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의 치명적 약점은 먼지와 스크래치이다. 제 아무리 좋은 판이라도 오랜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먼지와 관리가 되지 않으면 음질 저하는 불 보듯 뻔하고, 닦아내려다가 자칫 실수라고 하면 그 부분의 음악과 음질은 고스란히 날려버리게 된다. 특정 약품과 클리너 도구로 음반 관리를 잘해주면 새 음반과 같이 음질적 장점을 길게 유지할 수 있긴 하지만, 이런 유지 보수 문제는 굉장히 번거로와서 LP를 닦아 주는 기계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1960년대부터 시작된 LP 클리너의 시장은 화학 약품과 섬유 소재로 시작하여, 카본 브러시 같은 도구와 정전기 방지 스프레이 등 다양한 종류로 늘어났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놀라운 발명은 초음파 세척일 것이다. LP 클리닝 기술에 초음파 원리가 더해진 제품들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근래의 일인데, 이와 관련된 기술 특허가 탄생된 것은 클리너들이 나오기 시작한 1960년대라는 점이다. 거의 50년이나 지나서야 이 기술이 제품화된 것인데, 그 첫 주인공은 2009년 독일의 오디오데스크시스템이 내놓은 비닐 클리너(Vinyl Cleaner Pro)이다. 그리고 2013년에는 국내 업체인 클로디오(Klaudio)가 내놓은 초음파 세척기가 본격적인 고품질 초음파 음반 클리너가 널리 알려지며 초음파 LP 클리너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300W의 파워를 지닌 120kHz의 초음파의 클리닝 신세계
앞서 언급한 오디오데스크와 클로디오가 1, 2세대 였다면 디그리터는 3세대 정도로 불리울 만한 초음파 LP 클리너로 수동식 세척이 아니라, 완전 자동화된 클리닝 알고리듬에 의거해 음반을 알아서 세척해주는 방식이다. 소프트웨어적 동작 방식으로 진화한 것 뿐만이 아니다. 디그리터의 기본 원리는 기존 초음파 클리너들처럼 초음파에 의한 먼지와 티클, 홈에 달라 붙은 미세 가루 같은 것들을 제거하는 원리는 같지만 과거의 모델들이 초음파 발생을 위해 40kHz 주파수의 초음파 앰프를 사용한 것과 달리 디그리터는 120kHz로 3배나 높은 주파수에 300W급 앰프로 강력한 파워로 초음파를 발생시킨다. 음반이 담궈지는 수조 속의 양 옆면에 각각 2개씩 장착된 초음파 발생기가 물 속에 진동을 만들어, 진공 상태의 마이크로 버블을 발생시킨다. 높은 에너지가 실린 마이크로 버블은 열과 함께 강력한 워터젯을 형성하는데, 이 강력한 에너지의 진공 미세 버블들이 LP에 달라 붙은 먼지나 가루 등의 오염 물질들을 모두 털어낸다. 버블의 클리닝 수준은 500배의 전자 현미경으로 확대해야 보일 정도의 미세한 그루부 내의 먼지나 가루, 잡티들을 완전히 세척해낸다.
물론 주파수가 높고 출력에 세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지나치게 강한 진동으로 LP를 털어댈 경우에 음반 자체에 무리를 가해 음반을 망가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디그리터가 사용한 120kHz의 초음파 앰프는 반도체 제작 공정에서 사용하는 기술로 분자 단위의 소재 표면에 물리적 해를 가하지 않으면서 먼지와 티끌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절대 LP 자체에 문제를 만들지 않는다. 게다가 ‘주파수 스윕(Frequency Sweep)’ 기능이 내장되어 다양한 패턴으로 초음파를 발생시킬 수 있다.

수 조 속의 물까지 걸러내는 액티브 필터링
디그리터의 또 다른 차별점이자 장점은 액티브 필터링이라는 기술이다. 물 속에서 초음파와 버블들이 LP에서 털어낸 먼지나 오염 물질들은 결국 물 속에서 계속 떠다니게 된다. 아무리 털어내도 그것 뿐이라면 결국 판에 다시 달라 붙게 될 수도 있다. 디그리터는 수조 속의 물이 머무른 상태가 아니라 입구와 출구로 물이 계속 서큘레이션 하는 구조로 되어 있고, 물의 서큘레이션되는 통로에 미세 입자를 걸러내는 필터가 설치되어 있다.

즉, 물 속에 남게된 먼지 및 오염 물질들은 필터에 걸려지고 정수 처리된 물이 다시 수조 속으로 들어간다. 수 조 속의 물은 항상 먼지가 제거된 정수 처리의 물이라서 결국 LP 세척 과정에는 항상 깨끗한 물이 버블을 만들어 LP를 세척해준다. 물 속의 먼지를 걸러내는 필터는 간단히 외부에서 교체 가능한 폼 형태의 필터로 통상 100 장 정도의 세척을 끝마치면 새 필터로 교체하기를 제조사는 권장한다. 수조의 물 또한 30장 정도의 세척을 마치면 새 물로 교체하길 권장한다. 기본 세척액은 간단히 증류수를 사용하면 되는데, 훨씬 높은 세척 효과와 건조 시간을 줄여주는 전용 세척 첨가액인 ‘Record Cleaning Fluid’도 옵션으로 판매한다. 이 용액을 물에 약간 추가해주면 계면 활성제 역할을 하여 훨씬 깨끗한 세척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홈 오디오에 걸맞은 디자인과 다양한 기능들
일단 제품의 외형을 보면 커다란 토스터기 처럼 생겼는데, 외형 마감은 브러시 마감 처리가 더해진 알루미늄 섀시에 쉽게 동작 상태를 알아 볼 수 있는 디스플레이가 더해져 있다. 앞서 언급한 오디오데스크와 클로디오는 산업용 기기 같은 이미지가 강한 것과 달리 디그리터는 컨슈머적인 디자인의 홈오디오적 이미지가 있는 세련미가 특징이다. 전면에 장착된 2개의 로터리식 노브는 디스플레이를 통해 다양한 메뉴 내비게이션이 가능하며, 3가지 클리닝 모드(Quick, Medium, Heavy)를 선택할 수 있게 해준다. 내장된 디스플레이를 통해 동작 모니터링이 가능하여 온도, 세척 과정, 시간, 상태등을 모두 파악할 수 있으며, 문제가 생기면 이를 알 수 있게 해준다. 또한 세척 후 건조 방식도 20가지 알고리듬으로 만들어 여러 방식의 건조 방법을 구현할 수 있고, 세척과 건조 기능과 방식들을 모두 별도의 소프트웨어로 제작하여 항시 펌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클리너의 성능과 기능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다.
실제로 몇 가지 음반을 테스트 해보면 디그리터의 성능을 금방 알 수 있다. 오래된, 먼지가 가득한 LP를 넣어 클리닝 과정을 거치면 정말 새 LP처럼 깨끗하고 생생한 음반이 되어 나온다. 소위 장작불 피우는 소리 같은 노이즈 뿐만 아니라 지저분한 LP의 노이즈들이 완전히 사라지고 생생한 음반 본연의 음악이 되살아난다. 한 마디로 먼지의 지옥 속에 빠져있던 LP들에게 생명이 살아 숨쉬는 천국으로 올라가는 계단이나 다름없다.
지금까지 LP 세척용 클리너들이 꽤나 여럿 등장했지만, 신작 디그리터는 최신예 3세대급 초음파 클리너답게 강력하며 진화된 세척 능력과 안정적인 동작 그리고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방식의 뛰어난 기능성까지 더하여 LP 클리닝에 대한 사용과 결과물에 비약적인 진화를 가져왔다. 특히 별다른 액체를 쓸 필요없이 증류수만 구입해 부어주면 모든 것이 끝이다. 게다가 가격도 기존 제품들보다 합리적이어서 큰 부담없이도 LP 라이브러리를 깨끗하고 오랜 세월 보관, 유지할 수 있게 해준다. 더 이상 LP 재생에 먼지와 잡티끌들에 대한 타협이나 아쉬움을 가질 필요가 없다. 항상 최고 퀄리티 상태의 음반으로 새 음반 상태와 같은 고음질 아날로그를 즐길 수 있으니 말이다. LP 클리너의 신세대 레퍼런스가 되어 모든 LP들에 숨어있던 음질적 잠재력을 이끌어내, 음반과 음질의 부활을 가져다 줄 것이다.
제품사양
Degritter Ultrasonic Cleaner
크기 | 37 × 28 × 21 c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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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게 | 9 kg |
작동전압 | 100 V – 240 V AC |
초음파 세척 | 120 kHz / 300 W Frequency Sweep |
세척물탱크 | 탈착식 1.4 L |
작동소음 | 50 dB – 70 dB *건조 팬 전원 설정에 따라 다름 |
세척액 | 세척액 1~2 ml를 첨가한 증류수 |
세척 소요시간 | 5~10분 *세척 및 건조 설정에 따라 다름 |
수입원 | (주)다미노 www.damino.co.kr 02-719-5757 |
판매처 | 사운드코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