 기반의 네트워크 기술들을 사용하고 있다. 즉, 자체적으로 만든 새로운 네트워크 기술이 아니라, 기존 인터넷 네트워크의 다양한 기술을 그대로 활용하되 단지 최종 데이터의 송수신, 재생에 맞는 규격만 맞춰 재생이 가능하도록 만든 것이다. 쉽게 말하면, DLNA의 경우 HTTP 프로토콜을 사용하여 음악을 재생한다. 우리들이 보기에는 네트워크 플레이어가 뮤직 서버나 스트리밍 서비스로부터 음악 파일을 받아 재생하는 특별한 재생 동작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플레이어나 서버의 내부 동작은 우리가 컴퓨터에서 웹 브라우저를 띄우고 인터넷 서핑하는 것과 똑같은 기능이 동작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보내고 받는 데이터가 웹 페이지가 아니라 flac, wav, dsf, mp3 같은 음악 파일이 있을 뿐이다. 최종 재생에 대한 부분은 HTTP를 사용하지만, 실제로 네트워크 상에서 주고 받는 데이터를 움직이는 프로토콜은 IP와 TCP/UDP 기술을 사용하는 것이다.
3. 간단히 정리해보는 네트워크의 프로토콜
네트워크 스트리밍 기술을 알기 위해서는 쉽지는 않지만, 네트워크의 송수신 시스템 전체에 대한 구조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전산이나 네트워크 관련 전문가들의 교육은 아니지만, 간략히 네트워크의 구조에 대해 이해를 하면, 추후 네트워크 오디오 및 스트리밍 관련 이야기를 좀 더 수월하게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국제 표준 기구인 ISO 에서는 네트워크의 표준화를 위해 OSI, Open System Interconnection 이라는 이름으로, 네트워크 구조를 크게 7 단계의 계층 구조로 정의하고 있다. 개별 단계는 레이어라는 이름으로 불리우며, 랜 케이블이나 이더넷 단자 같은 것이 물리적 연결을 의미하는 ‘레이어 1 – 피지컬 레이어(Physical Layer)’로 시작하여, 최종 데이터가 표시되는 어플레이케이션에 해당하는 ’레이어 7 – 어플리케이션(Application Layer)’로 끝나는 구조를 갖는다.
이에 반해 우리가 실제로 사용하는 인터넷 프로토콜의 경우, OSI의 7레이어 구조 보다는 단순화된 4단계의 레이어로 네트워크 구조를 정의할 수 있다. 인터넷에서 사용하는 TCP/IP 기반의 네트워크는 크게, 어플리케이션 레이어, 트랜스포트 레이어, 인터넷 레이어, 네트워크 인터페이스로 정의한다. 아래 그림을 보면 2가지 네트워크 구조를 간략히 알아볼 수 있다.
내용은 어렵지만, 예를 들어 설명하면 그리 어려울 것도 없다. 여러분이 인터넷으로 메일을 보내는 과정을 손으로 편지를 써서 보내는 과정에 비유하면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편지를 쓸 때, 편지 내용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편지가 있을 수 있다. 간단히는 연애 편지부터, 기업간의 물품 거래에 해당하는 상업 송장 또는 정부에서 국민들에게 보내는 각종 고지서, 해외로 보내는 국제 우편 등, 다양한 종류의 편지들이 존재한다. 이처럼 각 용도별로 사용하는 편지들을 정의한 것이 인터넷 네트워크에서는 ‘어플리케이션 레이어’라 부른다. 어플리케이션 레이어에는 활용하고자 하는 인터넷의 용도에 따라, 웹 페이지 내용을 주고 받는 HTTP 프로토콜, 파일을 주고 받는 FTP 프로토콜, 단순한 텍스트 접속인 Telnet 프로토콜 그리고 메일을 주고 받는 SMTP 프로토콜 등의 다양한 종류의 어플리케이션들이 존재한다.
네트워크 오디오가 정의되는 부분도 바로 이 어플리케이션 레이어이다. 가장 일반적인 DLNA는 HTTP 프로토콜을 사용하고, ROON의 RAAT는 ROON이 자체 개발한 프로토콜을 사용한다. 통상의 네트워크 플레이어들은 DLNA 기반으로 제작되었기 때문에 별도의 설정없이 그대로 DLNA 뮤직서버와 플레이어로 사용 가능하지만, ROON은 RAAT 라는 다른 방식의 프로토콜을 쓰기 때문에, ROON 전용 뮤직 서버인 ROON 코어와 ROON Ready라고 부르는 ROON 전용 네트워크 플레이어가 있어야만 ROON 네트워크 재생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즉, 보내는 쪽과 받는 쪽 모두 ROON의 RAAT 프로토콜로 동작하는 기기여야 한다.
자, 어떤 편지를 보낼지 결정을 했으면 이제 우편을 어떤 서비스를 택해서 보낼 지를 결정해야 한다. 보통 편지를 보내는 일반 우편을 쓰거나 또는 받는 이가 제대로 받았는 지를 확인해서 알려주는 등기 우편도 있다. 흔히 법적인 고지나 중요한 서류라면 대부분 수신 확인이 가능한 등기 우편을 사용한다. 인터넷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자료를 주고 받을 때, 받았는 지 수신측에 수신 여부를 확인 후 다음 데이터를 전송하는 방식이 TCP(Transmission Control Protocol), 수신측에서 받았는 지 여부와 상관없이 데이터를 전송하는 것이 UDP(User Datagram Protocol)이다. 통상의 웹 페이지나 데이터 송수신은 TCP 방식을 사용하고, 동영상이나 음성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는 수신 여부의 확인이 필요없는 UDP 를 사용한다. 이처럼 편지의 수신 여부에 따른 전송 서비스를 결정하는 것이 ‘트랜스포트 레이어’ 이다. 네트워크 오디오가 사용하는 스트리밍에서는 당연히 UDP 방식을 사용한다.
이제, 어떤 편지를 어떤 방식으로 보낼 지 결정이 되었다. 다음은 수신인이 어디에 사는지, 편지를 보낼 주소를 적어야 할 차례다. 흔히 통, 반 같은 번지로 구성된 구주소 체계를 쓰거나 아니면 이제는 보편화된 도로명 주소를 쓰거나 원하는 수신인의 주소를 적어주면 된다. 인터넷에서는 IP(Internet Protocol)에 의거한 주소를 사용한다. 흔히, 192.168.0.1 같은 숫자로 적혀진 것이 바로 IP 주소이다. xxx.xxx.xxx.xxx 같은 형태의 IP 주소는 소위 IPv4라 불리우는 IP version 4.0 방식의 주소인데, 인터넷의 포화 상태로 이보다 훨씬 더 많은 주소를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IP 주소 체계로 IPv6 까지 등장한 상태이다. 이처럼 인터넷 상에서 보내는 이, 받는 이의 주소가 바로 IP 이다. TCP/IP 네트워크에서는 이를 ‘인터넷 레이어’라 부른다.
보낼 편지와 발송 서비스, 받는 곳의 위치까지 모두 준비되었으면 드디어 편지를 보낼 단계이다. 편지를 버스, 기차, 비행기 또는 배 등 다양한 교통편을 통해 받는 이에게 배달을 하게 되는데, 이것이 물리적인 편지의 전달 행위이다. 네트워크에서는 이더넷, 와이파이, 광-이더넷, 위성 통신 등 다양한 물리적 전기적 송수신 회로나 기계를 통해 신호를 주고 받게 된다. 실제 전기적 신호 형태의 데이터를 주고 받는 부분을 ‘네트워크 인터페이스’ 라 부른다.
네트워크 그리고 프로토콜에 대한 간단한 이해가 되었다면, 이제 우리가 알아보려는 주인공인 고음질 네트워크 프로토콜인 디레타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
- 2부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