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뉴스&포커스        하이파이 리뷰        시청회

새롭게 태어난 캐나다 하이엔드의 산 역사

CLASSE AUDIO

BRAND STORY

캐나다를 대표하는 하이엔드 오디오 업체인 클라세 오디오는 지난 몇 년 간 커다란 변화를 겪었다. 롤러코스터와 같은 오르내림 끝에 다시 화려하게 부활한 클라세는 3세대 델타 시리즈로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다시 시작하는 뉴 클라세의 제품을 다루기에 앞서, 지난 40년동안 굴곡의 역사를 겪어온 클라세 오디오에 대해 짧게 되돌아보기로 한다.
성연진
Classe, 이동훈

새롭게 태어난 캐나다 하이엔드의 산 역사

CLASSE AUDIO

Brand Story

성연진
Classe, 이동훈

1. 창업에서 수성까지

David Reich

클라세 오디오가 처음으로 설립된 것은 1980년의 일이다. 스피커 제조 업체 출신의 전자 공학 엔지니어였던 ‘데이빗 리치(David Reich)’가 동료들과 의기투합하여 다섯 명이 하이파이 앰프 전문 회사를 세운 것이 클라세 오디오의 시작이었다. 캐나다 온타리오 지역에서 시작한 업체답게 회사 이름 ‘클라세(Classé)’는 불어로 ‘정평이 있는, 권위가 있는’ 뜻하는 단어이다. 의미도 의미지만 이름을 클라세로 지은 이유는 발음이 ‘클라시이’ 불리워 마치 Class A 처럼 발음이 되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KRELL 그리고 CLASSE

클라세와 크렐? 뜬금없이 보이겠지만, 회사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두 업체는 하나의 시작점을 갖고 있다. 클라세를 설립한 데이빗 리치는 클라세에 앞서 캐나다의 유명한 스피커 업체였던 ‘데이튼 라이트(Dayton Wright)’에서 엔지니어 경력을 시작했다 데이튼 라이트는 쿼드 ESL, 아포지 처럼 정전형 스피커로 유명한 캐나다 업체로 당시에는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던 스피커 업체였다. 정전형 스피커는 다이내믹형 일반 패시브 스피커들과 달리, 고압의 동작을 위한 별도의 전원 회로가 필수적이었다. 이를 위해 회사에는 전기/전자 분야의 엔지니어들이 필요했고, 데이빗 리치는 대학 졸업 후 데이튼 라이트에서 회로 설계를 하며 경력을 쌓았다.

데이튼 라이트는 쿼드, 아포지와 같은 정전형 스피커로, 70년대에 큰 명성을 누렸던 캐나다의 스피커 업체였다.

70년대의 끝자락으로 향하여 데이튼 라이트는 서서히 내리막을 향하고 있었다. 이때, 데이빗 리치는 회사를 그만두고 직접 앰프 회사를 차린 것이 클라세 오디오였던 셈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같은 시기에 데이튼 라이트를 그만두고 또 다른 앰프 회사를 미국에 설립한 엔지니어가 있었는데, 현재 다고스티노 마스터 오디오 시스템을 운영중인 댄 다고스티노가 그 주인공이다. 다고스티노는 데이튼 라이트를 그만두고 미국 코네티컷으로 건너와 크렐 인더스리를 설립하여 세계적 앰프인 ‘크렐(KRELL)’을 만들었다. 다고스티노와 데이빗 리치는 같은 데이튼 라이트 출신의 일렉트로닉스 엔지니어로 설계 경력을 쌓은 뒤 같은 시기에 회사를 나와 각자의 앰프 회사를 설립한 것이다.
데이빗 리치와 같은 데이튼 라이트 출신 엔지니어인 다고스티노는 미국으로 건너와 크렐을 설립하고, 1980년에 첫 제품인 KSA-100을 오디오쇼에 출품했다.

출신과 시기만 같은 것이 아니다. 두 엔지니어는 정전형 스피커 회사 출신답게 스피커 구동에 필요한 회로의 모든 것을 꿰뚫고 있었다. 특히 정전형 스피커는 뛰어난 사운드에 비해 초저 임피던스로 앰프에게 상당한 구동력을 요구하는 단점이 있었다. 덕분에 다고스티노와 데이빗 리치는 낮은 임피던스의 스피커들을 제대로 드라이브하는 앰프의 힘을 설계의 기본으로 삼았다. 게다가 둘은 Class A 앰프만을 설계한다는 공통 주제로 앰프를 설계했다. 스펙 숫자 상의 대출력 보다는 엄청난 전원부와 전류 증폭으로 임피던스에 상관없이 스피커들을 자유자재로 구동하는 여유를 보여주는 앰프를 만든 것이다.

Class A의 Classe Audio

마이크 비글라스

1980년 회사를 설립하고 초기 설계 제품이 지인들을 통해 주변에 알려지게 되었는데, 이 제품을 접하고 적극적으로 접근한 사람이 ‘마이크 비글라스(Mike Viglas)’라는 자동차 세일즈맨이었다. 마이크 비글라스는 그리스 출신의 캐나다인으로 1950년대에 캐나다로 이주하여 60-70년대에 포드 트럭을 캐나다에서 가장 많이 판매하며 성공을 거둔 세일즈맨이었다.

그가 클라세에 참여하게 된 일화가 있다. 어느날 지인들을 불러 모아 파티를 하던 중, 음악을 틀어 놓았던 진공관 앰프가 불에 타버리면서 파티를 망쳐버렸다고 한다. 이후 성능 좋은 앰프를 찾던 중 클라세의 앰프를 접하게 되었고, 그 성능에 가능성을 본 마이크 비글라스는 적극적인 조언과 함께 클라세에 투자를 하기로 한 것이다. 설립 2년차에 재무적 투자자로 클라세 오디오에 인연을 맺은 마이크는 1985년에 본격적으로 회사 경영에 참여하게 된다.

데이빗 리치가 설계한 클라세 오디오의 초기작인 DR-3. 크렐, 마크레빈슨과 같은 Class A 반도체 앰프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름 DR은 데이빗 리치의 이니셜이다.
데이빗 리치가 설계한 클라세 오디오의 초기작인 DR-3.
크렐, 마크레빈슨과 같은 Class A 반도체 앰프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름 DR은 데이빗 리치의 이니셜이다.

마이크 비글라스의 재무적 기반 위에 데이빗 리치의 Class A 기반의 앰프는 설계자의 이름 이니셜을 붙인 DR 시리즈로 성공을 거두게 된다. 초기작인 DR-2, DR-3 같은 파워 앰프를 시작으로 DR-6 같은 플래그십 프리앰프로 이어지며 Class A 앰프의 대표 주자로 캐나다의 클라세, 미국에는 크렐의 구도를 만들었다. 사실 클라세나 크렐이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정전형 스피커도 거뜬히 구동해내는 놀라운 파워의 안정된 성능 그리고 Class A의 탁월한 사운드 덕분이지만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당시 최고로 불리우던 하이엔드의 대표 주자였던 마크레빈슨 앰프에 비견될 만한 성능과 존재감을 보여주면서 불과 절반 내지는 30% 수준의 가격으로 제품을 내놓은 것이 성공을 거두게 된 비결 중 하나였다.

경영자 vs 엔지니어, 자본 vs 기술

성공적인 출발로 안정적인 브랜드 명성까지 쌓으며 잘 나가는 듯 했지만 클라세 오디오 또한 다른 벤처 기업들이 그렇듯이 성공적인 결과는 구조적 충돌을 낳게 되었다. 자본가로 합류한 마이크의 생각과 순수 엔지니어인 데이빗 리치는 의견 대립이 잦았고, 회사의 방향성에 대해 다른 생각을 갖게 되었다. 기술 위주로 생각하는 엔지니어와 달리 사업성과 회사의 목표를 생각한 자본가이자 경영자는 결국 파국을 맞게 되었다. 1991년, 클라세 오디오를 세운 데이빗 리치는 자본 앞에 무릎을 꿇고 회사를 떠나게 된다. 비슷한 데자뷔가 15년 뒤 미국의 크렐에서도 똑같이 벌어지게 되어 결국 다고스티노도 크렐을 떠나 다고스티노를 설립한 것까지 크렐과 클라세는 똑같은 길을 걷게 되었다. 아무튼 회사에서 쫓겨나듯 나온 데이빗 리치는 미국으로 건너가 맥코맥 오디오 등의 여러 회사를 전전하며 1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온갖 고생을 하게 된다. 결국 2000년에 세타 디지털의 치프 엔지니어로 자리를 잡으며 어두운 세월을 마감하게 되었다(한참 뒤에 세타 또한 매각되며 다시 한 번 비운의 시절을 겪긴 하지만 말이다).

클라세를 떠나게 된 데이빗 리치는 10년의 고생 끝에 세타 디지털의 치프 엔지니어로 합류하며 세타의 첫 앰프 드레드노트를 내놓으며 세타의 앰프 시리즈를 성공시켰다.

본격적인 하이엔드를 향한 도약

창업자이자 엔지니어링의 핵심인 데이빗 리치가 떠났지만, 회사를 이끄는 마이크 비글라스는 처음부터 계획이 있었다. 그는 1987년에 클라세 오디오에 입사한 베트남계 직원이자 신입 엔지니어인 낭 뉴엔(Nang Nguyen)의 재능을 눈여겨 보았다. 회로 설계에 재능을 보인 초짜 직원에게 본격적이고 체계적인 엔지니어 수업을 받도록 대학에 보내주고 기술 경력을 쌓도록 투자를 하여 클라세 앰프 설계의 주인공이 되도록 만들었다.

CP-60
CA-400
낭 뉴엔은 데이빗 리치 시절 합류한 보조 엔지니어였다. 그의 재능을 눈여겨 본 마이크 비글라스의 권유와 지원으로 클라세의 치프 엔지니어로 20년 동안 클라세의 성공적인 앰프들을 탄생시켰다. DR 이니셜이 사라진 뒤부터 나온 앰프들은 모두 그의 작품이다.
데이빗 리치가 떠난 뒤, 낭 뉴엔은 마이크의 지시 아래 클라세 앰프들을 전부 새로 설계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클라세 앰프들에 있던 제품명 DR이 사라지고, 클라세 오디오를 뜻하는 CA 이니셜의 제품들이 등장하게 된다. 이후 5년간 CP/CA 같은 이니셜의 새로운 클라세 앰프들이 중급 하이파이 앰프로 등장하며 다시 클라세 오디오는 하이파이 앰프 업체로서 이미지를 살리게 된다.

데이빗 리치 이후 새로운 클라세 오디오의 변신에 성공한 마이크 비글라스는 낭 뉴엔에게 커다란 프로젝트를 지시하는데 클라세를 하이엔드 오디오 반열에 오르게 만들어 준 앰프인 오메가 프로젝트가 그것이었다. 안정적인 성능에 쓸만한 사운드로 가성비 좋은 중급 하이파이 앰프를 벗어나 최고의 퍼포먼스와 최고의 사운드를 들려줄 수 있는 초 하이엔드 앰프를 만드는 것이 오메가 프로젝트의 목표였다.

Omega Pre
Omega Power

수 년에 걸친 개발 끝에 오디오 쇼에 프로토타입 으로 등장한 오메가 파워 앰프는 세계 각지의 오디오 디스트리뷰터들로부터 발매에 대한 문의가 빗발치게 만들었다. 자신감을 얻은 클라세는 2년에 걸친 개발 마무리를 통해 1998년부터 오메가 파워 앰프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이후 짝을 이루는 오메가 프리앰프가 등장했으며, 오메가 시리즈는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게 된다. 공교롭게도 클라세의 오메가 시리즈는 같은 시기에 등장한 크렐의 FPB 시리즈와 경쟁적 대립구도를 보이며 하이엔드 앰프로서 완전히 자리잡게 된다.

일례로 당시 하이엔드 스피커로 최고의 자신감을 보여주었던 아발론에서 플래그십 모델인 센티넬 스피커의 액티브 우퍼 구동을 위한 파워 앰프를 클라세에 의뢰할 정도였다. 아발론의 닐 파텔은 클라세에 사운드에 대한 조언과 의견을 나누며 두 회사의 협업이 이루어졌는데, 이는 당시 클라세의 위상을 보여준 증거라 할 수 있다. 세계적 하이엔드로 거듭한 오메가 시리즈는 오미크론이라는 또 하나의 주니어 모델로 이어지며 탄탄한 하이엔드 앰프 업체로서의 명성을 이어가게 되었다.

2. B&W 그룹의 일원으로

이처럼 오메가 시리즈로 하이엔드로 도약한 클라세 오디오의 성공에 대해 높은 잠재력을 주시한 사람이 있었다. 또 다른 캐나다인이자 세계적 스피커 업체인 B&W의 대표였던 조 앳킨스(Joe Atkins)였다. 클라세의 마이크 비글라스처럼 캐나다인으로 B&W를 인수하여 세계적 스피커로 발돋움시킨 그는 클라세 오디오의 재능과 가능성을 일찌감치 파악했다. 같은 캐나다 출신이자 업체라는 점도 클라세 오디오를 좀 더 정확히 꿰뚫어 볼 수 있는 조건이 되었다.

마이크 비글라스와 같은 캐나다인이자 B&W 그룹의 회장인 조 앳킨스는 클라세의 가치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었다.

조 앳킨스는 마이크 비글라스에게 인수 제의를 통해 클라세 오디오를 B&W 그룹의 일원이 되도록 설득했다. 2001년 조 앳킨스는 클라세 오디오를 B&W 산하 브랜드이자 자체 일렉트로닉스 전문 업체로 인수했다. 하지만 회사 경영에 대해서는 마이크 비글라스 체제를 그대로 끌고 갔다. 대신 B&W의 생각에 방향에 걸맞은 브랜딩 및 마케팅을 소화해낼 수 있는 전문 경영인을 별도로 영입하여 클라세 오디오에 합류시켰다. 당시 클라세 오디오의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은 인물로 스카웃된 사람이 현재 클라세를 이끌고 있는 데이브 노버(Dave Nauber)였다.

데이브 노버

회사의 대표는 마이크였지만, 데이브 노버는 실제 기획과 마케팅을 총괄하며 B&W와 공동작업을 진두지휘했다. 데이브 노버는 클라세 합류 전까지 마크레빈슨과 프로시드 브랜드를 이끌었던 마드리갈의 세일즈 및 마케팅을 맡았던 인물이었다. 대학 시절부터 오디오 업계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자연스럽게 하이엔드 업체들을 몸소 체험한 데이브 노버는 매우 흥미로운 경력을 갖고 있다. 시카고 인근에 있는 일리노이 주립대 출신인 그는 대학 시절, 인근 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오디오/비디오 전문 인스톨러이자 딜러 업체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오디오 업을 배웠다.

당시 이 업체의 대표가 훗날 Balanced Audio Technology를 설립한 투자자이자 대표였던 제프 푸어(Geoff Poor)였다. 덕분에 졸업후 마드리갈에 입사하여 마크레빈슨의 엔지니어링에서부터 세일즈 및 마케팅까지 모두 섭렵하는 경험을 쌓게 되었던 것이다.

앨런 클락
Linn Sondek CD12
톰 칼라타이어트
마크레빈슨 31.5

이런 하이엔드 업계의 내부 구조를 샅샅이 꿰뚫고 있는 데이브가 클라세 오디오에 합류한 것은 클라세 오디오가 변신하는 데에 큰 밑바탕이 되었다. 그는 마크레빈슨 출신 엔지니어들을 클라세 오디오로 스카웃해왔으며, B&W를 통해 영국의 Linn에서도 유명한 엔지니어를 스카웃해왔다. 린의 역사적 명기였던 CD 플레이어인 Sondek CD12를 만든 앨런 클락 같은 엔지니어와 마크레빈슨의 플래그십 CD 시스템인 31.5/30.6 CD 트랜스포트/DAC를 설계한 톰 칼라타이어트 같은 엔지니어들이 새로운 클라세의 엔지니어링 책임자로 들어왔다. 앰프 설계는 오메가 시리즈를 성공시킨 낭 뉴엔이 맡았다.

영국 출신의 세계적 산업 디자이너인 모튼 워렌은 조 앳킨스가 인수한 B&W 시대를 대표하는 명작 제품들을 설계한 인물이다. 노틸러스 800 시리즈를 시작으로 제플린 같은 멀티미디어 스피커까지 B&W의 대표작들은 모두 그의 영감이 만들어낸 결과물들이다.

새로 갖춰진 것은 엔지니어들 뿐만이 아니었다. 모기업인 B&W를 통해 B&W의 노틸러스 800 시리즈 스피커와 시그니처 800 같은 B&W의 아이콘 스피커들의 디자인을 담당했던 산업 디자이너 모튼 워렌(Morten Warren)에게 새로운 클라세 앰프들의 디자인을 맡겼다. 세계적 성공을 거둔 오메가 시리즈이긴 했지만 산업 디자인적인 측면에서는 다소 투박하고 아마추어적인 부분이 없지 않았다. 그런 부족한 점들을 완전히 바꾸어 세련된 하이엔드 럭셔리 기기에 걸맞은 디자인을 새로운 클라세의 이미지로 만들고자 했다. 이처럼 클라세 오디오의 부족한 부분이었던 디지털 분야와 디자인 요소를 모두 보강하여 본격적인 하이엔드 업체로 환골탈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클라세 델타

데이브가 새로운 클라세 오디오 팀을 꾸린 뒤, 2003년 새로운 체재의 클라세 오디오는 처음으로 새로운 클라세 오디오의 시리즈를 발매하게 된다. 그것이 오늘날 클라세의 주력 모델인 델타 시리즈이다. 과거 하이엔드라는 목표를 향한 프로젝트로 끝이자 출구를 의미하는 오메가 시리즈를 내놓았다면, 차이(difference)를 의미하는 델타 시리즈는 지금까지의 클라세 오디오와는 전혀 다른, 새로워진 달라진 클라세를 보여주기 위해 프로젝트 이름으로 ‘델타’를 정했다고 밝혔다.

새로 시작된 델타 시리즈는 단순한 프리/파워 앰프 뿐만 아니라 CD 플레이어, DVD 플레이어, 멀티채널 프로세서 등의 다양한 디지털 기기들이 함께 등장했다. 시기적으로 DVD와 홈시어터의 붐이 일었던 시기였기 때문에 가장 앞선 기능과 첨단 DSP 및 프로세싱 능력에 하이엔드 하이파이의 능력을 모두 보여준 것이 클라세의 델타 시리즈였다. 일례로 전면 디스플레이가 GUI에 가까운 디스플레이로 구현되었고 터치식 디스플레이를 통해 각종 메뉴를 자유자재로 조정하고 셋업할 수 있도록 만들어냈다. 마치 피처폰 시대에서 스마트폰을 처음 보는 듯한 놀라운 인터페이스와 다양한 기능들이 더해진 신개념 하이엔드 하이파이 및 홈시네마가 클라세 델타 시리즈의 차별화였다.

새로운 델타 시리즈는 클라세로서는 파격적이었다. 게다가 새로운 델타 시리즈는 애초부터 B&W 800 시리즈의 디자인 컨셉과 어느 정도 공유된 디자인이 가미되어 800 시리즈와 패밀리룩을 이루는 부분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B&W 800 시리즈가 투입된 각종 스튜디오들, 특히 애비로드 스튜디오를 비롯한 유럽의 유명 녹음 스튜디오들의 메인 모니터링 스피커와 앰프 시스템으로 투입되며 녹음에 있어서 오리지널 사운드 시스템이라는 명성을 얻게 되었다.

B&W 제플린

새로운 클라세가 내놓은 것은 델타 시리즈 뿐만이 아니다. 모체가 되는 B&W와의 협업 프로젝트가 꾸준히 진행되었다. 가장 대표적인 작업이 B&W의 제플린이었다. 당시 아이팟 전용 스피커들이 득세하자 아이팟 전용 멀티미디어 스피커를 위한 디지털 회로와 앰프 설계를 클라세가 도맡아 개발하여, 최종 제품에 들어가는 앰프와 DAC 등의 디지털 회로 전부를 클라세가 생산하여 납품했다. 즉, 제품은 B&W의 제플린이었지만 실제 내부의 전자 회로와 앰프는 모두 클라세의 것이었다. 돌이켜 보면, CD12나 마크레빈슨의 하이엔드 DAC 등을 만든 기술자들의 재능으로 만들어진 것이 B&W의 제플린이었떤 셈이다. 클라세의 엔지니어링으로 말이다. 이 외에도 다른 B&W의 멀티미디어 기기들의 회로 설계에 클라세의 능력이 발휘되었으며, 오리지널 노틸러스 전용 액티브 크로스오버에 대한 자체 개발 프로젝트도 새롭게 시도되었었다.

새로운 클라세 오디오의 시즌 2

클라세 델타 M600

조 앳킨스와 마이크 비글라스의 매입/매각은 2001년 이루어졌지만, 실제로 완전히 관계가 정리된 것은 2010년이었다. B&W가 클라세 오디오를 100% 인수 마무리를 한 것은 2010년이며, 2010년 공식적으로 마이크 비글라스는 클라세 오디오를 떠나게 된다. 이후 클라세 오디오의 변신을 이끌었던 데이브 노버가 공식 대표로서 클라세 오디오를 이끌기 시작한다. 그 동안 미뤄졌던 델타 시리즈의 개정판을 만드는 새로운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2011년 거의 10년만에 새로운 2세대 델타 시리즈 앰프들이 등장했다.

시그마 시리즈

새로운 델타 시리즈와 함께 클라세에는 시그마 시리즈가 추가되었다. 델타 시리즈는 하이엔드로 B&W의 800 시리즈 같은 고가의 하이파이 시장을 커버했지만, B&W의 600 시리즈나 700 시리즈 같은 중간 시리즈에게는 너무도 비싼 앰프들이었다. 이런 중간급 제품군을 커버하기 위해 델타보다 저렴하면서도 가성비가 높은 퍼포먼스를 자랑하는 제품들로 새롭게 기획된 것이 시그마 시리즈였다. 이때부터 델타 시리즈와 시그마 시리즈로 나뉜 클라세 오디오 제품들은 보다 넓은 가격대의 스펙트럼을 자랑하며 시장의 빈 부분을 채워나갔다.

3. 폐업 그리고 사운드 유나이티드와의 새 출발

2016년, 5월. 클라세 오디오에게는 충격적인 뉴스가 날아오게 된다. 모기업인 B&W가 미국의 작은 IT 벤처에게 매각된다는 소식이었다. B&W를 매입한 주체는 국내 대기업인 LS 그룹 가계의 일원인 구본웅이 운영하는 벤처 투자 업체인 포메이션 그룹이었다.

포메이션 그룹

포메이션 산하에 속한 ‘에바 오토메이션(Eva Automation)’이라는 벤처 업체가 2,500억이 넘는 거액을 들여 B&W를 인수한 것이다. 이후 B&W는 커다란 내부 변화를 겪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클라세 오디오의 존폐 여부가 논의되기 시작한 것이다. 애초부터 IoT 같은 정보 통신과 멀티미디어의 결합을 염두에 둔 B&W 인수업체에게 클라세 오디오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1년 반에 걸친 지지부진한 논의 끝에 2017년 10월, B&W는 클라세 오디오의 페업을 공식적으로 발표하며 클라세 오디오를 정리했다.

데이브 노버를 비롯한 엔지니어링 팀은 큰 난관에 봉착했고, 모두 뿔뿔이 흩어지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데이브는 클라세를 살리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고, 데논, 마란츠의 D&M 홀딩스를 인수한 사운드 유나이티드에 클라세 인수 협상을 제안했다. 다행히 성공적인 결과를 이끌어내 폐업 선언이 이루어진 뒤 3개월 만에 사운드 유나이티드가 클라세 오디오를 공식적으로 인수한다는 발표를 하게 되었다. 2018년 1월부로 되살아난 클라세 오디오는 사운드 유나이티드 산하 브랜드로 다시 회사의 진용을 갖추게 되었다.

과거 클라세를 새롭게 환골탈태시킨 데이브 노버는 흩어진 엔지니어들을 다시 재결성하고 몬트리올 인근 퀘벡 지역에 본거지를 재구축했다. 대신 과거와 달리 본사는 순수 개발 및 엔지니어링만 맡는 구조로 슬림한 구조에 기술 전문 연구소로 운영하게 되었다. 그 동안 함께 운영했던 제품의 생산은 모두 D&M의 데논, 마란츠의 고급 제품들을 생산하는 일본 내의 D&M 공장으로 이전시켰다. 새로운 생산 시스템을 갖추기 위한 과정에서 많은 시간과 노력이 투입되었고 거의 1년 넘는 시간이 걸렸다. 따라서, 사운드 유나이티드의 클라세 인수 발표가 있었지만 예상했던 제품 발매는 2년 가까이 지지부진하게 미뤄졌다. 일각에서는 다시 클라세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도 있었지만, 모든 과정이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면서 2020년 초에 처음으로 3세대 델타 시리즈가 공식 발매되면서 클라세의 새로운 시대가 다시 시작이 되었다.

2019년 CES에서 공식 발표된 3세대 뉴 델타 시리즈. 매지코와 짝을 이뤄 B&W가 아닌 새로운 클라세 오디오의 출발을 알렸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처음으로 델타 시리즈가 공식 발매가 되면서 그 동안 잊혀졌던 클라세의 사운드와 놀라운 가성비의 퍼포먼스가 다시 우리들 앞에 놓이게 된 것이다. 이제 3세대 델타 시리즈를 통해 새로운 클라세의 사운드에 대해 살펴볼 예정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