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소테릭의 소스 기기 시리즈는 플래그십인 그란디오소 라인, 일체형 SACD 플레이어인 K 라인 분리형 SACD 시스템인 트랜스포트 P 라인, DAC D 라인 그리고 네트워크 플레이어인 N 라인으로 나뉘어 진다. 항상 신제품으로의 버전 업은 플래그십 그란디오소가 신형이 되고 난 뒤, 하위 라인들 전반에 대해 1~2년 동안 그란디오소 기술을 이식시켜 신제품이 되는 방식으로 진행되어왔다.
그 스케쥴을 적용하면 각 제품별 신제품 교체 사이클은 통산 3~4년 주기가 된다. 그런데 플래그십 네트워크 플레이어 N-01이 등장한 것은 2017년 말이다. 이를 대체하는 신 모델 에소테릭 N-01XD는 2019년 말에 등장하여 불과 2년 만에 모델 교체가 된 것이다. 에소테릭의 업데이트 기준으로 보면 매우 이례적이다. 이런 파격은 N-01XD가 단순히 전작 N-01의 업그레이드가 아니라, 대대적인 변화와 진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디스크 플레이어의 제왕인 에소테릭이 내놓은 럭셔리 하이엔드 네트워크 스트리머의 탄생 스토리를 파헤쳐 보기로 한다.
디스크에서 스트리밍으로, 에소테릭 N 시리즈
에소테릭이 하이엔드 업계에서 명성을 유지하는 이유는 세계적인 디스크 메커니즘 때문이다. 90년대부터 지금까지 30년 넘게 CD와 SACD 메커니즘 부문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독보적인 원탑이다. 그런데 CD의 시절은 가고 음원 파일 재생을 거쳐 이제는 스트리밍의 시대가 되어 버렸다. 물론 여전히 CD나 SACD를 즐기는 애호가가 있긴 하지만 극소수의 오디오파일들 뿐이다. 대부분은 스트리밍으로 넘어갔고, 에소테릭의 고민은 깊어졌다. 에소테릭이 결단을 내리고 주력인 디스크 재생과는 별도로 네트워크 플레이어 시장에 진입했다. 2016년 말엽의 일이다. 네트워크를 의미하는 이니셜 N으로 명명된 네트워크 플레이어의 첫 제품으로 N-05를 내놓았다.

여러 하이엔드 업체들보다 뒤늦게 네트워크 플레이어 시장에 진입했지만, 에소테릭의 선택은 매우 현명했다. 모든 것을 자체 개발하지 않고 스트리밍 솔루션을 외부 전문 업체에서 공급받기로 한 것이다. 에소테릭의 선택은 다소 의외였는데, 이 일본 업체가 선택한 스트리밍 솔루션은 홍콩의 네트워크 플레이어 전문 브랜드인 ‘루민(LUMIN)’ 이었다.

루민은 네트워크 플레이어 시장 초창기 시절부터 꾸준히 이 분야만을 집중해 온 네트워크 플레이어 전문 업체다. 무엇보다도 가장 안정된 스트리밍 성능과 끊임없는 업데이트 그리고 그에 걸맞은 사운드 퀄리티 때문이었다. CD 플레이어와 달리 네트워크 플레이어는 하드웨어 보다 소프트웨어가 훨씬 중요하다. 부실한 소프트웨어는 각종 버그와 동작을 불안정성으로 한 순간에 시장에서 폐급 제품이 되버리기 때문이다.

이렇게 시작된 에소테릭의 첫 제품은 플래그십이 아닌 엔트리 모델 N-05 였다. 보수적인 일본 업체 답게 100% 자체 기술의 자체 설계가 아닌 만큼, 플래그십 대신 시장 진입을 위한 판단이자 가능성을 보기 위해 N-05 부터 내놓은 것이다. 그렇다고 단순한 입문기는 아니었다. 에소테릭은 N 시리즈에 자기만의 색깔을 입혀 DAC와 클럭 설계 및 외부 클럭 동작 등의 에소테릭 하이엔드 기기들의 기술을 더했다.
외부 클럭으로 동작하는 고정밀 클럭 시스템과 하이엔드 DAC 기술이 무기였던 에소테릭은 엔트리급 모델인 N-05에 외부 클럭 연동 기능과 K1X 같은 SACD 플레이어 사용했던 DAC 회로를 적절히 녹여 넣었다. 그리고 품종도 네트워크 플레이어 대신 네트워크 DAC 라고 명명했다. 에소테릭다운 아이디어와 기술이었다.

플래그십 네트워크 DAC의 탄생, N-01
N-05는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두었고, 이에 확신한 에소테릭은 플래그십 네트워크 플레이어를 내놓게 된다. N-01 이다. N-05가 발매된 지 1년 반 만에 등장한 N-01은 2017년 가을 공개되었다. SACD 플레이어인 K1 시리즈에 대응하는 N-01은 당시 최상위 SACD 플레이어인 K-01X의 모든 것을 그대로 가져왔다.
네트워크 DAC의 플래그십 답게 모든 내부 회로들, 예를 들어 4개의 토로이덜 트랜스포머로 된 전원부와 좌우 분리의 모노럴 DAC 회로 등 럭셔리한 물량 투입은 K-01X의 그것과 동일했다. 그리고 가장 최신예 설계 제품 답게 USB Audio 같은 디지털 입력과 DAC의 재생 능력은 기존 에소테릭 소스 기기에 없던 최고 사양으로 새로 설계되었다. USB 입력으로 최대 DSD512, PCM768까지 재생이 가능했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DAC 회로였다. K-01X에 사용된 DAC 회로 대신 그란디오소 K1 에 사용된 DAC를 가져왔으며 K1과 같은 업샘플링 디지털 필터를 사용하는 등 하이엔드 모델에 걸맞은 설계를 단행했다. 그 비싼 VRDS NEO 메커니즘을 제거한 만큼 그 비용을 고스란히 그란디오소의 DAC 회로를 소프트웨어를 투입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N-01 발매 이듬해인 2018년에는 외부 클럭 동작이 가능한 네트워크 트랜스포트로 N-03T를 내놓게 되었다.
새로운 에소테릭 디지털의 시대, 그란디오소 P1X + D1X
N-01이 발매된 지 1년 반이 흐른 2019년 2월, 에소테릭은 전례가 없는 새로운 초하이엔드 플래그십 SACD 시스템을 내놓았다. 그란디오소 P1X SACD 트랜스포트, 그란디오소 D1X 모노럴 DAC 였다. 에소테릭이 4개 컴포넌트로 된 P-01, D-01을 내놓은 것은 2000년대 후반이었고 이를 울트라 하이엔드의 역작으로 진화시킨 것이 2013년 등장한 ‘그란디오소 P1, 그란디오소 D1’ 이다. 이탈리아어로 ‘엄청난’이라는 뜻을 지닌 ‘그란디오소’는 특별한 등장의 이유가 있었다. 그란디오소의 대해서는 뒤에서 다시 설명하기로 한다.
2013년 등장 이후, 그란디오소 분리형 SACD 시스템의 기술들은 K-01X을 시작으로 K 시리즈 SACD 플레이어들의 ‘X’ 버전 교체로 이어졌다. 그리고 그란디오소 P1, D1을 하나의 일체형 SACD 플레이어로 만들어 2016년에는 그란디오소 K1X를 탄생시켰다. 그란디오소 K1X는 그란디오소 P1, D1의 일체화가 기본 컨셉이지만 DAC는 오히려 P1, D1 보다 새로운 신형 DAC 회로로 진화되었다. 뿐만 아니라 USB Audio 입력도 2013년과는 전혀 다른 수준으로 진화되어 사양 면에서는 P1, D1 보다 더 앞선 존재로 상향 업그레이드 모델이 되었다. 오리지널 그란디오소 P1, D1 발매 이후 6년이 되는 2019년 P1, D1은 새 그란디오소 P1X, D1X로 변신하게 되었다.
새로운 그란디오소 SACD 시스템은 단순히 DAC를 바꾸거나 일부 기능을 추가하여 모델을 교체한 수준이 아니었다. 전작과는 전혀 다른, 완전히 백지 상태에서 모든 것을 새로 설계하여 현존하는 최고, 궁극의 디지털 소스 기기로 새롭게 탄생시킨 제품이었다. SACD 트랜스포트에서부터 모노럴 DAC 회로 그리고 기기를 연결하는 특별한 신호 전송 링크 시스템까지 모든 면면들이 에소테릭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기술, 새로운 제품이 된 것이다. 개념 자체가 달라진 에소테릭의 새 기술의 탄생은 예상대로 K 시리즈를 비롯한 모든 제품들을 교체하도록 만들어버렸다.
그란디오소 K1의 진화, K1X 그리고 N-01의 진화, 에소테릭 N-01XD
그란디오소 P1X, D1X의 등장과 함께 에소테릭은 일체형 플레이어들에 새 그란디오소의 기술들을 옮겨 넣기 시작했다. P1, D1의 일체형으로 등장했던 그란디오소 K1은 P1X, D1X의 등장과 거의 같은 시기에 P1X, D1X의 트랜스포트와 DAC 회로를 그대로 일체형화시켜 그란디오소 K1X로 환골탈태했다. 그런데 이보다 흥미로운 점은 N-01에 있었다. 이전까지는 이런 신기술의 플래그십이 등장하면 제일 먼저 K-01 같은 SACD 플레이어들이 1순위로 신제품 교체가 이루어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그란디오소 K1X와 함께 에소테릭은 제일 먼저 이 기술을 네트워크 플레이어인 N-01에 몽땅 투입하기로 한 것이다.
2016년에 그란디오소 K1의 등장이 N-01로 이어진 것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는 그란디오소 K1X의 등장이 곧바로 N-01XD를 낳게 되었다. 2019년 하반에 등장한 N-01의 신형으로 N-01XD가 탄생되었다. 오리지널인 N-01이 등장한 지 불과 2년 만의 일이다. 에소테릭에서는 이례적으로 짧은 신제품 교체가 이루어진 셈이다. N-01XD의 등장은 N-01 유저들로부터 비난의 대상이 되는 반발을 불러일으켰지만, 워낙 달라진 새로운 기술과 성능은 오히려 오디오파일들로 상당한 환영을 받게 되었다.
에소테릭 N-01XD가 커다란 찬사를 받게 된 이유는 N-01의 단순 업그레이드가 아니라 사실상 그란디오소 K1X를 네트워크 플레이어로 바꾸어 놓은 네크워크 플레이어이자 DAC 였기 때문이다. 그란디오소 K1X의 모든 것을 담고 있으면서 가격은 K1X 절반 수준에 가까운 제품이었으니 말이다. 과연 그 말이 사실일까? N-01 XD의 진실에 대해 이제부터 샅샅이 살펴보기로 하자.
Part.2에서 이어짐

Esoteric N-01XD 리뷰 Part.2
SACD를 벗고 네트워크의 탈을 쓴 그란디오소 K1X의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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