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엘락 콘센트로 S 503
엘락의 하이엔드 도전을 보여준 야심찬 결과물은 2017년 등장한 ‘콘센트로(Concentro)’ 였다. 중소형 스피커 분야의 주류로 인식되던 이미지를 벗고 본격적인 하이엔드 브랜드를 향헌 도약을 알리는 엘락의 선언이 콘센트로였다. 직선이 없는 캐비닛과 시간축 정합을 조정하는 드라이버 컨트롤 기능 등의 새로운 기술들과 엘락에서는 전례가 없던 캐비닛 디자인등으로 혁신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후 오리지널 콘센트로의 규모를 줄이고 가격을 절반으로 낮춘 콘센트로 M 이 등장했고, 다시 콘센트로 M의 절반 가격의 새로운 시리즈로 ‘콘센트로 S’을 내놓았다. 앞선 두 콘센트로 모델들과 달리 콘센트로 S는 제품명 뒤에 500 번대의 품번명을 갖고 있는데, 이는 전작이자 일반 라인의 플래그십에 해당하는 500 시리즈의 후속임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간단히 정리하면 신작 콘센트로 S는 콘센트로 모델들의 기술들을 사용하되 외형적인 디자인은 일반 시리즈의 최상위 모델인 벨라 시리즈의 캐비닛 디자인 컨셉을 확장하여 일반 라인과 콘센트로 라인을 결합시킨 시리즈인 셈이다.


콘센트로 S에는 대형 플로어스탠더인 콘센트로 S509와 쥬니어 모델인 콘센트로 S507이 2020년부터 발매가 되었고, 이번에 이 시리즈의 막내이자 북쉘프 모델인 콘센트로 S503가 등장하게 되었다. 가격은 콘센트로 S509의 절반 가까운 수준의 가격이지만, 북쉘프 스피커의 가격으로는 상당한 고가의 모델로 북쉘프 스피커 시장에는 하이엔드 레퍼런스급에 해당한다.
작지 않은 대형 북쉘프 S503
일단 외관부터 보면 북쉘프 치고는 작지 않은 모델이다. 높이 40cm, 폭 22.5cm, 깊이 37.2cm로 보통의 북쉘프 스피커들과는 체급이 다른 체구를 갖고 있다. 견줄만한 규모의 스피커라면 다인오디오의 뉴 컨피던스 20 정도가 있다. 크게 걸맞은 전용 스탠드인 LS100을 사용하면 스피커 높이가 무려 110cm 가까이 된다. 웬만한 플로어스탠더보다도 큰 규모로, 애초부터 작은 북쉘프가 아닌 플로어스탠더를 대체할 수 있을 만한 크기의 중형 스피커로 보는 것이 맞다. 마감은 화이트, 블랙의 글로스마감 모델과 조금 더 비싸게 책정된 월넛 글로스 마감까지 3가지 종류 중 선택이 가능하다.
이름은 콘센트로지만 생김새는 벨라에 가깝다. 기본적으로 위에서 내려다보면 부채꼴 형태의 캐비닛으로 전면에서 후면으로 좁아지는 구조와 좁고 긴 구조가 벨라와 유사하다. 하지만, 벨라와 달리 전면부는 가로 축으로 약간의 라운드가 가미된 곡면의 형태를 띄고 세로 축으로도 얼핏보면 직선 같지만 미세하게 원호를 그리는 형태의 라운드 곡면 구조를 더했다. 스피커 뒷면을 보면 바이와이어링이 가능한 바인딩 포스트와 더불어 위상 반전 포트가 설계되어 있다.
직접음과 반향음을 웨이브가이드로 제어하는 StepX JET
콘센트로임을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표시는 드라이버에 있다. S503은 벨라를 비롯한 기존 시리즈와 달리 StepX JET 라 부르는 트위터와 미드레인지가 하나로 제작된 동축 유닛이다. 정 중앙에 JET 5c 트위터를 중심으로 직경 130mm의 미드레인지가 트위터와 주변을 감싸는 형태의 드라이버로 중고역을 유닛 하나도 커버한다.
여기에 외주부에는 다양한 형태의 링형 웨이브가이드를 자석으로 탈부착하여 음의 분산 패턴을 제어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 StepX JET 유닛의 가장 큰 특징이다. 이는 오리지널 콘센트로에서 파생된 기술로, 콘센트로와 콘센트로 M에 사용된 좀 더 큰 JET 동축 드라이버의 기술을 살짝 다른 방법으로 풀어낸 결과물이다.
오리지널 콘센트로의 VX-JET 라는 동축 드라이버 제어 기술을 사용하여 음의 분산 패턴을 제어하는 방법을 취했다. 방의 크기, 스피커와의 거리에 따라 스피커 뒷면에 설치된 중고역 드라이버 제어 노브를 통해 중고역 유닛의 음원 시작점을 조절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직접음의 투사 거리와 외주부의 형태에 따른 반향음의 정도가 바뀌어 공간과 시청 위치에 맞춰 사운드를 최적화시킬 수 있도록 했었다.
콘센트로 S503도 이와 유사한 직접음, 간접음의 비율 조정을 통해 사운드를 시청 거리와 공간 상태에 따라 최적화시킬 수 있는데, VX-JET에 적용되었던 스피커 후면의 드라이버 위치 제어 노브 대신, 스피커 전면의 웨이브 가이드로 VX-JET와 같은 효과를 구현하도록 했다. S503는 기본 장착된 웨이브가이드(녹색) 외에 직접음 비중을 강조한 빔 형태의 방사 패턴을 갖는 웨이브가이드(적색)와 간접음 즉 반향음의 비중을 높인 좌우로 음의 방사 패턴을 넓게 만든 웨이드가이드(청색)을 제공한다. 다소 먼 거리에서 시청할 경우는 적색 웨이브가이드를, 니어필드에 가깝게 근접 시청 설정에서는 청색 웨이브가이드를 그리고 통상적인 3-4m 이내의 시청 거리라면 녹색 웨이브 가이드를 사용하길 권한다. 물론 공간 상태에 따라 음향 특성도 달라지므로, 비교적 강한 포커싱을 원하면 적색을, 다소 음상이 크고 입체적인 사운드를 원하면 청색을 그리고 이 둘 사이에 적당한 밸런스를 원하면 녹색으로 된 웨이브가이드를 택하면 된다.
즉, 콘센트로S의 StepX JET는 웨이브가이드 제어로, 오리지널 콘센트로의 VX-JET는 드라이버 제어 노브를 통한 유닛 위치의 조정으로, 서로 흡사하지만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음상과 포커싱의 정도를 제어하는 기술을 공유하고 있다.
2웨이가 아닌 3웨이 북쉘프
JET 5c 가 2.6kHz 이상의 고역을 담당하고, 트위터 이하 대역부터 400Hz까지는 JET 5c 외주부에 설계된 알루미늄-페이퍼 소재의 미드레인지 드라이버가 담당한다. 400Hz 이하의 중저음부터 저음 끝까지는 7인치의 AS-XR 크리스털 멤브레인 우퍼가 저음을 담당한다. 따라서, 얼핏 보기에는 2웨이 북쉘프 스피커처럼 보이지만 콘센트로 S503은 완전한 3웨이 설계로 최대 50kHz에서 최저 30Hz의 광대역 응답 특성을 갖는 북쉘프스럽지 않은 북쉘프 스피커인 셈이다.
미드레인지와 우퍼에 사용된 콘지 소재는 둘다 알루미늄과 페이버를 샌드위치 시킨 알루미늄 샌드위치(AS) 유닛이지만, 우퍼에는 더 높은 경도를 유지하기 위해 크리스털 문양의 텍스처가 가미된(XR) 형태의 유닛인 AS-XR 우퍼가 사용된다.
사운드 퀄리티
테스트에는 럭스만의 L-509X 인티 앰프와 에소테릭의 N-05XD 네트워크 스트리밍 DAC 을 사용했다.
엘락 콘센트로 S 503의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역시 저음이다. 작은 북쉘프에서 엄청난 스케일의 저음이 나오거나 풍부한 양감의 저음으로 푹 빠지게 만드는 부류와는 거리가 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상적이라는 이유는 매우 단단하고 임팩트하며 탁월한 리듬감을 선사하는 정확한 타이밍의 저음을 들려주기 때문이다.
설계는 뒷면에 포트가 있는 위상 반전 타입이지만 들리는 음은 끝이 풀리는 위상반전형 스피커의 저음보다는 밀폐형 스피커의 단단하고 흐트러짐 없는 저음에 가깝다. 브라이언 브롬버그의 중 ‘Come Togather’ 같은 베이스 연주를 들어보면 필요 이상으로 과한 저음의 양감이나 에너지 없이 매우 절도있고 정확하게 끊어내는 저음의 리듬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다. 정확한 타이밍의 제어에 임펄스성 사운드인 피치카토의 맺고 끊음을 확실하게 처리해주는 영리함을 보여주며 그 타격감은 매우 깊고 단단하다.
작지만 3웨이로 대형 사운드를 내는데에도 전혀 어색함이 없는 재능을 보여준다. 전반적인 음상은 스피커 크기 이상으로 매우 크고 입체적이며 전면 중앙의 심도도 꽤 깊게 입체적인 무대를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번스타인과 뉴욕필의 <말러: 교향곡 2번> 중 피날레 같은 대편성 녹음에서 음량을 높여도 음상이 흐트러지거나 탁하게 공간이 변질되는 일이 없다. 넓은 음상에 정확한 포커싱으로 합창단이나 악단 개개의 악기들이 제 위치를 유지하며 총주에서도 음이나 음상이 함몰되는 일이 없는 안정된 재생 능력을 보여준다. 물론 작지 않은 북쉘프이긴 하지만 크기 이상의 사운드를 재생해내는 부분은 S503가 다른 북쉘프들과는 차원이 다른 급임을 보여주는 증거인 셈이다.
보컬이나 소편성 녹음들의 재생에서도 남다른 장점은 이어진다. 일단 JET 트위터 특유의 고역의 세련미 그리고 기분 좋은 의미의 메탈릭한 울림 그리고 해상력과 투명도는 S503의 장점이다.
레드카 톤네프의 ‘Moon is a harsh mistress’ 처럼 얇은 톤의 보컬과 높은 투명도가 실린 녹음에서 여성 보컬 특유의 선이 가는 톤 컬러를 예리하게 재현해내지만 아주 매끄럽게 깨끗하게 울림의 디테일을 고급스럽게 재현해낸다.
자칫 지나치게 밝거나 높은 투명도가 주는 표백된 느낌의 톤이 전혀 없으며, 오히려 고역 끝의 확장이 느껴지면서도 자극감이나 과하게 강조된 인위적 고역 재생의 억지스러움이 없다. 매우 자연스러운 고역과 디테일, 높은 해상력을 안겨준다.
마찬가지로 로렌조 가토의<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9번> 중 ‘1악장’ 같은 바이올린과피나오 녹음에서도 바이올린의 예리함이나 대단히 매끄럽고 결이 부드러운 현의 톤을 대단히 사실적이면서도 자연스럽게 들려준다. 게다가 피아노 타건의 임팩트함이나 목질감 같은 요소까지도 투명하고 깨끗하면서도 아날로그적 온기가 분위기를 들려주는 점은 이 스피커의 커다란 장점이다.
정리
엘락의 신작 콘센트로 S 시리즈는 오리지널 콘센트로의 등장 이후 스피커 라인업 전체를 교체한 대형 프로젝트의 마지막 완결판이다. 특히 콘센트로 S503는 콘센트로S 시리즈의 마지막 스피커로 이 시리즈를 완결하는 시리즈의 마지막 최종 버전이다. 그 만큼 몇 년간 꾸준히 연마하며 진화시켜 온 새로운 엘락 사운드의 기술적 음악적 종착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만큼 이 스피커가 지닌 하이파이적 요소와 음악적 재생 결과물은 상당히 세련되며 하이엔드적 요소가 담겨있다. 물론 그에 걸맞게 가격도 꽤 높다. 기존의 벨라나 카리나의 가격대와는 차원이 다른 레벨에 안착된 높은 가격표는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눈 높이가 다른 스피커인 만큼 그에 걸맞은 성능을 보여준다.
게다가 웨이브가이드를 통한 포커싱과 음상의 입체감이나 스케일을 다르게 맛보게 해주는 영리한 기술은 생각보다 그 효과가 작지 않다. 그리고 생각보다 울리기가 어렵다거나 저음 때문에 볼륨과 사투를 벌여야 하는 북쉘프가 아니라서 앰프에 대한 숙제를 남기지도 않는다. 웬만한 중급 인티 앰프라면 S503의 잠재력을 제대로 폭발시켜 줄 수 있다. 하이파이적 성능, 음악성 그리고 운영이 어렵지 않은 다양한 앰프 선택의 가능성으로 하이엔드급 북쉘프 스피커를 찾는 이들이 환영할 만한 스피커의 등장이다.
제품사양
- Type: 3-way, bass reflex
- Woofer: 1 x 180 mm Ø, AS-XR cone
- Midrange: 1 x 50 | 130 mm Ø, AS-XR AL cone
- Tweeter: JET 5c
- Crossover frequency: 400 | 2600 Hz
- Nominal/peak power handling: 120 W | 200 W
- Minimum impedance: 4,8 Ω bei 120 Hz
- Peak power handling: 400 W
- Sensitivity: 87 dB / 2,83 V/m
- Suitable for amplifiers from – to: 4 – 8 Ω
- Nominal impedance: 4 Ω
- Recommended amplifier power: 60 – 500 W/channel
- Finishes: High-Gloss Black Lacquer, High-Gloss White Lacquer High-Gloss Walnut Veneer
- Accessories: Bi-Wiring-jumper set, 3 DCR (Directivity Control Ring)
- Height: 400 mm
- Width: 225 mm
- Depth: 372 mm
- Weight: 13.4 kg
- 수입원 : 사운드솔루션 www.ssc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