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적인 스피커 업체 ATC는 스튜디오 모니터에서 시작하여 이제는 하이엔드 하이파이 스피커까지, 모든 분야에서 최고의 명성을 자랑한다. 세계적 뮤지션들과 녹음 스튜디오에서 레퍼런스로 불리우는 ATC 스피커들은 ‘Acoustic Transducer Company’라는 이름답게 자체 제작 드라이버만으로 스피커를 만들어왔다. 하지만 딱 하나, 트위터만 외부에서 공급을 받아왔다. 2013년, 오랜 숙원이던 자체 개발 트위터의 성공과 함께 A부터 Z까지 모두 ATC의 드라이버로 완성된 스피커 생산 시스템을 구축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ATC의 스피커들은 2014년부터 모두 새로운 버전으로 교체되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하이파이 패시브 스피커 시리즈로 입문기에서 중급 스피커를 다루는 엔트리 시리즈가 그 주인공이다. 엔트리 시리즈는 제품마다 버전이 다르며, 새로운 트위터와 함께 SCM7 V3, SCM11 V2, SCM19 V2 그리고 SCM40 V2로 모두 업그레이드가 이루어졌다. 과연 새로운 엔트리 시리즈에는 어떤 설계 기술이 숨어있고 어떤 기술적 진화를 이루었는지, ATC의 엔지니어 리처드 뉴먼과 벤 릴리를 통해 숨은 비밀들에 대해 7개의 문답으로 정리해보았다.


리차드 뉴먼 (Richard Newman) : 정 중앙을 벗어난 시청 위치에서의 응답 특성을 의미한다. 수평으로는 좌우 80도, 수직 으로는 상하 10도 내에서는 스피커의 응답 특성과 위상 특성이 리니어하게 유지된다는 의미이다.



스피커의 성능은 사용된 드라이버의 성능으로 좌우된다. 드라이버가 왜곡 수치가 선형이든 비선형이든 낮지 않으면 아무리 설계를 잘한다고 해도 좋은 스피커가 나오지 않는다. 따라서, 스피커의 모든 요소들을 직접 컨트롤 할 수 있게 되면, 예를 들어 스피커 드라이버까지 원하는 대로 만들어 쓸 수 있다면, 원하는 성능을 제대로 구현하여 최고 성능의 스피커를 내놓을 수 있다. ATC가 원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현재 ATC는 우퍼, 미드레인지 그리고 2웨이용 미드베이스 드라이버까지, 지난 40년 동안 모든 유닛을 자체 개발, 생산을 통해 스피커를 만들어왔다. 이제 그 드라이버 대열에 트위터까지 추가되어 100% 자체 드라이버를 쓸 수 있게 되었다. 드라이버 개발에는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 이유는 ATC의 표준 사양 자체가 매우 높기 때문에 그에 부합하는 성능을 지닌 드라이버를 만들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25mm 트위터들의 가장 큰 문제점이라면 유체 자석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보이스 코일이 액화 상태의 자석 속에 파묻혀있게 되면 마그넷의 자속 갭 영역 내에 보이스 코일이 갇힌 상태가 된다. 액화 자석은 기계적인 댐핑 역할을 하고, 보이스 코일의 열을 프레임이나 기타 다른 메탈 부위로 전달시켜 방열 효과를 제공하고 락킹 모드를 막는 효과도 있다. 하지만 액상 상태의 자석이 시간이 지나면서 딱딱하게 굳어지며 물성 특성이 변형된다. 딱딱해진 액화 자석을 그대로 사용하면 보이스 코일이 동작하면서 기계적인 저항이 발생되어 움직이는 코일의 상태에 변형이 일어나게 되고, 이는 트위터의 응답 특성을 줄어들게 만들어 고역 끝이 꺾이게 된다.
이런 이유로 ATC는 자체 트위터 개발 단계부터 아예 액화 자석이 없는 트위터를 기본으로 상정하여 트위터 개발을 시작했다. 한계점 자체를 없앤 상태로 완벽한 트위터를 만들고자 한 것이다. 여러 가지 설계를 시도한 결과, ATC의 유명한 돔 미드레인지 구조 그대로 트위터에도 듀얼 서스펜션 시스템을 넣어 매우 뛰어난 퍼포먼스의 결과물을 얻게 되었다.

다른 모든 ATC의 드라이버들처럼, 트위터 설계 또한 최적의 퍼포먼스를 염두에 두고 개발을 진행했다. 듀얼 서스텐션 디자인은 대형 보이스코일을 설계가 가능해짐으로써 필요한 효율을 이끌어냈을 뿐만 아니라 대단히 큰 고급 네오디뮴 마그넷을 모터 시스템에 사용했다. 이 외에도 자장 풀림이라는 방법으로 트위터의 전면 플레이트를 열처리 함으로써 트위터 성능의 마지막 하나까지 모두 끄집어낼 수 있도록 제작했다. 아주 크고 제대로 된 자석을 사용하여, 코일 주변에 상당한 자속량을 쏟아내도록 했고, 이는 결과적으로 대단히 낮은 홀수차 하모닉 디스토션, 한층 확장된 응답 특성 그리고 훌륭한 시간축 응답 특성을 이끌어냈다.
자체 트위터를 직접 만들게 된 또 다른 한 가지 이유는 원가 절감이다. 더 이상 다른 제조사에 마진을 주며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훨씬 더 성능을 개선시키면서도 스피커 가격을 낮출 수 있게 해주었다.
ATC 팩토리 투어 영상 (출처 : TransAudio Group 유튜브)



ATC에서 가장 큰 미드베이스 유닛은 6.5인치이며 크로스오버 주파수는 2.5kHz 정도이다. 이는 2웨이 설계에서 실질적인 한계점이다. 만약 미드베이스 드라이버가 훨씬 더 커지면 크로스오버 주파수 부근에서 수평 응답 특성이 미드베이스 드라이버의 직접음이 훨씬 강해져서 중앙에 몰리는 에너지 방사 특성을 갖게 될 것이다. 좀 더 깊은 저음 재생과 좀 더 높은 출력은 우퍼의 직경을 크게 만들면 가능해지지만 일정 포인트 이상을 넘어가게 되면 3웨이로 가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안정된 음의 분산 특성을 얻을 수 있다.
성공적인 스피커 설계에 필요한 키포인트는 모든 측정 수치와 특성들이 고려되어야 하고, 그것들의 균형이 맞춰져야 한다. 진폭 응답, 위상 응답, 출력 응답, 시간축 응답, 왜곡률 그리고 파워 핸들링 등 모두가 중요하다.

앞서 언급했듯이, 핵심은 너무 큰 베이스 드라이버를 쓰지 않는 것이다. ka=2 같은 공식은 이상적인 타겟 크로스오버 포인트를 설정할 수 있을 거처럼 보이지만 높은 다이내믹 레인지를 갖는 2웨이 시스템에서는 타협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이론대로라면 ATC도 크로스오버 포인트를 낮춰야 했겠지만 트위터에서의 디스토션과 내구성에 대해 어느 정도 희생을 따를 수 밖에 없다. 이는 대부분의 ATC 스피커의 하이파이 사용자들에게는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겠지만, 프로페셔널 사용자들에게는 문제가 된다. 출력 음압 레벨이 종종 최고치를 넘나드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ATC는 프로와 하이파이의 기준을 다르게 만들기를 원치 않는다. 그래서 내구성, 높은 주파수의 크로스오버 등을 제품에 맞춰 사용하는 것이다.
(*ka는 단위가 없는 수치로, 외경을 파장으로 나눈 숫자를 뜻한다. 외경은 ‘직경x3.14’ 또는 ‘직경 x pi’로 계산된다. 중요한 점은 스펙상 드라이버의 직경은 서라운드 에지까지 포함된 수치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서라운드 에지가 아니라 진동판의 순수 면적만 계산에 포함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SCM19의 미드베이스는 150mm(5.9인치) 유닛이지만, 실제 순수 진동판의 직경은 4.9인치이다. )

이유는 크게 2가지이다.
첫 번째는 스펙을 있는 그대로 정직하게 표시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작은 밀폐형 스피커에서 좋은 저역 응답 특성을 얻고 싶다면 감도는 희생될 수 밖에 없다. 주어진 드라이버의 크기에서 선택할 수 있는 방향은 정해져 있다. 효율(감도)을 높일 것인가, 더욱 낮은 저음까지 재생하도록 할 것인가 아니면 둘 중 적당한 중간 지점을 찾을 것인가. 만약 효율도 높고 더욱 낮은 주파수의 저음도 재생하고 싶다면 훨씬 더 큰 우퍼를 쓰거나, 우퍼를 여러 개 사용하여 저음을 울리는 면적을 늘려서 출력을 높여야 한다. ATC의 스피커들은 크기에 비해서 좋은 저음 특성을 갖고 있는데, 이 때문에 감도는 어느 정도 희생될 수 밖에 없다. 작은 캐비닛의 크기로도 위상 반전 포트를 뚫어서 감도를 높일 수도 있긴 하지만 그런 위상 반전형 스피커들의 중저역 밸런스는 ATC의 사운드와 맞지 않다. 뿐만 아니라 오픈 타입의 캐비닛은 포트 튜닝 이하 주파수에 대해 인클로저 진동에 대한 억제도 상당히 고려되어야 한다.

ATC 스피커들의 놀라운 다이내믹 능력은 세심하게 설계된 드라이브 유닛과 시스템 설계 덕분이다. 고감도 스피커들은 크고 아주 가벼운 질량의 진동판과 소재 또는 혼을 써야 한다. 가벼운 질량의 소재들은 종종 운동에너지의 힘을 버티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작은 음량에서는 문제가 없지만 높은 음량으로 재생할 때 공진 문제들이 생겨 불안정한 동작을 하게 된다.
ATC는 이런 진동판 소재나 움직이는 기구물들에 대해서는 아주 뛰어난 안정성, 높은 내부 댐핑 능력을 갖춘 것들만 사용한다. 대개 25V-35V의 rms 스윕 파형 출력을 재생했을 때, 공진이나 뒤틀림, 오동작 등의 문제없이 안정적인 동작을 하는 소재와 부품만 사용한다. 이런 무자비한 테스트에서는 드라이버들이 온갖 문제들을 다 드러낸다. 대개 1W 또는 90dB 음량 재생 기준에서는 전혀 문제가 없지만, ATC 기준을 들이대면 전혀 다른 결과들이 나오게 된다.
대음량 재생시의 안정적 동작 확보는 상대적으로 감도를 떨어뜨리는 단점을 갖게 만든다. 논문들을 보면, 감도라는 스펙은 많은 장점이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것 때문에 스피커 제작, 설계의 가능성을 좁혀서는 안된다.

창업자인 빌리 우드맨이 1974년에 회사 설립을 했을 때만 해도, 당시 스피커 시스템들에서는 좀 더 좋은 사운드 밸런스를 갖는 스피커가 좋은 스피커로 여겨졌다. 영국은 매우 많은 종류의 스피커 제조 업체들이 아주 높은 하이파이 성능의 스피커들을 내놓았지만, 대부분은 다이내믹 레인지에서는 한계가 많았다. 반면에 미국 시장에서는 스피커들이 극장의 시네마 시스템으로부터 영향을 많이 받았기 떄문에 아주 높은 다이내믹 레인지를 소화해야 하는 것이 기본으로 여겨졌다. 종종 혼을 써서 만든 스피커들이 많은 이유가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런 미국의 스피커들은 출력은 높았지만 음의 착색, 왜곡은 심했다. 빌리는 이런 두 가지 스피커들의 장점을 하나로 모으길 원했다. 즉, 높은 하이피델리티를 유지하며 대음량의 높은 다이내믹 레인지를 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가벼운 소재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무게를 가볍게 만드는 것 중에는 보이스 코일을 빼놓을 수 없다. 보이스 코일의 직경을 줄이면 효율을 좀 더 높일 수 있고 원가도 낮출 수 있지만 파워 핸들링, 파워 컴프레션 그리고 패시브 크로스오버의 성능 등이 모두 희생될 수 밖에 없다.

스피커는 매우 비효율적인 장치다. 앰프가 보낸 에너지 대부분이 열로 소모된다. 스피커 설계 엔지니어들은 코일에서 발생되는 열을 최대한 빨리 낮추고 방출시켜야 한다. 작고 가벼운 코일들은 감긴 면적이 적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서는 취약할 수 밖에 없다. 역학적으로 보면, 앰프에서 출력을 높일수록 보이스 코일에서는 발열이 심해지고 코일내의 저항 성분이 점점 커지면서 파워 컴프레션 문제가 생긴다. 또한 패시브 스피커들은 크로스오버 주파수에서 특성에 변형이 생기기 시작한다. 부하 저항과 출력 레벨이 달라지면서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정리하면, 결국 핵심은 대음량 재생에서도 문제가 없는 드라이브 유닛과 시스템을 설계하는 것이다. 단지 1W, 90dB 같은 기본 측정 조건에서의 수치만으로 유닛과 설계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음량에서 여러 동작 특성을 모두 봐야 한다. 드라이브 유닛의 파라미터들은 음의 재생 레벨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그런 변화에 대응하는 설계가 이루어져야 한다. 1W 또는 90dB 출력 음압에서의 스펙 만들기는 쉽다. 하지만 100W 또는 110dB 출력에서는 어떤 문제가 생길지 과연 알고 만드는 것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