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오디오 아키텍처로 하이엔드의 반열에 오르다.

Integrated Amp

벨칸토 ACI 600

“Bel Canto, Fine Audio Electronics, Made in Minneapolis, MN US”는 벨칸토 오디오의 홈페이지에 걸려있는 글귀다. ‘10000 호수의 땅’인 미네소타는 위도상 미국 본토에서 가장 북쪽에 위치하며 겨울이 길고 매우 추운 지역으로 독일을 비롯하여 스칸디나비아 출신의 북유럽계 이민자들이 정착하여 이루어진 주이다.

미국 50개 주에서 주민 평균 소득과 교육 수준이 최상위권에 올라 있고, 문화적인 교양이 매우 높은 지역으로 포크 뮤직의 전설이자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밥 딜런과 유럽 영화에 비견될 만큼 지적인 예술 영화를 만들고 있는 코엔 형제의 고향이다. 그리고 헤밍웨이와 함께 로스트 제네레이션을 대표하는 “위대한 개츠비”의 스콧 피츠제럴드를 품은 지역으로 2015년 미니애폴리스는 미국에서는 가장 문학적인 도시로 손꼽히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미네소타의 주도인 세인트폴과 함께 트윈 시티로 불리는 미니애폴리스는 1903년 독일 이민자인 에밀 오버호퍼가 창단하여 유진 오먼디, 드미트리 미트로풀로스, 안탈 도라티, 네빌 마리너 등 당대의 거장들이 이끌어 온 미네소타 오케스트라가 있다. 일본계 에이지 오우에가 이끌던 시기에는 레퍼런스 레코딩을 통해 현대적인 사운드로 디테일이 살아있는 고음질 음반을 만들어내 오디오파일들에게 기쁨과 즐거움을 안겨준 기억이 새롭다.

벨 칸토의 프런트 맨, John Stronczer

벨칸토오디오 CEO 겸 엔지니어 존 스트론처

벨 칸토를 창업한 CEO 이자 테크니컬 엔지니어인 존 스트론처는 미네소타 주의 문화적인 소양을 흠뻑 받아 일찍부터 음악과 친해진 애호가로 살아가면서 직업과 취미의 영역을 조화롭게 조율한 성공한 오디오파일이라 할 수 있다. 이제 “듣는 대로 이해할 수 있다”라는 이순(耳順)의 나이에 오른 존 스트론처는 28년간 벨 칸토를 이끌어 오면서 음악 애호가나 홈 무비 애호가들을 위해 다채로운 제품을 설계하여 시장에 선보였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존 스트론처가 단지 오디오 제조사의 재정상의 CEO나 제품의 콘셉트를 결정하고 방향을 잡는 마크 레빈슨 같은 코디네이터가 아니라 뼛속 깊이 전자 회로의 토폴로지의 꿰고 있는 발명가이면서 실력을 갖춘 일렉트로닉 엔지니어이기 때문이다.

존 스트론처의 경력을 거슬러 올라가면 Honeywell Research Center의 연구원으로 재직하면서 집적회로를 디자인하였고 본인이 세운 Ten Mountains에서는 산업계 표준으로 자리 잡은 10GHz의 광 네트워크 수신 증폭기를 설계하였다. 직업의 세계에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으면서 존 스크론처는 음악을 듣는 즐거움을 위해 본인의 엔지니어링 실력을 취미의 영역으로 확장하기 시작했다.

그가 처음 만든 오디오는 “물리적 실험”이라 이름 붙인 20 와트 845 싱글 엔드 트라이오드 앰프였고 스펜더와 알텍 혼 스피커와 매칭하여 오디오 라이프를 즐긴다. 이러한 일상이 크게 바뀌게 된 것은 그가 재직하였던 Honeywell Research Center가 1990년 조직 개편으로 존 스트론처가 맡고 있던 업무에 변화의 조짐이 생겼던 것을 계기로 일과 취미를 함께 할 수 있는 자신만의 일터를 만들어보려는 결단을 하게 된다. 그리고 다음 해인 1991년 벨 칸토를 설립하여 아마추어로 시작했던 삼극 진공관 앰프를 제품화하는 것을 시작으로 하이파이 오디오 제조사의 CEO 이자 테크니컬 엔지니어의 길을 걷기 시작하였다.

아름다운 노래 '벨 칸토'를 들을 수 있는 오디오 기기를 선보이다.

벨 칸토의 출발은 매우 소박하였고 오페라 이름을 붙인 Aida라는 DAC을 비롯하여 진공관 프리와 파워 앰프를 연이어 시장에 내놓는 한편, 그 당시 전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보급된 DVD와 홈 시어터의 시장의 확대에 따라 유니버설 플레이어, AV 프로세서, 멀티채널 파워 앰프 등을 출시하였다. 그리고 PC를 기반으로 한 PC-Fi와 디지털 스트리밍의 시대가 열리면서 미니 사이즈 및 하프 사이즈의 DDC와 DAC를 선보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벨 칸토는 하이파이 시장의 트렌드에 순응하여 우수한 품질과 고급스러운 음향을 선사하는 합리적인 가격의 엔트리 라인업과 미들 클래스의 제품을 내놓았다. 그러나 음원과 영상 데이터를 담은 CD, DVD, LP 등의 물리적인 미디어가 점차 사라지고 무형의 파일로 변환되어 가는 상황을 맞은 하이파이와 홈시어터의 시장은 점진적으로 후퇴하면서 불황으로 접어들게 되었고 벨칸토 역시 사업에 대한 전망과 정체성의 재정립이라는 과제를 안게 되었다.

벨 칸토는 하프 사이즈의 엔트리와 미들 클래스 라인업인 eVo 라인을 단종시키면서 e.One 라인으로 이어가도록 하는 한편, 2013년 로키 마운틴 오디오 페스트에서 블랙 시리즈를 오디오파일들에게 소개한다. 이는 새로운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엔지니어링 트렌드의 기조를 정립하는 변신을 시도한 것으로 보여진다.

벨 칸토 오디오의 기술적인 특징들

벨 칸토는 트라이오드 앰프를 제작하면서 출발하였지만 존 스트론처는 이미 1997년에 트라이패스(Tripath)라 불리던 클래스 T 디지털 증폭 기술을 접하고서 진공관에서 스위칭 회로를 기반으로 한 클래스 D를 기반으로 기기를 제작하기 시작한다. 이러한 변화를 통해 벨 칸토는 하프 사이즈의 기기에서도 충분한 출력을 확보할 수 있었고 풀 사이즈 기기인 블랙 시리즈를 론칭하면서도 클래스 D 기술을 고수한다.

하이파이 오디오 산업계 종사자 중에서 “A New (Greener) World” 같은 말을 쓰는 경우는 거의 보기 힘들지만, 디지털 증폭 기술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가진 존 스트론처는 낮은 발열, 높아지는 효율, 더 좋아지는 내구성, 녹색의 친환경 같은 주제를 어젠다로 삼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아마도 오디오 이전에 일렉트로닉 엔지니어로 시작한 경력이 반영이 되었을 것이라 보이며, 블랙 시리즈에서 적용된 ST 광케이블을 통한 프리와 파워 앰프의 인터 커넥션은 본인의 전공분야를 오디오 산업에 접목한 사례라 할 수 있다.

존 스트론처는 Class D를 일컬어 단지 앰프 분류하는 유형 중 4번째의 문자임을 단언하고 있고, 하이파이 업계의 주류라 할 수 있는 제조사들이나 진성 오디오파일의 경우 모듈화된 클래스D 기술이 어떻게 진정한 오디오 공학일 수 있는가라는 도그마에 가까운 의견을 피력할 때, 벨 칸토의 기술은 낮은 왜곡과 높은 다이내믹 레인지를 이끌어내는 클래스 A 아날로그 제어 회로를 클래스 D 증폭단 앞에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장점을 극대화하였다고 강조한다.

블랙 시리즈를 통해 변신을 시도한 벨 칸토

벨 칸토의 프런트 맨인 존 스트론처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어릴 적부터 음악을 즐기면서 자연스럽게 좋은 오디오를 찾는 젊은이들을 하이파이 시장으로 들어오도록 이끌어 내는 것을 상당히 중요하게 여기는 오디오파일이자 테크니컬 엔지니어이면서 또한 비즈니스맨이다. 그러한 이유로 엔트리와 미들 클래스의 준수한 성능을 발휘하는 하프 사이즈의 기기들을 지속적으로 만들어왔고, 현재 벨 칸토의 라인업에서 e.One 시리즈의 비중을 이어가면서 오디오 평단에서 최상의 제품으로 평가받는 REF600M 파워 앰프를 중심으로 이를 받쳐줄 수 있는 소스 기기들을 연이어 출시하고 있다.

존 스트론처는 하이엔드에 대해 니치 마켓으로 보는 관점을 유지하고 있지만, 시장의 상황은 파일로 추출된 음원과 디지털 스트리밍이란 흐름의 변화를 따라 하이파이의 저변이라 할 수 있는 엔트리 레벨 시장이 무너지기 시작하면서 좁은 바늘구멍 같은 하이엔드로 진입하지 않으면 안 될 형편에 놓이게 되었고 마케팅과 영업의 부담을 덜고 벨 칸토의 직원이자 친구 사이인 마이클 맥코믹을 벨 칸토의 대표로 세우고 본인을 테크니컬 파트의 수장으로 자리매김을 하는 조직 변화를 시도한다.

2013년 벨 칸토는 록키 마운틴 오디오 페스트에서 블랙 시리즈의 첫 작품인 컨트롤 프리앰프와 DAC와 결합한 모노 블록 파워 앰프인 “The System”을 최초로 오디오파일에게 선보이게 되는데 이러한 벨칸토의 하이엔드로서의 첫 발걸음에 대해 주요 오디오 평단은 합격점을 주었다.

이에 고무된 벨 칸토는 2016년 The System을 하나의 새시로 구성한 인티 앰프인 ACI600을 내놓는다. Asynchronous Controller Integrated를 뜻하는 약어와 4ohm에 600W의 출력을 내는 수치를 결합하여 ACI600으로 네이밍 하였으며 3대의 새시를 하나의 새시에 담은 블랙 올인원 솔루션이라 단언하였다. 리테일 가격이 2.2배가량의 “The System”과 ACI600을 비교하여 우열을 가리는 것은 무의미한 일에 가깝지만 하이엔드의 영역에 도달한 인티 앰프인 블랙 ACI600은 매우 흥미로운 기기가 아닐 수 없다.

Black 시리즈의 올인원 ACI600

The System의 성능과 품질을 다운그레이드 한 제품이 아님을 벨 칸토는 강조하기 위해 분리형 컨트롤 프리앰프인 ASC1과 높이만 2인치 더 높은 같은 풀 사이즈( 19″ W x 14″ D x 3.8″ H 인치)의 알루미늄 빌렛을 CNC 머신으로 가공한 같은 디자인의 새시가 사용되었다. 앞면은 일체의 조작 버튼 없이 절반의 크기로 자리한 커다란 디스플레이만 볼 수 있으며, 충분히 밝은 휘도의 적색 LED 도트가 청음 공간 어디에서도 식별할 수 있는 크기의 문자로 입력 단과 볼륨 레벨을 보여준다. 새시의 윗면은 원지름이 6cm가 넘는 다이얼이 매끄러운 조작감으로 작동하여 리모컨과 같은 동작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어 볼륨과 프로그래밍되어 있는 DSP 옵션을 선택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뒷면은 여백을 찾기 힘들 정도로 빼곡히 입출력 단자가 자리하고 있으며 기기 좌측으로부터 WBT NextGen 스피커 터미널을 시작으로 MM/MC 겸용 포노단, 홈시어터 바이패스 기능을 설정할 수 있는 2개의 아날로그 입력단, 서브 우퍼를 구동할 수 있는 1개의 아날로그 출력단이 있으며, 그럴 가능성은 조금 희박하지만 ACI600을 프리 앰프로 쓰고 The System의 모노 블록 파워 앰프인 MPS1을 연결하기 위한 ST 광 출력 단자도 설치되어 있다. 턴테이블을 위한 접지단, 헤드폰 출력단이 광 출력단 위에 있으며 옆으로는 AES XLR, SPDIF, TOSLINK, USB B, 이더넷, USB A 디지털 입력단이 위치하며 마지막으로 파워 스위치와 AC 입력단이 뒷면의 우측 끝에 자리 잡고 있다.
hypex nCore NC500
내부로 들어가 보면 하이펙스에 특주한 nCore NC500 시리즈의 클래스 D 증폭 모듈과 SMPS 전원이 투입되어 있지만 ACI600을 지배하는 것은 nCore가 아닌 벨 칸토의 고유 기술이다. 벨 칸토의 맥코믹 대표는 자사가 가진 기술의 핵심을 이렇게 표현하였다. 첫째, AMiP(Asynchronous Multi-Input Processor)는 비동기 멀티 입력 프로세서로 모든 입력신호를 독립적으로 관리, 간섭과 왜곡을 배제함으로써 뒤단의 DAC에 깨끗한 신호를 전달한다.. 둘째, AMiP를 빠져나온 신호는 HDR Ⅱ(High Dynamic Resolution Ⅱ) 코어를 통과한다. 한마디로 노이즈와 왜곡, 지터를 극도로 낮춰 최상의 다이내믹 레인지(최대 127dB)를 제공하는 DAC과 DSP 코어다. DAC 핵심 칩은 버브라운의 PCM1792를 사용한다. 셋째, HDR Ⅱ 코어를 빠져나온 아날로그 신호는 nCore 클래스 D 증폭 모듈을 거치기 전 클래스 A로 작동하는 고전류 앰프 모듈 SSHA(Single Stage High-Current Amplifier)를 통과하면 벨칸토 만의 소리는 바로 이 SSHA 모듈로 특징화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술을 빛내는 것은 직관적인 인터페이스와 디지털 스트리밍의 규격을 빠짐없이 지원하는 것이다.. ACI600은 안정된 네트워크 스트리밍을 위해 한국 기업인 컨버스 디지털의 mconnect 모듈과 이에 대응하는 iOS 용 컨트롤 앱인 SEEK를 통해 현존하는 모든 디지털 플랫폼에 대응한다. Roon ready, MQA를 포함한 모든 포맷을 수용하여 네트워크 스트리밍 만으로도 ACI600이 가진 모든 성능을 구현할 수 있으며, 네트워크 모듈의 특주화가 매우 안정적이어서 사용 중 버그로 인한 렌더러 유실, 네트워크 상에서 튕김 등의 아쉬운 상황이 전혀 생기지 않았다.

Black ACI600의 청음 및 평가

청음 환경은 ACI600과 매지코 S3를 카다스 클리어 리플렉션 스피커 케이블로 연결하였고, 네트워크 연결로 Roon core를 통해 NAS의 음원을 재생하는 디지털 스트리밍으로 진행하였다.

벨 칸토의 Black은 결코 음색이 어둡고 무거운 소리를 뜻하는 것이 아님을 당연하게 생각했지만 블랙이 곧 깨끗한 뒷배경을 의미한 다는 것은 청음을 시작하면서 바로 알 수 있었다.

존 스트론처가 지향하는 아키텍처의 핵심은 클래스 D는 결코 목적일 수 없으며 자신이 구현하려는 소리를 만들어내는 수단으로 채용하는 것이다.

부하 임피던스에 대한 민감도 감소, 고주파의 왜곡 감소, 매우 넓은 다이내믹 레이지를 구현하면서 왜곡의 수준이 매우 낮기 때문에 테크니컬 엔지니어로서 존 스트론처는 클래스 D를 하이엔드의 영역까지 끌고 온 것이며, 이것은 훌륭한 오디오가 갖춰야 할 덕목 중 하나인 적막한 뒷배경을 만들어 무대가 정갈하게 느껴지도록 하는 것을 포함하여 정확하고 중립적인 음향에 실리는 자연스러운 선율과 충분한 여유 출력을통해 다이내믹한 표현력으로 감성을 고양시키는 음악성이다.

오디오파일들이 클래스 D에 대해 갖는 오해 중 하나는 디지털 증폭 방식은 전기 에너지가 감성적인 뜨거움으로 치환되지 않는 차갑고 시끄럽기만 한 전형적인 PA(Public Address) 시스템이나 싸구려 가전에 가까운 미니 오디오에서 나는 소리라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니트로메탄을 연료로 사용해 직진 성능만으로 승부를 겨루는 드래그 레이스를 진정한 모터스포츠로 여기지 않는 유럽의 자동차 마니아들의 생각과도 비슷하다..

모터스포츠의 최고봉인 F1은 길지 않은 직진을 포함하여 20여 개 가량의 급격한 선회를 해야 하는 좌, 우 코너를 달리면서 엔진의 성능과 급격한 감속을 할 수 있는 제동 능력 및 5G에 달하는 횡가속도를 견딜 수 있는 구동과 현가 시스템의 우수함, 다운 포스를 만들어 주는 날개(윙)의 기하학적인 배치 등의 종합적인 메커니즘으로 우열을 가린다.

벨 칸토가 채용한 디지털 증폭 기술이 단지 출력만 키운 드래그 머신으로 오해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기복 없는 여유로운 출력을 고도의 핸들링을 통해 빠르면서도 우아하게 코너를 공략해가는 레이싱 머신을 생각한다면 ACI600의 느낌을 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벨 칸토가 만들어내는 음향의 특징은 소리 결이 부드럽고 투명하면서 차갑지 않다는 것도 기억해야 할 것이다.

Bellini: Norma 1막 중 “Casta Diva” Maria Callas

마리아 칼라스가 부른 아리아 중에서 기념비적인 곡이 수도 없이 많지만 벨칸토 오페라의 대표작인 벨리니의 노르마는 마치 첫 공연 후 100년도 휠씬 지나서 무대에 서는 마리아 칼라스를 위해 만든 곡 같다는 확신이 들 정도로 아름답고도 서글픈 절창이 압권인 곡이다. 호흡을 고르는 마리아 칼라스의 모습이 느껴지면 읊조리는 레가토는 산들바람에 휘날리는 천의 실루엣처럼 펼쳐져 끝이 보이지 않는 듯하다가 흐름이 바뀌면서 하늘로 치솟는 듯 고음을 펼쳐내는 부드러운 성량의 변화가 따스한 온도감으로 느껴진다. 미약한 강약의 변화를 세밀하게 표현하며 무대의 현장감을 느낄 수 있는 생동감이 넘치는 소리를 만들기 때문에 볼륨을 올릴수록 이러한 느낌은 더욱더 배가되며, 소리의 테두리가 부드럽고 매끄러운 선율이 힘들이지 않고 술술 풀려나오는 대가의 연주가 떠오른다. 벨 칸토가 성악의 세련된 기교가 중심을 이루는 벨칸토 창법의 오페라를 염두에 두고 오디오를 설계했다고 생각할 정도로 마리아 칼라스의 노르마를 이렇게 잘 표현하는 오디오도 찾기 힘들 거란 생각이 드는 것은 지나친 상상만은 아닐 것이다.

Prokofiev: Romeo and Juliet 발레 모음곡 중 “Montagues and Capuletrs”

르네상스 시대를 재조명한 부르크하르트에 따르면 당시 이탈리아는 사적 복수가 빈번하게 벌어져 비극적인 살인이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베로나의 앙숙 가문인 몬태규가와 캐퓰릿가의 이야기는 그 당시 사회상을 반영한 이탈리아의 설화를 각색하여 셰익스피어가 작품화한 것으로 프로코피예프는 로미오와 줄리엣을 소재로 발레곡을 작곡하였다.

대규모 오케스트레이션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이 곡은 긴장감을 조성하는 호른의 짧은 도입부에 이어 금관과 목관 파트의 모든 연주자가 취주할 수 있는 최대치의 폐활량으로 마우스피스와 리드에 날숨을 내쉴 때, 파괴력을 더하는 타악기들이 합류하면서 강력한 포르티시모의 프레이즈가 펼쳐진다.

아마도 실연이 펼쳐지는 콘서트홀이라면 머리칼이 쭈뼛거릴 정도로 음악의 에너지에 압도당할 거라 생각되지만 넓지 않은 청음 공간을 가득 채우는 벨칸토 ACI600과 매지코 S3의 콤비네이션은 이미 가상의 콘서트 홀로 안내하고 있다.

현악 파트의 리듬감 넘치는 보잉에서 콘트라베이스와 첼로의 음역 위에서 춤추는 듯 비올라와 바이올린의 선율이 스펙트럼처럼 펼쳐지는 색채감이 뛰어나고 마이크로와 매크로를 오가는 다이내믹한 프레이즈 역시 유려하게 그려 나가며 튜바, 트롬본, 호른, 트럼펫의 각 악기가 가진 음역대와 질감의 표현력도 일품이다.

편향된 아이덴티티를 드러내 어둡고 둔중하거나 지나치게 밝고 가벼워 경박한 느낌을 주는 우를 범하는 오디오가 적지 않다고 본다. 벨칸토 ACI600의 블랙은 그런 점에서 오히려 어떤 음악을 재생해도 자기만의 색깔을 드러내지 않고 음악 그대로를 들려주는 투명한 무색의 기기라 할 수 있다.

Wagner: Das Rheingold 중 “Rheingold! Rheingold!”

라인의 황금을 빼앗긴 라인의 세 처녀들의 슬픈 노래를 뒤로하고 발할라로 입성하는 신들의 모습을 호른이 이끌어 나가면 바그너 튜바를 비롯한 전 음역의 금관이 저역에서 점진적으로 부풀어 오르는 크레셴도의 흐름으로 장대하게 펼쳐지는 클라이맥스의 카타르시스는 자발적으로 바그너의 악극을 숭배하는 바그네리안임을 자각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바그너의 템포는 결코 빠르지 않지만 밀어붙이는 음향의 에너지는 광대무변한 무대를 만드는 힘을 지니고 있는데, ACI600은 조급하거나 뒤처지는 느낌 없이 음악과 같은 속도를 유지하면서 음악이 가진 사소한 뉘앙스도 놓치지 않고 그것을 세밀하게 표현한다. 희망을 잃은 라인의 세 처녀의 슬픔과 발할라를 얻기 위해 신들이 겪은 혼란을 비디오 없이 오디오만으로 표현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지만 하이엔드 오디오라면 황금색으로 번쩍이는 금관 악기들의 색채를 그려내는 표현력과 함께 열기가 가득한 가상의 오페라 무대를 느낄 수 있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하이엔드의 반열에 오른 벨칸토 블랙 ACI600

마리아 칼라스의 드라마틱 한 벨칸토 창법의 기교, 프로코피예프의 급격한 템포 변화의 포르티시모와 바그너의 무한선율에 의해 점점 더 커지는 크레셴도의 에너지를 나만의 청음 공간에서 누릴 수 있는 것이 하이엔드 오디오가 오디오파일에게 선사하는 감동이다.

감동의 크기는 상대적인지만 이에 대한 갈망을 누구나 갖고 있다. 현실적으로 감동을 얻기 위한 지불 가능한 자산이 유한하기 때문에 많은 생각과 선택의 갈등을 겪게 되지만 한 번이라도 이러한 결정을 통해 기대한 바를 얻게 될 때의 희열이 존재하기 때문에 하이엔드 오디오의 설자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엔트리 레벨의 기기도 제원이나 측정치로는 결점을 지적하기 어려울 정도로 평준화되어 있어 과연 하이엔드 기기들의 가격이 합당한가에 대한 논란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오디오적인 쾌감과 음악이 주는 감흥을 전달하는 능력은 같을 수 없다.

그리고 어느 분야나 최상의 제품은 존재하며, 하이엔드라는 말 자체가 오디오 산업에서 만들어진 배경에는 제작자의 창의성과 독창성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보편적인 평가가 반영이 되었기 때문이다. 벨 칸토는 블랙 시리즈로 하이엔드의 니치 마켓에 문을 두드렸고, 그 결과는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있다.

제품사양

Inputs:
24bit Data to 192ks/sAES, SPDIF, TOSLINK
24bit Data to 192ks/s, MQA, and DSD6410/100 Ethernet
24bits to 384ks/s, MQA, and DSD64/128 (DoP)USB2 Audio
Low Level OutputsLine Level Analog: 4.5Vrms with Bass Management
Headphone4.5Vrms maximum, 32ohm minimum load
MM/MC Input
MM2.5mV to 5mV; 47K ohms
MC0.25mV to 0.5mV; 50, 100, 500, 1k
RIAA Accuracy+/- 0.25dB, 50Hz-15kHz
THD+N<0.01% 1kHz A-Weighted SNR:>70dB A-Weighted
Line Inputs 
Maximum Input2.2 Vrms RCA
Input Impedance10k ohms RCA
THD+N0.003%, 1kHz
Dynamic Range110dB, A-weighted 20Hz-20kHz
Loudspeaker Output
Maximum Power Output600W-4ohm, 300W-8ohm
Minimum Load2 ohms
Peak Output Current27 amperes
Frequency Response-3 dB 0.5Hz-50kHz, all loads
Output connections2-pair WBT Nextgen binding posts
Performance
Dynamic Range127dB A-weighted
THD+N<0.001% 1W, 1kHz, 4 ohms
IMD (CCIF)<0.001%, 1W, 18.5:19.5kHz 1:1, 4 ohms
General 
Power Usage On42W
Power Usage Off0W
Internally Set Operating Voltages100-120VAC, 220-240VAC 50/60 Hz
Dimensions19″ W x 14″ D x 3.8″ H (483 mm x 356 mm x 97 mm)
Weight45lbs. (20.5 kg)
수입원소리샵    www.sorishop.com / 02-3446-73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