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속에 숨겨진 전기를 최초로 발견한 밀레토스의 현인 탈레스로부터 전기는 오랜 기간 동안 실체가 밝혀지지 못한 미지의 자연 현상이었다. 그로부터 2400여 년이 지나서 이탈리아의 물리학자 알렉산드로 볼타가 볼타 전지를 발명하여 전기의 흐름인 전류의 존재를 규명했다. 이후 에디슨의 백열전구에 이어 이를 밝힐 상업 발전소가 건립되면서 전기는 증기 기관의 산업혁명을 이은 2차 산업혁명의 주역이 되었다. 이제 전기는 밤하늘을 불야성처럼 밝히고, 가고자 하는 곳에 빠른 속도로 갈 수 있게 해주며, 생활의 편의와 정보화 사회를 지탱해 주고, 오감을 만족시키는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하며, 인간의 감성을 이끌어내는 예술의 세계에도 없어서는 안 될 에너지 원이 되었다. 그 중에서도 전기가 가장 값비싼 에너지적 가치를 지니는 분야를 꼽는다면, 전기 신호를 예술로 바꾸는 하이파이 오디오가 될 것이다.
전기의 속성
발전소에서 만들어진 전기는 먼 거리를 지나 우리가 살고 있는 집안으로 들어와 전기 콘센트에서 열, 빛, 소리, 영상으로 바뀔 준비를 하고 있다. 오디오 기기에 전원을 공급하는 파워 케이블부터 소스 기기와 앰프에 연결되는 아날로그 및 디지털 인터 커넥터 케이블과 스피커에 연결되는 스피커 케이블 그리고 홈 네트워크에 연결하기 위한 이더넷 케이블은 일반 가전제품에 연결되는 케이블과는 다른 독립적인 위상을 갖고 있다. 한국 전기 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전기의 속도는 진공 상태의 빛의 속도와 같은 초속 30만 km에 달하지만, 실제 전선속의 전자의 이동 속도는 초속 1mm에 불과하다고 한다. 소리는 초속 340m에 달하는 것을 상식적으로 알고 있다면 오디오가 만들어 내는 소리가 왜 실제 연주가 이루지는 콘서트홀에서 들리는 소리와 똑같지 않은 지 이해할 수 있다. 하이파이 시스템은 이러한 갭을 최소화하려는 시도이며 실제 상황의 열기와 감흥을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꾸준히 시행착오를 거치며 진화해왔다. 진화는 오디오 컴포넌트에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전기 신호를 전달하는 와이어의 분야에서도 이루어져 오디오 케이블 역시 오디오 컴포넌트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크리스털 케이블과 실텍
네덜란드의 크리스털 케이블은 하이파이 기기의 성능을 극한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하이엔드 케이블 브랜드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여 오디오파일의 이목을 끌고 있다. 실텍의 자회사로 2004년에 설립된 크리스털 케이블은 엔트리 라인업인 스페셜 시리즈부터 다이아몬드 그리고 모노크리스털 시리즈로 구성되어 있고 창립 15주년을 기념한 퓨처 드림 시리즈로 구성되어 있다. 크리스털 케이블의 제품군 중 모노크리스털은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드러내는 코어로서 드림라인 플러스, 앱설루트 드림 그리고 크리스털 케이블의 플래그쉽인 얼티메이트 드림으로 이루어졌고 그중, 얼티메이트 드림은 퓨어 실버 모노크리스털 컨덕터인 S8을 최고 수준의 지오메트리로 구성한 하이엔드 케이블이다.
설립 후 15년 만에 크리스털 케이블은 실텍과 마찬가지로 탄탄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구성하였다. 이러한 상품 전략은 오랜 역사를 가진 프리미엄 자동차 제조사로부터 시작되었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C, E, S 클래스에서 배기량과 차량의 크기로 무수한 가지치기 모델을 만들고 있으며 세단, 쿠페, 슈팅 브레이크(왜건) 같은 스타일이 다른 차를 시장에 선보이고 있다. 이러한 체계적인 제품 포트폴리오는 BMW, AUDI도 갖고 있으며 하이엔드 시계 브랜드들도 따라 하고 있다. 프리미엄 브랜드 파워는 상품 구성을 세분화, 다양화하고 새로운 니치 마켓을 만들어 구매자들의 이목을 이끌어내기도 한다. 이와 같은 다품종 소량생산의 핸드메이드, 크래프트맨쉽의 전통을 지켜 나가는 프리미엄 브랜드의 전략은 경제 위기를 넘어서 현재까지 유효하다. 프리미엄 브랜드 전략에 충실한 실텍은 외연의 확장을 위해 기존의 이미지와 다른 성향의 케이블을 런칭하려고 기획했을 때 선택한 것은 새로운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었다. 크리스털 케이블은 실텍의 염가형 제품을 취급하는 하위 브랜드가 아니라 모회사인 실텍과는 정체성이 다른 하이엔드 케이블을 만드는 브랜드로 방향을 설정하였다.
실텍의 CEO인 에드윈 라인벨트의 배우자이자 피아니스트인 가비 라인벨트는 뮤직 디렉터의 역할로 경영에 참여하여 케이블이 만들어내는 소리의 성향과 뮤지컬리티에 대해 기준점을 제시하여 크리스털 케이블을 이끌고 있다. 또한 실텍과는 다른, 크리스털 케이블만의 독립적인 위상을 부여하기 위해 IAH(International Audio Holding)를 설립하여 “하이엔드에는 품질의 한계가 없다”라는 실텍과 “음악은 곧 숨 쉬는 것이다”라는 크리스털 케이블의 모토로 오디오 케이블의 기준을 제시하려 하고 있다.
스피커를 업그레이드시키는 얼티메이트 드림 점퍼 케이블
크리스털 케이블이 추구하려는 정체성은 곧 음악이다. 퓨어 실버 모노크리스털 S8 컨덕터는 살아 숨 쉬는 음악을 만들어 내기 위한 수단이며, 최상의 음악성을 구현할 수 있는 오디오 케이블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다. 크리스털 케이블은 S8의 성능을 최대화하기 위해 최상의 유전율을 가진 슈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인 캡톤과 PEEK과 결합하여 독자적인 지오메트리 구성으로 실텍과는 다른 성향의 소릿결을 만들어내고 있다. 전류가 흐르는 도선에는 자기장의 만들어지기 때문에 오디오 케이블은 음성 신호의 왜곡과 케이블 간의 상호 간섭으로 인한 EMI, RFI 같은 유해 요인으로부터 음질 저하를 막기 위해 일반 전선의 피복재인 PVC(폴리 염화비닐)보다 월등한 유전율을 가진 소재를 절연체로 사용한다. 크리스털 케이블이 채택한 슈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인 캡톤과 PEEK는 고가인데다 가공성이 떨어지고 성형이 실패하면 되살릴 수 없는 특성으로 인해 하이엔드 브랜드가 아니면 선택하기가 쉽지 않은 소재다.
얼티메이트 드림 시리즈는 캡톤, PEEK, 테플론으로 절연한 S8 와이어의 배열과 꼬임의 각도를 최적화하고 모노크리스털과 실버 골드의 2중 실드로 구성한 지오메트리로 이루어져 있다. 테플론 튜브를 중심으로 모노 크리스털을 코어로 한 동축(coaxial) 구조의 여섯 가닥의 꼬여진 형태로 제작된 스피커 케이블에서 스피커 포스트에 연결되는 세 가닥씩 나눈 것이 스피커 점퍼 케이블이다. 점퍼 케이블이 존재하는 이유는 스피커 제조사들마다 엔지니어링 기법이 달라 우퍼 유닛에서 생기는 역기전력이 고주파 영역을 재생하는 트위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브랜드들이 있기 때문이다. 우퍼의 역기전력은 스피커 유닛을 마그넷 시스템을 모터로 부르는 것과 관계가 있다. 전류를 공급하면 모터는 유효한 일을 하며, 반대로 모터에 역으로 동작을 가하게 되면 전류를 생성하는 발전기가 될 수 있다. 우퍼 유닛은 운동 에너지에 관성이 붙게 되면 동작 복귀 중 역으로 전류를 만들어내고 미세한 전류로 빠르게 피스톤 운동을 하는 트위터의 동작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를 음질 저하의 주요한 요소로 보는 스피커 제조사는 LF(Low Frequency)와 HF(High Frequency)를 분리하여 바이와이어링 포스트 단자를 제공한다. 다만, 싱글와이어링 환경에서도 사용이 가능해야 하므로 값싼 부스바나 메탈 핀으로 LF와 HF 단자를 연결하여 출시한다.
바이와이어링 환경이면 당연히 단자 연결을 해제하고 스피커 케이블을 연결하면 되지만, 싱글와이어링 환경이라도 값싼 도체로 만들어진 부스바나 메탈 핀을 제거하고 점퍼 케이블을 연결하는 것이 음질 향상의 지름길이란 것을 오디오파일이라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사용하는 스피커 케이블과 같은 그레이드의 점퍼 케이블을 연결하는 것이 기본이겠지만, 스피커 케이블보다 윗급의 점퍼 케이블은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음질의 변화를 줄 수 있다.
사운드 퀄리티
크리스털 케이블은 실텍의 연륜에서 만들어진 장점만을 가져왔다. 초기의 실텍 케이블이 오디오파일들에게 선입견을 갖게 한 오랜 번인 기간을 생각할 필요 없이 케이블을 시스템에 연결하고서 바로 바뀐 소릿결을 경험할 수 있다. 크리스털 케이블의 CEO인 가비 라인벨트의 영향력은 이미 향상된 케이블의 성능을 기본으로 생생한 뮤지컬리티를 입히는 음질 튜닝에 많은 공을 들였다고 생각된다. 차갑고 분석적이면서 착색을 제거한 투명한 음색인 쿨 앤드 클리어가 현대 하이엔드 사운드의 트렌드가 되었지만 크리스털의 얼티메이트 드림 시리즈는 음악적 감성의 생생함과 따사로운 열기를 품으면서 투명하고 입체적인 사운드를 만들어내고 있다.
얼티메이트 드림 점퍼 케이블은 산화되어 검버섯이 핀 PMC Fact 3의 부스바를 떼어 낸 자리를 차지했고 스피커 케이블은 실텍 익스플로러 90L로 에이프릴 뮤직 엑시머스 S1과 연결하였다. 네임의 유니티코어를 네트워크 스토리지로 룬(Roon)을 실행하였고, 리튬 보조 배터리로 구동되는 하이파이 베리와 NAD M51 DAC를 코드 컴퍼니의 Signature Super ARAY 동축 케이블로 연결하였다. 프리앰프를 겸하는 M51 DAC와 파워 앰프인 S1과는 반 덴 헐 밸리 하이브리드 인터 케이블로 매칭하였다.
아르놀트 쇤베르크 현악 6중주 op.4 “정화된 밤(Verklarte Nacht)” (Ensemble Intercontemporain)
곡을 바꿔, 같은 레이블의 코플랜드 ‘보통사람들을 위한 팡파레’를 들어보면 저역의 재생 한계로 실감할 수 있다. 겉보기에는 그리 강력한 저음이 나올 것 같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사실 이 스피커의 높이는 120cm 정도이며 무게가 100kg이나 되는 거구로, 생김에 대한 선입견과 달리 상당히 깊고 임팩트한 에너지가 실린 저역의 응집력과 무게감을 선사해준다. 팀파니의 에너지는 매우 정확한 느낌인데, 밀폐형의 저음과는 다소 다른 부분이 있지만 꽤나 단단하고 퍼짐이 없는 타이트하면서도 울림이 살아있는 저역을 들려주었다. 특히 초저역 재생 능력은 2개의 10인치 우퍼로서 충분히 양감과 깊이감이 살아있는 저음이었다. 여기에 고역의 금관 악기 사운드는 일체의 자극적인 화려함없이 멀리 그리고 높게 뻗는 고음의 매끄럽고 시원한 울림을 내주었다. 클래식에는 더 할 나위 없는 재생 능력이다.
요한 세바스찬 바흐 무반주 바이올린 파르티타 2번 샤콘 (나탄 밀스타인)
바이올리니스트의 일생의 숙제라 할 수 있는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는 기라성 같은 연주자들이 전곡 녹음을 시도한 바 있다. 들었던 음반에서 녹음 상태가 나쁘지 않았던 전곡 연주 중 가장 표준적인 연주로 각인된 음반은 우크라이나 출신의 나탄 밀스타인의 음반이다. 힘차지만 강약 조절이 유연한 보잉과 균형 잡힌 무게감이 음악의 전편에 녹아 있다. 얼티메이트 드림 점퍼 케이블이 연결된 시스템은 연주자들의 무대에 적극적으로 다가서서 귀를 기울이는 관객의 위치에서 음악을 듣는 느낌을 준다. 음악이 만들어 낸 음상이 가까이 다가와 커지면서도 산만하거나 소란스럽지 않아 음악에 집중할 수 있어 멜로디나 리듬 같은 요소가 아닌 전면적인 음악적인 감성을 느낄 수 있어 귀로 듣고 몸이 반응하는 악흥을 경험할 수 있었다.
정리
오디오 분야에서 만들어진 용어인 하이엔드는 자동차 산업의 하이퍼 스포츠카나 아브라함 루이 브레게의 뚜르비옹 기술이 220여 년이 지난 현재에도 최고의 시계로 자리 잡은 시계산업에서도 적용된다. 이들 제품의 공통점은 품질과 성능을 위해서라면 상식적인 R&D를 뛰어넘어 과감한 물량 투입을 하고, 대량 생산이 아닌 고도로 숙련된 장인의 크래프트맨쉽을 기반으로 핸드메이드로 만들어지고 있다. 이를 향유할 수 있는 이들에게 하이엔드는 먹지 못한 신 포도가 아닌 극상의 성능과 감성을 만족시켜주는 선망 받는 아이템이 되었다. 실텍의 성과를 바탕으로 짧은 시간에 하이엔드의 영역에 안착한 크리스털 케이블의 얼티메이트 드림 시리즈는 오디오파일들을 음악의 세계로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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